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위(正寶位)는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의 '총론'에 해당한다.
말하자면 오늘날의 헌법 전문과 유사한 것으로써 건국의 정당성과 통치철학을 담고 있다.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은 유가와 법가의 철학을 창조적으로 결합한 조선통치질서의 모범(憲法)이다.
학생들이 강의를 듣지 않고도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정의로움의 결여'로 나타난다.
교육은 '이용'이 아니라 '실천'이다.
중앙대학교 첫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준 모티브는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중앙대학교 강의가 진행되는 중에 동양고전의 정수를 뽑아 중앙대훈(中央大訓)을 정해서 학생들에게 주었다.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하늘이 명하는 것이 나의 본래 모습이요,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 나의 본래 모습을 따르는 것이 나의 길이요,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 나의 길을 닦는 것이 나의 배움이다....
강의에 임하면 학생들이 이 중앙대훈을 읽게 하고 나서 '노자' 강의를 시작했다.
중앙대학교에서의 강의를 통해 한국의 젊은이들의 위대한 힘을 발견했다.
한국의 젊은이는 어린 것 같고 버릇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순수하고 편견에 사로잡혀 있지 않으며 다양한 문화를 개방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정치혁명에 이어 우리사회는 앞으로 교육혁명이 일어 나야만 한다.
이런 강의를 하고 있는 것도 우리 사회에 희망을 주고, 우리 자신의 숨어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런 것을 통해서 우리의 젊은 싹들이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삼봉 정도전을 공부하는 소이연(所以然)이 되는 것이다.(所以然 : 까닭이라는 의미로써 신유학에서 많이 사용되는 말)
삼봉은 정보위에서 주역을 인용하되 본래의 순서인 生→位→仁을 바꾸어서 位→生→仁으로 하였다.
易曰 聖人之大寶曰位, 天地之大德曰生, 何以守位曰仁
'주역'에 이르기를 성인의 큰 보배는 위(位)요, 천지의 큰 덕은 생(生)이다. 무엇으로써 그 위를 지킬 것인가? 인(仁)이라 하였다
天子享天下之奉, 諸侯享境內之奉, 皆富貴之至也
천자는 천하사람의 받듦을 향유하고, 제후는 (자신이 지배하는)국경 내의 사람들의 받듦을 향유하니, 이 모두가 부귀의 지극함이다.
賢能效其智, 豪傑效其力
현능한 자들이 그 지혜를 바치고, 호걸들은 그 힘을 바치며,
民庶奔走, 各服其役, 惟人君之命是從焉
일반 서민들은 분주히 살며, 그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하게 복무하며 오직 인군의 명령에만 따를 뿐이다.
以其得乎位也, 非大寶而何
이것은 위를 얻었기 때문이니, 큰 보배가 아니고 무엇이랴
<位(position) = 大寶(great treasure)>
민주주의도 位가 없는 질서가 아니라 位가 正名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민주란 모든 조직의 형태를 규정하는 말이 아니라 인권의 기본을 보장하는 추상적 장치인 것이다. 비민주적인 조직들이 각자 효율성 있게 운영될 데에 그 사회의 민주적 원리는 순조롭게 작동될 수 있다.
정보위란 그 位를 바르게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天地之於萬物, 一於生育而已
천자가 만물을 대하는 것은 그 생육에 있어 한결같을 뿐이다.
蓋其一原之氣, 周流無間, 而萬物之生, 皆受是氣以生
만물의 근원인 기가 끊임없이 주류(순환)하며, 만물이 태어나는 것도 모두 이 기를 받아 생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氣라는 것은 만물을 생성하는 방향으로 운행되어야 한다.
유교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까닭을 도덕적 본성(moral nature)으로 본다.
洪纖高下, 各形其形, 各性其性
어느 것은 굵고, 어느 것은 가늘며, 어느 것은 높고, 어느 것은 낮으니, 모두 제각기 다른 형태를 지니고, 제각기 다른 저마다의 본성을 갖는다.
