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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지성 - 시사/정치

질문 없는 기자회견을 할 필요가 있는가

대통령 기자회견 '쪽대본', 또 유출됐나

두 차례 신년 기자회견 모두 '짜여진 합'…

"추가 질문 안 받는 게 더 큰 문제"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대국민담화 발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연다. 기자들 앞에 서는 일이 좀처럼 없는 대통령이라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기자들 사이에 어떤 질의응답을 주고받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짜여진 문답 없이 (기자들이) 질문하면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답변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 두 차례 신년 기자회견 질의응답 과정을 보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구체적인 정국운용의 구상을 알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난 2014년 1월, 집권 후 1년여 만에 첫 기자회견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과 기자들 사이에는 권력과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 간의 긴장관계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청와대 출입기자단 사이의 조율을 통해 질문자는 정해졌고 질문지는 청와대에 전달됐다.

최소한 질문지를 사전에 공유했다면 대통령의 답변에 대한 추가 질의응답이라도 있었어야 했는데 그마저도 없었다. 당시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질문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추가질문은 없는 걸로 알고 있었다"며 "추가질문은 애초에 가능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은 마치 대본 읽듯, 흘러갔다.

당시에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와 교학사 교과서 문제, 철도파업 등 현안이 산적했다. 하지만 12번 밖에 없는 소중한 질문 기회에서, 일부 질문의 수준은 크게 떨어졌다. 첫 질문자로 나선 연합뉴스 기자는 이미 박 대통령이 모두 발언에 말한 집권 2년차를 맞는 '소회'를 되물었고, 채널A 기자는 "퇴근 후 뭐하시냐"는 질문을 던졌다. 박 대통령은 그 질문에 청와대에서 키우는 진돗개 얘기를 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월1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5년 1월, 신년 기자회견도 상황은 비슷했다. 2014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기자단 양 측에 "대본 읽느냐"는 비아냥이 쏟아지자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질문지를 사전에 청와대에 전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질의할 기자 순서를 정하거나 질문을 사전에 조율하는 모습은 그대로였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질문지를 사전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기자회견 직전, 질문지는 이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돌고 있었다. 한정된 시간을 아끼기 위해 질문을 사전 조율한다고 하지만, 이는 역으로 질문의 사전 유출 가능성을 높인다.

기자단 끼리 '합'을 짜다 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진다. 2015년의 경우 질문자 선정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는데, 질문자 추첨과정에서 조선·중앙·동아일보 및 해당 종편이 하나도 선정되지 않자 청와대에서 추가 질문을 더 늘릴 테니 조중동 및 종편을 포함시키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이번에도 질문자를 사전에 선발하고 질문을 조율할 예정이다. 출입기자단의 논리는 단순하다. 일단 한정된 시간 안에 모든 매체가 질문을 할 수 없으며, 얼마 없는 질의 기회에서 중복된 질문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전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자단이 굳이 청와대가 결정한 한정된 시간을 수용할 필요도 없고, 질문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이 미흡하다면 추가질문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만 봐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기자 사이에 언성을 높이며 충돌하는 모습이 잦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여태까지의 기자회견도 소통하지 못하는 일방적인 쇼에 가까웠는데, 이번에도 기자회견을 출입기자단 위주로 구성하고, 짜고 치는 식으로 한다면 보나마나 국민이 궁금한 질문에 답하기 어려울 것이 뻔하다"며 "그렇게 된다면 기자회견이 온 국민이 대통령의 일방적 훈시를 듣는 것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동찬 언론연대 사무처장은 "정책에 대한 콘텐츠나 답변 능력이 다소 부족한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약점이고 이를 감안한 기자회견 형식일 것"이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국민이 궁금해 하는 내용과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던지지 못하고 기자단이 청와대 측에 협조하는 방식으로만 진행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오히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약정 질문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두 가지 의의가 있는데, 하나는 대통령이 새해에 자신의 계획을 국민들께 알린다는 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역으로 대통령의 생각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그걸 대변하는 것이 기자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자단이 사전에 질문을 약정해서 청와대에 전달하고, 청와대는 해당 질문에 충실하게 전달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도 하고 자료도 들이대며 취재대상이 감추고 싶어 하는 것까지 토로하게 해서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저널리즘의 기능"이라며 "질문을 하고 듣고 나면 더 궁금한 것이 없을 리가 없는데, 그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통령의 소통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지난 기자회견 과정에서 누차 제기됐다. 일단 대통령의 기자회견 숫자가 지나치게 적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은 총 5차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각각 150회의 기자회견을 열었고, 전임 이명박 대통령도 '불통'논란 속에 20차례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다 보니 지난 1년 간의 현안을 제한된 시간 속에 모두 물어봐야 하는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언경 처장은 "대통령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사안이 한두 개가 아닌데, 국민들의 걱정에 대해 최소한 입장을 말하고 소통하고 변명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라며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질의응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

입력 : 2016-01-12 20:20:07

노출 : 2016.01.12 20:41:27

정상근·차현아 기자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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