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구조 경비정 CCTV 본체 찾았다
"CCTV 없다" 해경 거짓말 들통
목포해경이 지난 19일 밤늦게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박종대씨에게 보낸 공문. / 박종대씨 제공
참사 당일 해경 구조 실패 이유 밝힐 지 주목
"거짓이면 책임지겠다"…해경 관계자 허위 답변
세월호 참사 당일 구조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목포해양경찰서(현 목포해양경비안전서) 소속 123정 폐쇄회로(CC)TV 본체를 해경 측이 보유 중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2014년 4·16 참사 이후 2년여만에 추가적인 CCTV 검증 가능성이 열리면서 사고 당일 해경의 구조 실패 책임이 보존 영상을 통해 공개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지난 19일 오후 9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박수현 학생의 아버지 박종대씨(52)는 목포해경으로부터 '세월호 구조 현장에 출동한 123정의 CCTV 본체는 우리 과(해상수사정보과)에 보관 중임을 통보합니다'라고 적힌 공문을 받았다. 박씨가 2014년 9월부터 2년 가까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줄기차게 정부를 상대로 달라고 요구했던 123정 CCTV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다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보관 중"이라고 알려온 것이다.
당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수사에 참여했던 대검찰청 관계자는 지난 16일 "CCTV 본체는 목포해경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목포해경은 지난 5월초부터 총 3차례에 걸쳐 유족 박씨와 경향신문 측에 "123정 CCTV는 본서에 없다"고 통보했다. 목포해경 관계자는 "CCTV(본체)도, 자료(영상)도 없다"며 "거짓이면 책임지겠다"는 말까지 했다.
영상 : 제2차 세월호 청문회에서 세월호에 설치된 CCTV 영상에 대하여 심문하고 있다. CCTV 영상은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후 지난 19일 오후 3시 경향신문 보도(▶[단독]행방불명된 123정 CCTV 영상··검찰 "목포해경에", 목포해경 "없다")가 나간 뒤 불과 몇시간만에 '본체 없음'에서 '본체 보유'로 공식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꿨다.
목포해경 관계자는 "CCTV 관리 소홀은 아니다. 소홀했다면 123정 CCTV 본체가 없어졌어야 하는데, CCTV 본체는 분명히 우리 서에 있다"면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측에서 공식적인 루트로 요구하면 논의를 거친 뒤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관련 물품을 정리해 놓은 목록이 없었느냐'는 추궁에는 "당시 검찰이 압수수색을 한 게 아니라 임의제출 형식으로 CCTV 본체를 가져가 목록이 남아 있지 않다. 임의제출을 했던 증거물들을 따로 정리해놓은 목록은 없다"고 답변했다.
영상 : 제1차 세월호 청문회. 당시 비상임위원인 이호중 교수의 해경에 대한 청문 소감. "아무것도 안했다"
앞서 참사 직후 해경이 최초 구조 장면이 촬영된 CCTV 화면을 고의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123정 항해팀장의 검찰 진술조서 등에 따르면 해당 경비정에는 4대의 CCTV가 달려 있었다. 후미에 달린 CCTV에 찍힌 영상은 이미 유가족을 통해 공개됐다. 그러나 기관실 안을 촬영한 나머지 CCTV 영상을 본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다. 당시 해경은 "이 CCTV 영상은 함정 자체 안전용으로서 공개 필요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영상 : 제1차 세월호청문회. 당시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의 답변. 세월호특별법과 세월호특조위의 권한에 심각한 허점이 있다는 것을 드러낸 발뺌과 막말들.
세월호 유족 측을 대리해온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국회의원 당선인은 "세월호 선장과 선원이 123정 내부를 자유롭게 돌아다녔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면서 "특별한 내용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왜 끝까지 공개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지 의심스럽다. 신속하게 CCTV 본체와 영상을 공개해야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박씨는 조만간 다시 목포해경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할 예정이다. 박씨는 "없다고 반복하다가 이제서야 있다고 하니 당연히 더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다"면서 "CCTV 본체가 없는 것처럼 거짓말한 한 데 대해서도 사과도 한 마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도 향후 123정 CCTV 본체와 영상 입수에 나설 방침이다.
입력 : 2016.05.20 13:28:00
김원진·조형국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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