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을 이유로 박근혜를 구속할 필요도 없다
박근혜가 구속됨에 따라 이제부터 국가의 최고권력을 악용한 국정농단을 비롯한 헌법과 법률 위반의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가 조금 더 수월해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박근혜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가 검찰에서 특검으로, 다시 검찰로 이어지는 동안에 수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증거’ 확보를 하지 못했다.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이 거부되었기 때문이다.
관련자들로부터 확보한 방증과 자백에 의해서 박근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기는 했지만 권한남용과 직무유기를 비롯한 직무상의 범죄에 대해서 공소를 유지하고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하려면 필수적으로 직접증거가 필요하며, 그 증거들 중에는 청와대에 있을 것이 확실시되는 ‘기록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파면된 박근혜의 재직 시 기록물을 국무총리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 처리하려고 한다.
‘박근혜의 사람’으로 알려진 황교안이 박근혜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기록물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국민과 일체의 협의도 하지 않고 전혀 소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공안검사와 법무부장관을 거쳐 국무총리에 임명된 황교안 대행에게 법률가로서 최소한의 소양과 양심을 가진 사람이기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한 욕심일까?
※ 대통령기록물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 재임 시 남긴 각종 기록물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대통령, 대통령의 보좌기관ㆍ자문기관 및 경호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생산ㆍ접수하여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 및 물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기록물의 보호ㆍ보존 및 활용 등을 효율적으로 하고자 2007년 참여정부 시절 공포됐다.
대통령기록물은 열람 공개단계에 따라 일반, 비밀, 지정기록물로 구분되는데 일반기록물은 아무런 제약 없이 일반인 열람이 가능한 등급이며, 비밀기록물은 차기 대통령ㆍ국무총리ㆍ각 부처 장관 등 비밀취급 인가권자의 열람이 가능한 등급이다. 그리고 지정기록물은 해당 기록물을 생산한 대통령만 최대 30년간 열람이 가능한데 다른 사람이 열람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나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 보호기간이 종료되면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재분류하는 게 원칙이나 사안에 따라 비공개를 유지할 수도 있다.
(▷자료출처 : ‘대통령기록물’,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대통령기록관 '박 전 대통령 기록물 내달 20일 이관 시작'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된 31일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역대 대통령의 사진이 전시된 곳을 관람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은 박 전 대통령의 재임시기 동안 생산된 기록물 이관작업을 내달 20일 전후로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황교안 대행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며
박근혜 기록물, 공개해야 한다
….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여부에 여론의 관심이 모여 있는 사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탄핵되고 구속된 전직 대통령의 기록물이 법적 근거도 없이, 이관되고 '비공개'로 지정될 상황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사실은 헌법재판소가 탄핵 선고를 할 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도 판단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대한민국의 법률들은 대비를 못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률이 있지만, 이 법률은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임기를 종료했을 경우에만 적용되는 조항들을 두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 법률 제11조 제1항에 따르면, 청와대 내부의 기록관은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기 전까지 대통령 기록물을 중앙기록물관리기관(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되자마자 대통령 신분을 상실했으므로, 지금은 이관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입법의 공백' 상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대통령의 기록물이라는 중요한 국가 자산을 관리하는 법률을 만들면서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대통령 탄핵시에 국립기록관리처장이 기록물을 다루게 되어 있는데, 그런 조항을 만들어 놓지 않은 것이 잘못입니다.
그렇다면 국회에서 신속하게 법률을 만들고, 그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을 관리하고 이관하는 것이 상식일 것입니다. 그런데 황교안 대행은 그런 절차를 밟지 않고, 자신이 그냥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을 이관하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대통령 기록물을 이관하면서, 보호 기간을 최대 15~30년 동안 지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기록물도 원칙적으로는 공개되어야 하는 정보입니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보호기간을 지정하면 보호기간 동안에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단 보호기간이 지정되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 또는 고등법원장의 영장 등 매우 엄격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공개가 가능합니다.
이런 법조항을 악용해서, 황교안 대행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이 공개되지 않도록 보호기간을 지정해서 비밀화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관련 보도 ‘누가 황교안에게 대통령기록물 '봉인' 권한을 줬나?’
노회찬 "황 대행 대통령기록물 지정 시 가처분 신청할 것"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청와대 기록물에 대한 관리나 보존과도 매우 밀접히 연결돼 있습니다. 남아 있는 문서들이 기록관으로 옮겨져서 봉인될 경우 검찰이 청와대를 들어간다 한들 텅 빈집에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오늘(14일) 황교안 대행을 향해 검찰 수사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기록물 보호기간 지정을 유보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는데요.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제 옆에 나와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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