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법안과 선거구 문제는 별개", 靑에 못 박아
대통령 면전에서 "연계처리 안 된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4일 청와대 신년 인사회를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로 돌아오면서 기자들을 만나고 있다.ⓒ정의철 기자 민중의소리
박근혜 대통령이 1월 4일 신년인사회에서 국회에 "정치가 앞장서야 한다"며 쟁점 법안 처리를 국회에 촉구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노력하겠다"고 화답했으나 정의화 국회의장은 선거구획정안과 연계 처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 의장은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뒤, 오후에 국회로 돌아온 뒤 기자들에게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경제(쟁점)법안과 지금 선거구획정 문제는 완전한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걸 연계해서 추진하는 것은 안된다", "그걸 (청와대에서) 잘 검토해서 그런일이 없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3부 요인은 물론이고 모든 국가공무원들의 직무에 관한 규범은 법률로써 정하고 있다.
모든 공직자들의 직무는 정해진 법률을 준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바로 법치주의고 법치주의 국가의 정의다.
여기에서 해당 법률(령)이 헌법가치나 민주적 기본질서 등 보다 상위의 개념을 충족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 소위 '악법'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별개다.
법의 개념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협조'를 요청했다. 노동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법, 기업활력제고 특별법 등 여야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법안들에 대해 '선거구 획정안'과 같이 '직권상정' 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분명하게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구획정안은 직권상정을 하겠다고 하면서 청와대와 여당이 요구하는 기타 법률안에 대해서는 연계를 거부하는 국회의장의 결단은 법률이 정한 직무와 관련해서 정당한 것일까?
국회법 제 85조
국회법 제85조는 "의장은 심사기간을 정해 안건을 위원회에 회부할수 있으며 위원회가 이유 없이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때는 중간보고를 들은 후 다른 위원회에 회부하거나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권상정'이란 공식 법률용어가 아니고 언론에서 편의상 사용하는 용어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경우를 한정한 규정은 2012년 5월 25일 개정, 5월 30일부터 시행되었다.
해당 조항은 소위 '직권상정'을 천재지변, 전시 또는 사변 등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직권상정' 조항은 여야 합의 과정을 생략하고 있기 때문에 '비정상의 입법절차'라는 논란이 와중에 있었다.
이 개정 조항에 의해서 2008년 말 언론관계법과 집시법 개정안, 미디어 관련 3법의 쟁점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이들 법안이 2009년 7월 국회 부의장에 의해 직권상정 처리된 바가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직권상정을 거부할 경우에 국회의장에 대한 해임을 결의할 수도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공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국회의장을 해임할 수 있는 권한도 '법률'에 근거가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현행 법률에는 국회가 국회의장을 해임할 권한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청와대의 요청과 새누리당의 협박성 발언에 대해서는 현재의 상황이 ①천재지변 ②전시 또는 사변이나 그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③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 라는 국회법 제 85조를 충족하고 있는가 여부가 답이다.
'국가비상사태'라는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대통령의 긴급명령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회자되기도 했었다. 억지로라도 비상사태를 만들겠다는 이 도발에 대한 판단은 역사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다수에 의한 불의', 즉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권한 남용'을 거부함으로서 '공직자의 당연한 정의'를 실천한 것이다.
당연한 의무이지만, 그가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 출신이기에, 그 동안 정부와 여당의 횡포에 야합하는 국회의장의 모습이 낯설지 않기에 그의 정당한 직무행사는 박수를 받을 만한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은 모든 공직자들에게 국가의 운영을 위임한 것이다.
위임 받은 자들이 올바로 직무를 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관리•감독해야만 한다. 그것은 주권자의 권리이면서 의무이기도 한 것이다.
'올바로'의 첫째 기준은 법률이다. 법률이 애매할 경우에는 '헌법가치'에 합당해야 하며, 그 것도 불명확하다면 '민주주의 기본질서'라는 대전제에서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름에 걸맞게 '국회의 정의'를 지키고 있듯이 국민 모두가 '주권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 '각자의 이름값을 하는 것'이 바로 민주국가가 아닐까.
관련보도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6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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