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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지성 - 시사/핫이슈(천안함/세월호/국정원)

세월호 의혹의 확정 - ② ‘목포서 상황실 1’

'가만히 있으라' 방송에 해경 "그렇게 해주세요"

이 글은 민중의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에서 연재하는 '세월호 의혹의 확정' 시리즈입니다.

세월호 참사 수습 및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들에 대하여 합리적 접근과 분석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 내는 작업입니다.

다 같이 이 작업을 진행해 나간다면 보다 빨리, 보다 정확한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 중구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특조위 제1차 청문회에서 방청인으로 참석한 유가족들이 단원고 희생자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뉴스1

 

2014년 4월 16일 오전 08:52:32

 

전남119 : 예 119입니다.

신고자 : 살려주세요.

전남119 : 여보세요.

신고자 : 여보세요.

전남119: 네 119상황실입니다.

신고자 : 여기 배인데 여기 배가 침몰되는 것 같아요.

전남119 : 배가 침몰해요?

신고자 : 제주도 가고 있었는데 여기 지금 배가 침몰하는 것 같아요.

전남119 : 자..잠깐만요. 자..지금 타고 계신 배가 침몰한다는 소리예요? 아니면 옆에 있는 다른 배가 침몰한다는 소리예요?

신고자 : 타고 가는 배가요. 타고 가는 배가

(하략)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2분 32초. 단원고 학생 최모 군은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119로 신고를 합니다.

당시 이 전화를 받은 사람은 전라남도 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의 조모 지방소방위. 그는 목포해양경찰서에 통화를 연결하였고, 그래서 8시 54분경부터 신고자, 119직원, 목포해경의 3자 통화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08:54:07

 

전남119 : 예 수고하십니다. 여기 119상황실인데요.

목포해경 : 네

전남119 : 지금 배가 침몰하고 있다고 배가 침몰하고 있다고 신고가 왔는데요.

(중략)

전남119 : 신고자분 지금 해양경찰 나왔습니다. 바로 지금 통화 좀 하세요.

목포해경 : 여보세요. 목포해양경찰입니다. 위치 말해주세요.

신고자 : 목포해양경찰. 잘 안들려요.

목포해경 : 위치! 경위도 말해주세요.

전남119 : 경위도는 아니고요 배 탑승하신 분. 탑승하신 분.

신고자 : 핸드폰이요?

목포해경: 여보세요. 여기 목포해경 상황실입니다. 지금 침몰 중이라는데 배 위치 말해주세요.배 위치. 지금 배가 어디 있습니까?

신고자 : 위치를 잘 모르겠어요.. 지금 이곳

목포해경 : 위치를 모르신다고요? 거기 GPS 경위도 안 나오나요. 경도하고 위도

신고자 : 여기 섬이 이렇게 보이긴 하는데.

목포해경 : 네?

신고자 : 그걸 잘 모르겠어요.

(하략)

 

목포해경 쪽에서 전화를 받은 사람은 목포서 상황실의 고모 경사였습니다. 그가 바로 학생에게 경도와 위도를 물어본 바로 그 사람입니다.

이는 언론에도 많이 보도되었습니다.

 

해경이 학생에게 경위도를 물어보니까 듣고 있던 119직원이 '배 탑승하신 분', 즉 승객이니까 경위도를 물어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이야기를 했음에도 재차 경위도를 묻고 있습니다. 물론 이 정도의 일은 실수나 착각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후 고모 경사는 배 이름과 학생 이름, 승선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를 물어보았고, 주변에 있는 선원을 바꿔 달라고 하였는데 학생이 찾아봐도 없다고 하여 통화를 종료하였습니다. 학생은 같은 학교에서 350여 명 정도가 승선해 있다고 대답하였다고 합니다.

 

2014년 4월 16일 당시 목포서 상황실, 정확하게는 목포해양경찰서 경비구난과 상황실은 상황담당관 1명과 그 밑으로 5명씩으로 편성된 3개조(A, B, C조), 총 16명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각 조의 5명은 상황실장, 상황부실장 겸 122접수요원(Ⅰ), 122접수 전담요원(Ⅱ), 그리고 상황요원 2명의 구성이었습니다.

 

<목포서 상황실 구성>

 

상황담당관은 조모 경감

A조는 상황실장인 이모 경위, 부실장 김모 경사, 임모 경사, 오모 경장, 김모 경장

B조는 상황실장인 백모 경위, 부실장 박모 경사, 박모 경사, 유모 경장, 이모 경장

C조는 상황실장인 이모 경위, 부실장 고모 경사, 문모 경사, 김모 경장, 장모 순경

 

A, B, C조가 24시간씩 교대근무를 하였고, 근무, 휴무, 대기의 차례로 진행되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는 B조에서 C조로 교대가 이루어지는 시간이었는데, 8시 30분부터 C조가 근무를 시작하여 8시 30분부터 9시까지는 B조와 C조가 합동근무를 하면서 인수인계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8시 52분은 아직 B조 근무시간이지만 이미 근무를 시작했던 C조의 부실장 고모 경사가 단원고 학생의 전화를 받았던 것입니다.

 

고모 경사가 학생과 통화하는 동안인 8시 57분에 C조 상황실장 이모 경위는 사고 지점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해경 123정에 출동 명령을 내립니다.

