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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지성 - 시사/인물

역사는 편향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것이 '변증법적 진화'라고 하는 역사의 법칙이다.

표창원의 '자백의 화술'과 카타르시스

상쾌한 패기, 오랫동안 유지하길

▲ 종편의 편향된 보도를 비판하는 표창원 MBN의 생방송 인터뷰에서 표창원은 종편의 편향된 보도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 MBN 관련사진보기

최근 정치인 선언을 한 표창원은 스마트한 행보로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그의 화술이다. 최근 그는 종편 방송 프로그램에서 진행된 토론에서, 터무니없는 질문을 하는 앵커를 시원하게 KO 시켰다.

앵커의 질문은 문재인 의원 사무실에 난입한 인질범 사건에 있어 문재인 의원의 잘못이 무엇이냐를 묻는 것이었다. 교묘하게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질문에 표창원은 과거 박근혜 사건을 예로 들며 종편의 편향된 보도를 비판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그가 구사하는 화술이다. 그의 화술은 기존의 말 잘하기로 유명했던 정치인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유시민, 노회찬 그리고 표창원

유시민을 생각해보자. 유시민의 특기는 좋은 '관점'과 그를 통한 정교한 '해석'을 해내는 것이다. 과거 천안함 사건이 터졌을 때, 그는 김문수와의 토론에서 '경계의 실패'라는 관점을 통해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정부의 군사 실패를 비판했다.

비교적 근래의 역사 교과서 논쟁에서는 '생태계의 다양성'이라는 관점으로 국정교과서로 역사 해석을 일원화 시키려는 태도를 비판한다. 유시민은 이 같은 '관점'과 '해석'의 우월함으로 상대의 '무지'와 '비논리'를 드러내는 화술을 구사한다. 유시민에게 잘못 걸리는 상대는 멍청이가 된다.

노회찬은 조금 더 인파이터에 가깝다. 그는 과거 오세훈과의 토론에서 스스로 '복지에 미쳤다'고 자평한 오세훈의 복지 실적을 각종 통계 데이터를 근거로 조목조목 비판하며 그의 거짓말을 폭로했다.

그는 상대의 논리 핵심에 들어가서 강한 돌주먹을 날린다. 노회찬의 화술은 상대 논리의 핵심을 파괴한다.

표창원의 기술은 좀 다르다. 유시민은 관점과 해석의 우월함을 드러내고, 노회찬은 다양한 실증근거를 기반으로 논리의 핵심에 치고 들어간다. 이에 비해 표창원은 상대의 '말'과 '논리'를 이용한다.

그는 MBN의 김형오 앵커가 생방송에서 질문한 말을 토대로 그 자리에서 상충되는 논리를 구성해 역으로 질문을 했다. 노회찬과 유시민이 상대의 입을 닫게 한다면, 표창원은 상대의 입에서 나온 말을 되물음으로써, 상대에게 스스로의 잘못을 '자백'하게 만든다. 이점이 다르다. 표창원의 화술은 '자백의 화술'이다.

표창원의 화술은 스스로 설명했듯이 프로파일링의 기법에 해당한다. 그는 범죄자를 다루는데 전문가이다. 자신의 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죄인은 없다. 그들은 오만가지 말로 사건의 본질을 흐린다.

이때 형사들은 범죄의 윤곽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핵심적인 팩트 몇 가지를 연결하여 사건을 재구성한다. 이 논리적 과정을 통해 재구성된 정보가 상대에게 다시 질문이 들어갈 때, 상대는 자신의 오류를 '자백'하게 된다.

인간사 모든 일은 단순해 보여도 배후에 복잡한 맥락을 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하는 '말'로 사태의 진의를 알기란 쉽지 않다. 하나하나 검증을 하려면 끝도 없기 때문에, 비교적 짧은 시간에 진행되는 TV 토론이나 방송에서 사태의 진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에서 다뤄지는 수많은 주제들은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검증된 정보를 통해 토론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언론에는 이 같은 공적담론의 일반적인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종편에서 떠드는 수많은 정치적 견해들은 이 '검증의 어려움'을 이용해 상대에게 없는 잘못을 뒤집어씌우고 있는 잘못을 없는 것처럼 호도한다. 이는 범죄자의 말과 흡사하다. 그리고 이들을 다룰 때는 표창원의 방식이 적절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이 12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방문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표창원은 새누리당의 위안부 타결문제에 대해 '사후공범 역할'이라고 규탄했다.

이 또한 범죄자를 대할 때 사용하는 관점이다. 지금 보수진영의 정치적 발언과 종편의 언론보도 행태는 책임지지 않는 말들의 공격으로 가득하다. 뻔뻔함으로 일관한 그들에게 표창원은 자신의 전문영역을 십분 활용하여, 스스로의 죄를 자백하게 만든 것이다.

죄를 죄라고 말하지도 못하는 현실에서, 표창원은 그들과 맞선 곳에서 정확하게 그들의 잘못을 짚어내어 굴복시키는 화술을 보였다.

이것이 최근 들어 보기 드물었던 통쾌함을 대중들에게 안긴 것이다.

정치신인 표창원은 스마트한 정치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표창원 영입은 성공적이며, 야권에는 그 같은 스타일의 정치인이 더 필요하다. 그가 지금의 상쾌한 패기를 오랫동안 유지하길 바란다.

오마이뉴스

16.01.04 09:01

최종 업데이트 16.01.04 09:01l

원철(pkc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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