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땐 중국 경제보복 우려… 마늘분쟁 재연 될까?

2000년 마늘관세 10배 올리자 휴대전화 등 수입중단 조처 전례

전문가 "중국 정경분리" 전망에도 재중 한국 기업인들 좌불안석

"중국, 국익 걸리면 무섭게 돌변"

"당시 한국에서는 거국적인 수준의 대규모 협상단이 갔다. 그러나 면담 신청을 해도 중국에서 전혀 반응이 없었다. 그저 기다릴 뿐 속수무책이었다. 마냥 호텔에서 머무를 수 없어 철수를 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막판 중국 쪽에서 만나겠다는 연락이 왔고, 중국은 극소수의 인사만 협상에 나왔다. 결국 대부분 중국의 의사가 관철됐다."

중국의 경제 보복 사례

2000년 여름 한-중 관계를 뒤흔들었던 '마늘 분쟁' 협상을 가까이서 지켜본 한 인사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마늘 분쟁은 한국이 같은 해 6월 중국산 얼린 마늘과 식초에 절인 마늘의 관세율을 2003년 5월까지 기존 30%에서 10배가 넘는 315%로 올리며 시작됐다. 한국 정부는 당시 값싼 중국 마늘로부터 농민을 보호하려 취한 조처였지만 당시 세계 마늘 생산량의 75%가량을 차지하고 있던 중국은 갑작스런 큰 폭의 관세 인상 조처에 강하게 반발했다. 산둥성의 농민이 자살을 하는 사건도 중국 정부의 태도를 강경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일주일 뒤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는 보복 조처를 발표했다.

결국 한국은 관세율을 거의 기존 수준인 30~50%로 낮추고, 중국은 휴대전화 수입 중단 조처를 풀면서 마늘 분쟁은 끝났다.

사실상 중국의 무역 보복이 위력을 발휘한 마늘 분쟁은 이후로도 중국의 경제 보복 사례로 입길에 오르내린다.

10년 뒤인 2010년 9월 중국은 일본과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때도 희토류의 일본 수출 중단이라는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들며 17일 만에 일본에 나포됐던 자국인 선장을 되돌려 받았다. 첨단기술 제품의 핵심 원료인 희토류는 희소 자원으로 일본은 전적으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굴욕적으로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빠르게 퇴보하면서 중국의 경제적 제재에 관한 우려가 퍼지고 있다. 일단 중국 경제 전문가들 다수는 중국이 '정경분리'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베이징 코트라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국은 한국의 전체 무역 비중에서 23.5%를 차지해 1위였다. 한국 역시 중국의 전체 무역 비중에서 비중이 7.1%로 4위였다. 중국 경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도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두 나라가 가입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정치적 이유로 인한 무역 제한은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박은하 주중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는 "한-중은 경제 발전 목표를 실현하는 데서 상호 핵심 파트너다. 중국이 북한 핵실험으로 발생한 정치안보 문제를 경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중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유·무형의 수단을 통해 티 나지 않는 제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베이징에 진출한 한국 기업체의 한 직원은 "중국 여론을 매일 점검하고 있는데 아직 특이 동향은 없다. 그러나 혹시 불똥이 튈까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당장은 아니지만 사드 배치가 결정되거나 갈등이 더 커지면 중국이 가장 가시 효과가 큰 유커(중국인 국외 관광객)의 한국 관광 제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는 소문이 많다"고 말했다.

단둥 등 북-중 접경지대에서 북한 무역을 하고 있는 이들도 "좌불안석이다. 중국인들은 국익이나 애국이라는 문제가 걸리면 무섭게 돌변한다"고 우려했다.

 

한겨레신문

등록 :2016-02-17 19:33

수정 :2016-02-18 05:29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관련영상] '박근혜발 북풍', 대통령의 무지와 거짓말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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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가 서야 경제도 산다

박 대통령의 2·16 국회 연설은 동시대 한국인이라면 그 전문을 읽을 가치가 있다.

그 안에는 한국인의 일상을 흔들 핵심이 가득 모여 있다.

먼저 한중 관계의 뇌관인 '사드'가 있다.

대통령은 연설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협의' 개시를 직접 확인했다. 보통의 시민이 이 말을 듣게 되면 마치 한국과 미국이 FTA 협상을 하듯이 사드를 배치할지 말지의 문제를 협의하고 있구나 끄덕이기 쉽다.

그러나 주한미군 지위 조약(소파 협정)에서 '협의(consultation)'는 미국이 필요한 시설과 구역을 결정하는 협의이다. 그래서 '대구'니 '평택'이니 '원주'니 하는 배치 지역이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구름 위의 언어를 사용했다.

한국은 국제 관계의 규칙을 결정하거나 규칙을 아예 바꿀 수 있는 입헌자도 아니고 초법적 존재도 아니다. 이것이 땅의 현실이다.

