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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지성 - 시사

손석희와 MBC

손석희가 지킨 약속, 손석희가 '버린' 약속

[달력 보는 남자] 2006년 2월 16일, 손석희 앵커의 눈물

손석희와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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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손석희의 이름 뒤에는 항상 애정과 기대와 신뢰에 근거한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MBC 재직 시절 '100분 토론'과 '시선집중'을 통해 보여준 손석희 앵커의 '정론'은 건강하고 올바른 언론의 기준점이 되고 있다. 적어도 대중의 인식은 그런 것 같다.

"떠날 일 없다"고 했던 그가 그토록 아끼고 긍지마저 가졌던 MBC를 떠날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MBC의 미래가 오늘날과 같으리라고 예측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MBC에 보여 주었던 손석희의 애정과 신뢰는 대단히 깊고 굳은 것이었지만 그는 심상치 않은 뒷얘기를 남기고 MBC를 떠나 JTBC로 옮겼다, 그 이후로도 손석희는 JTBC는 물론 중앙일보에 대한 대중의 지지도까지도 변화시키며 여전히 '언론다운 언론'의 기준점으로 인식되고 있는 반면에 그가 떠난 MBC는 숱한 파열음을 내며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편집자 '바보' 주>

'어제' 뉴스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뉴스 그 다음은 우리 삶과 '오늘'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다만 쏟아지는 뉴스에 묻혀 잘 안 보일 뿐입니다. 어제 뉴스를 오늘의 이야기로 엮어보겠습니다. [최은경 기자]

 2006년 1월 26일 MBC 퇴임 기자간담회 당시 손석희 아나운서 국장. 그는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었다 ⓒ MBC 관련사진보기

"MBC만큼 애정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방송사가 또 있는가..."

정확히 10년 전, 손석희 앵커가 한 말이라고 했다. 그것도 눈물을 흘리면서. 2006년 2월 16일은, 손석희 앵커가 MBC 직원으로 출근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그 전날 그의 사직서가 수리됐고,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그때 손석희 앵커는 기자들 앞에서 두 가지 약속을 했다. 우선 그는 "시청자 여러분께서 보실 때는 어제의 손석희나 오늘의 손석희나 전혀 차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 약속, 아직까지 지키고 있는 듯 보인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이다. 그의 연관 검색어 '손석희 휴가'는 신뢰도 1위 언론인의 부재에 조바심을 치는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을 뜻한다.

[관련기사] MBC 마지막 출근... 손석희의 눈물

그리고 또 하나의 '약속'

 손석희 앵커의 MBC 퇴임 기자 간담회가 열린 당일 MBC <100분 토론> 방송이 있었다. 2006년 2월 16일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 관련사진보기

그리고 그때 손석희 앵커는 또 한 가지 약속을 했다. MBC 외 다른 방송사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타 방송 출연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손석희 앵커는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MBC와 나를 떨어뜨려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손석희의 시선집중> 진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앞으로 회사 판단에 따라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지금으로선 계속 할 것이다. '다 늙을 때까지 할 거냐'는 농담을 했는데, 100% 농담은 아니다. 어떤 기사에 보니까 '당분간' 계속 한다고 썼던데, 당분간이 아니라 끝까지 한 번 가보겠다."

그러면서 손석희 앵커는 "<시선집중>, <100분 토론>은 정치권이나 기업은 물론 심지어 MBC 자체로부터 독립된 프로그램"이라며 "내가 정말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독립성은 <시선집중>과 <100분 토론>의 생명"이라며 "만약 독립성을 침해받는다면 내가 떠나겠다"고도 했다.

그리고 2013년 5월 10일 손석희 앵커는 MBC를 '완전히' 떠난다. 그가 <시선집중> 마지막 방송에서 했던 말은 "마음 속에 지닌 정론의 저널리즘을 제 나름대로 펼치겠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뜻을 펼칠 장소로 택한 곳은 JTBC. 2006년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약속 중 하나를 7년 3개월 여 만에 '취소한' 셈이다.

MBC, 조직 내·외부로 뻣뻣한 수준 넘었나

 2006년 1월 아나운서 웹진 '언어운사'(言語運士) 창간식 당시 손석희 아나운서 국장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물론 7년이 넘는 시간을 짧다고 볼 수는 없다. 약속을 어겼다고 단정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손석희 앵커 발언의 무게감을 감안한다면 그가 얘기했던 '끝까지'가 의외로 짧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는 그때 왜 그렇게 자신감을 보였던 걸까.

MBC라는 조직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단단했다. 당시 그는 '이제는 자유롭게 MBC에 대한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 것 같나'란 질문에 "MBC라는 조직을 잘 이해 못해서 그런 (질문을 하는)것 같다"며 "MBC가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게 제약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프로그램 제작도 그렇고, 내가 나가든 여기 있든 특별히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바로 이 지점이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지켜져야 할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손석희 앵커는 "황우석 신화를 다룬 <PD수첩> 방송이 나갈 수 있었던 것도 MBC란 조직이 갖고 있는 엄청난 강점 때문"이라며 "MBC라는 조직의 강점은 내·외부로부터 경직된 조직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고작' 10년 만에 MBC는 다른 차원에서 '눈물나는' 조직이 되고 있다.

당장 '백종문 녹취록' 사건만 봐도 그렇다. 공영방송 경영진의 핵심 인물이 "증거 없는 해고"와 프로그램 제작 개입을 본의 아니게 인정했다. 그런데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MBC 경영진은 사적 발언이라며 선을 그었고, 경영진을 관리·감독해야 할 방송문화진흥회는 녹취록만 끼고 있는 모양새다.

아니, 공교롭게도 오늘(16일), 일이 있긴 있었다. MBC 보도국장이 <뉴스데스크> 여론조사 보도 왜곡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한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욕설과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것. 이 정도면 MBC라는 조직이 내·외부로 뻣뻣한 수준을 넘어 부러지기 직전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손석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손석희 앵커를 <시선집중>에 처음 발탁했던 MBC PD 출신, 정찬형 교통방송(tbs) 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지금의 MBC는 제작 환경이 자유롭지 않다"며 "능력 있는 후배들이 제작 현업 부서가 아닌 쪽으로 너무 많이 밀려나 있다. 철저하게 잘못돼 있는데도 개선될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정권 입맛에 따라 휘둘리는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한, MBC란 조직이 갖고 있던 강점은 언제든 희석될 수 있다는 것을 10년 전 손 앵커 기자 간담회가 '오늘' 증명한다. JTBC 역시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진지'임에 분명하다.

"시청자들이 보기에 전혀 차이 없는 어제의 손석희나 오늘의 손석희"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제나 오늘이나 별 차이 없는 공영방송'이다. 그래서 더욱, 아직 부러지지 않고 있는 MBC 구성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할 때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MBC가 '공영방송'이니 말이다.

오마이뉴스

16.02.16 21:22

최종 업데이트 16.02.16 21:34l

글: 이정환(bangzza)

편집: 최은경(nuri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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