새누리 공천 48일, 유승민 찍어내기로 끝났다
4·13 총선 후보 등록을 이틀 앞둔 22일 오후 대구 동구 화랑로에 자리잡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사무소 앞을 한 지역 유권자가 지나가고 있다. 유 의원은 일주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대구/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
새누리 보복공천 논란
이한구 어제도 "결론 못냈다"
경선기회 뺏고 탈당 '등 떠밀기'
유 쪽, 무소속 출마 절차 문의
박 대통령 '배신' 코드에 맞춰
비박 학살…친박 패권공천 변질
새누리당이 22일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을 공천에서 배제하며 4·13 총선 지역구 공천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공천개혁"을 밝힌 지 48일,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심판"을 말한 지 272일 만이다. '국민을 위한 공천개혁' 약속은 박 대통령의 총선 이후 남은 임기 20개월과 퇴임 뒤 정치적 기반을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사실상 '친박 패권 공천'으로 변질됐다. 과도한 시간끌기로 유승민 의원은 경선 참여 기회조차 박탈됐고, 비박계는 공공연히 배제했다. 반면 정종섭·추경호 등 이른바 '진박 후보'들은 낙하산 공천 등을 통해 전진 배치가 이뤄졌다.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하루 종일 비례대표 순번을 짜는 데 집중했다. 이한구 위원장은 비례대표 발표 직후 "(유 의원) 논의를 많이 했지만 결론을 못 냈다"고 했다. 발표만 안 했을 뿐 공천 배제가 결정된 셈이다.
여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3선의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한복판에서 탈당 무소속 출마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정치인생의 기로에 섰다.
대구와 수도권의 유승민계 의원들이 대거 낙천한 지난 15일 밤 이후로 유 의원은 선거운동을 접고 1주일째 칩거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23일 자정까지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무소속 출마를 위한 탈당은 후보자등록신청이 시작되는 24일 전까지만 허용된다. 유 의원 쪽은 최근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무소속 출마 절차를 문의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가운데 5분의 1을 유 의원을 몰아내는 데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6월25일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이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며 유 의원에 대한 '선거 심판'을 요구했다.
친박계 지원으로 공천 칼자루를 쥔 이한구 위원장은 선거에서 심판받을 기회조차 박탈하며 유 의원을 아예 경선에서 배제했다.
'선거에서 지더라도 함께할 수 없는 사람들은 안 된다'는 청와대와 친박계의 오기 속에 유승민 폭탄돌리기가 길어지자 역풍도 만만찮았다. 이 기간 이뤄진 경선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인데도 진박·친박 후보로 나선 김재원·강석훈 의원, 조윤선·윤두현 후보 등이 비박계·유승민계 후보에게 잇달아 패배했다.
그런데도 친박계는 마지막까지 '정치적 확인사살'을 이어갔다. 홍문종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관위가 컷오프를 하지 않고 결정을 미뤄온 것은) 유 의원을 최대 한도로 예우하는 것이다. 그나마 우리의 애정 표시"라고 했다.
등록 :2016-03-22 21:04
수정 :2016-03-22 21:59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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