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로켓추진체 폭파 기술에 사드 무용지물"
북 미사일 교란 기술 보유 확인
미 MD 전문가 포스톨 교수 지적
"탄두와 추진체 파편 구분 어려워"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명예교수
북한이 지난 7일 장거리 로켓 발사 과정에서 보여준 로켓 추진체의 폭파 기술은 한·미가 사실상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세계적인 미사일방어시스템(MD·엠디) 전문가가 지적했다.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는 북한의 로켓 발사 및 한·미의 사드 배치 공식 협의 시작 발표 이후 <한겨레>와의 수차례에 걸친 전자우편 및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매사추세츠공대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미 해군참모총장 수석자문관을 지낸 포스톨 교수는 미 국방부와 국립 핵연구소, 의회, 학계 등에서 30년 이상 미사일방어체계를 연구해온 이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다.
포스톨 교수는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의 1단 추진체가 폭발 뒤 수백개의 조각으로 나뉘어 흩어진 점에 주목했다. 한국 국방부도 9일 "이지스함 레이더로 1단 추진체의 폭파된 파편이 270여개의 항적으로 나타났다"며 "한국의 추진체 회수를 막기 위해 자폭 장치로 폭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톨 교수는 북한이 이런 자폭 기술을 노동미사일에 적용할 경우 사드 레이더가 실제 탄두를 식별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사드가 요격미사일을 발사할 시점에 북한은 노동미사일의 탄두를 싣고 가는 미사일 몸체를 많은 조각으로 파편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사일이 동력 비행을 마친 뒤 아주 높은 고도에 이르게 되면 공기 저항이 거의 없어 무거운 물체와 비교해 가벼운 물체의 낙하 속도가 느려지지 않는다"며 "따라서 미사일 몸체의 파편들은 탄두와 똑같은 궤적을 그리며 떠다니게 된다"고 설명했다.
7일 북한 동창리 발사장에서 쏘아 올려진 북한 로켓(미사일)이 하늘 위로 솟아오르고 있다. (평양 교도=연합뉴스)
그는 "따라서 여러 파편은 많은 잘못된 목표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원거리에 있는 자외선 자동추적 요격미사일은 이를 상세하게 구분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엇비슷한 표적이 수없이 나타나기 때문에 요격미사일이 쓸모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요격미사일이 식별할 수 있는 것은 형체가 결정되지 않은 점광(point of light)뿐"이라며 "이 점광 중의 어느 것도 탄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탄두를 포함해 각 조각들이 빙글빙글 돌며 낙하하는 '텀블링'(공중회전) 등을 하면서 빛의 밝기가 바뀌게 된다"며 "이럴 경우 센서는 더 이상 유용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이번에 보여준) 자폭 기술은 핵탄두를 장착한 노동미사일 본체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드가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한·미 정부의 발표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한반도에 배치되는 사드 레이더가 전진배치모드로 사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100㎞를 왕복할 수 있는 탱크를 두고, 200㎞는 달릴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포스톨 교수는 꼬집었다. 그는 "이런 여러 상황에도 사드 배치를 선택할지 여부는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권리"라면서도 "그러나 잘못된 믿음들에 기초한 이러한 (미국 정부의) 조처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과 토머스 밴들 주한 미8군사령관은 개인적으로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다"며 "두 명의 미군 장군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과 핵무기 개발에 대한 두려움을 부추기는 식으로 한국의 정치적 정책 결정 과정에 부적절하게 개입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미국 시민의 한 명으로서 매우 충격적"이라고 토로했다.
등록 :2016-02-12 01:15
수정 :2016-02-12 09:12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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