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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지성 - 시사/정치

더민주 '위험한 선택', 정체성 붕괴

'집토끼'들이 흔들리고 있다!

김종인, 이러고도 이길 수 있을까?

 

 

4.13 총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정체성 논란에 휩싸여있다.

첫 시작은 한미 FTA 주역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영입이었다. 자기 마음속에서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다!"라는 단호한 목소리를 듣고 입당했다는 김 씨의 경우는 애교에 속했다. 한나라당 원내 대표 자문위원장을 지냈고 이명박, 박근혜 정권 아래서 건강보험공단이사장을 역임한 대표적 여권인사 김종대 씨까지 입당했다.

 

정책과 영입 인사 우클릭을 통해 중도표를 확장하겠다는 전통적 포지셔닝 전략이다.

이런 과감한 시도의 배경에는 나름의 판단이 깔려있는 법이다. 당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그 어떤 시도를 하더라도 "집토끼들이 어디로 가겠는가?"라는 믿음이다. 결국 투표장에 나와 야당 표를 찍는다는 확신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더불어민주당 집토끼들은 그 어떤 정서적, 이념적 배신감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2번을 눌러주는 굳은 표일까.

선입견을 균열시키는 첫 번째 조짐은 뜨거운 성원 아래 진행 중이던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 국면에서 일어났다. 심야회의에서 필리버스터 속행을 고수하던 이종걸 원내대표를 강압한 것이다. 허둥지둥 필리버스터 중단의 경착륙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래서야 지지를 철회할 수밖에 없다는 선언이 인터넷과 SNS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차마 새누리당은 못 찍으니 투표를 포기하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금까지 지지를 철회하고 정의당에 표를 주겠다는 결심과 함께.

 

집토끼들 배신감을 정점으로 끌어올린 사건은 3월 10일 일어났다.

"김무성도 좋다, 안철수도 와라" 할 정도로 탄탄한 지역기반을 자랑하던 정청래 의원. 그가 "막말 논란"이란 모호한 이유로 서울 마포을 지역구 공천에서 탈락한 것이다. 4년 임기 동안 매해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 의원상"을 받았고 주간경향 선정 우수의원 전체 4위를 차지했다. 그러니 의정활동에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외로운 늑대"란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당내 주류세력에 줄을 대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의 우향우 선회를 위한 희생양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코어(core) 지지층들의 분노가 온라인을 휩쓸었다. 여의도 당사 앞에서 공천탈락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탈당계 내려 받으려 지지자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였다.

 

 

야당 지지자들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세상의 낮고 비참한 곳에서 자기들을 위하여 진심으로 싸워주던 정치인을 강제로 빼앗긴 것이다.

한 줌의 여의도 권력가들이 돈 없고 백 없는 민초들과 함께 울고 웃던 국회의원을 정치적으로 참수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드라마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화룡정점은 다음날인 3월 11일 김성수 대변인의 입에서 나왔다. 계파 이익을 위해 당을 깨고 나감으로써 야권 분열 화약고에 불을 질렀던 사람. 국민의당 (전) 선거대책위원장 김한길 의원의 복귀를 염두에 두고 광진갑 지역구 공천을 미루고 있다는 논평이었다. 정치 도의 차원에서 더민주 집토끼들을 허탈 지경에 몰아넣는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선거 승리는 특정 정당이 지닌 정치적 지향, 대의명분을 일단 제쳐둔 지상 최대의 목표일지 모른다. 패배한 정당은 말이 없는 법이니까.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져서 결국 무대에서 퇴장할 수 밖에 없으니까. 승리지상주의 자체를 두고 비난 대상으로 삼을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다음의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무조건 이기기만 하면 되는가?

1990년 1월 22일, 이러한 정신으로 무장한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 김영삼이 영남 민주세력 전체를 지참금으로 삼아 3당 합당을 감행했다. 여소야대 국면에 흔들리던 노태우 정권을 기사회생시킨 결정타였다. 그리고 이 야합은 김영삼 개인의 대통령 당선을 넘어, 오늘날 망국적인 영호남 지역 구도를 고착시켰고 상시적 극우집권 정치 구도의 토대를 놓았다.

 

수많은 더불어민주당 집토끼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지금 일련의 행위들이 장기적으로 극우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의 정체성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닌지, 당의 존립 근거를 짓밟으며 노골적 우경화의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은 아닌지 의혹에 잠겨있다. 정치적 추격자로서 야당이 압도적인 선두주자를 정면으로 공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보수적 외양을 코스프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찌 반드시 이기겠다는 자의 전략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더불어민주당의 집토끼들은 다음의 3가지 근원적 질문을 잇달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첫째, 누가 "임시관리자" 김종인 대표에게 이 같은 핵심 정체성 변경의 권한을 주었는가?

둘째, 집토끼들의 표가 그토록 확고부동한 것으로 보이는가?

셋째, 이러고도 진정 이길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이 나와야 한다.

 

프레시안 [기고]

2016.03.14 09:38:33

김동규 동명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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