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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지성 - 시사

국방부 밥 먹으면 개돼지

성주 군민들 "저 밥 먹으면 개·돼지 된다" 국방부 제공 식사 거부

 

일개 서기관급 공직자가 내뱉은 '개돼지' 망언이 정부에 대한 불신감과 분노의 표현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무원 개개인은 모두 각자가 개별적으로 정부를 대리한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나타내 주는 현상이다.

성주 군민들의 분노는 정부의 일방적이고 졸속한 정책 집행에 있다. 아무리 국가안보에 필요불가결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촌각을 다툴 만큼 화급한 상황이 아닌 평시 상태의 정책 집행에 대해서는, 특히 주민의 보건과 생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이라면, 충분한 사전 조사와 설득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필수 요건이다.

언제부터인가 정부 정책이 일방적이거나 암암리에 집행되는 것이 상례 처럼 되어 버렸다.

수많은 역사적 사건이 증명하고 있듯이 민심은 마치 태풍과 같아서 모든 것을 휩쓸기 하루 전까지도 고요해 보이는 것이다. 민의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겸허한 눈이 아니면 그 폭풍전야를 볼 수가 없다. <편집자 주>

 

 

 사드배치관련 13일 서울 국방부에 항의방문한 성주군민들.  이준헌 기자

 

 

"전자렌지 돌린 참외를 누가 먹나" 2만5000명 반대서명 전달

 

지난 13일 5대의 버스에 나눠 타 서울 국방부를 찾은 200여명의 경북 성주군 군민들은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배치를 반대하면서 "우리는 개·돼지가 아니다"라며 격렬히 반발했다.

이날 오후 6시쯤 국방부는 군민들을 위한 저녁 250인분을 준비했지만, 군민들은 "저 밥을 먹으면 개·돼지가 된다"며 식사까지 거부했다.

 

김항곤 성주군수와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 이재복 사드 성주배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등 성주군민 200여명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컨벤션센터를 찾아 사드 배치장소로 성주를 선정한 것에 대해 항의했다.

이들은 사드배치를 반대한다는 성주군민 2만5000여명의 서명을 전달했다. 또 성주군수 등을 포함해 지역 선출직 공무원 8명이 손가락으로 쓴 혈서도 함께 넘겼다.

이 위원장은 '사드 배치 반대 서명부'와 '사드 성주 배치 결사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혈서를 황인무 차관에게 전하며 "성주에 사드라는 선물을 준 국방부에 대한 성주군민의 성의"라고 말했다.

혈서는 황 차관의 거부로 전달되지는 못했다.

 

 

 

 

황 차관은 설명 자료 낭독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성주'를 '상주'라고 지칭해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군민들은 "4000억원에 달하는 성주 참외 시장이 몰락하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누가 전자레인지에 돌린 참외를 먹겠습니까"라며 국방부의 결정을 규탄했다.

김 군수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행정에 5만 성주군민은 치를 떨고 있다"면서 "사드 배치 장소는 성주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곳 인근의 나지막한 산이다. 기자분들이 성주 현지를 방문해 꼭 취재해 달라. 전 국민에게 이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성주군민이 개, 돼지냐" "박근혜 대통령이라도 나오라"며 격앙된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완영 의원을 비롯해 유승민, 최경환 의원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일부 주민들은 "이완영, 유승민, 최경환은 국회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성주사드배치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이재복 위원장은 "고향이라고 새누리당을 찍고 정부 편을 든 성주 군민을 개, 돼지 취급하는 행태를 용서할 수 없다"면서 "국방부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별도 못한 채 사람을 죽이려 한다"고 비난했다.

군민들은 이날 오후 11시쯤 "다음번에는 더 많은 군민들이 상경해 청와대로 가자"면서 집회를 마쳤다.

 

경향신문

입력 : 2016.07.14 13:55:00 수정 : 2016.07.14 14:08:20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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