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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지성 - 시사/정치

정치가 바뀌어야 ‘보통사람들’의 삶이 바뀔 수 있다

더민주 복당 '썰전' 이철희

"출마? 당 결정 따르겠다···

핫하게 하고, 지면 쿨하게 사라지겠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52)이 20일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했다. 그는 자신을 "집 나갔다가 돌아온 사람"이라고 했다. 이 소장은 "당을 떠난 뒤 방송일을 하면서 '고수익'이 있었음에도 이를 포기하고 오기가 쉽지 않았지만 정치가 바뀌어야 보통사람들의 삶이 바뀔 수 있다고 믿었던 저의 꿈을 위해 (복당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입당 기자회견에 나온 이 소장은 "큰 카메라(스튜디오용 카메라) 앞에서 얘기하다가 작은 카메라 앞에서 얘기하려니 생소하다"면서 운을 뗐다.

이 소장은 "사실 저는 더민주에 돌아오는 사람으로서 이러저러한 고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정치의 심장은 전략'이라는 말을 아주 좋아한다. 어줍잖게 전략적인 사고를 하려고 노력을 합니다만 감히 더민주는 전략적인 판단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다. 그런 데에서 제가 기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핫(hot)하게 하고 지면 쿨(cool)하게 사라지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이 소장은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선 일단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지만 그러나 그것만이 유일한 목표는 아니다. 제가 나름의 활동을 하고 노력을 해서 그 결실로 주어지는 거라면 감사히 받겠지만 지금 뭐가 된다 만다 얘기할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그런 것(출마여부)이 초점이 안됐으면 좋겠다. 건방진 말이지만 지금은 당을 혁신하고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탈당해서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으로 간 김한길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인 이 소장은 김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선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부부 간에도 정치적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김 대표의 보좌관을 해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 지극히 온당하지만 저도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 분도 제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적 관계가 있는 분이 탈당한 것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의 첫 기획자로도 알려져 있는 이 소장은 "문·안·박 연대는 실패했지만 어느 한 쪽의 인물이 아닌 한 정당을 선택하고 싶었다"면서 "좋은 정당이 있어야 좋은 정치가 있을 수 있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더민주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일단 당내에서 곧 구성될 '뉴파티위원회'를 맡아 할 예정이다.

 

다음은 이철희 소장 '입당의 변' 전문

다시 민주당에 돌아오며

2016년 1월 20일

고민이 적지 않았습니다. 방송인으로 어렵게 일궈낸 성과를 뒤로 하는 것도 솔직히 아까웠고, 제가 정치를 한다고 해서 정치가 바뀔지, 제가 비판했던 만큼 정치를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흔쾌히 그렇다는 답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은 여한 없이 싸워봐야 비록 실패하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을 거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정치가 중요하다고 한 그간의 제 말에 대해 이제 책임져야 하지 않느냐는 와이프의 조언도 와 닿았습니다.

아주 건방진 얘기지만, 국회의원이 목표는 아닙니다. 정치권에 몸담을 때나 밖에서 지켜볼 때나 국회의원이 그렇게 멋있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국회의원이 정치를 독점하는 것이 늘 불만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좋은 국회의원의 역할을 폄훼하지도 않습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놈이 그런 오만을 떨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대로 한다면 국회의원의 역할은 참 많고, 소중합니다.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길을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친 시민이 고생한다고 아메리카노 한 잔 사 주며 더 잘하라고 격려 하는 그런 국회의원이 되고 싶습니다.

밖에서 본 더민주는 참 부족하고 부실하고 부유하는 정당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유력한 개인보다 정당이 중요하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진보를 표방한 정치세력이 유능해야 한 사회의 질이 좋아진다는 건 제 소신입니다.

복지국가를 이룩한 모든 나라들에는 예외 없이 튼실한 개혁정당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좋은 정당이 있어야 진보가 정치적으로 유능해 지고, 그럼으로써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더불어민주당에 다시 돌아오는 이유입니다. 지금은 비록 많이 못났지만 이미 일상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 정당을 바로 세우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누구의, 어느 계파의 정당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약자의 편을 드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바뀌기를, 그 속에 제 역할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평소, 정치는 타협이고, 긍정이고, 민생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나만이 옳다는 자세가 아니라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자세로 타협의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상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1원 1표의 시장원리에 신음하는 보통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는 1인 1표의 정치시스템으로 풀어줘야 합니다. 지향하는 가치와 이념은 좌표일 뿐 무능을 변명하는 알리바이가 될 수 없습니다.

정치편론이 아니라 정치평론을 하자고 다짐했던 그 마음, 어떤 경우에도 대중의 눈높이로 보려고 했던 그 마음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 놈도 정치판에 들어가더니 다른 게 없다'는 소리만은 듣지 않도록 자계하고, 또 자계하겠습니다. 못난 놈이 될지언정 나쁜 놈은 되지 않겠습니다. 핫(hot)하게 붙어보고, 지면 쿨(cool)하게 사라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추워도 너무 추운 날 입당하는 불운을 아쉬워하며, 이철희

경향신문

입력 : 2016.01.20 11:31:12

수정 : 2016.01.20 14:07:50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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