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동하는 지성 - 시사

‘김장훈 논란’, 이분법적 논리는 저급한 이데올로기의 부산물

"김장훈을 누가 왜 '변절자'라고 비난하나?"

정치권의 이분법적 진영논리, 국민들 민심도 갈라 놓는다.

가수 김장훈씨가 지난주 토요일(1월 23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김찬영 새누리당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김 예비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자 SNS와 각 언론사의 관련기사 댓글에 '김장훈씨에게 실망했다'거나 '이해 할 수 없다'는 글과 함께 '변절자'라거나 '영혼이 없다'거나 심지어 '미친**'라는 비난의 글까지 쏟아지고 있다.

정치학자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진영논리에 빠진 이분법적 사고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가수 김장훈을 누가 왜 비난하나?" 라는 제목으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지난 23일 김찬영 새누리당 구미을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가수 김장훈이 참석했다 (사진=김찬영 예비후보 블로그 캡처)

▶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라는 거냐?

= 비판도 있고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글들도 있지만 비난일색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비난의 글이 많다.

일일이 소개하기는 그렇고 '변절자'니 '미친**'니, "영혼이 없다'느니 또 '김장훈 아웃!'이니 하면서 비난하고 있다. 어제(25일) 김장훈씨의 해명이 나온 뒤 한 트위트리안은 "김장훈 말장난 하나? 지지할 정당이 없는데,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나? 니 노래 파일 싸그리 휴지통에 버렸다"는 글을 올렸고 이 글은 엄청나게 리트윗 되기도 했다.

물론 "김장훈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건 아니라고 본다. 선행은 선행이고 뒷이야기는 뒷이야기고 정치성향이나 판단도 다 자신의 몫이지.. 착한 일하면 무조건 우리편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나 과거 진보는 가난해야 한다는 관념이나 그렇게 족쇄만 된다"거나 "실망이 크다"거나 그런 반응들도 종종 보인다.

또 "김장훈씨는 공인이다 민감한 시기고 그 시기에 정치색이 없다면서 정치행사에 참여한것 자체가 문제다 새누리를 지지하니까 새누리당 행사에 간것이지 무슨 변명인지"라는 글도 보인다.

▶ 김장훈씨가 해명을 했던데?

= 이틀째 비난이 쏟아지자 김장훈씨가 어제(25일) 오후에 페이스북에 해명 글을 올렸다.

(사진=김장훈 페이스북 캡처)

김장훈씨의 해명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저는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지지하는 정당이 없습니다. 아니, 지지할만한 정당이 없습니다. 적어도 작금의 이 나라에서 저에게는"라며 "기호 무시하고 색깔 무시하고 김찬영이라는 제가 기대하는 큰 일 할 청년, 제가 오래 두고 지켜본 동생, 김찬영이라는 이름 석자보고 간것"이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단지 친해서가 아니라 오랜인연을 통해 본 그가 강직함, 좋은전략과 추직력, 대의를 중시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걸 아는 친구기에 이런 친구가 정치를 해도 좋겠다 하는 바람에서 응원을 해주러 갔다"는 것이다.

김장훈씨는 "어느 정도는 예상했으나 이렇게 커질줄은.., 그래서 그 친구가 오히려 개소식에 저보고 오지 말라고 했고 저는 갔다"면서 "아마도 이런 면이 제가 그 친구를 신뢰하는 면이기도 할테구요"라고 설명했다.

김장훈씨는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저는 정치색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음악과 나눔,국가브랜드 업!! 이 세가지에 집중하기로 하고 그거만 열심히 하며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4년 8월 가수 김장훈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단식에 동참했다. 김 씨는 "세월호 특별법은 유가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나라를 위한 것"이라며 동참 이유를 밝혔다. (사진=윤성호 기자)

이어 "세월호 단식농성에 동참한 것은 '이건 아니다'는 제 소신때문"이라면서 "진보다 보수다 좌다 우다 그런 이분법이 제게는 희극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김장훈씨는 지난 2014년 8월 4일부터 1차 2차에 걸쳐 21일간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동참했고 유족들을 위한 콘서트를 여러차례 열었다.)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언론들이 보도하는 건 추론일뿐 팩트가 아니다"면서 "검색어에 김장훈과 정당이 함께 붙어 있는것은 좀 불편하니 정정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요청했다.

김장훈씨는 "앞서 말씀드린 세가지(음악과 나눔,국가브랜드 업)에 오롯이 집중하고자 뉴스와 시사프로를 끊었더니 울화가 줄어서 공황장애도 거의 완치로 가고 있고 수면제도 절반으로 줄었는데 오늘밤은 약 좀 먹어야 겠네요"라면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 그러니까 새누리당을 지지한 것이 아니고 김찬영이라는 개인을 지지한 것이다?

