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위안부 재단지원과 소녀상 철거는 패키지"
일본 관방 부장관 발언 파문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관방부장관 |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핵심 인사가 "일본군 위안부 지원재단 설립과 소녀상 이전이 '패키지'로 이뤄져야 한다"고 공개 주장해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일본 정부가 약속한 10억엔 출연과 관련, 소녀상 이전이 사실상의 전제 조건임을 드러낸 것이어서 한일간 위안부 합의 후속 조치가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관방부(副)장관은 지난 6일 밤 BS후지 '프라임뉴스'에 출연해 "위안부 재단에 대한 10억엔 출연과 소녀상 이전 중 무엇이 먼저냐"는 질문에 "소녀상이 어떻게 되느냐, 뭐가 어떻게 되느냐는 것은 (한일간 합의문에) 쓰여있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양국간 관계에서 말하자면 패키지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아베 총리의 최측근 인사다. 지난해 말 한일간 위안부 문제 합의 이후 집권 자민당 일부 간부들이 소녀상 이전과 재단에 대한 10억엔 출연을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적은 있지만, 정부 고위관리가 이런 입장을 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
하기우다 부장관은 이어 "어느 것이 먼저고 어느 것이 나중이냐는 매우 델리킷한(미묘한) 문제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최종적'인 만큼 전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재단이 설립돼) 설립기념식을 하는 날에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그대로 남아있거나, 거기서 집회를 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이런 발언들을 TV에서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은 '재단 설립=소녀상 이전'이라는 자신들의 목적을 여론의 힘을 통해 기정사실로 굳히려는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 또 한국 정부를 압박함과 동시에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내 보수층의 지지를 얻으려는 정략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으로서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재단설립 문제와 소녀상 문제는 전혀 별개의 사안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등록 : 2016.04.07 21:20
수정 : 2016.04.07 21:20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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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소녀상.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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