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123정에 탄 '스즈키복' 남자의 정체

이 글은 민중의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에서 연재하는 '세월호 의혹의 확정' 시리즈입니다.

세월호 참사 수습 및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들에 대하여 합리적 접근과 분석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 내는 작업입니다.

다 같이 이 작업을 진행해 나간다면 보다 빨리, 보다 정확한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자 주>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의혹은 수백 가지가 넘습니다. 의혹이 수백 가지가 넘게 되면 한 가지 결과가 나타나는데, 그것은 바로 사실상 의혹이 사라져버리는 것입니다.

 

의혹이 한 두 가지인 경우, 사람들은 이를 의혹이라고 인지할 수 있고 또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라도 "그거 어떻게 됐지?" 하고 상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혹이 수백 가지가 되면 우선 무엇이 의혹이고 무엇이 의혹이 아닌지 구별하기가 대단히 힘들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의혹을 인지하기가 힘들어지고, 인지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기억하기는 더더욱 힘든 일이 돼 버립니다. 의혹이 수백 가지가 되면 모든 것들이 뿌옇게 흐려지게 됩니다. 그리고 잊힙니다.

 

그동안 국회 국정조사 특위의 활동이 있었고, 선장 • 선원 • 123정장 • 청해진해운 • 진도VTS 등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이 있었고, 감사원의 감사가 있었고, 지난해 12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청문회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진상 규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떠한 사안이 의혹인지 아닌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것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앞으로, 이 연재를 통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뭔가 석연치 않은 문제 중에서 명명백백하게 의혹 사항인 것들을 확정해 나가려고 합니다.

국정조사 때 국회에 제출된 방대한 자료들, 재판 과정에서 제출되고 생산된 방대한 자료들을 충분히 활용하고 문서 자료, 영상 자료, 사진 자료, 음성 녹취록 등 다양한 형태의 자료들을 분석해, 사람이 살다 보면 있을 수도 있는 일인지, 단순히 석연치 않은 수준의 일인지, 아니면 명백한 의혹 사항인지를 확정해 나가고자 합니다.

 

의혹을 확정함에 앞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람은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실수할 수도,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소리를 잘 못 들을 수도 있고, 잘 못 볼 수도 있고, 생각과 다른 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한다면 이는 실수로 하는 말이 아닐 것입니다. 동일한 대상을 일정 시간 계속 볼 수 있다면, 동일한 소리를 일정 시간 계속 들을 수 있다면 착각이나 실수의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질 것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아래 사진을 한 번 봐 주세요.

 

▲123정 순경이 채증한 영상 갈무리 화면(이하 동일).

 

위 사진은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48분 57초경의 상황입니다. 해경 123정이 세월호 조타실에 접안해 세월호 조타실 안에 있던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노란 원 안의 사람은 세월호 2등 항해사로서 조금 전 세월호 조타실에서 내려와 123정 선수에 서 있는 것입니다. 이 사람의 모습을 조금 확대해 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 사람이 일반 승객으로 보이시나요? 일반 승객이라고 보기 힘든 복장에다가 무전기까지 들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선원들이 있는 곳인 '조타실'에서 나왔습니다. 일반 승객으로 보기 위해 아무리 노력을 해 보아도 그렇게 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지금 저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일명 '스즈키복'이라고 하는 상하 일체형 작업복입니다. 스즈키복을 잘 모르는 일반인의 눈으로 보아도 저 사람을 일반 승객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고 보입니다.

 

그런데 당시 세월호 침몰 현장으로 출동했던 해경 123정 승조원 13명 전체는 저 사람을 포함해 세월호 선원들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고 그냥 일반 승객인 줄 알았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의경 한 사람은 나중에 무전기를 보고 알아봤다고 이야기합니다만 나중 일입니다.)

 

저 사람이 선원임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몇 가지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만약 저 사람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면 선원임을 못 알아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즉 저 사람이 바깥에는 잠시 나와 있고 대부분의 시간을 어딘가 으슥한 장소에 머물러 있었다면 선원임을 알아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 사람은 123정에 올라탄 이후 계속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합니다.

 


10시 6분 42초경에는 해경과 이야기도 하고, 

 


10시 7분 37초경에는 해경과 함께 세월호 3층 유리창으로 로프를 집어넣어 승객들을 일부 구조하는 활동을 합니다.

 

10시 46분경에는 해경과 함께 학생에게 인공호흡을 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희생자 학생의 모습이 있어서 사진을 넣지 않겠습니다.)

 

저 사람을 못 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또 다른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만약 세월호 선원들을 볼 수 있는, 즉 당시 현장으로 출동한 해경이 몇 명 되지 않는다면 선원들을 확인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123정의 승조원은 총 13명(의경 3명 포함)이었습니다. 위 사진들에서 볼 수 있듯이 세월호 선원들은 123정 승조원 여러 명과 계속 함께 일정한 활동을 합니다. 또 123정 조타실에서 이 모습들을 바라보고 있는 조타실 해경들도 있었고, 채증을 담당해 이 모습들을 촬영하고 있는 해경도 있었습니다.

 

백 번 양보해서 세월호 선원이 저 사람 하나뿐이었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장 바로 위 10시 7분경 사진에서만 보더라도, 구조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뒤에 서 있는 두 사람 중 삭발을 한 사람은 세월호 (견습) 1등 항해사이고 그 뒤에 있는 사람은 세월호 1등 항해사입니다. 1등 항해사의 점퍼 왼쪽 상단에는 회사 마크와 '청해진해운'이라는 한글이 찍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구조하는 사람들 무리 중에서 제일 앞에 하늘색 옷을 입고 있는 사람도 세월호의 조타수입니다.

 

그 어떤 가정을 해 봐도 해경이 선원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봤을 때 당시 세월호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해경 123정 승조원들 전체가 세월호 선원들을 선원인 줄 몰랐다고 하는 이야기는 믿기 힘들고, 그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뭔가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저는 이를 명백한 의혹으로 확정하고 싶은데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오늘은 하나의 예를 든 것뿐입니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오늘 말씀드린 해경의 세월호 선원 신원 확인 문제는 연재 중 다시 한 번 본격적으로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도 배제하고 풍부한 자료와 건강한 상식에 기반해 정보를 분석해 나가려고 합니다.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검토하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의혹을 확정해 나가겠습니다.

 

그렇게 명백한 의혹들을 정리해 나가다 보면 나중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일정한 큰 그림이 그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세월호 참사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세월호, 의혹의 확정'은 '국민참여를 통한 세월호 진상규명' 후속 연재입니다. 박영대 위원은 세월호 연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국민참여를 통한 세월호 진상규명 리스트 모두보기▶

 

프레시안 [세월호, 의혹의 확정 ①]

2016.03.03 15:37:27

박영대 416연대 부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국민참여특별위원회 위원



▷ 세월호 의혹의 확정-2 바로보기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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