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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지성 - 정의/인권

‘긴급발제권’ 죽은 언론과 살아있는 기자

"이 당연한 기사를 왜" SBS 기자들 긴급발제권 발동

이정현 녹취록 보도 단신 처리하자 11기 이하 노조 조합원들 긴급 발제로 후속보도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보도 개입 논란이 녹취록을 통해 공개된 가운데 SBS 기자들이 긴급 발제권을 통해 어렵게 해당 보도를 관철시킨 상황이 드러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5일 노보를 통해 보도국 조합원들이 아이템 긴급 발제권을 통해 이정현 녹취록 보도를 SBS 8뉴스에서 관철시켰다고 전했다.

SBS8뉴스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 내용을 지난달 30일 "언론노조, 이정현-김시곤 통화 녹음 파일 공개"라는 30초 짜리 단신기사로 전체 뉴스 끝 부분에서 언급하는 것으로 그쳤다. 이 사안보다 앞서 보도된 기사들은 연예인 박유천과 운전면허 시험, 보험이나 인테리어 관련한 단순 생활 정보를 다뤘는데, 이정현 녹취록 기사와는 달리 리포트로 구성됐다.

또한 해당 뉴스에서는 녹음 파일에 대해 "이 전 수석이 김 전 보도국장에게 해경을 비판하는 KBS 보도를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거나 '내용을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만 짧게 전달했다.

 

노조는 당시 이 기사에 대해 "현장 취재기자들과 기자협회가 리포트로 중요하게 다룰 것을 요구했지만 보도 책임자는 단신 배치를 끝까지 고집했다"고 전했다.

방송 뉴스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이 SBS 온라인 기사와 영상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비디오머그와 인터넷판 기사에서는 이미 녹취록 공개 당일인 지난달 30일, 녹취록 전문과 함께 언론 단체들의 "보도통제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세월호 특조위 활동이 오늘로 막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함께 전달했다.

이에 따라 보도국 소속 조합원들은 지난 1일 최근 개정된 보도준칙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긴급발제권을 가동했다. 이에 따라 SBS 8뉴스에서 이정현 녹취록 파문 관련 후속보도를 관철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 지난달 30일 이정현 녹취록 공개 당일 SBS8뉴스 보도(위)와 지난 1일 긴급발제권 가동 이후 SBS8뉴스 보도(아래) 갈무리.

 

 

긴급발제권은 중요 아이템이 뉴스에서 배제되거나 부적절한 아이템이 방송될 때 현장 기자들의 집단 발제로 보도 실무 대표자가 편집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밝힐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편집회의에는 평기자들도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긴급발제권은 지난 3월22일 노사협의회를 통해 개정됐다. 당시 보도준칙 개정을 통해 노사 양측은 보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끌어 올리기 위해 긴급발제권 도입을 비롯해 최종 데스킹까지의 수정 과정 확인을 가능케하는 기사이력제 등의 장치들이 도입된 바 있다.

긴급발제권 발동 이후 나온 기사는 지난 1일 "靑 '세월호 보도 개입' 논란…야당 청문회 추진" 리포트다. 해당 기사에서는 이정현 전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 보도국장 간 통화내용을 요약한 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방송법 위반임을 주장하며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내용이 포함됐다.

 

▲ 지난 1일 SBS8뉴스의 "靑 '세월호 보도 개입' 논란…야당 청문회 추진" 리포트 갈무리.

 

 

해당 리포트는 긴급발제권 발동 이전 기사보다 한층 더 나아가 자세히 이정현 녹취록과 세월호 관련 보도개입 논란을 다루고 있다. 다만 5일 현재까지 해당 사안을 다룬 SBS8뉴스의 기사 수는 아직 하나 밖에 없는 상황이다.

SBS본부는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폭로 이튿날 여야 공방의 형식으로나마 SBS의 전파를 타고 방송됐다. 하지만 정치권력이 현행법을 정면으로 위반해가며 방송에 개입하는 비상식적 행태가 파문 당일 녹취 파일과 당사자의 반응이 다 확보된 상황에서도 적절히 소화될 수 없었던 SBS뉴스의 현실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고 평가했다.

또한 "보도국 11기 이하 기자 조합원 전원이 긴급 발제권을 통해서라도 이 사안을 중대하게 다뤄야 한다고 동의할 정도로 상식적인 뉴스가 왜 당일 보도국 편집회의에서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는가? 도대체 왜 이 당연한 기사가 왜 이리 어렵게 방송돼야 하는가? 혹시 방송개입이 본연의 업무라고 주장하는 청와대의 입김이 우리에게도 미치고 있어서 그런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SBS는 다음주 전체편성위원회를 통해 이번 축소보도 문제에 대해 다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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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7.06(09:00현재) SBS(위)와 KBS(아래) 인터넷판 메인창 (편집자 주)

 

 

미디어오늘

2016년 07월 05일 화요일

차현아 기자 chach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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