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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지성 - 시사

가습기살균제, 타락한 기업윤리

옥시와 애경 세제 전면에 진열

 

 

가습기살균제 문제로 나라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3년 전의 사건이지만 여태까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외면하고 사회단체와 여론마저도 무시하다가 뒤늦게 북새통이다.

지금이라도 공론화되고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몰상식하고 불합리한 언론 및 정부의 태도는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세제를 사기 위해 동네 수퍼에 들렀다.

 

세제 진열대와 바닥에 크고 작은 액체세제와 가루세제들이 놓여져 있다.

전부 다 옥시와 애경 제품 뿐이다.

계산대의 주인에게 따졌다. "세제가 왜 이것들 밖에 없어요? 여기 옥시 애경 대리점이요?"

주인 남자는 세제 진열대가 아닌 계산대 옆 선반을 가리켰다.

선반의 위쪽, 눈 높이 보다 높은 칸에 가루세제들이 몇 개 얹혀져 있다.

한 개를 내려보니 위에 먼지가 뽀얗다.

주인을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니까 자기도 민망했던지 가당찮은 변명을 한다.

"옥시하고 애경 제품만 나가서 다른 제품은 먼지가 쌓여요."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회사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뭔가 소매상들에 대한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두 회사가 고의적으로 살인 가습기살균제를 만들고 팔았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150명이 넘는 무고한 아기들의 사망 사건에 대해 반성이나 적절한 후속조치 조차도 없는 기업윤리에 대해서는 묵과할 수가 없다. 아니, 묵과하면 안된다.

 

"살인기업 제품을 앞세워서 파는게 살인자를 도와주는거나 뭐가 다릅니까? 아무리 장사가 중요해도 이렇게 하시면 안되는거 아니요?"

반박하지는 않았지만 주인은 수긍하지 못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 집을 다시 가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정수리에 뜨끈한 열이 올라 온다.

 

더 어처구니 없는 일은 롯데마트가 가습기살균제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계속 팔겠다고 한다는 사실이다.

 

 

관련보도

▶여성신문 살균제 사망 22명 롯데마트 "옥시 재고 팔 것"…피해자들 분노

 

롯데마트를 이용하지 않은지는 꽤 오래됐다. 불편하지만 몸이 조금만 더 수고하면 불의(不義)에 영혼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 조금 더 편하자고, 조금 더 아끼자고 영혼을 비루하게 만들 수는 없지 않겠는가.

 

 

 

관련보도

▶JTBC "신현우 옥시 전 대표 등 구속…피해자 가족 거센 항의"

 

▶미디어오늘 "속인 옥시보다 방치한 정부 책임 더 크다"

 

▶YTN "'옥시 불매' 오늘 대형마트 앞 동시 집회"

 

▶NEWS1 "'페브리즈' 살균제 성분도 검증없이 유통…논란 키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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