가수 김장훈과 김찬영 새누리당 구미을 예비후보 (사진=김찬영 예비후보 블로그 캡처)

= 그렇게 해명한 것이다. 그것도 그냥 친한 사이가 아니라 '오랜인연을 통해서 본' 관계여서 그랬다는 것이다.

실제로 찾아보니 지난해에만 4~5차례 이상 구미를 방문했다. 그리고 메르스 여파로 전통시장들이 직격탄을 맞자 지난 6월 27일 구미지역을 방문해 선산시장과 구미인동시장에서 콘서트를 하기도 했다. 그 때 페이스북에 "구미쪽에 김찬영이라고 친동생같은 놈한테 세팅을 시켜 놓았더니"라는 표현이 나온다.

두 사람이 아주 돈독한 관계인데 독도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두터운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찬영의 블로그 2015년 4월 8일자에 독도 사진을 같이 찍은 장면이 있음) 4월 29일에도 구미를 방문해 김찬영씨와 함께찍은 사진이 있고, 11월 23일에는 구미에서 연탄봉사활동을 함께하는 사진도 있다.

▶ 김장훈씨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누리꾼들인가?

= 그렇다.

▶ 김장훈씨도 공인이니까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지난 23일 김찬영 새누리당 구미을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가수 김장훈이 참석했다 (사진=김찬영 예비후보 블로그 캡처)

= 새누리당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김장훈씨의 자유이듯 공인인 김장훈씨의 행보를 두고 비판하는 것도 자유일 것이다. 김장훈씨가 성역도 아니니까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김장훈씨를 '변절자'라고 비난하는 건 도가 지나치다고 본다. 이건 명백한 진영논리고 흑백논리이기 때문이다.

김장훈씨는 스스로 진보주의자라고 한 적도 없고, 자신이 야당을 지지한다고 한 적도 없으며 당적도 없다.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한 것도 아니고 오랜동안 잘알고 지낸 예비후보 1명을 지지했다고 '변절자'라고 부르는 건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것이다.

변절자라고 부를려면 영화 '암살'에서 배우 이정재가 열연한 '염석진'이나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고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에서 박군이 끝까지 불지않고 지켜주려했던 '박종운'이 새누리당에 입당하는 정도는 돼야 변절자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런데 김장훈씨의 김찬영 예비후보 지지를 두고 "무슨 사연으로 변절을 하게 되었을까? 궁금하지 않고 측은 하기만 하네"라거나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 말해야지 그간 잘해왔으니 이정도는 묵과하자? 웃기는 소립니다. 모든 변절과 잘못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김장훈.뭐하는 짓이냐"거나, "미친**"라고 매도하는 건 지나치다는 거다.

한 트위트리안은 "김장훈이 새누리 후보 지지했대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김장훈이 변절이라도 했단 얘길까? 심지어 진보 팔아 보수에 공들인다는 해괴한 언설까지 등장하던데 그가 진보였나? 김장훈을 그대로 봐야지 자기 욕망을 인위적으로 거기 투영하니 이런 착란이 빚어진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또 "과거 운동권처럼 변절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아요. 김장훈씨는 원래 정치적 식견보다 직감과 정, 의리로 좌충우돌했던 분"이라는 글도 보인다.

▶ 김장훈씨에 대한 비난이 이분법적인 사고 때문이라는 것이냐?

지난 23일 김찬영 새누리당 구미을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가수 김장훈이 참석해 김찬영 예비후보와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김찬영 예비후보 블로그 캡처)

= 정치학자들이 그렇게 분석한다.

영남대 정치학과 김태일 교수는 김장훈씨에 대한 매도에 대해 '정치과잉'이라고 분석한다. 김 교수는 "사람은 다 다르다. 그런데 정치관계로 모든걸 다 해석하고 지배하려고 하는 이것이 정치과잉"이라면서 "정치는 같아도 종교나 지역은 다를 수 있고, 또 정견은 달라도 친분이 있거나 고향친구라면 지지할 수도 있는 그것이 관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태일 교수는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이유를 세가지 이유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냉전과 분단, 전쟁을 겪으면서 생존을 위해 '이편이 아니면 저편'으로 그렇게 살아왔고 정치행위에서도 그런게 결정적으로 작용해 왔다" 말했다.