고모 경사가 신고 전화를 받으면서 주변 근무자들이 신고 내용을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복창하였고, 이모 경위는 그 소리를 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9시 4분이 되면 중요한 전화가 걸려옵니다. 바로 세월호 승무원 강모 씨가 122로 전화를 걸어온 것입니다. (이 강모 씨가 바로 마지막까지 "가만히 있으라" 방송을 한 사람입니다.) 이 전화는 C조의 문모 경사가 받습니다.

 

09:04:40

 

해양경찰 : 예, 목포 해양경찰입니다. 말씀하십시오.

(중략)

해양경찰 : 예, 그 혹시 사람 같은 거, 사람이 빠졌습니까? 지금 현재?

강** : 예, 지금 사람이 배가 기울어서 사람이 한 명 바다에 빠졌고요.

해양경찰 : 한 명이 바다에 빠졌어요? 지금 구명동의나 그런 거 빨리 다 그거 해서 여객선,

강** : 지금, 지금 저희가

해양경찰 : 예.

강** : 배가 40도, 45도 지금 기울어서 도무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안돼요.

(중략)

해양경찰 : 예, 그 상황을 지금 최대한 빠진 사람을 그래도 좀 구조를 해야 되지 않습니까? 지금.

강** : 예.

해양경찰 : 예, 그거 좀 조치 좀 취해주십시오. 그.. 어떻게 파악을 하셔가지고.

강** : 지금, 지금 저희가 움직일 수 있으면 상황파악을 하겠는데,

해양경찰 : 예.

강** : 움직일 수가 지금 없어요, 지금 배가 45도 정도 기울어 있어서, 지금.

해양경찰 : 그런데 왜 지금 배 속력은 어떻습니까? 지금 속력은?

강** : 지금 엔진을 지금 다 끈 것 같아요. 지금 엔진 돌아가는 소리는 안 들리거든요?

해양경찰 : 아, 그래요? 그런데 속력이 지금 저희가 파악했을 때는 속력이 좀 많이 나오고 있거든요? 여보세요?

강** : 지금 가고 있지는 않아요, 엔진을 꺼서

해양경찰 : 예, 알겠습니다. 지금 저희, 저희 경비정 있는 데로 지금 다 이동하고 있거든요? 조금만 참으시고 다들 구명동의를 입으시라고 입으라고 다 지금 전파를 해주십시오.

강** : 지금 입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배 기울어서 움직일 수가 없어요.

해양경찰 : 움직일 수 없어요? 예, 알겠습니다. 그러면 최대한 안전할 수 있게 그쪽 그 언제든지 하선할 수 있게 바깥으로 좀 이동할 수 있게 그런 위치에 지금 좀 잡고 계세요, 일단은.

여보세요?

강** : 지금 선내에서 움직이지 마시라고 방송을 계속 하고 있고요.

해양경찰 : 예, 예. 그렇게 해주세요. 예, 예.

강** : 지금 밖으로 이동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안 돼요, 배가 지금 많이 기울어져 있어가지고.

(하략)

 

3분 1초 동안 이루어진 이 통화는 당시 세월호와 관련하여 중요한 내용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배가 40도, 45도 기울어져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사람이 한 명 바다에 빠졌다는 것, 배가 기울어 움직이기 힘들어서 구명동의를 입거나 하선하기 좋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조차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지금 선내에서 움직이지 마시라고 방송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 더욱이 이러한 정보가 세월호의 일반 승객이 아닌 선원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에 신뢰도도 높은 정보였습니다.

 

이렇듯 중요한 정보들을 알게 된 문모 경사는 다음으로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요? 놀랍게도 이 중요한 정보들을 상황실장이나 누군가 다른 이에게 전파하지 않고 본인만이 홀로 고이 간직합니다. 이전과 같은 내용의 중복 신고라고 판단하였다고 합니다.

 

지금 선내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하고 있다는 승무원의 말에 문모 경사는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답하였습니다. "예예 그렇게 해주세요"는 상대방의 말을 분명하게 들었을 때 하는 이야기 아닐까요? 그렇지 않다면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세요"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에 대해 문모 경사는 신고 전화를 제대로 못 알아 들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선내 방송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재질문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선내 방송을 해 달라고 유도를 했을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자신이 선내 방송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선내 대기 방송'은 세월호 참사 전체에 있어서 매우 결정적인 부분을 차지합니다.

매우 이른 시간인 9시 4분경에 목포해경은 세월호에서 '선내 대기 방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고 이를 전 세력에게 전파했어야 합니다.

 

몇백 명이 타고 있는 배가 침몰하는 대형사고의 상황에서, 상황실에 근무하는 경찰이, 단지 잘 못 들었다고 해명하는 것은 뭔가 불충분하게 생각되지 않나요?

 

지난 회에 사람은 실수할 수도, 착각할 수도, 소리를 못 들을 수도, 잘 못 볼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기에 문모 경사 역시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문모 경사는 이후 두 번의 신고 전화를 더 받습니다. (목포서 상황실 2에서 계속)

 

('세월호, 의혹의 확정'은 '국민참여를 통한 세월호 진상규명' 후속 연재입니다. 박영대 위원은 세월호 연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세월호 의혹의 확정 리스트 모두보기▶

 

프레시안 [세월호 의혹의 확정 ②]

2016.03.11 09:54:11

박영대 416연대 부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국민참여특별위원회 위원




▷ 세월호 의혹의 확정-1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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