미국은 1954년의 한미 방위조약을 근거로 사드 배치를 결정할 권리가 미국에 있음을 전제로 한국과 협의하고 있다. 그리고 사드 배치를 잘못하면 한중 관계가 파탄 날 위험에 처한 것이 지금 이 땅의 세계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땅의 말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사용한 '북한 정권의 변화''체제 붕괴'라는 언어도 구름의 언어이다.

국제법은 유엔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의 체제 문제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심지어 한미 방위조약 3조조차 '합법적으로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라고 규정하여, 북한이 당연히 한국의 영토임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지금의 국제관계에서 한국의 대통령은 북한 정권의 변화나 체제 붕괴를 스스로의 결정과 스스로의 힘으로 추진할 수 없다. 대통령은 지상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결과적으로 우리가 북한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지원하게 되는 이런 상황을 그대로 지속되게 할 수는 없습니다"라는 말은 어떠한가?

유엔 안보리의 결의는 회원국으로 하여금 자기 나라 국민이 북한의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에 이바지할 수 있는 대량 현금을 제공(bulk cash, that could contribute to the DPRK's nuclear or ballistic missile programmes)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다. (2094호 결의한 11항)

유엔 결의는 결코 낮은 수준의 핵개발 지원은 괜찮고, 고도의 수소 폭탄 개발 지원은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언어는 국제 관계의 핵심 궤도에 진입할 수 없는, 궤도 밖의 언어이다.

한국은 국제 관계의 규칙을 정하거나 바꿀 초법적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이라는 초법적 존재의 자장에 직접 놓여 있다. 한국의 대통령이 마치 자신이 국제 관계를 규율하고 있는 것처럼 하늘의 세계에서 말할수록, 지상의 국민은 이 두 초법적 존재에 의해 더 많이 휘둘릴 수 있다.

역설적으로 대통령의 연설이 땅을 실제로 뒤틀리게 할 능력을 발휘하는 곳은 이 좁디좁은 땅덩어리뿐이다. 그 힘에 취해 대통령의 언어는 땅의 질서를 마구 어지럽힌다.

대통령은 입법촉구 서명운동을 "국민의 눈물이자, 절규입니다"라고 연설했다.

삼권 분립의 국가에서, 게다가 오바마에게도 없는 법안 제출권까지 가진 최강의 대통령제에서, 국회의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시민 서명에 직접 동참하고 지원한 것도 모자라 아예 직접 국회에서 이러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모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불가피한 '긴급 조치'라고 정당화했다.

그러나 국가안전을 내세웠던 박정희 대통령의 긴급 조치 1호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무효로 선언되었다. 개성에 있던 한국민이 무사히 복귀한 것은 긴급 조치의 결과가 아니라 북한이 복귀를 막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 한 개의 개성공단 공장을 폐쇄하는 데에도 '국가안보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그것도 사업 승인 취소나 정지 사유를 미리 고지하고 청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의 법률이다. 그러나 134개 기업의 모든 사업을 이러한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취소시켜 버렸다.

나는 묻고 싶다. 만일 이 기업들이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이었거나 외국 기업이었다면 대통령은 '긴급 조치'를 했을까?

이제 대통령은 구름의 권좌에서 땅으로, 법치로 내려 와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산다. 밖으로는 초법적 존재인 미국과 중국을 좀 더 촘촘히 연결시키고 묶을 국제법을 끈질지게 고민해야 한다. 안으로는 한국을 동아시아의 법치 매력국가로 만들어야 한다. 살 길은 이 길밖에 없다.

프레시안 [송기호의 인권 경제]

2016.02.17 15:41:36

송기호 변호사

 

독자가 프레시안을 지키는 힘입니다

"평소에 언론은 권력과 자본에 얽매이지 않고 진실 보도, 그리고 요즘 같이 혼란스러운 세상에 사건을 어떻게 봐야할지 시사점을 제시하는 분석 보도가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프레시안은 창간 때부터 진실보도, 분석 보도에 주력한다는 지향점을 지닌 언론이라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2013년 6월, 관점이 있는 뉴스 <프레시안>이 언론 협동조합이 됐습니다. <프레시안>의 기사에 만족하셨다면,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도전에 주목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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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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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로켓추진체 폭파 기술에 사드 무용지물"

북 미사일 교란 기술 보유 확인

미 MD 전문가 포스톨 교수 지적

"탄두와 추진체 파편 구분 어려워"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명예교수

북한이 지난 7일 장거리 로켓 발사 과정에서 보여준 로켓 추진체의 폭파 기술은 한·미가 사실상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세계적인 미사일방어시스템(MD·엠디) 전문가가 지적했다.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는 북한의 로켓 발사 및 한·미의 사드 배치 공식 협의 시작 발표 이후 <한겨레>와의 수차례에 걸친 전자우편 및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매사추세츠공대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미 해군참모총장 수석자문관을 지낸 포스톨 교수는 미 국방부와 국립 핵연구소, 의회, 학계 등에서 30년 이상 미사일방어체계를 연구해온 이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다.

