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이미 망했다

"이념논쟁 안 된다"며 필리버스터 중단… 울림 없는 정권심판 구호, 감동없는 야권연대 제안

 

"이러다가 선거 망치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필리버스터 중단 여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열렸던 지난달 29일 저녁, 김종인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했다는 말이다. "이념 논쟁으로는 우리당에 좋을 게 없다"면서 "경제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납작 엎드렸고 다음날 이 원내대표의 눈물의 연설을 끝으로 필리버스터는 종료됐다. 결국 3월2일, 테러방지법은 새누리당 의원들만 참석해 과반을 넘겨 통과됐다.

 

오래 전부터 더불어민주당은 정당이라기 보다는 야당 국회의원들의 친목 모임 같은 성격이 강했다.

공동의 정책적 목표나 의제를 내세우지도 못했고 당의 색깔도 모호했고 무엇보다도 집권 의지가 부족했다. 대선이 2년도 안 남았는데 아직까지 눈에 띄는 대권 주자도 없다. 굳이 다수당이 되거나 정권을 잡아 여당이 되는 데 힘을 쏟기 보다는 각자 다음 선거에서 살아남아 의원 자리를 지키려는 정치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 더불어민주당이었다.

 

2004년 이후 두 차례 총선과 두 차례 대선의 누적된 패배의 경험, 이명박근혜 정권 8년 동안 집권 여당이 계속해서 죽을 쒔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40% 안팎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전의를 상실하고 의원들이 저마다 각자도생의 길에 들어선 지 오래다. 김광진·은수미 의원 등이 쓰러지기 직전까지 필리버스터를 하는 와중에 같은 당의 상당수 의원들이 뒤에서 팔짱만 끼고 있었다는 것도 불편한 진실이다.

 

"필리버스터도 좋지만 발목 잡는 야당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는 박영선 의원의 말이 오히려 상당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속내를 반영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표 떨어지는 소리는 그만하자'는 이야기다. 보수 성향 언론에서 숱하게 지적했듯이 테러방지법은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논의된 바 있고 192시간의 필리버스터가 시작되기 전에는 딱히 쟁점이 되지도 않았다. 애초에 절박한 정책적 목표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대위 운영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무현의 FTA(자유무역협정) 이명박의 FTA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더불어민주당은 아직까지 제대로 답을 한 적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에 영입한 김현종씨는 한미 FTA 협상에서 한국 쪽 대표로 나서서 "미국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죽도록 싸웠다(fighting like hell)"고 떠들고 다녔던 사람이다. 김현종과 김현종의 후임으로 통상본부장을 맡았고 지금은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나선 김종훈이 과연 다른가?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정부의 노동악법에 반대하고 있지만 10년 전 2006년에 통과된 비정규직 보호법은 노무현 정부와 당시 열린우리당의 작품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양극화와 내수 침체의 원인인 비정규직법에 제대로 반성한 적이 있었나? 새누리당이 비정규직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 기간제 사용기한을 늘려야 한다고 억지를 부릴 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 나쁜 법을 더 나쁘게 만들지 않는 수준에서 적당히 싸우는 시늉만 했다.

 

노무현이나 이명박·박근혜나 다를 게 없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신 차리자, 한 순간에 훅 간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는 새누리당과 차별화를 하려면 노무현의 공과 과를 구분하고 노무현의 실패를 극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 순간에 훅 간 뒤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건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다. 새누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새누리당만큼의 색깔도 없기 때문에 계속 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러다 선거 망치면 책임질 거냐"는 김종인 대표의 리더십은 강력한 만큼 매우 위험하다. 테러방지법 반대를 이념 논쟁으로 치부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공허한 구호에 그쳤던 경제 민주화 프레임을 다시 끌어내 냉소적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이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경제가 엉망인 건 사실이지만 경제 실패를 심판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을 찍어야 할 만큼 김종인 대표가 특별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김종인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짰던 사람이다. 박 대통령이 김종인의 공약 때문에 당선됐나?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프레임은 야당의 의제를 선점해 물타기하는 성격이었다고 보는 게 맞다. 공약은 정말 좋았는데 박 대통령이 배신을 했나? 지나치게 선언적이라 구호 이상의 큰 의미는 없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버림받은 공약을 들고 왔으니 국민들이 지지할 것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큰 일이다.

 

모호한 구호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어정쩡한 포지션에 있다.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는 여전히 북풍이 장사가 된다. 민주당을 '빨갱이당'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더불어민주당을 찍지 않는다. 한국 정치 지형에서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 40%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에 가깝다. 수도권과 호남의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을 최대 30%라 보면 나머지 40%의 중도 무당파층이 선거의 변수가 된다.

 

물론 노무현과 이명박·박근혜는 다르다. 노무현 시절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것들이 급속도로 후퇴하고 있다는 걸 누구나 안다. 그러나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의 복원 조차도 지금 더불어민주당에게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데 있다. 역풍이 우려된다며 지레 겁을 집어먹고 필리버스터를 접는 게 더불어민주당의 초라한 '가오'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과연 다른가? 새정치를 하겠다며 들어와 박차고 나간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과연 다른가?

 

집권 초반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던 박근혜 정부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리며 통합진보당을 강제 해산했을 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불똥이라도 튈까봐 멀찌감치 물러나 있었다. 왼쪽의 축이 무너지면서 한국 정치 지형은 오른쪽으로 크게 쏠렸고 더불어민주당도 균형을 잃고 새누리당 2중대로 전락했다. 결국 개헌 의석 저지까지 거론되는 암울한 상황에서 선택한 게 새누리당에서 팽 당하고 건너온 김종인이다.

 

이념 논쟁이라며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킨 김종인 대표가 내놓은 카드는 야권 통합이었다. 안철수를 압박하면서 국민의당의 분열을 노리는 노회한 선택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지리멸렬한 야당에 야권 연대가 만능의 해법이 아니라는 건 지난 2012년 19대 총선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이명박 정권 말기, 지금처럼 새누리당이 죽을 쑤고 있었고 정부 심판론이 선거 구호였으나 새누리당을 떠난 민심은 당시 민주통합당을 선택하지 않았다.

 

지난 총선에서는 야권 연대를 했는데도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고 몇 달 뒤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그나마 연대를 한 덕분에 수도권을 지켰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상당수 유권자들이 정권 심판 보다는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투표를 포기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투표율은 54.3%에 그쳤고 특히 20대 후반 투표율은 37.9% 밖에 안 됐다. 선거인 수 비율은 30대가 20.4%, 40대가 21.9%였으나 실제 투표자 수 비율은 60대 이상이 26.1%로 가장 높았다.

 

▲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인 수와 투표자 수 비율. ⓒ선거관리위원회 자료.

 

 

4년 전과 비교하면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은 훨씬 열악하다.

당장 야권 연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야권 연대는 표의 분산을 막을 수 있을 뿐 정치 냉소와 혐오를 뒤집을 수 없다.

정책 연대 없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연대는 아무런 감동이 없고 설령 국민의당의 연대가 성사되더라도 오히려 환멸을 더할 가능성이 크다. 그토록 외치던 새 정치는 온 데 간 데 없고 집안 싸움만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갈아치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서 80년대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김종인의 영입은 리더십 부재의 더불어민주당 상황에서는 필수불가결의 선택이었지만 열패감에 찌든 야당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권 심판이 필요하다는 데 상당수 유권자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 정권 심판의 주체로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김종인 대표가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권 심판이라는 동어 반복 외의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장 이번 총선은 선거 연대를 하든 하지 않든 야권의 참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멀리 내다본다면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건 지더라도 잘 지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한 야당을 복원하고 정책 정당으로서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 김종인 리더십으로 집안 단속을 하고 그나마 바닥의 표를 긁어모을 수는 있겠지만 지금처럼 적당히 보수 양당 구조에 안주하면서 의석수 계산이나 하고 있다면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정당이 될 가능성은 요원하다.

