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역린' 건드렸나…권력자 발언에 與 '일촉즉발'
친박들 "박 대통령 찬성 강제하지 않았다" 반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6일 던진 한 마디가 당 내부의 긴장도를 잔뜩 끌어올리고 있다.
바로 국회선진화법을 '망국법'이라고 비판하면서 불쑥 내뱉은 '권력자 책임론'이다.
김 대표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장기 경제 아젠다 전략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한 야당의 발목잡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더니 "더 큰 문제는 왜 그런 망국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느냐는 것"이라며 국회선진화법의 탄생 배경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우리 당 거의 많은 의원들이 반대했는데, 당시 권력자가 찬성으로 돌자 반대하던 의원들이 전부 다 찬성으로 돌아버렸다"며 "그래서 선진화법이 통과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권력자란 누가 봐도 박근혜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으로 읽혀진다.
지난 2012년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 직후인 4월 25일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 대통령은 "18대 국회가 끝나기 전 다시 한 번 본회의를 소집해 국회선진화법이 꼭 처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5월 2일 박 대통령의 말대로 18대 국회는 마지막 본회의를 소집해 찬성 127인•반대 48인•기권 17인으로 국회선진화법을 처리했다.
당의 수장이자 강력한 차기 대권후보의 말에 의원들이 소신을 꺾고 망국법을 처리했다는 비판이다. 야당 인사의 발언에 못지 않은 내용이다.
◇ "온갖 모욕과 수모를 견디면서도"
김 대표는 더 나아가 "이(권력자의 눈치를 보는) 잘못을 끝내기 위해 공천권에 발목이 잡혀있는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적 철학과 소신을 굽히지 말라는 뜻에서 100% 상향식 공천을 온갖 모욕과 수모를 견디면서도 완성시킨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온갖 모욕과 수모를 견디면서도'라는 표현으로 상향식 공천 도입을 확정짓기까지 친박계와 청와대의 공세에 시달렸던 점을 상기시켰다.
공천내전 당시 김 대표는 청와대에 꼬리를 내리고 후퇴만 계속한다는 조소 어린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 안팎에선 지난해 6월 유승민 축출 사태 당시 나왔던 "대통령과 싸워서 어떻게 이기나"라는 발언을 떠올렸다.
따라서 김 대표의 이번 권력자 발언은 공천 룰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서울의 한 비박계 재선 의원은 "공천룰 갈등 당시에는 김 대표가 정면승부를 벌이지 않고 고비 때마다 물러서는 것 같아 답답할 때도 많았다"면서 "하지만 끝내 상향식 공천을 관철시키는 것을 보고 상당히 노회한 정치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비박계 재선 의원은 "공식 행사에서 한 발언인 만큼 즉흥적으로 나온 말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대표의 측근인 한 의원도 "김 대표는 애드립이 풍부하기는 하지만, 최고위원회의나 공식 행사의 경우 미리 발언을 작성해온다"고 뒷받침했다.
또다른 비박계 재선 의원은 "팩트(Fact)가 틀린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김 대표를 거들었다.
◇ 친박 반발 "대통령에 책임 전가"
친박들은 가만있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은 즉각 "잘못된 발언"이라고 정면 비판에 나섰다.
윤 의원은 "당시 박 대통령은 의원 누구에게도 선진화법 찬성을 강제하지 않았다"며 "김 대표 말대로라면 대통령을 모시는 내가 어떻게 의원총회에서 반대를 하고 본회의장에서도 반대 투표를 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친박계 의원도 "김 대표의 발언은 한마디로 대통령에 대한 책임 전가"라고 비난했다.
국회선진화법 통과 당시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친박계에서 황우여 당시 원내대표, 이정현 현 최고위원, 조원진 현 원내수석부대표, 현기환 현 청와대 정무수석 등 다수가 찬성했다.
하지만 윤상현 의원과 이성헌 전 의원은 반대했고 최경환•유기준 의원은 기권했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무성 대표도 반대했다.
청와대는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아직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16-01-27 04:00
정재훈 기자 floyd@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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