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다룬 첫 다큐 <무현, 두 도시 이야기> 나온다
전인환 감독(44·사진 오른쪽)과 김원명 작가(47·왼쪽)
조은성 피디와 전인환 감독·김원명 작가 뜻 모아
'노무현은 우리에게 어떤 인물이었나' 초점 두고 제작
배우 등 노무현 기억하는 사람들 포장마차 대화 담고
거친 B급 자료영상만 골라…펀딩에 개봉 '산넘어 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기록과 기억, 생각을 모은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가 나온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첫번째 다큐멘터리가 될 이 영화는 "그의 생애와 그 시대를 기억하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을 것이라고 감독·작가는 밝혔다.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 전인환 감독(44)과 김원명 작가(47)를 만났다.
"그가 떠난 지 7번째 5월이 되도록 다큐멘터리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2012년부터 노무현 대통령 관련 영상기록을 모아온 조은성 프로듀서는 지난해 12월 전인환 감독을 만나 이렇게 말하며 영화 작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여기에 어린 시절부터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던 김원명 작가가 시나리오와 내레이션을 맡아 힘을 보탰다. 김원명 작가의 아버지는 고 장준하 선생이 발간했던 <사상계> 편집장을 지냈고 백기완 선생과 함께 '백범사상연구소'를 설립한 김희로 선생이다. 부산을 근거지로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을 해온 아버지 덕분에 김 작가도 노 전 대통령을 만난 일이 있지만 다큐멘터리를 만든 셋 모두 "친노도 반노도 아니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른바 '친노' 정치인 누구도 인터뷰하지 않았고, 노무현재단의 지원도 일체 받지 않았어요."
"노무현의 업적이나 과오가 아니라 우리에게 노무현은 어떤 인물이었나가 중요했다"는 전 감독은 "이것은 노무현이 소재가 된 우리 이야기"라고 영화를 설명했다. 다큐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포장마차에 모여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신문보급소장, 연극배우, 화가들이 모였는데, 여느 술자리와 다를 바 없이 "다시 보고 싶은 대통령"이라며 목이 메기도 하고 "답답한 사람"이라고 질타하거나 "리더라면 같이 똥밭에 굴러야지 자기만 고고하게 죽으면 끝나느냐"고 원망도 한다.
이 포장마차 장면에만 8대의 카메라가 동원됐다고 한다. 그에 비해 영화의 절반을 차지하는 노 전 대통령의 생애 기록 영상들은 일부러 거칠고 낯선 이미지로 골랐다. "미공개 사진만 100만장이 넘을 정도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기록물을 많이 남긴 대통령이지만 깨끗하게 잘 찍힌 사진이나 안정된 방송용 동영상이 아니라 거칠게 찍은 비(B)급 영상을 골랐다. 노무현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이런 게 노무현이란 인물과 맞다고 생각했다"고 전 감독은 말했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이야기해야 하기에 노무현의 여러 발자국 중에서 결국 대통령 평생 소원이었던 지역주의 극복으로 이야기를 풀려고 했다"는 김원명 작가는 낙선할줄 알면서도 부산에 출마했던 노무현 이야기에 곁들여 얼마전 전남 여수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백무현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야기를 끼워넣었다. 영화는 노무현을 기억하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지금을 사는 사람들을 찾아 부산, 여수, 경기 등 전국을 쏘다니며 로드무비처럼 만들어졌다고 한다.
영화의 운명은 짐작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들어간 제작비 1억3천만원은 조은성 프로듀서가 주변사람들에게 조금씩 빌려서 마련한 돈이다. 한 소셜 펀딩 업체는 "이렇게 민감한 주제는 곤란하다"며 펀딩 사이트를 여는 것조차 거절했다. 벌써부터 개봉에 난색을 표한 극장도 많다.
지금은 펀딩21( www.funding21.com ) 사이트에서 모금을 진행중이다.
김 작가는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는 영상을 뛰어넘는 순간이 있다. 그의 삶과 생이 반전의 연속이었던 것처럼 지금을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에도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객들이 노무현 다큐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갖는 상상이 있는데 그것을 넘어서고 싶다"는 것이 감독의 바램이다. 전인환 감독의 삼촌인 가수 전인권이 영화의 주제가로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르기도 했다.
등록 :2016-05-30 15:33
수정 :2016-05-30 16:33
글·사진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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