 

지상파와 종편의 든든한 지원 사격을 받으며 40%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새누리당과는 완전히 다른 프레임을 짜야 한다.

장기적으로 정의당과 노동당, 녹색당 등이 왼쪽에서 확실한 진보 진영의 의제를 구축하고 더불어민주당도 좀 더 왼쪽으로 옮겨오면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견인하고 중도 무당파층을 흡수해 자연스럽게 새누리당을 보수가 아닌 극우 기득권 집단으로 가두는 전략이 필요할 때다.

 

선거 연대가 아니라 정책 연대가 절실하고 그러려면 건강한 진보 정당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최악과 차악 중에 고르는 선거가 아니라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이라도 선택하고 조금씩 바꿔나가면서 승리의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새누리당의 논리와 문법으로 치르는 이번 선거는 이미 망했다. 더불어민주당에게는 김종인 이외의 대안이 없고 다만 또 한 번의 처절한 패배를 겪고 교훈을 얻기를 바랄 뿐이다.

 

미디어오늘 [뉴스분석]

2016년 03월 07일 월요일

이정환 기자 black@mediatoday.co.kr

 

 

 

 

Posted by 망중한담

텔레그램·아이폰 '사이버망명' 2년만에 재현

"작정하면 누구나 예비범죄자…'빅브라더'와 같은 결과 초래할 것"

 

 

스마트폰에 알람이 하루종일 울린다.

 

'OOO님이 텔레그램에 가입했습니다!'

'OOO님이 텔레그램에 가입했습니다!'

'OOO님이 텔레그램에 가입했습니다!'

 

정부•여당이 추진한 테러방지법(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이 2일 새누리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부와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에 막강한 권한이 부여되자 2014년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촉발된 사이버망명이 2년만에 재현되는 분위기다.

 

테러방지법은 테러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을 위해 발의된 법안이지만, 사생활침해는 물론 포괄적인 규정으로 누구나 정보•사법기관의 감청 대상 가능성이 높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테러 위험인물'을 '테러단체의 조직원이거나 테러단체 선전, 테러자금 모금•기부 기타 테러예비•음모•선전•선동을 하였거나 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로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면 국정원이 사실상 개인의 사생활과 개인정보 수집은 물론 인신구속과 제약까지 할 수 있게 된다.

 

◇ 테러방지법 통과…사이버망명 재현되나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메신저 사용자들이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 더이상 수사기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경험때문에 해외에 서버를 두고 보안이 강화된 메신저서비스를 찾고 있는 것.

 

카카오톡이 국내에서는 워낙 보편화된 메신저다보니 당장 탈퇴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보안이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적어도 보안이 필요한 대화나 정보공유 목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텔레그램은 대화내용이 암호화 되고 주고받은 메시지는 사용자가 읽고난 뒤 자동으로 삭제된다. 서버는 보안을 위해 해외 곳곳에 두고 있지만 서버에도 기록이 남지 않는다.

 

애플 아이폰의 아이메시지도 통신사 문자메시지와 달리 기록이 남지 않는다. 페이스타임오디오도 비슷하다. 애플의 독립서버에 암호화되어 저장되고 백도어가 없는 한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애플의 주장이다.

 

국산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네이버라인은 2015년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인 IS(이슬람국가)로부터 '불안전' 최하등급을 받았다. 해킹이나 수사기관의 영장이 있으면 정보가 손쉽게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때문에 카카오톡과 라인이 최근 보안채팅 기능을 일부 도입했지만 일상적인 대화 자체는 언제든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언제든 수사기관이 영장을 내밀면 대화목록을 제출해야 한다.

 

테러를 자행하고 있는 IS가 역설적으로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한 메신저는 사일런트서클, 레드폰, 오스텔, 챗시큐어, 시그널 등이다.

 

 

최근 국가정보원이 해킹팀의 스파이웨어 RCS를 이용자의 PC나 안드로이드OS 계열 스마트폰에 감염시켜 이메일, 메신저, 전화통화, 위치정보 등을 모니터링하고 기기의 카메라와 마이크를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았지만 아이폰은 아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이폰은 다른 안드로드이 계열 스마트폰에 비해 보안성이 높다. 애플리케이션은 애플의 앱스토어에 등록되기 전에 높은 수준의 보안 테스트를 받기때문에 해킹•스파이웨어 툴을 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아이폰 자체에 탑재된 암호잠금 장치도 강력해 최근 미국 FBI가 테러방지를 위해 백도어를 만들어달라며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시 정부가 사생활•안전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거부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그나마 최신버전인 마시멜로가 가장 안전한다는 평가지만 삼성이나 LG전자, 소니, HTC, 통신사 직접출시 모델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생산 기기는 OS 수정이 어느정도 가능한 오픈소스 구조라 근본적으로 보안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 정부요원이 사용하는 업무용 스마트폰의 경우 해킹 등의 방지를 위해 국정원의 보안프로그램을 반드시 설치해야하는데, 아이폰은 이러한 프로그램 설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텔레그램 사용자인 회사원 강지용(가명•36)씨는 "테러방지법 통과 이후 지인들의 텔레그램 가입 알람이 하루에도 몇차례씩 울린다"며 "회사업무때문에 보안 메신저를 자주 사용하는데 테러방지법이 통과됐다는 소식 때문에 여전히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SNS에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올리거나 게시물을 공유한 적이 있다는 오현수(가명•29)씨"단순히 정부나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올려도 예비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국가가 작정하고 특정인을 '테러위험인물'로 가정할 경우, 어떤 과정으로 본인을 수사하는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오씨는 사이버망명이 이미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 개인정보보호법, 테러방지법 앞에 '무용지물'

 

국가가 나의 사생활과 정보를 마음대로 들여다봐도 되는 것인가. 테러방지법이 무제한으로 국민의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이 규정한 테두리가 모호하기 때문에 오남용의 우려가 큰 것이다.

 

테러방지법인 통과된 2일 공교롭게 정보주체에게 개인정보 수집 출처를 반드시 알리도록 하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종전 개인정보보호법에는 정보주체 본인이 요청을 해야만 제3자가 어디에서 내 개인정보를 수집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 수집자(단체•기관)가 정보주체에게 수집출처를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개정됐다.

 

수집 출처 고지의무가 적용되는 개인정보 유형과 제공량, 고지 시기, 고지방식 등은 앞으로 정해질 하위법령에 규정되고 이 법은 공포 6개월이 지난 9월부터 적용된다. 또 내년 3월부터 법률이나 대통령령에 근거가 없으면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할 수 없도록 '주민번호 수집 법정주의'가 강화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의 정보와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법이지만,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서 개인정보보호법을 무력화시킬 여지가 있다.

 

국가정보원

 

필요에 따라 국정원이나 정부기관이 '공공을 위협하는 테러 위험인물'로 규정하면 사실상 '예비범죄자'가 되기 때문에 개인정보와 사생활 수집을 막을 수 없다. 이미 개인정보가 수집•처리된 뒤에 통보하는 것도 정보주체 입장에서는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왜 나의 정보를 본인 허락도 없이 들여다봤는지 소송을 제기해도 '공공의 안전을 위해 조사를 한 것'이라며 몇가지 협소한 근거만 제시하면, 사법기관이 국정원을 상대로 이길 가능성이 현재로선 희박하다.

 

◇ 국가로부터 감시•통제 '조지오웰의 경고' 현실화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 CEO는 지난달 23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6' 기조연설 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테러방지법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한국의 테러방지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이 조지오웰의 소설 <1984>의 '빅브라더'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설속 '빅브라더'는 독재권력의 상징으로 시민의 모든 행동을 감시하고 텔레스크린, 도청장치 등을 이용해 대중에게 이데올로기를 강요한다. 1949년에 출간된 조지오웰의 이 소설은 전체주의체제의 국가에서 자행되는 개인 사생활과 사상, 개인정보를 감시하고 통제함으로써 권력을 독점한 '빅브라더'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1998년 개봉한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서도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감청 및 도청 행위를 법적으로 승인하자는 법안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국회의원을 제거한다. 우연히 이를 알게된 주인공이 사생활과 개인정보가 강탈된채 국가권력과 정보기관의 막강한 힘때문에 위기를 겪게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다니엘 슈피처(1835-1893)"사람들이 권력을 오용해 보면, 자신이 얼마만큼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력의 오용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이미 이 땅을 떠나고 있다. 사이버망명지대를 찾아서.

