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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지성 - 시사/정치

경상남도의 주민소환 사태, 추악한 공공윤리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 뒤늦게 알린 선관위

12월 22일 적발 → 28일 경찰 고발 → 31일 보도자료 배포... 왜?

선거관리위원회가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 서명부' 허위작성자를 지난 12월 22일 무더기로 적발했지만, 신정 연휴 직전인 12월 31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늑장 배포' 논란에 휩싸였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한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주민소환 관련 업무는 '주민소환에관한법률'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가 맡고 있다. 정책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맡는다.

▲ 경남선거관리위원회는 창원 북면 한 공장 가건물 사무실에서 박종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서명부 허위작성자 5명을 적발해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사진은 증거 현장의 모습. ⓒ 중앙선관위 관련사진보기

경상남도에서는 홍준표 지사와 박종훈 교육감에 대한 주민소환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학부모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무상급식 중단'과 '성완종 게이트' 등의 이유로 홍 지사 주민소환 투표청구 서명부(36만 명)를 지난해 12월 경남선관위에 제출했다.

동시에 보수단체와 홍준표 지사 지지자들은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추진본부'를 구성해 지난 9월부터 오는 12일까지 서명활동을 벌이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장(교육감) 주민소환 투표청구 서명은 120일간 해당 지역 유권자 10% 이상(경남 36만7416명)이 참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 서명부 허위작성 사실이 드러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허위 작성자 5명 고발'한다고 밝혔다.

선관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2월 22일 창원시 북면 한 공장 가건물 사무실에서 다섯 명이 이름과 생년월일·주소 등 개인정보가 담긴, 출처를 알 수 없는 주소록을 이용해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부를 허위로 작성했다.

현장에서는 허위 서명된 서명부 600여 권을 포함해 총 2200여 권의 서명부와 2만4000여 명이 기재된 주소록 등이 발견됐다. 당시 가건물 사무실에 있던 5명은 2500여 명의 서명을 허위로 작성하고 있었다.

선관위는 경남지방경찰청에 다섯 명을 고발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이번 허위서명이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실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지시하거나 공모한 사람, 서명부와 주소록을 제공한 사람에 대해서도 수사 의뢰했다.

22일 적발하고 연휴 직전 보도자료 배포, 왜?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1일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부 허위작성자 5명 고발'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냈다. ⓒ 중앙선관위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선관위의 보도자료 배포 시점이 논란을 빚고 있다.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부 허위작성자 고발과 관련한 보도자료는 경남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배포했다. 중앙선관위가 누리집에 보도자료를 올린 날짜는 지난 12월 31일이었다.

검색 결과, 지난 12월 31일부터 1월 1일, 이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는 극히 일부에 그쳤다. 지난 2일 <오마이뉴스>가 추가 확인해 보도했고, 이후 상당수 언론사들이 뒤따라 보도했다. 경남지역 언론사 대부분은 이때까지 보도하지 않았다(관련 기사 : 경남교육감 주민소환서명 허위작성자 무더기 고발).

또 다른 논란 지점은 경남에서 발생한 사건인데도 경남선관위가 보도자료를 내지 않고 중앙선관위가 냈다는 점이다.

경남선관위는 그 동안 각종 선거법 위반 사례뿐만 아니라 행사나 인사이동 등 갖가지 보도자료를 직접 배포해 왔다. 이같은 전례와 비교하면 이번 보도자료는 '의외'다.

사건 적발부터 보도자료 배포까지 걸린 '시간'도 논란거리다.

선관위가 사건을 적발한 날짜는 지난해 12월 22일로 알려졌다. 이어 선관위가 경찰에 허위작성자를 고발한 날짜는 12월 28일이었다. 중앙선관위가 보도자료를 누리집에 올린 날짜는 그로부터 나흘 뒤인 12월 31일이었다. 이후부터 신정 연휴였다.

석영철 전 경남도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경찰과 검찰은 증거인멸 전에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관련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즉각 진행해야 한다"라면서 "이번 사건은 희대의 사건으로, 돈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많은 서명용지가 어떻게 창원 북면의 한 공장에 와 있었는지, 총책임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더 이상 쉬쉬하지 말기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12월 11일 허위 서명부 작성이 적발됐고, 12월 28일 경찰 수사 의뢰했으며 이후 경남선관위가 아닌 중앙선관위가 12월 31일 보도자료를 냈다"라며 "경남선관위는 이 사건을 중앙선관위로 왜 미뤘나, 지난해 12월 22일부터 31일까지 선관위는 무엇을 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남선관위 관계자"고발한 사건이라 보도자료에서 밝힌 이외의 내용을 특정해서 밝힐 수 없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그는 "사안이 중대해서 중앙선관위와 조율해 보도자료를 냈던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16.01.03 13:49

최종 업데이트 16.01.03 14:03l

글: 윤성효(cjnews)

편집: 김지현(diedie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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