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우롱한 죄
신뢰를 저버리고 악용한 죄
불의에 협력한 죄
18대와 19대 총선, 그리고 18대 대선을 거치면서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준 지리멸렬은 이미 행동과 기개가 있던 예전 정통 야당의 모습이 아니었다.
숱한 내분과 외홍이 있었지만 상징적으로 세월호 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무능과 안이함은 국민들에게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회의를 심어 주었다.
문재인이 대표로 선출되고 난 이후에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른바 동교동계와 김한길 안철수 파의 반대와 방해를 차단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보내면서 또 많은 신뢰를 잃었다.
50년을 한결같이 더불어민주당의 뿌리와 줄기와 잎과 열매를 애정으로 지켜왔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추락을 가슴 아파하며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하여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했다.
최근 일년 간은 하루 평균 여섯시간 이상의 공을 들여 이 땅에 참된 민주가 회복되고 불의한 무리들의 발호가 종지되기를 염원했고 행동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 일방 중단이라는 또 한번의 허무맹랑한 작태를 보면서 오랜 시간 쌓여있던 회의가 결단으로 바뀐다.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더 이상 희망없는 것에 쓸 수는 없다.
즐거움을 추구하고 긍정의 신호를 날리며 개인 삶의 윤택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훨씬 더 가치로울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있어서도 신뢰라는 것은 사회생활, 인간관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무슨 일이라도 시작은 임의데로 할 수 있지만 끝내는 것은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회의 법칙 중 하나다. 시작된 일의 진행 과정에서 여러 관계가 생겨나고 얽히게 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대중의 관념적 지지를 근간으로 하는 정당과 정치인에게 있어서야 더 말할 필요 조차 없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천박한 교만은 극에 달했다.
'필리버스터'라는, 일반인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제도를 실행하겠다고 했고 이 과정을 통해 대부분의 기존 지지자는 물론 비지지자들까지도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갖는 반전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러나 필리버스터가 시작된지 5일째 되는 날부터 정부와 여당의 관계자라는 루트를 통해 소위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필리버스터 출구전략 고심 중'이라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틀 만에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으로 필리버스터 중단을 선언했다.
시작과 끝의 과정에서 지지자의 신뢰에 부합하는 의견수렴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민중언론과 대중이 '필리버스터 지속'을 요구하고 었었다.
'선거전략'이 이유였다.
'이념 프레임'을 문제 삼았다.
'경제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그 졸렬한 주장을 들어 준다고는 하더라도 그들은 지지자들과 대중을 '결정하면 따르는' 종속적 관계 쯤으로 보고 있었음은 자명하다.
지난 십년간 그들은 정면돌파를 버리고 '우회통과'를 표방했다.
계속 우회해 왔다.
비비케이 사건 의혹, 사자방 비리, 방위사업비리, 국정원 대선개입, 군사이버사령부 선거개입, 18대 대선 개표부정 의혹, 세월호 관련 의혹, 정윤회 문건, 성완종 리스트, 국정원 해킹 사건, 그리고 국회법 개정안, 테러방지법 등등 열거하기도 벅찰 만큼 숱한 국가적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행동을 보여준 적이 없다. 언제나 '우회통과' 아니면 '용두사미'였다.
'경제 민주화'로 치장한 김종인의 존재감이 필요했을 것이다.
국정원을 건드리는 것이 불안했을 것이다.
'어항 속의 물고기'에 대한 저들의 오만한 자세는 극도의 졸렬함에 기인한다.
어항 속의 물고기를 통해 언제나 2등 자리는 유지해 왔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천박한 명예와 권력을 유지하는데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항속 물고기는 그들에게 잡힌 것이 아니다.
'자발적인 포획'은 언제나 자발적으로 어항을 떠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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