(관련 기사 : 새누리 김용남 "(2월 임시국회 회기인) 3월 10일까지 사이버테러방지법 통과시켜야")

 

CBS노컷뉴스

2016-03-04 10:53

김민수 기자 maxpress@cbs.co.kr

 

 

 

Posted by 망중한담

국정원, 환경단체 간부와 변호사 등 통신자료 뒤져봐

 

이헌석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국가정보원이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의 통신자료를 들여다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표가 최근 SK텔레콤에서 확인한 본인의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서'를 보면 지난해 12월 9일 국정원의 통신자료 요청에 따라 SK텔레콤이 통신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의 제공 요청 근거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제 83조(통신비밀)' 조항이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제83조 3항은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해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 대표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어떤 사유로도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거나 입건된 적이 없다"면서 "이것은 국정원의 명백한 뒷조사이다"고 주장했다.

윤지영 변호사 역시 SK텔레콤에 본인의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서'를 조회한 결과 서울 종로경찰서가 지난해 5월 18일 윤 변호사의 통신자료를 요쳥해 받아간 것으로 나왔다.

윤 변호사는 "작년 5월 18일에 종로경찰서에서 내 정보를 요청했고, 통신사가 그걸 넘겨줬다는 것"이라며 "작년 5월 18일, 그 무렵 변호인 자격으로 김혜진 4·16연대 상임위원의 종로경찰서 경찰 조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입력 : 2016.03.04 13:02:19

수정 : 2016.03.04 14:11:13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Posted by 망중한담

래퍼 디템포의 필리버스터 랩 '갈림길에서', 신랄하네

"원래 점진적으로 X 되어 가는건 알아채기 힘들어"

 

▲ 래퍼 디템포 래퍼 디템포가 지난 25일, 테러방지법을 풍자하는 필리버스터 랩 '갈림길에서'를 발표했다. ⓒ 디템포 관련사진보기

 

때로는 짧은 음악 한 곡이 현실을 더 신랄하게 꼬집을 때가 있다.

지난 25일 힙합 뮤지션 디템포가 자신의 SNS에 공개한 '갈림길에서'가 그렇다. 이 곡은 지난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새누리당)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을 소재로 다뤘다.

 

'테러방지법'은 '테러위험인물'의 통신이용·금융거래 등에 관한 정보 수집·조사 권한을 국가정보원에 주는 법이다.

이 법은 '테러위험인물'의 뜻이 모호하면서 국정원이 가져가는 권한은 크기 때문에, 시민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관련 기사: 필리버스터 부른 테러방지법이 '악법'인 까닭). 야당 의원들은 지금 이 시각까지도 국회 의석수 과반을 차지하는 새누리당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도록 저지하고 있다.

 

이른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방식의 합리적 의사진행 지연)를 신청해 23일부터 27일 오후 3시 현재까지 릴레이를 이어가는 중이다. 필리버스터는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소수당이 합법적으로 동원하는 최후 수단 중 하나다.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디템포도 자기 생각을 필리버스터랩 '갈림길에서'에서 쏟아냈다. 직접 들어보자. (☞바로가기)

 

영상 : 디템포 '갈림길에서'

 

"갈림길에 서 있어 / 내 행동과 말, 생각과 느낌 / 누군가에게 모두 엿보여지는 길 그냥 담아두기엔 / 이건 당신들에게도, 내게도 심각한 위기 / ... / 남일인 것 같지 이 비슷한 방식으로 / 누군가는 간첩이 됐고 평생 억울함이 남지 / ... / 원래 점진적으로 X되어 가는건 알아채기 힘들어 / 또 알아챘다 하더라도 그걸 말하기가 더 힘들어 / 다만 이 주머니 속 송곳은 당신 혼자가 아냐 / 외로운 싸움을 계속할 사람들이 아직 많아" - '갈림길에서' 가사 중에서

 

디템포는 이 곡이 '디스곡'이 아니라고 못 박는다. 상대를(테러방지법 추진의 배후로 추정되는 '어떤 누나' 즉 '권력자'를) 디스하는 건, 상대가 비판을 듣고 편할 가능성이 있을 때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독주를 야당이 필리버스터로 간신히 지연시키는 상황 자체가, 여당이 야당을 '합리적 토론'의 파트너로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디템포는 '실질적'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아닌, 히틀러의 나치 독일 같은(순전히 다수결 원칙만 따르는) '형식적'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틀 안에서 독재가 탄생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많은 시민이 2012년 대선 여론조작 댓글과, 유우성씨 간첩사건 조작 등을 벌인 국가정보원에 큰 권한을 주는 걸 걱정스러워 한다. 그래서 테러방지법을 '국가걱정원법'이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결국, 시민들의 관점에서, 이 상황은 여당이 독주하느냐(A) 야당이 이를 막아내느냐(Not A) 두 가지 경우밖에 없다.

 

디템포의 음악 제목도 이 현실을 잘 반영한 '갈림길에서'이다. 그는 "나는 양비론자들('A도, Not A도 똑같이 나쁘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사람들)을 감시하는 안티바이러스(Anti Virus)"라는 일침도 덧붙였다. 얼핏 국민의 당 안철수 대표가 "테러방지법 강행 여당, 막는 야당 똑같다"고 말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는 귀해진 '할 말은 하는' 뮤지션

 

디템포는 꾸준히 사회적 이슈들을 음악적으로 다룬 뮤지션이다.

서민 증세,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 댓글, 종북 몰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자영업 현실 등. 폭넓은 소재로 '새타령', '내가 역사를 쓴다면', '치킨' 등을 발표해 꾸준히 팬들의 호응을 얻어왔다.

 

사회정치적 문제들에 입을 여는 일이 드문 국내 힙합 신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디템포의 존재는 귀하다. 한국 힙합 1세대 가리온 역시 "할 말은 많은데, 입을 닫은 래퍼"들에 대한 디스곡을 발표해, 사회적 이슈는 방치하고 상업주의에 매몰된 힙합 신을 꼬집은 바 있다. 디템포는 드물게도 이슈와 자신의 삶 모두에서 '할 말은 하는 뮤지션'이 아닐까.

 

기본에 충실한 그의 활동 폭과 음악 소재는 넓고 다양하다.

랩은 물론이고 프로듀싱·작사·디자이너 역할까지 커버하고, 3년째 지역 라디오 채널 '성남 FM'(90.7Mhz) DJ로 활동 중이다. 2013년 데뷔 이후 현재까지 12건의 싱글·미니 앨범을 다양한 소재들로 발표했고, 가장 최근인 2015년 12월에 발표된 앨범(Detemplane Vol. 2)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선명하게'를 담아냈다.

 

영상 : 디템포 '선명하게'(세월호)

 

[미니 인터뷰] 부모님이 '네가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고 있구나' 하시더라

25일 '갈림길에서'를 공개한 래퍼 디템포와 지난 26일, 전화를 통해 짤막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 정의화 국회의장이 23일에 테러방지법을 직권 상정했는데, '갈림길에서'가 25일에 발표됐다. 곡을 상당히 시의적절하게 발표했는데?
"필리버스터 시작 단계부터 뉴스들을 접하고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이 '시간 싸움'인 걸 직감했다. 그래서 과거에 스케치해놓은 곡에 가사를 맞춰 쓰고 녹음 끝내고 믹스 마스터링까지 3시간 반 만에 끝냈다. 영상까지 업로드하니까, 25일 새벽 2시 반이더라. 굳이 사람들이 많이 영상을 조회하는 시간대를 전략적으로 노리지 않았다. 평소에 앨범 낼 때는 장인의 마음으로 작업하는데, 이번에는 그냥 느끼는 바를 날 것 그대로 쏟아냈다."

