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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지성 - 시사/정치

필리버스터, 단순한 시간끌기 ‘수다’가 아니다

이번엔 더민주 은수미 의원…10시간 넘어 국내 최장시간 '필리버스터' 기록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 표결을 저지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가 24일 낮 12시50분 현재 17시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4번째 토론자로 나서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박 의원은 24일 낮 12시50분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에게 바통을 넘겨받았다.
앞서 은 의원은 이날 오전 2시30분부터 필리버스터를 시작해 오전 내내 홀로 발언대를 지켰다. 은 의원은 이날 낮 12시50분을 기해 '국내 최장시간' 필리버스터 기록(종전 1969년 8월29일 신민당 박한상 의원·10시간15분)까지 넘어섰다.

 

첫번째 주자인 더민주 김광진 의원은 23일 오후 7시5분 첫 토론자로 나서서 24일 오전 0시26분까지 5시간35분간 의사진행 발언을 하면서 40여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5시간19분 기록을 넘기도 했다. 김 의원에 이어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2번째 주자로 나섰고, 이날 오전 2시30분쯤 은수미 의원에게 마이크를 인계했다.

은수미 의원"테러행위를 방지하는 것은 항상 인권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부여당은 직권상정이라는 그런 조치 통해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박원석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가운데 더민주의 유승희, 최민희, 강기정, 김경협 의원 등이 향후 발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6시25분쯤에는 은 의원이 복지 사각지대 등에 대해 발언하자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이 항의했고,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테러방지법에 관한 내용만 발언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더민주 은수미 의원의 발언 발췌

 

"저는 애국이 뭔가, 이런 얘기를 참 많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국가유공자 가족입니다. 전쟁얘기를 별로 한 적은 없으나 애국이 뭐고 가짜 애국이 뭐고 진짜 애국이 뭔가, 그리고 나는 애국자인가. 이런 얘기들이 스스럼없이 가끔식 오가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그런데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저한테 '수미야 너는 애국자다' 이런 얘기를 하셨던 이유는 이런 거였던거 같아요. 군인이 전선에서 나라를 지킬 때 후방이 불안해지면 지킬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후방안전이라는게 도대체 뭐냐, 라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한게 불평등이었고. '누군가 아침마다 일어나서 도대체 내가 먹고 살 걱정을 안하고. 청년이면 청년답게 꿈을 품을 수 있는 그러한 사회면 후방이 안정돼있으니 내 자식 내 부인 내 누이 내 친구 다 잘 지낼거라고 믿고 헌신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불평등을 없애고 민주화를 하려는 사람도 애국자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전선을 지키는 사람도 애국자고 그런것 같다'라는 말씀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런 말씀 연장선에서 아까도 교황님도 말씀하셨고 유엔도 그렇게 얘기하고 인권위도 얘기하듯이 테러리스트를 방지, 테러를 방지한다는 것은 테러행위를 처벌하고 그것에 대응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그런 테러행위가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원인, 예를 들어서 빈곤, 불평등, 가난, 불만, 복지부재, 이런 조치가 같이 이루어질 때에만 한 나라, 혹은 지구촌이 평온하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1944년 필라델피아 선언'노동은 상품이 아니며 한 곳이 빈곤하면 전체가 빈곤해지고 한 명의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이다' 라는 취지의 선언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1948년 그것이 파리, 인권위 조약으로까지 확대가 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한 조약들이 맺어진 그러면서 복지국가가 만들어진 동기는 사실은 최대의 테러행위인 전쟁 때문이었던 겁니다.

동족, 그러니까 1,2차 세계대전이 다른 때에 전쟁과 달랐던 것은 그 전후 전쟁에 대해서 인간은 자기가 죽이는 상대를 야만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죽이는게 편했는데 1,2차 세계대전은 문명인이 문명인에게 가한 최대의 대규모 살육행위입니다. 저는 그때를 겪었던 사람들이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잘 모르겠고 동시에 한국에서 한국전쟁과 베트남 참전을 다 겪은 어르신들이 어떻게 버텨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대규모 전쟁의 근원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는 경제적 불평등, 복지 부재, 혹은 기업의 지나친 탐욕이 굉장히 심각하다라는 것을 인류는 알았던 겁니다.

