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쟁위기 직전으로 갈 것" 우려도
북한은 우리의 적이다. 무력증강의 목표 중 하나가 남한인 점과 대가를 받고 안보 위기를 조장해 주는 '총풍'의 공범이라는 점에서 북한은 분명히 우리의 '적'이다. 북한과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감수하고 북한을 응징하기 위해서 취하는 조치라면 확성기에 대고 떠드는 것 보다 더 분명하고 실질적인 징벌적 '행동'을 보여 주기 바란다. 몇 번 방송하다가 화해 같지도 않은 미봉책을 내세워서 흐지부지 하려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국민들이 식상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 '지뢰도발사건'과 관련, 대북 화해 합의 후 북한은 우리 측 주장을 전면 부정하지 않았던가? <편집자 주> |
▲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려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정부가 8일 정오부터 대북확성기 방송을 전면재개하기로 했다.
정부는 7일 오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통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 겸 NSC 사무처장이 밝혔다.
조 차장은 "북한은 우리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어제 4차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며 "북한의 4차 핵실험은 UN 안보리 결의 등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과 의무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일 뿐만 아니라 비정상적 사태를 규정한 8.25 남북 합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이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는 지난해 '8.25합의' 3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조 차장은 "이에 따라 정부는 1월 8일 정오를 기해 대북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36일 만에 대북확성기 방송 재등장
▲ 정부는 1월 8일 정오를 기해 대북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부속합의서에 따라 2004년 6월 16일 서부전선 무력부대 오두산전망대에서 군인들이 대북선전용 대형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이로써 2004년 6월 남북 합의로 중단됐다가 지난해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사건으로 같은 달 10일 재개된 뒤, '8.25합의'로 중단했던 대북방송이 136일 만에 재등장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는 8일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일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날짜를 맞춘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전격적으로 재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NSC상임위원회에 몇 시간 전에 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대북방송을 재개하라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촉구에 "준비는 다 돼 있다"면서도 "북 핵실험은 국제제재와 함께 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종합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날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한민구 국방장관도 같은 답변을 한 바 있다. 이번 핵실험에 대한 유엔 대북제재 논의가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상황을 더 봐야 한다는 태도였으나, 얼마 안 돼 뒤집힌 것이다.
'8.25합의' 3항의 '비정상적인 사태'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불투명한 상태였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재개 결정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도 '비정상사태'가 핵실험이나 해킹 공격 같은 상황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아니면 군사분계선상의 도발상황 정도만을 말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 한민국 장관, 북한 핵실험 관련 현안보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7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북한 핵실험 관련 현안보고를 마친 후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8.25합의' 다음날인 지난해 8월 2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한민구 장관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은 당연히 군사적 도발인데, 그 경우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걸로 해석하면 되느냐"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질문에 "단정적으로 답변 드리기는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대북 확성기 문제를 피도 안 흘리고 해결했다'며 '8.25합의'를 '8.25대첩'으로 부르고, 당시 북측 대표였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대남비서에게 '공화국 영웅 칭호'를 수여한 바 있다.
이처럼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가계 즉, 북한의 최고 존엄을 겨냥하는 확성기 방송을 매우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방송 재개에 대해 북한의 격한 반발이 예상된다.
"북, 초강경 대응 가능성 높아"... 청와대 "북한 도발하면 단호하게 응징"
이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은 "최고지도자를 왕 이상으로 절대시하는 북한은 8일이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이라는 점에서, 한국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나라의 잔칫상에 재를 뿌리는 것'으로 간주하고 초강경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정 실장은 이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대북 제재는 단순히 북한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차후 핵실험 가능성을 막고 북핵 문제의 해결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북 확성기 방송의 전면재개는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보다는 소위 '최고존엄'에 대한 비판에 극도로 예민한 북한의 군부를 감정적으로 자극해 확성기에 대한 '조준사격' 차원을 넘어서서 다시 작년 8월처럼 한반도를 전쟁 직전의 분위기로 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조태용 1차장이 "북한이 도발할 경우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도 이런 상황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탈북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도 이날 북한의 '수소탄' 4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했다. 이 단체 등은 지난해 10월에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북한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이 정부의 요청 등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를 잠정 중단했으나,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후폭풍이 한반도를 덮치고 있다.
16.01.07 18:51
최종 업데이트 16.01.07 21:41l
글: 황방열(hby)
편집: 최은경(nuri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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