 

- 이슈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다 보면, 집에서 세대 갈등 같은 건 안 생기나?
"부모님께 감사하게도 그런 건 없다. 제가 지금 대학 졸업한 지 1년이 됐다. 자유롭게 음악하고 하고픈 말도 하며 살고 싶어서 취업 준비는 전혀 안 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음악 하는 걸 반대하지 않으시고) 제 음악을 듣고 평도 가끔 남겨주신다. 이번 '갈림길에서'의 경우에는 음악을 보내드리니, '네가 점점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고 있구나!' 해주시더라."

 

- '선명하게'란 곡도 사회적 이슈인 세월호 참사를 다뤘는데?

"세월호 참사 600일쯤에 이 이야기를 한 번쯤 하고 싶다고 느꼈다. '17살의 버킷리스트' 공연 당시 유가족분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 자리는 뭐라 말로 하기 표현하기 힘든 밝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슬픈 느낌을 주었다. 이 느낌을 잘 살려서 전해보려고, 여러 곡을 스케치한 끝에 탄생한 곡이다. 가족분들의 아픔을 되살릴 수도 있는 사건에 대한 직접적 표현보다는, '두루뭉술'한 느낌을 유지하며 위로 드리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 '성남 FM' DJ로 활동 중이다. 이 방송에서 디템포 이야기를 꾸준히 들을 수 있나?

"매주 수요일 8시에 생방송을 한다. 헌데 지역 채널이다 보니 성남 지역에서만 주파수가 잡힌다. 스마트폰 앱 중 '튠 인 라디오'라는 게 있는데, 그걸 깔고 '성남'을 검색하면 '약쟁이 스튜디오'라는 생방송이 뜬다. 그럼 제한 없이 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인터넷 팟캐스트 팟빵에도 올린다. 음악 방송이긴 한데, 요즘은 거의 시사 방송처럼 되고 있다."

 

오마이뉴스 [쇼미더힙합 ①]

16.02.27 15:28

최종 업데이트 16.02.27 15:44l

글: 하지율(agent89)

편집: 곽우신(gorap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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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중한담

공포정치의 정점 뒤엔 대통령의 공포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월 16일 오전 국회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국정과 관련한 연설을 하기 위해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불안을 정치자원 삼아 사람들 순응 유도… 집권 후반기 국정 장악력 위해 활용

 

희생. 불안. 위기.

박근혜 대통령은 이 세 단어를 힘주어 말했다. 2월 24일 국회에서는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이었다. 같은 시간 청와대에서는 경제자문회의가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다. "많은 국민이 희생을 치르고 나서 통과를 시키겠다는 얘기인지, 이것은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불안하고 어디서 테러가 터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경제가 발전할 수 있겠나." "세계 경제 둔화와 북한의 도발로 남북 긴장이 고조되면서 우리는 안보와 경제, 다 같이 어려운 복합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유권자들의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발언들이다. 박 대통령은 그 불안과 공포의 책임자로 국회를 지목했다.

'공포'는 박근혜 대통령을 설명하는 키워드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역임한 인명진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3년을 "무서웠다"는 한마디로 표현했다. 박 대통령 취임 3주년 전날인 2월 24일 인 목사가 CBS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자유당 정권 때 대통령부터 겪어봤지만, 이렇게 유난히 박근혜 정부만큼 찬바람이 쌩쌩 나는 한겨울 같은, 그런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다."

당장의 테러방지법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이 반대에 부딪힐 때마다 유권자들의 공포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할 때다.

2015년 11월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말했다.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생각하면 참으로 무서운 일…." 지난해 12월 여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도 극단적인 비유를 든 공포 발언은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노동법 등 쟁점법안의 처리가 지연될 경우 경제도 일자리도 다 죽는다며 "죽기 전에 치료하고 빨리 살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폐쇄가 강행된 직후인 2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에 관한 연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이대로 변화 없이 시간이 흘러간다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을 실전배치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공포 정치.

'공포 정치'는 '사람들의 불안의식을 하나의 정치적 자원으로 삼아 사람들의 순응을 유도함으로써 목적을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를 뜻한다.

2013년 출간된 프랭크 푸레디의 책 <공포 정치>는 공포 정치를 이와 같이 정의했다. 공포는 정치인들에게 하나의 정치적 자원이다. 특히 북한이라는 공포의 수단이 상존한 한국에서 북한발 '공포'는 보수정치세력이 언제든 손쉽게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다. 집권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이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국정원 권력 강화를 독소조항으로 갖고 있는 '테러방지법' 외에도 '통합진보당 해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북한발 '공포'를 정치적 자원으로 삼았다.

박 대통령의 '공포 정치'는 취임 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은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시대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야권의 비판이 무색하게 박 대통령은 '공포 정치'와는 무관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박 대통령은 돌변했다. 2012년 선거를 도왔던 측근들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의 드라마틱한 변화였다. 이 변화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프랭크 푸레디의 '공포 정치'를 이론적 기반으로 한 책 <감정은 어떻게 사회를 움직이는가>(박형신·정수남, 한길사)는 이 간극을 '공포'라는 감정을 통해 설명한다. 이 책은 '공포 정치'와 '복지 정치'라는 틀로 한국 보수정권의 감정정치를 분석한다. '공포 정치'와 '복지 정치' 사이의 거리는 일견 멀어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은 '공포 정치'와 '복지 정치' 모두 보수정치세력의 '권력상실 공포'라는 한 뿌리의 감정에서 나왔다고 분석한다. '공포 정치'와 '복지 정치'는 보수정치세력에 동전의 양면처럼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정치행태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2012년 총·대선을 앞두고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은 왜 복지정책을 쏟아냈을까. 핵심 기저에는 보수정치세력의 공포가 있었다. 권력 상실, 권력 축소에 대한 공포다.

대선 직전인 2012년 10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3분기 지지율은 23%였다. 역대 대통령 임기말보다 낮은 수치였다. 퇴임을 앞둔 동일한 기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28%,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7%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낮았던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IMF 외환위기로 전국이 패닉 상태에 빠졌던 때다.

당시 새누리당으로서는 권력 상실이라는 공포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새누리당은 전략이 필요했다. <감정은 어떻게 사회를 움직이는가>는 보수정치세력이 권력 상실, 권력 축소 공포에 대응하는 전략을 두 가지로 분석한다. '복지 정치'와 '공포 정치'다.

첫째, 복지 정치는 유권자의 지지를 재확보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성찰적 반성을 통해 미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전략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권력 유지를 위해 전통적 지지세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도세력을 비롯한 새로운 지지기반을 적극 확보하기 위해 복지 정치를 전면에 부각시키는 전략이다.

둘째, 공포 정치는 외부 세력이 초래할 위험을 더욱 강조함으로써 공포를 외부로 표출하는 공포 유발 정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새로운 지지세력의 확보보다는 공포를 동원해 기존 지지세력의 이탈을 방지하고 반대세력에 대한 지지를 저지하거나 반대세력 내의 연대를 약화시키는 게 목적이다.

 

개성공단 폐쇄 이틀째인 2월 12일 경기 파주 임진강변 철책 너머 북한의 모습이 짙은 안개에 사라져 보이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도 시계 '제로(0)'의 안갯속이다. / 이준헌 기자

 

'복지 정치'와 '공포 정치' 모두 보수정치세력의 권력 상실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러나 '공포'에 대응하는 전략이 '복지'와 '공포'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발현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책은 '공포의 진원지'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권력 상실에 대한 공포가 자신들의 실정 내지 실책에서 기인한다고 판단했을 경우, 보수정치세력은 '복지 정치'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보수정치세력이 처한 정치적 불안과 위기의 원인이 외부세력에 의한 것이라고 인식한다면 '공포 정치'를 강행할 확률이 높다. 2012년 새누리당이 가졌던 권력 상실에 대한 공포의 핵심에는 이명박 정부의 낮은 지지율이 있었다. 공포의 진원지가 내부에 있었기 때문에 보수정치세력은 '복지 정치'를 선택했다. 전략이 성공해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승리하면서 이와 동시에 공포도 사라지고 공포의 진원지도 사라졌다. 2013년 '복지 정치'에서 '공포 정치'로 탈바꿈한 박근혜 대통령의 변신은 '공포의 진원지'가 바뀐 보수정치세력의 자연스러운 행로였던 셈이다.