그래서 1944년 필라델피아 선언도 했고 1948년 프랑스 인권 선언도 했고 그리고 복지국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분쟁이 심화된 것이 저는 개인적으로 복지국가의 후퇴와 관련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가 테러문제 때문에 상당히 앓고 있습니다. 그럼 테러는 왜 발생하는 걸까요. 그냥 폭력적인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까요. 종교적인 갈등 때문일까요. 여기에 대해서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 중인 교황은 2015.11.25 케냐 나이로비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그래서 폭력과 테러와 같은 평화와 번영의 적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에 대해서 우리가 겪고 있는 경험을 보면 폭력과 분쟁 테러는 가난과 좌절에서 비롯된 공포와 불신 절망을 먹고 자란다. 교황께서는 '많은 사회가 인종 종교 경제적 이념적 분열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선한 의지를 가진 자에게는 화해와 평화 용서와 치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소명이 있다고 전제한 뒤 건강한 민주적 질서를 세우고 화합과 통화 타인에 대한 존중과 관용을 하는 과정에서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에게 화해와 평화, 용서와 치유를 위한 노력을 함께하라고 부탁하고 싶진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의견이 좀 다른 사람들이 이 사회에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존재를 존중하고 소통을 하고 논의를 하는 것이 정말 사람다운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위법한 직권상정을 통해서 국민의 모든 헌법적인 가치는 다 침해할 소지가 있는 법을 통과시키는 그건 의견이 다른 사람, 상당수의 국민을 같은 눈높이에서 보지 않는 겁니다.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보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께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냥 인정해라, 인정하십시오. 이게 맞다고 봅니다. 오히려 그렇게 존중,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존중하는 분들에게는 또한 교황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모든 선한 의지를 가진 자에게는 화해와 평화, 용서와 치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소명이 있습니다. 정치인도 예외는 아니라고 합니다."

"여러분도 느끼시겠지만 참 말이 중요하거든요. 지금 필리버스터도 말을 하고 있는건데. 말이 형식인거 같긴 하지만 그 사람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저는 좋은 말, 따뜻한 말이 좋아요. 사랑하다 평화롭다, 통일을 한다, 해소시킨다, 완화한다, 평등하게 바꾼다, 혹은 희망이 있다, 절망은 이제 끝냈다, 약간의 희망이라도 낙관, 기대, 꿈, 열정, 굉장히 좋은 말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치를 둘러싼 곳에서 국회에서도 많이 그렇지만 좋은 말은 거의 없어요. 제가 많이 듣는 말이 피를 토하다. 진돗개의 모가지를 물다. 이런 말을 많이 들어요. 단호하게, 끝장. 혹은 절대. 빨갱이. 심지어는 저는 모 새누리당 의원께서 그럴려면 월북해라 라는 얘기를 하는 것도 들었습니다. 저한테 한 얘기는 아니에요. 모의원이 발언을 하는데. 대정부 질의를 하고 있는데 서서 그런 말씀을 합니다. 저는 정치가 국민의 대리인, 정치인이 국민의 대리인이라면 국민도 힘든데 사실은 요즘 정말 절벽에 서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어떻게 하면 그분들을 응원하고 그 절벽으로부터 한발이라도 뒤로 물러나게 할까를 생각해야 되는데 그 정치인들이 피를 토하고 모가지를 물고 절대 안되고 임금을 삭감하고 테러방지법, 테러 방지법 직권상정하고 이런 말들만 하면 사실은 절벽으로 떨어지라는 얘기입니다.

국민들에게. 저는 왜 그렇게 박대통령과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그렇게 격렬하게. 정말 피를 토한다는 표현만을 쓰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성경이나 불경만을 보아도 좋은 얘기가 굉장히 많습니다. 물론 어렵죠. 용서하고 화해하고 길을 열고. 무척 끈질기고 포기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오히려 싸우는 것보다 더 큰 용기는 정말 끈질기게 평화를 추구하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 때문에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수많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사람은 끊임없이 그리고 훌륭한 리더와 지도자들은 시민들의 행복과 안위와 평화를 추구했고 그런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남죠.

그런데 한국의 대통령 께서는 그렇게 격렬한 말을 사용하면서 국회를 재촉하고 불법적으로 직권상정을 할까 라는 생각을 참 요즘 많이 합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이왕이면 좋은 말을 좀 더 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거는 저에게도 하는 얘깁니다.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여기 서 있는 이유는 약자들 때문입니다. 비정규직, 장애인,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들. 어르신들, 아이들. 이런 사람들이 사실은 강압적인 행위에 가장 약합니다. 그런 분들 중에 어느 누구라도 자신의 자유와 인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그게 제가 서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저도 얼굴을 붉힐 때는 있습니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대통령과 같은 격한 말, 과격한 반응을 하지는 않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경향신문

입력 : 2016.02.24 08:22:58

수정 : 2016.02.24 13:09:44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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