포스톨 교수는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의 1단 추진체가 폭발 뒤 수백개의 조각으로 나뉘어 흩어진 점에 주목했다. 한국 국방부도 9일 "이지스함 레이더로 1단 추진체의 폭파된 파편이 270여개의 항적으로 나타났다"며 "한국의 추진체 회수를 막기 위해 자폭 장치로 폭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톨 교수는 북한이 이런 자폭 기술을 노동미사일에 적용할 경우 사드 레이더가 실제 탄두를 식별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사드가 요격미사일을 발사할 시점에 북한은 노동미사일의 탄두를 싣고 가는 미사일 몸체를 많은 조각으로 파편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사일이 동력 비행을 마친 뒤 아주 높은 고도에 이르게 되면 공기 저항이 거의 없어 무거운 물체와 비교해 가벼운 물체의 낙하 속도가 느려지지 않는다"며 "따라서 미사일 몸체의 파편들은 탄두와 똑같은 궤적을 그리며 떠다니게 된다"고 설명했다.

7일 북한 동창리 발사장에서 쏘아 올려진 북한 로켓(미사일)이 하늘 위로 솟아오르고 있다. (평양 교도=연합뉴스)

그는 "따라서 여러 파편은 많은 잘못된 목표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원거리에 있는 자외선 자동추적 요격미사일은 이를 상세하게 구분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엇비슷한 표적이 수없이 나타나기 때문에 요격미사일이 쓸모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요격미사일이 식별할 수 있는 것은 형체가 결정되지 않은 점광(point of light)뿐"이라며 "이 점광 중의 어느 것도 탄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탄두를 포함해 각 조각들이 빙글빙글 돌며 낙하하는 '텀블링'(공중회전) 등을 하면서 빛의 밝기가 바뀌게 된다"며 "이럴 경우 센서는 더 이상 유용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이번에 보여준) 자폭 기술은 핵탄두를 장착한 노동미사일 본체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드가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한·미 정부의 발표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한반도에 배치되는 사드 레이더가 전진배치모드로 사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100㎞를 왕복할 수 있는 탱크를 두고, 200㎞는 달릴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포스톨 교수는 꼬집었다. 그는 "이런 여러 상황에도 사드 배치를 선택할지 여부는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권리"라면서도 "그러나 잘못된 믿음들에 기초한 이러한 (미국 정부의) 조처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과 토머스 밴들 주한 미8군사령관은 개인적으로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다" "두 명의 미군 장군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과 핵무기 개발에 대한 두려움을 부추기는 식으로 한국의 정치적 정책 결정 과정에 부적절하게 개입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미국 시민의 한 명으로서 매우 충격적"이라고 토로했다.

한겨레신문

등록 :2016-02-12 01:15

수정 :2016-02-12 09:12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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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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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VS 중·러 강경 대결 치닫나

북한 로켓발사

2월 7일 북한의 로켓발사를 계기로 동북아정세가 '갈등과 대립'으로 선회했다.

우리 정부는 '유엔에서의 압박'과 '한미동맹 하의 실질적인 조처'를 선포했다. 사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는 '공식협의'를 시작한다고 공표했다.

각 언론은 중국의 반응에 무게를 두고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중국의 한반도 내 사드 배치에 대한 반응을 부각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 문제의 발단을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발사에 두고 한중 간의 긴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하고 잇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냉전체제의 부활, 즉 동북아에서의 '신냉전체제' 구축에 대한 국제적, 외교적 의미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3각동맹'과 중국 중심의 동북아 정세적 해석을 회피하고 '북핵'으로 사태의 본질을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한 외교적•실질적 효과에 대한 냉철한 객관적 분석을 회피하고 있다. (이는 특히 지상파를 비롯한 대부분의 종편과 소위 '보수신문'이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는 태도다.)

정부의 대북 강경대응과 사드 도입으로 인한 득실이 무엇인가? 중국 및 러시아 등과의 갈등과 대립을 감수하는 대가로 얻어지는 반사이익이 무엇인가? 그 이익은 손실에 비해 합리적인가?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해 어느 정도의 방어력과 억지력을 가지고 있는가? 일련의 과정을 통해 드러난 바와 같이 북한은 우리가 기대한 만큼 중국에 종속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에 대한 정책적 고려도 눈에 띄지 않는다.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발사가 이미 충분히 예견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는 미국이 추진하는 동북아 정책, 즉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위한 '한미일 군사동맹'의 구실이라는 지적은 별개로 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발표한 '안보능력강화'의 주요 내용이 미국의 동북아정책과 군사력에 의존하는 '의존형 안보'라는 점에서는 실망감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편집자 주>

7일 북한 동창리 발사장에서 쏘아 올려진 북한 로켓(미사일)이 하늘 위로 솟아오르고 있다. (평양 교도=연합뉴스)

 

'북 로켓 발사' 복잡해 지는 한반도 정세

북, 중국의 만류에도 아랑곳않고 발사

한•미는 기다렸다는듯 '사드 협의' 공식화

중 한반도 정책 변화없어 갈등 수면 위로

북한이 한•미•중•일•러 등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거듭된 만류에도 7일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를 쏘아 올리겠다며 로켓 발사를 강행하자, 한국과 미국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 정부가 공개적으로 반대해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와 관련한 공식 협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로켓발사 등 '일방적 폭주'와 한•미의 사드 배치 협의 시작을 비롯한 강경 대응 등 한반도에 '강 대 강' 대결 구도가 강화되는 양상이다. '한•미•일 대 중•러'의 대립•갈등 구도도 표면화하고 있다.