북한이라는 수단을 주요 자원으로 한 박 대통령의 '공포 정치'는 집권 4년차에 접어들면서 '개성공단 폐쇄'와 '테러방지법'으로 정점을 찍고 있다.

권력자의 '공포 정치' 배후에는 권력자 본인의 '공포'가 있다는 것이 프랭크 푸레디의 분석이었다. 콘크리트 지지율 40%, 분열된 야권, 여당 내 '진박 경쟁'이 불거질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박 대통령에게 '권력 상실'의 공포가 있을까.

박 대통령이 강행한 '개성공단 폐쇄' '테러방지법'은 총선 승리용 '북풍'이라는 진단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것이 당장의 총선보다 총선 이후 남은 2년의 임기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총선 이후 대통령의 당내 입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시간이 정하는 게 아니겠나.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태양은 지는 해다. 총선이 지나면 친박이 얼마나 남겠나. 친박이 아마 공천 단계에서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지라도, 당선되더라도 친박이었다가 딴 데로 갈 상황이다. '나 친박 아니다'라고 할 사람도 나올 것이다. 지금도 친박이 수적으로 적다. 마지막까지 박 대통령을 결사옹위하는 사람이 20명이나 될까."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포는 당장의 총선이 아니라 총선 이후 벌어질 레임덕이라는 것이다. 가파른 권력 상실이 우려되는 박 대통령에게 집권 후반기를 틀어쥘 국정 장악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테러방지법'은 테러 방지를 목적으로 국가정보원이 국가권력을 장악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다. 국가정보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고, 테러방지법을 통해 대통령의 권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대 국회와 2017년 대선을 운용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 바로 국정원이다. 국정원을 손에 잡지 못하면 집권 하반기에 국정운용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정원의 권력 강화는 향후 남은 2년을 박 대통령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20대 국회가 구성되면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을 자기 마음대로 못할 것이다. 새누리당을 자기 마음대로 운영하고 야당도 제압하려면 국정원을 잡아야 한다." 서 연구위원은 이것이 남은 임기 2년 동안 박 대통령 집권 구상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차기 정부가 구성될 때 자신에게 적대적인 정부가 구성되면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려면 남은 2년 동안 자신의 페이스대로 국회를 움직여야 하는데, 20대 국회에서는 친박이 다수파를 구성하기 어렵다. 잠재울 수 있는 핵심 수단은 국정원일 것이다."

집권 3년 동안 계속됐던 박 대통령의 '공포 정치'는 남은 임기 2년 동안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2월 24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안보상황에 불안감을 느끼고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과 잇따른 개성공단 중단 발표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상황이 '매우 불안'(15.9%)하다거나 '대체로 불안'(43.2%)하다고 느끼는 응답자가 '안정적'(13.5%)이라고 느끼는 쪽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사드의 국내 배치는 응답자의 절반(50.4%)이 찬성했고,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에 대한 긍정 평가는 55.5%로 부정 평가(36.9%)보다 높았다. 정한울 고려대 평화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개성공단 중단이나 사드 배치 등의 여론을 보면 북한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데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다. 박 대통령 취임 3주년 평가에서 여전히 박 대통령에 대해 소신이 있고 위기 대처능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이는 안보분야에 대한 평가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최저 수준으로 봐도 30%이다. 임기 3년차인 지금 여론조사도 나쁘지 않다. 집권 후반기에도 가감없는 기조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치의 본령이 국민들의 공포를 끊임없이 유발하는 일일까, 국민들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일일까. '복지 정치'로 대권에 도전했던 박 대통령은 '공포 정치'로 5년의 임기를 채워나가고 있다.

<감정은 어떻게 사회를 움직이는가>는 보수정치세력의 복지 정치에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보수정권의 복지 정치는 집권 보수세력의 권력 상실 또는 권력 축소의 공포에서 연원한다…. 이러한 복지 정치는 자신의 공포가 사라지거나 약화되는 순간 단순한 레토릭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말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러한 보수정치세력의 한계와 실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경향신문

입력 : 2016.02.27 14:53:00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Posted by 망중한담

이번엔 더민주 은수미 의원…10시간 넘어 국내 최장시간 '필리버스터' 기록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 표결을 저지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가 24일 낮 12시50분 현재 17시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4번째 토론자로 나서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박 의원은 24일 낮 12시50분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에게 바통을 넘겨받았다.
앞서 은 의원은 이날 오전 2시30분부터 필리버스터를 시작해 오전 내내 홀로 발언대를 지켰다. 은 의원은 이날 낮 12시50분을 기해 '국내 최장시간' 필리버스터 기록(종전 1969년 8월29일 신민당 박한상 의원·10시간15분)까지 넘어섰다.

 

첫번째 주자인 더민주 김광진 의원은 23일 오후 7시5분 첫 토론자로 나서서 24일 오전 0시26분까지 5시간35분간 의사진행 발언을 하면서 40여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5시간19분 기록을 넘기도 했다. 김 의원에 이어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2번째 주자로 나섰고, 이날 오전 2시30분쯤 은수미 의원에게 마이크를 인계했다.

은수미 의원"테러행위를 방지하는 것은 항상 인권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부여당은 직권상정이라는 그런 조치 통해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박원석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가운데 더민주의 유승희, 최민희, 강기정, 김경협 의원 등이 향후 발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6시25분쯤에는 은 의원이 복지 사각지대 등에 대해 발언하자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이 항의했고,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테러방지법에 관한 내용만 발언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더민주 은수미 의원의 발언 발췌

 

"저는 애국이 뭔가, 이런 얘기를 참 많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국가유공자 가족입니다. 전쟁얘기를 별로 한 적은 없으나 애국이 뭐고 가짜 애국이 뭐고 진짜 애국이 뭔가, 그리고 나는 애국자인가. 이런 얘기들이 스스럼없이 가끔식 오가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그런데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저한테 '수미야 너는 애국자다' 이런 얘기를 하셨던 이유는 이런 거였던거 같아요. 군인이 전선에서 나라를 지킬 때 후방이 불안해지면 지킬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후방안전이라는게 도대체 뭐냐, 라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한게 불평등이었고. '누군가 아침마다 일어나서 도대체 내가 먹고 살 걱정을 안하고. 청년이면 청년답게 꿈을 품을 수 있는 그러한 사회면 후방이 안정돼있으니 내 자식 내 부인 내 누이 내 친구 다 잘 지낼거라고 믿고 헌신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불평등을 없애고 민주화를 하려는 사람도 애국자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전선을 지키는 사람도 애국자고 그런것 같다'라는 말씀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런 말씀 연장선에서 아까도 교황님도 말씀하셨고 유엔도 그렇게 얘기하고 인권위도 얘기하듯이 테러리스트를 방지, 테러를 방지한다는 것은 테러행위를 처벌하고 그것에 대응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그런 테러행위가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원인, 예를 들어서 빈곤, 불평등, 가난, 불만, 복지부재, 이런 조치가 같이 이루어질 때에만 한 나라, 혹은 지구촌이 평온하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1944년 필라델피아 선언'노동은 상품이 아니며 한 곳이 빈곤하면 전체가 빈곤해지고 한 명의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이다' 라는 취지의 선언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1948년 그것이 파리, 인권위 조약으로까지 확대가 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한 조약들이 맺어진 그러면서 복지국가가 만들어진 동기는 사실은 최대의 테러행위인 전쟁 때문이었던 겁니다.

