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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지성 - 시사

불안 키우는 정부, 북한뿐 아니라 중국까지 긴장 대열로

박근혜의 '아마추어리즘', 외신과 '진실게임'

靑 고위관계자 "사드 검토"…중국 "대가 치러야 할 것"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한반도 사드 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9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한반도까지를 탐지 거리로 하는 종말단계요격용(TBR·Terminal-based Radar)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문화일보>를 통해 밝혔다. 청와대는 이 보도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TBR은 사드의 핵심 장비인 조기경보레이더의 한 종류로, 유효탐지거리가 600킬로미터(㎞)다. 즉 중국을 제외하고 한반도만 커버하도록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효탐지거리는 조정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탐지 거리를 조절한다고 해서 사드 도입과 관련해 중국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의 본질을 비켜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와대가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도입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현지시간) 이르면 다음 주에 한미가 사드 도입 관련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한국과 사드 문제를 협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르면 다음주 중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미국 전현직 고위 관리들을 인용, 한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사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이같은 외신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가 입장을 밝힌 것은, 사실상 사드 도입이 결정 단계에 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한다. 국방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우리 안보와 국방에 도움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방부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와 정면 배치되는 해명이다. 외신과 '진실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설명과 달리 사드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정황은 충분하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위협 등을 감안해 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사드 배치 문제를 직접 거론했었다. 이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5일 "(사드 배치를)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 검토" 발언을 내놓았다. ⓒ청와대

'권력자'의 아마추어리즘, 쩔쩔매는 정부

사드 '군불 떼기'는 현 정부의 외교 안보 분야 아마추어리즘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확하게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아마추어리즘이다. 최근 '5자회담론'을 제기했다가 미국, 중국으로부터 무시당한 것과 비슷한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신년 기자회견장에 선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본인의 입으로 "사드 배치 문제는 ()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뉘앙스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박 대통령의 답변이 끝나지 않았는데, "다음 질문 받겠다"고 넘기려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를 제지하며 굳이 사드 이야기를 꺼냈다. "검토"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이어진 "중국 역할론" 관련 질문에 "(북핵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중국"이라며 "중국은 여태까지 (북핵 불용의) 확실한 의지를 공언한 대로 지금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사드가 중국 압박용이라는 뉘앙스를 짙게 풍긴 것이다.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14일자 <중앙일보>에 "(사드 발언 등은) 회견 준비 과정에서 사전에 조율된 내용"이라며 "중국이 대북한 제재에 적극 참여하라는 메시지"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북한용이 아니라 중국용이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이는 중대한 문제다. 그간 국내에서 이뤄진 사드 도입 논의 자체의 틀을 허물 수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중국을 '압박 대상'으로 설정한 순간부터 한국 정부는 사드 도입 논란이 일 때마다 쩔쩔매고 있다. '권력자'의 외교적 문제 발언이 정부의 대응 체계를 헝클어버린 셈이다.

국방부가 이날 "미국의 협의 요청이 없었다"고 진화를 시도한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이미 박 대통령의 '사드 검토' 발언으로 정부가 오랜 기간 유지해 온 '3NO' 입장('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었다)이 자동 폐기됐기 때문이다. 마땅한 해명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인데 '상황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니 철 지난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방부 입장이 청와대의 입장"이라며 공식 입장 하나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미국의 요청 여부는 2조 원에 달하는 사드 배치 비용 분담 문제와 관련돼 있는 게 아니라면, '전략적 모호성' 측면에서도 이제 중요하지 않은 말이 됐다.

▲ 미군의 사드 발사 실험 장면 ⓒ록히드마틴

김종대 "中 '대가 치를 준비 하라'국가 간에 나올 수 없는 용어"

현재 중국의 반응은 심상치 않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이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이례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의 '사드 검토' 발언이 나온 후인 지난 27일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한국은 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을 압박해선 안 된다"며 "한국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중·한 간 신뢰가 엄중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고, 한국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무역 보복 등을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의 설명대로 '역대 최상'이라던 한중 관계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단장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환구시보>를 통해 나온 반응은) 불쾌감 정도가 아니라 저는 그렇게 중국 입장이 강하게 나온 것을 처음 봤다"며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라, 국가 간에서는 나올 수 없는 용어"라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사실 지금 중국에 외교적인 협력을 구하는 입장에서 어떤 군사적인 조치를 우리가 거론하면서 중국을 압박을 하겠다, 이것은 참 한국으로서 무모한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프레시안

2016.01.29 17:05:20

박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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