북한의 로켓 발사는, 중국이 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2~4일 평양에 보내 발사를 만류했는데도 북한이 오히려 예정일을 앞당겨 발사를 강행했다는 점에서 북-중 간 갈등도 더 깊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북한의 핵실험•로켓발사에 대응해 협력해야 할 한-중 관계가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싼 논란 탓에 갈등 양상으로 급작스레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중간에 낀 중국 정부는 전례없이 중국 주재 한국대사와 북한대사를 같은 날 외교부로 불러들여 항의했다. 지재룡 북한대사한테는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위성을 발사한 데 대해 항의"했고, 김장수 한국대사한테는 "한국이 한•미 양국 정부가 정식으로 사드의 한국 배치 논의를 시작한다고 선포한 데 대해 항의"했다. 중국 정부는 1월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을 때도 지재룡 대사를 불러들여 항의했으나, 김장수 대사는 지난해 3월 대사직 수행 이후 중국 외교부의 초치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로켓발사만큼이나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민감하게 여기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7일 광명서 4호 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연쇄적인 핵실험과 로켓 발사로 한반도 주변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며 한반도 정세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격랑에 휩쓸리는 형국이다.

당장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 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뒤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초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정부 성명에서 특히 주목할 대목은 "6자회담 등 여러 제안을 해왔으나 북한은 이에 전혀 응하지 않아왔다. 이는 그동안 북한에 핵 고도화를 위한 시간을 벌어준 결과"라는 판단이다. '대화 무용론'에 가깝다. 정부가 이런 판단에 따라 내놓은 대응 방침은 크게 보아 두 갈래다.

첫째, "유엔 안보리에서 강력한 제재가 도출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뿐 아니라, 북한이 변화할 수밖에 없도록 필요한 압박을 계속해나갈 것"이라는 방침이다. 대화 모색을 사실상 배제한 압박 중심 대응 방침이다.

둘째, "우리의 안보 능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한·미 동맹 차원의 실질적인 조처를 추진해나갈 것"이라는 방침이다. '한·미 동맹 차원의 실질적 조치'로 가장 먼저 공개된 게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 공식 협의 시작발표다. 사실상 주한미군에 사드 1개 포대를 배치하겠다는 발표나 마찬가지다.

7일 서울 국방부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와 함께 한미 긴급 대책회의를 하기에 앞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이런 초강경 방침 천명은 북한의 핵실험·로켓발사 대응 국면에서 한-중 양국 사이에 협력의 기반을 넓히기는커녕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일 밤 박근혜 대통령과 45분간에 걸친 전화 협의에서 "중국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중국은 시종일관 대화와 협상이란 정확한 방향을 관련 당사국이 견지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시 주석은 "한반도에는 핵이 있어서도 전쟁이나 혼란이 일어나서도 안 된다"며 "우리는 관련 당사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큰틀을 바탕으로 현재의 정세에 냉정하게 대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발사에 대응해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대북 제재를 하되, 이와 함께 정세의 안정을 기하며 대화와 협상으로 해법을 모색하자는 뜻이다.

그러나 북한의 로켓 발사 강행 뒤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대응 방침은 시 주석이 박 대통령한테 촉구한 대응 방향과 전혀 다르다. 박 대통령은 '정부 성명'을 통해 '대화 무용론과 압박 중심 대응', '한·미 동맹 차원의 실질적 조처'를 강조했다. 모두 중국이 반대해온 대응 방식이다.

특히 사드 배치 문제는 심각하다.

실제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미 양국 정부의 사드 배치 공식 협의 시작 발표 직후인 7일 오후 "중국의 (한반도) '미사일방어'문제에 대한 방침은 한결같고 명확하다. 한 국가가 자신의 안전을 도모할 때에는 다른 국가의 안전이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유관국가(한국·미국)가 이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기를 촉구한다"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기존의 '신중한 처리 희망'에서 '신중한 처리 촉구'로 발언의 수위를 높인 데 이어,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하는 전례없이 '강력한 반대 의사 표현'에 나섰다.

한-중 간에 상당한 긴장과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 정부가 대북 압박과 한·미 동맹 차원의 대응에 초점을 맞출 경우 북한의 핵실험·로켓발사 대응을 두고 '한·미·일 대 중·러'의 대립·갈등 구도가 강화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 공시 협의 시작 발표와 함께 "(3월 7일 시작하는) 키리졸브(KR) 및 독수리연습(FE)을 최첨단, 최대 규모로 실시하고 추가적인 미국 전략자산을 전개시켜 연안 무력시위를 준비 중"(7일 김용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라고 밝힌 터다. 중국은 한반도 서해·남해에서의 대규모 한-미 군사연습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북-중 관계의 향배도 주목 대상이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거듭된 만류에도 '자기 시간표'에 맞춰 일방적 행동을 멈추지 않은 북한의 행보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변수다.