동족, 그러니까 1,2차 세계대전이 다른 때에 전쟁과 달랐던 것은 그 전후 전쟁에 대해서 인간은 자기가 죽이는 상대를 야만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죽이는게 편했는데 1,2차 세계대전은 문명인이 문명인에게 가한 최대의 대규모 살육행위입니다. 저는 그때를 겪었던 사람들이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잘 모르겠고 동시에 한국에서 한국전쟁과 베트남 참전을 다 겪은 어르신들이 어떻게 버텨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대규모 전쟁의 근원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는 경제적 불평등, 복지 부재, 혹은 기업의 지나친 탐욕이 굉장히 심각하다라는 것을 인류는 알았던 겁니다.

그래서 1944년 필라델피아 선언도 했고 1948년 프랑스 인권 선언도 했고 그리고 복지국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분쟁이 심화된 것이 저는 개인적으로 복지국가의 후퇴와 관련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가 테러문제 때문에 상당히 앓고 있습니다. 그럼 테러는 왜 발생하는 걸까요. 그냥 폭력적인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까요. 종교적인 갈등 때문일까요. 여기에 대해서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 중인 교황은 2015.11.25 케냐 나이로비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그래서 폭력과 테러와 같은 평화와 번영의 적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에 대해서 우리가 겪고 있는 경험을 보면 폭력과 분쟁 테러는 가난과 좌절에서 비롯된 공포와 불신 절망을 먹고 자란다. 교황께서는 '많은 사회가 인종 종교 경제적 이념적 분열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선한 의지를 가진 자에게는 화해와 평화 용서와 치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소명이 있다고 전제한 뒤 건강한 민주적 질서를 세우고 화합과 통화 타인에 대한 존중과 관용을 하는 과정에서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에게 화해와 평화, 용서와 치유를 위한 노력을 함께하라고 부탁하고 싶진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의견이 좀 다른 사람들이 이 사회에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존재를 존중하고 소통을 하고 논의를 하는 것이 정말 사람다운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위법한 직권상정을 통해서 국민의 모든 헌법적인 가치는 다 침해할 소지가 있는 법을 통과시키는 그건 의견이 다른 사람, 상당수의 국민을 같은 눈높이에서 보지 않는 겁니다.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보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께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냥 인정해라, 인정하십시오. 이게 맞다고 봅니다. 오히려 그렇게 존중,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존중하는 분들에게는 또한 교황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모든 선한 의지를 가진 자에게는 화해와 평화, 용서와 치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소명이 있습니다. 정치인도 예외는 아니라고 합니다."

"여러분도 느끼시겠지만 참 말이 중요하거든요. 지금 필리버스터도 말을 하고 있는건데. 말이 형식인거 같긴 하지만 그 사람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저는 좋은 말, 따뜻한 말이 좋아요. 사랑하다 평화롭다, 통일을 한다, 해소시킨다, 완화한다, 평등하게 바꾼다, 혹은 희망이 있다, 절망은 이제 끝냈다, 약간의 희망이라도 낙관, 기대, 꿈, 열정, 굉장히 좋은 말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치를 둘러싼 곳에서 국회에서도 많이 그렇지만 좋은 말은 거의 없어요. 제가 많이 듣는 말이 피를 토하다. 진돗개의 모가지를 물다. 이런 말을 많이 들어요. 단호하게, 끝장. 혹은 절대. 빨갱이. 심지어는 저는 모 새누리당 의원께서 그럴려면 월북해라 라는 얘기를 하는 것도 들었습니다. 저한테 한 얘기는 아니에요. 모의원이 발언을 하는데. 대정부 질의를 하고 있는데 서서 그런 말씀을 합니다. 저는 정치가 국민의 대리인, 정치인이 국민의 대리인이라면 국민도 힘든데 사실은 요즘 정말 절벽에 서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어떻게 하면 그분들을 응원하고 그 절벽으로부터 한발이라도 뒤로 물러나게 할까를 생각해야 되는데 그 정치인들이 피를 토하고 모가지를 물고 절대 안되고 임금을 삭감하고 테러방지법, 테러 방지법 직권상정하고 이런 말들만 하면 사실은 절벽으로 떨어지라는 얘기입니다.

국민들에게. 저는 왜 그렇게 박대통령과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그렇게 격렬하게. 정말 피를 토한다는 표현만을 쓰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성경이나 불경만을 보아도 좋은 얘기가 굉장히 많습니다. 물론 어렵죠. 용서하고 화해하고 길을 열고. 무척 끈질기고 포기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오히려 싸우는 것보다 더 큰 용기는 정말 끈질기게 평화를 추구하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 때문에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수많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사람은 끊임없이 그리고 훌륭한 리더와 지도자들은 시민들의 행복과 안위와 평화를 추구했고 그런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남죠.

그런데 한국의 대통령 께서는 그렇게 격렬한 말을 사용하면서 국회를 재촉하고 불법적으로 직권상정을 할까 라는 생각을 참 요즘 많이 합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이왕이면 좋은 말을 좀 더 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거는 저에게도 하는 얘깁니다.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여기 서 있는 이유는 약자들 때문입니다. 비정규직, 장애인,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들. 어르신들, 아이들. 이런 사람들이 사실은 강압적인 행위에 가장 약합니다. 그런 분들 중에 어느 누구라도 자신의 자유와 인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그게 제가 서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저도 얼굴을 붉힐 때는 있습니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대통령과 같은 격한 말, 과격한 반응을 하지는 않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경향신문

입력 : 2016.02.24 08:22:58

수정 : 2016.02.24 13:09:44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Posted by 망중한담

정의화 의장, 오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국가비상사태 간주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과 서버해킹, 개표부정 의혹 등은 미증유의 '국가기관에 의한 부정선거'에 속한다.

 

부정선거라면, 선거결과가 용인될 수 없다.

그러나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불법과 부정을 밝히고 단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법과 제도를 권력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의(不義)한 권력일수록 더 법과 제도를 장악하기 위해 불법을 저지른다.

그들은 주권자인 국민의 귀와 눈을 가리고 말과 행동을 감시하며 조작되고 왜곡된 정보로 억압하고 기만하고 세뇌한다.

그러므로 게으르거나 어리석은 주권자는 서서히 주권을 잃고 불의에 지배 당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한 안보위기 등과 관련해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한 뒤 정의화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정의화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개의가 예정된 본회의에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심사기일 지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회법 85조에서 정한 심사기일 지정 요건 가운데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 정 의장 측 판단이다.

국회 관계자는 이날 "정 의장은 최근 북한 등으로부터의 구체적인 테러 위협 정보가 있음에도 테러방지법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는 것에 대해 '비상사태'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오늘 오후 본회의에서 직권상정할 것으로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전날 이병호 국가정보원장과 국회에서 면담을 갖고 구체적인 테러 정황 등을 보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은 이날 출근길에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일단 그렇게 (직권상정 요건이 갖춰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입력 : 2016.02.23 11:35:52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Posted by 망중한담

민주화가 평화, 평화가 경제다

한반도에서 곧 전쟁이라도 터질 듯이 오싹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일차적 원인은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제4차 핵실험을 하는가 하면 '광명성 4호'라는 인공위성(미국과 한국은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주장)을 쏘아올린 데 있다.

그런데 거기 대응하는 박근혜 정권과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움직임은 1950년대의 '냉전 시대'가 되살아난 듯한 살기를 풍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사회에서는 주요한 선거철만 되면 '북풍'이라는 용어가 활개를 치곤했다.

주로 집권세력이 북한의 도발이나 전쟁 위협 따위를 빌미로 대중의 공포심을 일으킴으로써 야당은 '안보'에 태만하거나 무능하고 권력을 잡고 있는 세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싸울 수 있음을 과시하는 수단이 바로 '북풍'이었다. 북풍은 '효과'를 거두는 경우도 있었지만, 역풍을 일으킨 적도 적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익히 알고 있을 박근혜 정권은 왜 지금 초대형 쓰나미 처럼 공포 분위기를 자아내는 '북풍'을 일으키기에 '다 걸기(올인)'를 하다시피 하고 있을까?

