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들이 현대사 부정, 우리가 이승만 다뤄야"
'백종문 녹취록'에 드러난 MBC 간부들 수준
"최승호·박성제, 증거 없어도 해고"…
정재욱 "당구장 같은 데서 말만 하던 게 임시정부"
MBC 간부들이 극우 성향의 인터넷매체 관계자를 만나 노조 파괴 공작 발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공개한 녹취록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추가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등 MBC 간부들은 파업 참가자에 대한 '보복성 징계'뿐 아니라 노골적인 프로그램 간섭과 압력 행사, 반 헌법적인 극우 발언을 쏟아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재철 전 MBC 사장 시절 편성제작본부장이었던 백종문 본부장은 지난 2014년 4월과 11월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등을 만나 "최승호와 박성제는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 증거 없이 해고시켰다"고 말했다.
백 본부장과 박 편집국장이 만난 자리에는 당시 김재철 전 사장의 자문변호인 출신으로 MBC 법무노무부장이 된 정재욱 현 MBC 법무실장 등 MBC 관계자 4명, 폴리뷰 관계자 2명이 합석했다.
백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1심에 우리가 패소했기 때문에 2심에서는 최소한 6명 해고자 중에 4대 2는 나와야 한다. 4명의 집행부는 해고확정 유지를 해야 하고 박성제와 최승호 2명은 증거불충분으로 기각한다든가, 4대 2 정도 나오는 것에 대해선 나는 뭐든 할 수가 있다"며 "왜냐면 그때 최승호와 박성제 해고할 때 그럴 것을 예측하고 알고 해고했다"고 실토했다.
백 본부장은 이어 "걔네들(최승호·박성제)이 노동조합 파업의 후견인인데 이놈들 후견인은 증거가 남지를 않아 뭘 했는지 알 수가 없다"며 "그런데 이놈을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가지고 해고를 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 해고 당시 백 본부장은 인사위원 중 한 명으로 인사위에 참석했으며, 안광한 현 MBC 사장은 그때 부사장으로 인사위원회 위원장이었다.
백종문 "이놈을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서 해고한 것"
MBC 사측은 노조 파업이 140일 넘게 지속되던 2012년 6월 인사위원회를 열어 10여 명의 조합원에 대해 정직 1개월부터 해고에 이르는 무더기 중징계를 내렸다. 노조는 이에 대해 "파업에 참여할 경우 언제든 해고 등 중징계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저급한 술수"라고 비판했다. 특히 해고를 당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는 노조 집행부도 아닌 일반 조합원 신분이었다. 법원은 1심과 항소심 모두 최 PD등 해고자 6명에 대해 해고무효 판결을 내렸다. 그럼에도 백 본부장은 "회사가 (노조와) 손해배상 소송에서 100% 승소할 수 없겠지만, 어느 정도 승소를 해서 기선을 잡고 모가지를 쥐고 있어야지 얘기가 되는 것"이라며 "소송비용이 얼마든, 변호사 수십 명이 들어가든 이건 회사의 명운이 달린 일"이라고 소송을 통해 노조를 계속해서 압박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백 본부장이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와 PD, 아나운서 수십 명을 의도적으로 현업에서 배제하고, 당시 미래전략본부장으로서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에 직접적인 권한과 책임이 없었음에도 프로그램의 제작과 내용, 패널 섭외 등에 간섭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그는 "파업할 때 회사를 망가뜨린 사람들이 내가 볼 때 50명 정도 된다고 보는데, 똑같은 일이 두 번 반복되면 여기 구성원들이 접싯물에 코 박고 죽어야 된다"며 "(파업에 가담했던) PD는 프로그램 다 배제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또 파업참가자를 비제작 부서로 발령 내고 경력사원을 뽑은 것과 관련해 "인사 검증을 한답시고 지역도 보고 여러 가지 다 봤음에도 노동조합이 힘이 센 거 같으니까 다 그 쪽으로 가야 되는 것"이라며 "이 친구들도 자기 출세라든가, 직장생활에 눈치 보는 것 때문에 바람의 방향이 이쪽으로 확 간다면 절대로 그렇게 안 한다"는 등 편향적이고 원칙 없는 인사 속내를 드러냈다. 사측은 그 동안 부당전보라는 노조의 비판에 대해 '경영상 필요한 적재적소의 인사'라고 주장해 왔다.
정재욱 "좌파들 현대사 치욕적 자기부정, 우리가 이승만 다뤄야"
박한명 폴리뷰 국장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등을 예로 들며 "지금 예능이 국민을 좌경화하는데 일등공신이라고 본다"고 지적하자 백 본부장은 "(예능PD와 작가가) 의도하고 있는 거지, 회사가 손을 못 대고 있는 거지"라고 동조했다.
게다가 백 본부장은 2014년 11월11일 방송된 'PD수첩'에서 "게이, 레즈비언, 안녕들 하십니까" 편에 대해 "내가 담당국장한테 녹화하기 전에 전화해서 '너 그 아이템 왜 했냐'고 야단을 쳤다"고 하는가 하면,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라고 말하며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외주로 제작할 수 있도록 "본부장과 국장에게 분명하게 지시를 해놨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백 본부장의 이 같은 프로그램 편성·제작 개입 발언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는 방송법(제4조 제2항) 위반 소지가 있다. MBC 방송편성규약에도 '편성·보도·제작상의 실무권한과 책임은 관련 국장에게 있다'고 규정하며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백 본부장과 동석한 정재욱 법무실장은 정보 '파이프라인'을 자처하며 폴리뷰에 MBC 내부 정보를 꾸준히 제공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정 실장은 박한명 국장에게"(내부 소식통은) 그럼 내가 제일 많이 아니까 내가 하겠다. 대신 나를 인용하지는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백 본부장도 "(정 실장이) 임원회의도 다 들어간다"고 거들었다.
정 실장은 헌법상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는 왜곡된 역사 인식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당구장 건물 이만한 데 세 얻어서 그냥 말만 하던 데가 임시정부인데 무슨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느냐"며 "현대사를 이렇게 치욕적으로 자기부정하는 사회가 없다. 좌파 지식인과 지식 권력인들이 다 그렇게 배워 왔는데 그럼 우리는 이승만 정권부터 다뤄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2016년 01월 27일 수요일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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