북한은, 중국 정부가 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북한에 보낸 데 이어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박 대통령(5일) 및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6일)과 전화 협의를 하는 등 정세 안정을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는 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로켓 발사 예고 기간을 애초의 '8~25일'에서 '7~14일'로 앞당겼고, 수정 예고 기간 첫날인 7일 오전 보란 듯이 발사를 강행했다.

하지만 북한의 일방적 행동에도 중국 정부가 한·미·일 등이 바라는대로 대북 제재 일변도 대응에 합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일관되게 한반도 정책의 '3원칙' (한반도비핵화 실현, 한반도의 평화·안정 수호,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에 변화가 없으리라는 점을 재확인하며,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 정부의 이런 정책 기조가 "일시적인 문제(一時一事)나 희로애락(喜怒哀樂)에 따라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더욱이 시 주석이 직접 나서 "한반도에는 핵이 있어서도, 전쟁이나 혼란이 일어나서도 안 된다"라며, 현 시점에서 한반도 정세 안정이 무엇보다 급선무임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처지를 곤혹스럽게 하는 북한의 '일방주의' 탓에 당분간 북-중 양국 관계의 긴장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겨레신문

등록 :2016-02-08 11:08

수정 :2016-02-08 14:25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사드 배치 실질적 효과     미디어오늘     MBN뉴스

사드 배치 외교적 위험     오마이뉴스    SBS뉴스 

대북제재 확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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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아마추어리즘', 외신과 '진실게임'

靑 고위관계자 "사드 검토"…중국 "대가 치러야 할 것"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한반도 사드 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9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한반도까지를 탐지 거리로 하는 종말단계요격용(TBR·Terminal-based Radar)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문화일보>를 통해 밝혔다. 청와대는 이 보도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TBR은 사드의 핵심 장비인 조기경보레이더의 한 종류로, 유효탐지거리가 600킬로미터(㎞)다. 즉 중국을 제외하고 한반도만 커버하도록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효탐지거리는 조정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탐지 거리를 조절한다고 해서 사드 도입과 관련해 중국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의 본질을 비켜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와대가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도입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현지시간) 이르면 다음 주에 한미가 사드 도입 관련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한국과 사드 문제를 협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르면 다음주 중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미국 전현직 고위 관리들을 인용, 한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사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이같은 외신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가 입장을 밝힌 것은, 사실상 사드 도입이 결정 단계에 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한다. 국방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우리 안보와 국방에 도움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방부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와 정면 배치되는 해명이다. 외신과 '진실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설명과 달리 사드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정황은 충분하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위협 등을 감안해 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사드 배치 문제를 직접 거론했었다. 이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5일 "(사드 배치를)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 검토" 발언을 내놓았다. ⓒ청와대

'권력자'의 아마추어리즘, 쩔쩔매는 정부

사드 '군불 떼기'는 현 정부의 외교 안보 분야 아마추어리즘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확하게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아마추어리즘이다. 최근 '5자회담론'을 제기했다가 미국, 중국으로부터 무시당한 것과 비슷한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신년 기자회견장에 선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본인의 입으로 "사드 배치 문제는 ()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뉘앙스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박 대통령의 답변이 끝나지 않았는데, "다음 질문 받겠다"고 넘기려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를 제지하며 굳이 사드 이야기를 꺼냈다. "검토"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이어진 "중국 역할론" 관련 질문에 "(북핵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중국"이라며 "중국은 여태까지 (북핵 불용의) 확실한 의지를 공언한 대로 지금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사드가 중국 압박용이라는 뉘앙스를 짙게 풍긴 것이다.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14일자 <중앙일보>에 "(사드 발언 등은) 회견 준비 과정에서 사전에 조율된 내용"이라며 "중국이 대북한 제재에 적극 참여하라는 메시지"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북한용이 아니라 중국용이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이는 중대한 문제다. 그간 국내에서 이뤄진 사드 도입 논의 자체의 틀을 허물 수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중국을 '압박 대상'으로 설정한 순간부터 한국 정부는 사드 도입 논란이 일 때마다 쩔쩔매고 있다. '권력자'의 외교적 문제 발언이 정부의 대응 체계를 헝클어버린 셈이다.

국방부가 이날 "미국의 협의 요청이 없었다"고 진화를 시도한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이미 박 대통령의 '사드 검토' 발언으로 정부가 오랜 기간 유지해 온 '3NO' 입장('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었다)이 자동 폐기됐기 때문이다. 마땅한 해명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인데 '상황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니 철 지난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방부 입장이 청와대의 입장"이라며 공식 입장 하나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미국의 요청 여부는 2조 원에 달하는 사드 배치 비용 분담 문제와 관련돼 있는 게 아니라면, '전략적 모호성' 측면에서도 이제 중요하지 않은 말이 됐다.