여러 언론이나 SNS에는 박근혜 정권이 오는 4월 13일의 20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어 개헌을 통한 영구집권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북풍'을 일으키는 선풍기를 마구 돌리고 있다는 요지의 글들이 많이 오르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해 가장 날카롭게 핵심을 파고든 이재봉(원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글('박 대통령 대북강경책과 영구집권의 꿈', <한겨레> 2월 19일자)을 먼저 보는 것이 좋겠다.

"(···)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독선과 불통 그리고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어도 무모하고 모순투성이인 초강경 대북강경책을 그냥 밀어붙이겠느냐는 것이다.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4월 총선에서 압승해 영구집권의 길을 닦기 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북한 붕괴와 흡수통일을 통한 '통일 대박'의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하다.

 

▲ 한미연합사 독수리연습 자료사진. 이치열 기자 truth710@

 
 

총선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핵실험과 위성 발사를 구실로 '테러방지법'을 밀어붙이는 것도 수상하다. (···) 3월엔 사상 최대 규모로 미국과 합동군사훈련을 벌이겠다고 한다. 김정은의 목을 베는 작전까지 포함한다고 공개한 터다. 북한을 자극해 도발을 유도하는 걸까. 북한의 도발을 구실로 공안정국을 조성해 반대 세력을 무력화하고 저항 세력을 탄압하는 것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형적 수법이다. 이 과정에서 보수 세력은 '애국'을 앞세우며 북한에 대한 원한이나 김정은에 대한 적개심으로 똘똘 뭉치게 되고, 진보세력은 '종북 몰이'에 몸을 사리며 더 분열되기 마련이다."

박근혜가 이런 목적으로 '북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해도, 그 '소재'나 '작전'을 보면 너무나 많은 허점이 드러나고, 민족공동체의 화합과 재결합을 항구적으로 파탄에 빠뜨릴 가능성이 뚜렷이 보인다.

무엇보다도 먼저, 박근혜가 지난 16일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읽은 '국정에 관한 국회연설'에서 그런 문제들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북풍 의혹 같은 각종 음모론'은 '바로 북한이 바라는 일'이라며,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핵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60년이 넘도록 미국이 주도해온 정치·외교·경제·군사·문화적 봉쇄정치에 막혀 지내온 북한이 국제적으로 강한 비판을 받으면서도 '자구책'으로 핵개발을 강행해온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1993년 핵무기확산방지조약(NPT)에서 탈퇴한 북한은 국방위원장 김정일이 지배하던 때인 2006년 10월 9일 처음으로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아버지의 귄력을 세습한 김정은은 '봉쇄'를 풀지 않은 채 북한을 가장 적대하는 미국과 그 동맹국인 대한민국을 향해 '핵개발'을 가장 강력한 대항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박근혜가 국민은 물론 온 세계를 향해 공언했듯이, 한국은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해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해 나갈 수' 있을까? 전쟁 말고는 그렇게 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북한의 40배나 되는 경제력, 10배나 강한 국방력을 가졌다고 해서 전면전을 일으킬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떤 측에서 선제공격을 하든 간에, 남과 북 사이의 국지적 전투는 걷잡을 수 없는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군이 전쟁에 개입한다면 북한이 수도권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장사정포를 마구 쏘아대고, 최악의 경우 10개를 보유했다고 알려져 있는 핵탄두들을 발사한다면 남한 지역 전체가 '석기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한반도3면의 바다를 누비고 있는 미국의 이지스함에서 북한 땅에 핵무기를 쏘아대면 북한은 영원히 회복될 수 없는 '동토(凍土)'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1945년 8월 미군이 일본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터뜨린 원자폭탄이 빚어낸 참극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이 일어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갈수록 거세지는 '북풍'을 타고 새누리당 원내대표 원유철은 지난 15일 국회 연설에서 "북한의 공포와 파멸의 핵과 미사일에 맞서 이제 우리도 자위권 차원의 평화와 핵과 미사일로 대응하는 것을 포함해 생존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무지하고 무모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 '군사적 종주국'인 미국은 물론이고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미국과 맞서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절대로 동의할 리 없는 일일 뿐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깨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면 일본과 동남아 여러 나라들에 번질 '도미노 현상'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그런데도 집권당 원내대표의 노골적인 '핵무장' 주장에 대해 박근혜는 단 한마디 비판도 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 17일 한반도 상공에서 '준전시'나 다름없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세계 최강의 전투기라는 F-22 4대를 일본 오키나와에서 발진시켜 오산 상공에서 저공비행을 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 1월에는 전술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를 보낸 바 있다. 2월 13~15일에는 핵추진 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호가 동해안에서 한국 해군과 연습을 한 뒤 부산항에서 언론에 공개됐다. 오는 3월 7일부터 4월 30일까지 벌어질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최첨단 전력'이 참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 무렵은 총선 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뒤 투표가 실시되는 시기이기도 한다. 북한 정권이 공포에 질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남한의 국민들도 실전이나 다름없는 '전쟁 연습'을 텔레비전 중계로 보며 소름이 오싹 끼치게 되리라.

박근혜 정권은 광풍으로 변해 가는 '북풍 몰이' 과정에서 아주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의 한국 배치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이 문제에 관해 아리송한 태도로 일관하더니 최근에는 노골적으로 미국과 본격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라 안팎의 전문가들은 사드가 단순히 북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데도 박근혜를 비롯한 고위관리들과 새누리당 간부들은 북한이 쏠 수도 있는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최대의 수출국인 중국이 항의하는 데 대해 설득력 있는 해명도 하지 못하는 채.

오늘날 한국사회를 먹구름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주범은 박근혜 정권과 오바마 행정부가 합작하고 있는 광풍에 가까운 '북풍'이다.

이것을 빨리 소멸시키지 않는다면 정치도 경제도 바른 길로 들어설 수 없다. 해결책은 하나뿐이라고 믿는다. 주권자들이 4월 총선을 통해 극우보수세력을 응징하는 한편 야권 연대로 민주주의를 되살릴 수 있는 정치세력에 승리를 안겨주어야 한다.
특히 박근혜 정권이 3년 동안 자초한 심각한 경제위기를 '안보위기'를 구실로 은폐하려는 기도를 냉철하게 심판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민주화는 평화와 동의어이다. 민주적 체제가 굳건하게 서지 않는 한 평화는 있을 수 없다. 평화는 경제민주화의 필수적 요소이다. 생산적 경제는 한국사회의 평화, 나아가서 남과 북 사이의 평화 없이는 확립될 수 없다.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 진영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정권교체를 한다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미국이 북한과의 '정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바꾸고 장기간의 '봉쇄'를 해제하도록 정치·외교적 노력을 하는 것이다.

 

미디어오늘 [김종철 칼럼]

2016년 02월 20일 토요일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media@mediatoday.co.kr

 

 

Posted by 망중한담

아랍인 테러리스트 이미지를 만들려는 공포의 정치

아랍인이 작성한 것일까, 아니면 아랍인이 작성했어야만 하는 것일까?

 

최근 인천공항이 연이어 시끄러웠습니다. 그런데 그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일은 지난 30일 인천공항 1층 한 화장실에서 갑자기 발견되었다고 하는 이른바 '폭발물'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화장실 안에 있던 종이상자 겉 부분에는 "부탄가스 1개, 라이터용 가스통 1개, 500ml짜리 생수병 1개"가 테이프로 감겨 조잡한 상태로 부착돼 있었고, 종이 상자 안에는 "기타줄 3개, 전선 4조각, 건전지 4개, 브로컬리, 양배추, 바나나껍질"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1월 30일 : 소위 "폭발물", "무시무시한 아랍어 협박 편지"

과연 위와 같은 물체를 과연 기폭이 가능한 폭발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심히 의문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흉흉한 추가보도가 이어졌는데, 그것은 폭발물과 함께 '아랍어로 쓰여진 협박성 편지'가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로 언론사의 타임라인들에는 '테러범', '이슬람국가(IS)'를 언급하는 뉴스가 엄청나게 폭주하였습니다. '세상에! 아랍어 협박 편지라니! IS와 같은 단체가 한국에서도 암약하며 드디어 한국도 테러에서 자유롭지 못한 곳이 되었나?'

