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기러기아빠 개그맨 배동성의 '실패한 인생'
이미지출처 : 한겨레신문
"아내는 제 아이를 낳아준 엄마잖아요. 애 엄마를 나쁘게 만들어서 제가 좋을 게 뭐 있어요"
90년대 인기를 누렸던 '잘생긴 개그맨' 배동성 씨의 고백입니다.
배동성 씨는 2001년부터 13년 동안 아이들과 부인을 미국에 보내고 뒷바라지 한 '기러기 아빠'였습니다.
수입이 좋을 때는 매월 3,500만원 씩 보내주다가 인기가 줄고 수입도 줄어들면서 송금액도 줄어들 수 밖에 없었고 나중에는 "제발 들어와 달라"고 할 만큼 형편이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3,500만원이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돈이 많았나 보네."라는 반응입니다. 많은 금액인 것은 맞습니다. 미국 기러기 평균 송금액 보다 훨씬 많은 액수입니다.
하지만 기러기아빠 배동성 씨에게 닥쳤을 정말 큰 어려움과 절박함은 송금액수에 가려져 있습니다.
아이들 또는 부인을 외국에 유학시키는 것은 '가정'의 행복과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미래를 위한 현재의 포기'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이 부분에 수 많은 기러기 아빠들의 어려움과 절망이 숨어 있습니다.
가족의 미래를 위해 가족을 잃어버리는 이율배반의 모순 가운데서 경제적인 부담까지 짊어져야만 하는 것이 기러기아빠에게 펼쳐진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모아 둔 재산이 충분해서 유학기간 동안 넉넉한 수입이 유지되지 않더라도 뒷바라지를 할 수 있는 입장이라면 절반의 고통은 벗어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수시로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형편이라면 정서적 괴리감이나 외로움을 크게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러기아빠 중에서 그 정도의 재산과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한 지붕 밑에서 한 솥 밥을 먹을 때 가족이라고 합니다.
'멀리 있는 사촌이 이웃 만도 못하다'는 속담과 같이 기러기아빠의 가장 큰 절박감은 가족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기회를 잃는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우자는 물론 아이들과도 점점 정서적으로 멀어지고 공감대가 약해진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그 절박감이 직접적으로 기러기아빠의 생활 전반을 흔들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에게서 아빠는 상징적인 존재로 변해갑니다. 아이들과 함께 공감과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시간 만큼, 어쩌면 그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의 간극으로 남는 것입니다.
가족은 이름만 존재하고 홀로 남겨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 쯤이면 모든 것이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도 함께 절감하게 됩니다.
오랜 시간 동안 대화와 소통의 방식이 달라지고 단절된 상태에서는 크고 작은 일들이 대부분 오해와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해외 생활에 익숙해진 가족들은 국내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합니다.
마찬가지로 혼자만의 생활에 적응된 기러기아빠는 온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이 소란스럽고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너무도 달라져 버린 사고방식과 생활방식 그리고 습관.. 긴 여정을 끝낸 기러기 가족의 마찰은 거기에도 불씨가 있습니다.
가족을 위한 힘겨운 여정이 사실은 가족을 잃는 지름길이었다는 것을 아는데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번 생은 실패한 삶이다. 다음에 다시 태어난다면 이렇게 살지 말자."
배동성 씨의 이 말은 단순한 독백이 아니라 처절한 후회와 반성이 농축된 자기를 향한 외침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들려 주고 싶은 얘기일 것입니다.
장기유학, 장기간 떨어져 있어야 하는 별거 모두가 가족을 잃는 지름길입니다.
'인생의 실패'라는 자괴감으로 끝난 기러기아빠의 여정,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부부와 가족은 함께 있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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