▲ 미군의 사드 발사 실험 장면 ⓒ록히드마틴

김종대 "中 '대가 치를 준비 하라'국가 간에 나올 수 없는 용어"

현재 중국의 반응은 심상치 않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이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이례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의 '사드 검토' 발언이 나온 후인 지난 27일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한국은 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을 압박해선 안 된다"며 "한국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중·한 간 신뢰가 엄중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고, 한국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무역 보복 등을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의 설명대로 '역대 최상'이라던 한중 관계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단장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환구시보>를 통해 나온 반응은) 불쾌감 정도가 아니라 저는 그렇게 중국 입장이 강하게 나온 것을 처음 봤다"며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라, 국가 간에서는 나올 수 없는 용어"라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사실 지금 중국에 외교적인 협력을 구하는 입장에서 어떤 군사적인 조치를 우리가 거론하면서 중국을 압박을 하겠다, 이것은 참 한국으로서 무모한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프레시안

2016.01.29 17:05:20

박세열 기자

 

독자가 프레시안을 지키는 힘입니다

"저 같이 시간을 많이 내기 힘든 직장인이 하기 좋은 게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거나 후원하는 거잖아요. 언론 문제에 항상 관심이 많았어요. 대한민국의 여러 문제 중 하나가 바른 언론이 없다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프레시안을 후원하게 됐어요."

2013년 6월, 관점이 있는 뉴스 <프레시안>이 언론 협동조합이 됐습니다. <프레시안>의 기사에 만족하셨다면,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도전에 주목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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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중국은 유승민이 아니다"

미국도 중국 압박으로 얻을 것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2일 외교•안보 분야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6자회담의 실효성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당일 오후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며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의를 일축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당장 유엔 안보리 제재도 접점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5자회담 이야기를 꺼내면 중국은 5자회담이 곧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제의가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안보리 결의안은 중국의 협조가 없어서 효과가 미미한 상황인데, 이 와중에 북한을 뺀 5자 끼리 모여서 따로 이야기를 하자고 하면 중국은 한-미-일이 문제를 풀려는 것이 아니라 대북 압박을 강화하려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중국이 안보리 제재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고려해볼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온 것도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중국이 대북제제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게 만들기 위해서 박 대통령이 사드로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 전 장관은 "그렇다고 본다"면서도 "그런데 중국은 그런 식으로 압박한다고 끌려올 나라가 아니다. 중국은 유승민(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지만, 미국의 의도대로 중국이 강한 대북제재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이 대북제제에 동참하도록 압박을 하든 회유를 하든 해야하는데, 현재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서 중국이 미국이나 한국의 압박 때문에 북한에 대한 소극적인 제재 방침을 철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인터뷰는 지난 26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이재호 기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2일 외교안보 분야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6자회담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5자회담을 시도하는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이게 정말 창의적인 방법인지는 의문입니다.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은 이미 이전에도 있었던 것 아닌가요?

정세현 : 박 대통령이 언급한 5자회담은 결국 북한에 대한 압박 전략인데, 이건 창의적인 방식이 아닙니다. 이미 부시 정부 때부터 북한을 포위하고 압박하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2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은 북한에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이 있다면서 북한을 압박했습니다. 이에 북한은 2003년 초 북미 양자 회담을 타진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회담 장소가 중국 수도 베이징이라서 북-중-미 3자 회담의 형식이 됐습니다.

사실상의 양자회담이었던 3자회담에서 미국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중국도 빠지고 미국하고만 이야기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북한은 미국을 회담장 밖으로 따로 불러내서 "우리 핵무기 가지고 있어, 어쩔래"라는 식으로 겁을 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에 미국은 '북한과 단둘이 회담하면 안되겠다, 북한이 협박•공갈을 밥 먹듯이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다자회담을 통해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가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구상을 하게 됩니다.

이에 부시 정부는 4월로 넘어오면서 5자회담을 구상합니다. 물론 이 5자회담은 러시아를 제외하고 남-북-미-중-일 이렇게 5개국이 참여하는 회담 형태였습니다만, 나머지 국가들이 북한을 압박해 들어간다는 것을 기본 컨셉으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남한 정부에도 북한의 참여를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제가 당시 10차 남북 장관급 회담 수석대표로 평양에 가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였던 제임스 켈리가 찾아와서 북한에게 다자회담 이야기를 확실하게 입력시켜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후 4월 말에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저는 북측 수석대표인 김령성 당시 내각 책임참사에게 미국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런데 김령성이 "중국이 완전 미국 편"이라면서 회담 나가봐야 별로 소용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중국 만큼 평양 편드는 곳이 어디 있냐, 당신들이 그런 말 하면 안된다. 정 그렇다면 러시아까지 넣는 건 어떻겠냐"라고 제안했습니다. 동북아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러시아가 빠질 수 있느냐는 논리였습니다. 그리고 그해 7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11차 장관급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다자회담에서 논의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게 됐습니다. 당시 저는 미-일-중-러 등 국제사회가 모두 다자회담을 지지하고 있고 이해당사자가 모두 참여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조속히 다자회담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집중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8월 북쪽에서 러시아까지 참여하는 6자회담에 나오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부시 정부는 회담에 북한이 나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처음부터 북한을 5대 1로 포위해야 한다는 발상이었습니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이야기한 것이 바로 이 지점과 일맥상통합니다. 북한을 뺀 5자끼리 똘돌 뭉치자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 구상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우리는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희망하고 있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책임있게 행동해야 하니까 이러한 제안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착각입니다. 북핵 문제는 관련 당사국들의 이해가 모두 다릅니다. 한 목소리를 낼 수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북한이 핵 카드를 가지고 받아내려는 반대급부에 대한 전망을 주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북한은 설사 자기를 뺀 나머지 다섯 나라가 똘똘 뭉쳐서 압박해온다고 할지라도 반대급부인 '당근'이 보이지 않으면 회담에 나오지 않습니다. 당사자인 북한이 회담에 나오지 않으면 나머지 다섯 나라가 만나서 자기들끼리 고함 질러봐야 소용없는 일입니다.