이후 위 쪽지는 국민들에게 비상한 관심을 일으키며, 주목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인천공항을 방문하여 테러방지법 통과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이틀 후엔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마저 '아랍어 협박 메모'가 걱정된다며, 갑자기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다고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일까지 발생하였습니다.

1월 30일(2) : "인터넷 번역기를 돌린 것 같다"는 발표

하지만 위 폭발물은 그 내용의 조잡성은 물론이거니와, 문법도 안맞고 뜻도 파악하기 어려워 과연 아랍어를 정상적으로 구사하는 아랍인이 작성한 것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사실 이미 당일 인천국제공항경찰대에서는 인터넷 번역기를 돌린 것이 아닌가 하며 모방범죄일 수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언론을 통해 밝혔습니다.

번역기를 돌려서 협박 편지글을 작성하고, 심지어 이를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해서 프린트하여 폭발물에 첨부할 '아랍인 테러리스트'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겠지요. 그래서 일까요? 위와 같은 발표 이후 이 사건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여론이 넘쳤고 어느덧 관심은 시들해졌습니다.

2월1일 : "아랍어 유창 가능성을 조사"한다는 경찰

그런데 2월 1일, TV에서 "폭발 의심물 용의자 아랍어 유창 가능성 조사"라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한 유명 방송사의 보도로, 제목은 '경찰, "폭발 의심물 용의자 아랍어 유창 가능성 조사"'였습니다.

무슨 보도인가 싶어 직접 검색하여 읽어보았습니다.

원문을 찬찬히 읽어보자 이게 과연 앞뒤가 맞는 기사인가 싶었습니다. "아랍어에 유창한 사람이 작성했을 가능성"이란 판단의 이유가 "아랍어 문법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글이 인쇄"되었기 때문이라는게 논리적으로 말이 될까요?

더욱이 그 아래 문장에는 심지어 "인터넷 번역기 프로그램에서도 거의 유사하게 아랍어로 번역되 경찰은 용의자가 번역기를 사용했을 가능성 역시 염두에 두고 있"다고도 써있는데, 앞 문장과 뒷 문장이 말이 맞나요? 이런 상황에서 "아랍어 유창 가능성"이라는 제목을 뽑다니요?

아랍인이 작성한 것일까, 아니면 아랍인이 작성했어야만 하는것일까?

경찰은 위 메모를 "이것이 당신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다", "알라가 벌을 내릴 것이다"라고 해석하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위 해석도 해석이거니와 쪽지에 쓰인 아랍어를 살펴보면 아랍어를 약간만 공부하였더라도 알 수 있는 의문점이 여럿 발견됨을 알수 있습니다.

첫째, 첫째줄의 문장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두번째 문장은 직역하면 "알라가 알라를 벌할 것이다"라는 이상한 뜻입니다. 경찰은 애매하니 목적어 알라를 빼고 뭔가 경고성 메세지로 해석한 것 같은데, 그 어떤 아랍인도 '알라가 알라를 벌한다'라는 불경건한 표현을 사용할 여지가 없습니다.

 

둘째, '알라'라는 이슬람의 신을 언급하는 단어에 매우 특징적으로 사용되는 '대거 알리프'(6)과 이중발음을 표시하는 샷다(5)가 없습니다. 알라라는 단어를 사용할때 결코 아랍인들은 저런 실수를 할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셋째, 두 번째 문장의 마침표가 문장의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 사용되었습니다. 아랍어는 한국어, 영어 등 대다수의 언어와 달리 오른쪽에 왼쪽으로 적기에 마침표는 문장 왼쪽에 사용됩니다. 번역기로 문장을 작성한 후 아랍어의 특성을 모르는 사람이 워드프로세서에서 맨 오른쪽에 습관적으로 마침표를 찍은게 아닐까요?

 

넷째, 두번째 줄에 기재된 단어구는 그 자체로 해석이 잘 안될 뿐 아니라 يخاص라고 기재된 동사는 존재하지 않는 동사고 어근을 활용하면 يخص라고만 사용할 뿐입니다. 뒷 부분이 훼손된 것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서라도 해석이 안되는 부분입니다.

 

과연 위 문서를 누가 작성한 것일까요? 아랍어 작성법을 전혀 배워보지 못한 '무시무시한 테러리스트' 그러나 동료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고독했던 사람이 혼자서 타이핑을 해서 또는 번역기를 돌려서 작성한 것일까요? 아니면 아랍어를 전혀 모르는 한국인이나 다른 국가 사람이 번역기를 돌려서 작성한 것일까요? 자세한 사실관계는 아직 다 알 수 없습니다.

물론 비록 그 내용과 실체가 모호하다 하더라도 시민들의 평화, 생명, 자유를 침해하는 테러는 결코 발생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난 연말 국정원장의 난데 없는 '시리아 난민 200명 발언'이 반 외국인정서를 불러일으키고 테러방지법 제정 군불때기로 이미 활용된 일이 있습니다.

또한 법정에서 죄상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외국인들을 지칭하며 'IS 추종 테러리스트를 체포했다'고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언급하고 테러방지법 제정이 미뤄지는 것을 개탄한 일, 최근의 일련의 사고 이후 대통령이 또 다시 '아랍어 협박 편지가 걱정된다'며 테러방지법 제정을 다시한번 촉구한 일, 이런 뉴스거리들을 종편과 언론사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포함하여 자극적으로 반복해서 쏟아낸 것은 과연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수순일까요?

공포의 정치와 인권

국제적인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는 얼마 전 2015년의 90여개 국가의 인권 상황을 평가해 방대한 'World Report 2016'를 발표하였습니다. 위 보고서 서문 "쌍둥이 공포: 어떻게 공포의 정치와 시민사회 탄압이 세계 인권을 위태롭게 하는가(How the Politics of Fear and the Crushing of Civil Society Imperil Global Rights)"에서 Kenneth Roth 편집장은 테러리즘과 난민 문제에 대한 휘발성 강한 시각들이 막연한 공포심을 유발하고 서구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훼손시키고 있는 것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각국 정부 및 다양한 기구들이 수행하고 있는 이 같은 공포의 정치는 SNS를 통해 확대되고, 이민자들에 대한 극단적인 언행과 혐오범죄가 유럽 내에서 만연하게 되었으며, 정부들은 이 공포를 시민사회를 억압하는 빌미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비록 위 보고서에서 비판하는 국가에 대한민국이 포함되어 있진 않지만 시사점이 크다고 봅니다.

어쩌면, 아직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로 '누가 저 쪽지를 작성하였는가' 보다 더 의미있는 질문은 '누가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랍인 테러리스트 이미지를 만들어내려고 하는가'인지도, 그리고 '아랍인이 저 쪽지를 작성하였을까'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누군가는 아랍인이 작성했어야만 했다고 믿게끔 하려는 것인가'가 아닐까요?

과연 우리들이 느끼고 있는 삶의 고통이 '테러' 때문일까요?

'테러방지법'이 없어서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거나 우리들 삶의 안전이 지금 침해받고 있는 것일까요? 과연 우리들이 느끼고 있는 삶의 불안이 완벽한 타자인 '난민, 이주민'들 때문일까요?

공포의 정치가 인권과 민주주의를 어느덧 훼손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시민 스스로도 자신을 옥죄어 활동영역을 축소하기 시작할 때, 우리들은 막연한 두려움을 긍정하고 움츠리기 전에, 상식적으로 질문하고, 의문을 품는 근원적인 능력을 다시 한번 잊지 않아야할 것입니다.

 

미디어오늘 [기고]

2016년 02월 03일 수요일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medi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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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연합뉴스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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