두 번째는 "민주주의 없이 군부독재시절을 살다보니까 '민주 대 반민주'라는 구도로 진행이됐다"면서 "그런 구조에서는 타협이란게 있을 수 없었다. 군부에 조금이라고 협조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고 그래서 이분법을 강화시켜왔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소선거구제와 대통령선거 제도 이게 승자독식이니까 50%를 넘기면 다 먹는구조니까 이런 제도가 딱 두 쪽으로 나게 돼 있다"면서 "중간지대를 허용하지 않고 지역주의와 결합하면서 진영논리를 계속 강화시켜오고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서로 불화하고 반목해온 이유는 우리의 정치구도가 군부독재 치하에서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로 형성돼 왔기 때문"이라면서 "정치를 도덕적 관점으로 보거나 이분법적으로 네편아니면 내편이 되는 구조, 내편이면 선이고 네편이면 악이되는 우리 정치의 관행이 뿌리깊게 배어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진영논리로 정치에서 재미를 보니까 '내편이면 무조건 찍는다'는 말이 안 되는 논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진영논리란 어떤 사안에 대해 자신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속해 있는 진영의 냉전적 사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내 입맛에 맞으면 좋은 사람, 안 맞으면 조진다는 마인드 자체가 문제"라면서 "야권 지지자들은 '포지티브 리스'를 적용하는데 이런 저런 기준 다 충족해야 나쁜 놈이 아니라 이런 저런 거 중에 하나만 걸리면 나쁜 놈이 된다"고 비판했다.

여러차례 지적했지만 박근혜정부 들어 큰 일이 일어날 때 마다 진영논리로 편을 갈라서 빠져나갔다. 세월호 참사도, 메르스 사태 때에도 진영논리 편가르기가 등장했다.

가수 김장훈과 김찬영 새누리당 구미을 예비후보 (사진=김찬영 예비후보 블로그 캡처)

▶ 자연인인 김장훈씨가 누굴지지하건 그건 자유 아닌가?

= 그렇다. 양심과 종교의 자유가 있듯이 누구나 정치의 자유가 있다. 민주주의란 그래야 한다.

김장훈씨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에 가까운 비난을 보면서 며칠전 뉴스타파에서 인터뷰를 했던 울산지역 한 주민의 말이 생각났다. 기자가 지난 총선에서 누굴찍었는지 기억나느냐? 이렇게 물으니까 "우리는 새누리당밖에 안뽑아요 나는", 기자가 잘 뽑았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으니까 "우린 나라를 다 팔아 먹어도 새누리당이에요", 기자가 왜요?라고 물으니 "그냥~ 우리 고향이 대구니까"라고 대답했다.

후보가 어떤 인물이고 어떤 정책을 내놨는지는 관심도 없고 내편이니까 찍는다는 논리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렇지만 현실은 이렇다. 김장훈씨가 아주 친했던 정치인 1명을 지지한다고 '변절자'라고 하는 것과 이 주민의 말이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진=김장훈 페이스북 캡처)

김장훈씨는 "지지하는 아니 지지할만한 정당이 없다"고 했고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고 분명히 강조"를 했다. 그런데도 김장훈씨의 해명 이후 오히려 비난글이나 댓글이 더 늘어났다.

최창렬 교수"김장훈씨가 정치인도 아니고 정당소속도 아니니 누굴 지지하는 게 무슨 문제가 있냐?"고 말했다.

시사평론가인 유창선 박사"친분이 있는 관계면 도울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면서 "김장훈씨가 야당당원도 아닌데, 세상의 모든 일을 정치적 잣대로만 진영논리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수 김장훈과 김찬영 새누리당 구미을 예비후보 (사진=김찬영 예비후보 블로그 캡처)

▶ 이런 이분법적인 진영논리를 극복할 대안은 없는 거냐?

= 한 가지 방안만으로는 안 될 것이다.

일단은 선거제도의 개편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김태일 교수"정치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선거제도 바꾸는게 중요하다. 소선거거제도라는게 양당구조를 가져온다. 결선투표제가 없는 대통령 선거제도도 마찬가지다. 결선투표제가 있으면 제3세력이나 제4세력이 자기 존재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창렬 교수는 "기존의 양당보다는 다양한 세력을 대표해 내는 다당체제로의 변화가 바람직한 정치변화"라면서 "양극에 사람들이 너무 몰려 있다. 중도가 자기 목소리를 낼만한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의 원인이 민주 대 반민주 구도"라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적대정치의 본질은 소선거구제, 양당제, 5년 단임제에서 나온다. 이것들은 1987년 체제의 산물이다. 87년 체제는 유효기간이 다했다"고 진단했다. 소선거구제를 폐지하고 다당제로 가야한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정치체제외에도 사회적으로 관용의 문화가 필요하다. 김태일 교수는 "문화적으로 관용, 자기와 다른 것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관용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의 문제도 있다. 우리 교육이 정답을 찾는 교육이다보니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토론을 통해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문화가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를 다시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고자 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대목, 김장훈씨처럼 기부를 하는 사람도 세월호 참사 때에도 지난해 메르스 여파 때 전통시장 살리기를 할 때에도 김장훈씨는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활동해 왔다. 누가 김장훈씨에게 진정성을 얘기하면서 '변절자'라고 비난 할 수 있을까?

권영철의 Why뉴스 듣기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CBS노컷뉴스

2016-01-26 09:39

권영철 선임기자 bamboo4@cbs.co.kr

 

관련기사


"); wcs_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