▲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외교안보분야 업무보고를 받았다. ⓒ청와대

프레시안 : 그런데 박 대통령이 이 구상을 현실화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박 대통령의 5자회담 발언이 있던 그 날 오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정세현 : 중국이 한-미-일과 함께 북한에 대해 강하게 압박해 들어가지 않을 것이고,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이미 지난 14일 황준국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베이징에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만났을 때 들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입에서 5자회담 이야기가 나오게 하고 있으니, 보고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당장 유엔 안보리 제재도 접점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5자회담 이야기를 꺼내면 중국은 5자회담이 곧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제의가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이 제재에 비협조적이고 소극적으로 나오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 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안보리 제재를 통해 북한에 크게 한 방 먹여야 한다는 것이 한-미-일의 입장인데, 중국이 협조하지 않아서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런 와중에 북한을 뺀 5자끼리 모여서 따로 이야기를 하자고 하니, 중국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은(한-미-일) 문제를 풀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압박하려는 핑계를 잡으려는 것 아니냐, 그러면 안보리 제제에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국이 안보리에 소극적인 대응을 하도록 만들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지난 13일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때 밝혔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발언이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고 봅니다. 북핵 제재 국면은 실질적으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고, 미국이 북핵을 핑계로 중국을 압박하는 전초전의 일환입니다. 여기에서 한국이 미국 쪽에 서서 처음에는 중국에 호소하는 것처럼 말하더니, 나중에는 동참하지 않으면 사드를 배치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그랬더니 중국이 "신중한 처리"를 언급하지 않았습니까? 이 말은 '조심해라, 어디서 공갈을 치냐' 라는 속뜻이 담겨 있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또 5자회담 이야기하니까 중국이 보기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남한은 협조하기 곤란한 '멘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이런 식의 발언이 중국에 대한 압박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정세현 :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유승민'이 아닙니다. 그런식으로 압박하고 겁준다고 끌려 올 나라가 아닙니다. 만약에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박 대통령이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직접 중국을 방문했지만, 가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을 압박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닙니까?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를 만들어서 별도의 경제 질서를 구축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이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해서 돈을 번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지금 당장 중국 물품에 대한 금수조치를 할 수도 없는 것 아닙니까? 미국이 중국을 압박해서 미국 의도대로 대북제재를 강하게 성사시킬 수 있는 레버리지가 없는 상황인 겁니다.

다만 케리 장관이 '안되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노력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만나서 직접 만나서 이야기했다' 라는 정도의 기록은 남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은 아시아 문제에서 자기들이 미국보다 중심축에 서야 한다면서 굴기(堀起•우뚝 일어섬)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남중국해, 양안 관계 등에서 각을 세우면서 기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세컨더리 보이콧'도 거론되고 있다고 하던데, 그럼 중국은 여기에 어떻게 반응할까요? 중국이 북한과 가장 교류가 많은 국가인데, 이걸 받을 수 있겠습니까? 이런 와중에 케리 장관이 중국에 가서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 27일(현지시각) 존 케리(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 외교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전략적 인내'에 편승한 결과…

