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이고, 통찰력 없고, 구호만 요란
ㆍ뉴스분석 - 박근혜 정부 3년 '남북관계 단절' 원인 3가지
시계 제로 개성공단 폐쇄 이틀째인 12일 경기 파주 임진강변 철책 너머 북한의 모습이 짙은 안개에 가려져 보이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도 시계 '제로(0)'의 안갯속이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개성공단 폐쇄로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등 김정은 정권의 폭주가 한반도 신냉전 구도를 촉발했지만, 정부도 원칙·일관성을 상실한 '우왕좌왕 대북정책'으로 북한을 관리하지 못하고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통일대박'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수사(修辭)만 화려했지 북한 변화를 유도하거나 압박할 수단을 확보하지 못했고, 그 결과 정부는 남북관계 단절이라는 섣부른 선택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다음주 초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단합을 호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비판 여론이 사그라들지는 미지수다.
①냉·온탕 오간 '즉흥' 대응
현 정부 3년의 대북정책은 즉흥적이고, 일관성이 부족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2013년 8월 북한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에 합의하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합의문에 못 박아놓고, 먼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치적 결단"(홍용표 통일부 장관)이라는 모호한 설명만 내놨다. 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사전준비가 없었다는 점에서도 즉흥적 조치란 지적이 제기된다.
대북정책은 대체로 강경했지만, 그 와중에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일례로 통일부는 지난해 6월26일 무기거래를 통해 북한을 간접 지원하고 있는 외국인과 외국기관들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히고, 그 다음날 홍 장관은 전남의 대북협력사업이 잘 추진되도록 돕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②'우물 안 개구리' 정세 판단
복잡한 국제정세, 상대 전략을 읽는 통찰력도 실종됐다. 중국의 대북 제재 협조를 압박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를 공식화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한 전문가는 "각자 국익이 있는데, (우리 요구를) 듣겠느냐. 포커판에서 다른 사람들의 패는 보지 않고 올인한 것"이라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현 정부 정책결정 과정은 대통령이 큰 틀과 방향을 정리해놓고 국가안전보장회의는 꿰맞추고, 관계 부처는 선전하기 바쁘다. 성공할 수 없다"고 정책결정 과정을 문제 삼았다.
③'어떻게' 대신 '구호'만 있는 정책
치밀한 이행전략도 없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말하면서 전제조건인 한반도 비핵화를 어떻게 달성할지, 남북 간 신뢰를 어떻게 형성할지 전략은 전무했다. 통일대박론을 던져놓고, 그 중요 모델이 될 수 있는 개성공단을 걷어찬 것도 정부 정책이 말뿐임을 보여준다. 양 교수는 "'하우(how)'라는 방법론이 없었기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실패는 처음부터 잉태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북한 '관리 의지'가 애초부터 없었다는 해석도 있다. 정부가 표현만 요란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실천에 옮기지 않은 이면에는 김정은 정권 붕괴를 기다리면서 흡수통일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 결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구상 등 대북정책 주요 키워드는 모두 사어(死語)가 됐다. 5·24 대북 제재 조치 예외라던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보류됐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즉자적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정략적으로 남북관계를 활용한 것 외에 미래비전을 갖고 (남북관계) 해법을 모색한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입력 : 2016.02.12 22:12:37
수정 : 2016.02.12 23:03:39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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