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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지성 - 시사/정치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은수미 의원에 '막말', 새누리 김용남 의원은 누구?

검사에서 정치인으로 '드라마틱한' 변신

독소조항이 담긴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대하며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간 24일 오전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무제한토론을 계속하자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관계있는 발언을 하라"며 고함을 지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그런다고 공천 주지 않아요."

2016년 2월24일 오전 11시27분. 텅텅 비어있던 국회 본회의장 새누리당 좌석 쪽에서 튀어나온 한 마디. 김용남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의 손가락은 9시간 가까이 테러방지법 반대토론을 이어가던 은수미 의원을 향해 있었다.

김용남 의원은 검사였다. 1998년에 임관해 묵묵히 검사직에 봉직했던 그는 2011년 12월4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실명으로 글을 올렸다. 국회에서 강행처리된 한-미 FTA 비준안을 판사들이 비판하는 행위가 거대한 논쟁거리가 된 시점이었다. 최은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 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는 글을 페이스북 개인계정에 올린 게 시작이었고 12월1일에는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이어받았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 게시판에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 등 한-미 FTA의 부당성을 5가지 항목으로 나눠 비판하며 법원행정처 안에 FTA 연구반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김 부장판사는 "한-미 FTA는 여러 가지 점에서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고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조약"이라며 "국민으로부터 사법권을 위임받아 이런 조약을 포함한 법률의 최종적 해석 권한을 갖고 있는 법원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이제라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가 강행 처리한 통상조약에 판사들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셈이었다.

김용남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 부장검사가 검찰 내부 게시판에 띄운 '법정에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라는 제목의 글은 한미 FTA의 문제점을 지적한 김하늘 부장판사를 겨냥한 비판이었다. 그는 "백 번을 양보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법의 해석에 관한 최종적 권한은 법원에 있다'는 부분"이라며 "(법원 내 연구반 구성 주장은) 아직 법정 문턱에도 오지 않은 가상의 사건을 만들어 판사들이 재판을 해 해결책을 내놓겠다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일부 판사들의 행태를 보면 '오만의 극치'"라며 "이것이 진정으로 대한민국 판사들의 수준이라면 국민한테 위임받은 사법권을 법원이 다시 국민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합당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글을 맺었다.

검사들은 보수적이다.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받은 판사들과 비교해도 그렇다.

그런 사람이 검찰 내부 게시판에 정치적 이슈에 대해 발언하려면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내부 게시판이라고 하지만 '얘기되는' 글들은 기자들이 금방 알고 보도한다) 당시 검찰 조직 안에서도 그의 '돌출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검사들이 많았다. 그를 잘 모른다는 한 검사는 "정치하려는 것 같은데"라며 돗자리를 깔았다.

2014년 7월29일 오전, 경기도 수원 팔달구 7·30 경기 수원병에 출마한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반바지를 입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에서 다섯째가 김용남 후보.수원/ 김경호기자 jijae@hani.co.kr

 

실제로 그는 글을 올리고 23일 만인 2011년 12월27일, 퇴임식을 하고 검찰청을 떠났다.

13년 가까이 몸담았던 조직을 떠나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일은 별안간 기획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사직 6일 만인 2012년 1월2일, 19대 총선 수원 장안(수원 갑으로 명칭 변경) 출마를 선언했다. 한나라당 예비후보였다. 언론은 "'FTA TF팀 반대' 김용남 부장검사 총선 출마"라는 제목을 달고 그의 출마 소식을 알렸다. 사직 직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 하나로, 전국 1800명 검사 중의 하나였던 그가 '전국적 인물'이 돼 정계에 입문하게 된 것이다. 그해 4월, 이름을 바꾼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으나 낙선. 그러나 2년 뒤인 2014년 7·30 보궐선거에서, 수원 병으로 지역구를 바꾸고도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됐다. 본선에서 손학규 전 의원을 꺾고 드디어 국회에 입성했다.

그가 은수미 의원에게 던진 그 말. "그런다고 공천 주지 않아요." 그는 어떻게 하면 공천을 받는지 잘 아는 것 같다. 정계 입문 2년6개월 만에 지역구를 바꿔가며 2번이나 공천받은 그는, 어떻게 하면 공천을 받을 수 있는지 잘 아는 것 같다.

 

한겨레신문 [정치바]

등록 :2016-02-25 11:44

수정 :2016-02-25 14:04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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