프레시안 : 향후 일정을 좀 살펴보면 북한은 오는 5월 초 36년 만에 제7차 당 대회를 엽니다. 그래서 당 대회를 앞두고 김일성이나 김정일 생일에 한 번 더 이른바 군사적 '도발'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정세현 : 장거리 미사일을 쏘든지 아니면 핵실험을 한 번 더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북한이 시험용 '수소탄'이라고 했는데, 이제 작동 원리를 확인했으니까 시험용이 아닌 진짜 수소 폭탄 실험을 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북한이 이런 식의 군사적 행태를 보이면 한반도 정세는 더욱 악화되고 사드 도입 논의도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사드가 아직 개발 중이라 곧바로 들어오기 어렵고, 또 돈 문제가 나오면 국내 여론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장거리 로켓이든 핵실험이든 뭐라도 하게 된다면, 한미일 간 군사 공조 문제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정세현 : 북핵 문제가 파탄으로 치달으면 한국 정부는 갈 데가 없으니까 한미일 군사 공조 쪽으로 줄을 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당장 중국발 경제적 타격이 오겠죠.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만의 북핵 문제 해결 구상이 있었어야 합니다.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고 관련 국가들을 중재해서 빨리 회담을 열어서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했어야 합니다. 만약 이렇게 했다면 중국도 우리 편이 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미국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에 편승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핵 문제가 '꽃놀이패' 입니다. 해결되면 골치 아픈 일이 하나 줄어들어서 좋고, 해결이 안 되더라도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중국을 견제하는 구실이 되기 때문에 좋은 측면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다릅니다. 북핵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이 뼈아프게 느낄 제재를 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뼈아프다는 것, 이건 고생스러움을 어느 정도 체감해봤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북한은 워낙 어려운 시절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뼈아픈 것을 느끼는 정도가 다릅니다.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이 4개나 살아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 내부 경제는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북한 입장에서 여기에 제재가 하나 더 추가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이 있겠습니까?

미국에 편승했으니 북한 압박을 위한 중국의 협조도 얻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하든, 장거리 미사일을 쏘든 간에 중국은 북한의 제재 수위를 높이는데 쉽게 협조하지는 않을 겁니다. 가장 최근 결의안인 지난 2013년 2094호 채택 때도 결의안에는 찬성했지만 뒤로는 북한 왕래나 교류협력을 허용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쥐고 있는 카드는 전무하다고 봐야 합니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에 곡조도 모르고 편승한 결과입니다.

▲ 지난 6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프레시안 : 그런데 이번에 외교•안보 업무보고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있었습니다. 통일부가 북핵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겠다고 보고한 부분인데요. 이명박 정부 이후 북핵 문제는 외교부 내 한반도평화교섭본부가 전담했었기 때문에 통일부 내 북핵 TF를 만드는 것이 다소 어색해 보이기도 합니다.

정세현 : 이명박 정부 이후 북핵 문제가 미국 정책을 따라갔는데, 사실 북핵 문제는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우리만의 국가 정책을 가지고 있어야 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겉으로는 비핵화를 이야기하지만, 사실 본심은 비핵화보다는 비확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냉정하게 따져서 미국은 비확산 수준에서 북핵 문제가 마무리되어도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닙니다. 우리는 비핵화가 필요합니다. 북한이 주장하는대로 핵 무기를 탑재한 미국 항공모함이 우리 해안 가까이 진출하지 않는 이른바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달성 해서라도 북한의 핵은 없애야 합니다. 그러려면 미국의 군산 복합체를 도와주는 '전략적 인내'에 곡조 모르고 따라서는 안됐던 겁니다. 북한이 또 핵실험을 해서 미국이 "이제 비핵화는 틀렸다"라고 하면 어떻게 할겁니까? 이것도 순순히 따를 겁니까?

미국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북핵 문제 해결의 목표는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통일부가 뒤늦게라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TF를 두기로 했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이를 계기로 부처 간 협조까지 염두에 두는 TF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외교부와 국방부 등 다른 부처도 함께 북핵 문제 해결에 힘을 모으는 기구로 키워나가는 방향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북한을 아는 사람이어야 핵 문제만 보는 사람들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또 북핵 회담에서도 상대가 북한이기 때문에 북한을 다뤄본 사람들이, 현장의 경험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관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의장이 통일부 장관이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큰 대상이자 근원이 북한이기 때문에 북한을 가장 잘 아는 통일부 장관이 의장을 맡은 겁니다. 통일부 장관이 특별히 정권에 잘 보여서 의장 시킨게 아닙니다.

역대 정부에도 유사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김영삼 정부 때는 현재의 NSC와 유사한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가 있었는데 그 때도 의장은 통일부 장관이었습니다. 만약 북한이 아니라 중동이나 다른 지역에서 제기되는 위협이었다면 외교부 장관이 의장을 했을 겁니다.

프레시안 : 일부에서는 북핵 문제는 6자회담 틀에서, 정전협정 문제는 남-북-미-중 4자의 틀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도 있습니다.

정세현 : 이론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2+2, 즉 남북회담과 미북 회담을 동시에 병행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남북회담을 통해 미북 간에 접점을 찾게 해주고, 여기서 접점을 만들면 6자회담에 가기 전에 4자회담을 열어서 한반도 전쟁 종료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평화협정에 대한 이야기를 별도로 끝낸 후에 6자회담을 넘어가는 구상입니다.

그런데 돌파구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야당이 지금 이 국면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정책 기능이 원활하게 발휘되는 곳이라면 대정부 질문을 통해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데 이런 움직임은 없어 보입니다.

사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전문가 그룹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바꿔야 하는데, 야당에서 이러한 부분의 문제제기를 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파괴력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정책 정당으로서의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이런 부분에서 능력 발휘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야당이 좀 더 분발해야 합니다.

 

프레시안 [정세현의 정세토크]

이재호 기자

2016.01.27 15: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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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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