故曰天地以生物爲心, 所謂生物之心, 卽天地之大德也
그러므로 말하기를 천지는 만물을 생하는 것으로써 마음을 삼는다 하였으며, 이 만물을 생하는 마음이 곧 천지의 큰 덕이라는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마음이 있다는 것이며, 天地는 生하므로 (천지에도) 마음이 있을 것이며 그 天地의 마음은 모든 것을 生하는 마음일 것이라는 생각)
人君之位, 尊則尊矣, 貴則貴矣
人君(지배자)의 지위라는 것은 높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높은 것이요, 귀하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귀한 것이다.
然天下至廣也, 萬民至衆也
그러나 아무리 인군의 지위가 존귀하다고 해도 天下 처럼 넓은 것은 없고, 백성은 너무도 많다.
一有不得其心, 則蓋有大可慮者存焉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참으로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정도전은 주려(周廬)라는 문헌에 입각하여 재상의 지위를 확보하고 왕권을 제약하려 했다. 오늘날의 입헌군주제(constitutional monarchy)에 상응하는 발상이었다)
下民至弱也, 不可以力劫之也; 至愚也, 不可以智欺之也
천하의 지극히 많은 백성은 지극히 약하게 보이지만 힘으로 겁줄 수 없는 것이요, 지극히 어리석게 보이지만 지혜로써도 그들을 속일 수 없는 것이다.
得其心則服之, 不得其心則去之
마음을 얻으면 그들은 복종하지만, 마음을 얻지 못하면 그들의 마음은 곧 떠나 버린다.
去就之間, 不容毫髮焉
(백성의 마음이) 떠나고 붙는 것이 터럭 만큼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 역사에서 맹자(孟子)는 지배자들에게 경원 시 된 책이었다. 그래서 외롭게 파묻혀 있었고 주석도 거의 없었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이 四書로 된 것은 12세기 朱子의 사서집주(四書集注) 이후의 사건이다. 四書는 중국 고전의 형태가 아니다.
• 孔子 : 심미적 : 예술가 • 孟子 : 사회적 : 혁명가
맹자는 이른바 성선설(性善說)을 통해 민의 본성은 선한 것이라 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군주는 민의를 따라야 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확립했다.
정도전은 '맹자'를 통하여 (사회혁명의) 의식화가 되었다.
중국 제선왕(齊宣王 재위 B.C 319~B.C 301)이 맹자에게 탕과 주 시해 사건에 대해 질문하자 맹자가 답변한다.
적인자(賊仁者) 위지적(謂之賊)
적의자(賊義者) 위지잔(謂之 謂之殘)
잔적지인(殘賊之人) 위지일부(謂之一夫)
문주일부주시(聞誅一夫紂矣) 미문살군야(未聞弑君也)
仁을 해치는 자를 도둑놈이라고 하고
義를 해치는 자를 잔학한 놈이라 하며
이 도둑놈과 잔학한 놈을 일컬어 일개 필부라 한다.
일개 필부인 주를 죽였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임금을 죽였다는 소리는 아직 듣지 못했다仁과 義를 해치는 자는 왕이 아니라 일개 필부에 지나지 않으므로 시해가 아니라는 의미로써 맹자의 사상이 드러나 있다.
정도전은 25세 때 영주 봉화에서 시묘살이를 하면서 맹자를 탐독했는데, 그 과정에서 심중에 혁명사상이 자리 잡았던 것이다.
서양사상은 기본적으로 증오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진정한 혁명적 사상이 부족하다. 또한 진정하게 과격한 사상도 부족하다.
모든 래디칼리즘 (radicalism 급진주의)은 동양사상에 내재한다.
然所謂得其心者 非以私意苟且而爲之也 非以違道干譽而致之也 亦曰仁而已矣
人君以天地生物之心爲心 行不忍人之政
그러나 이른바 백성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사사로운 의도로써 구차스럽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요, 도에 어긋나게 사람들의 칭찬을 구하여 이르게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얻는 방법은 오직 인仁일 뿐이다. 군주는 반드시 천지생물지심으로 그 마음을 삼아야 하고, 사람이기에 차마 해치지 못하는 인내의 정치를 행하여야 한다.
使天下四境之人 皆悅而仰之若父母 則長享安富尊榮之樂 而無危亡覆墜之患矣
守位以仁 不亦宜乎
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기쁘게 하여 임금을 우러러 보기를 친부모처럼 한다면 그러한 임금은 편안한 부유함과 고귀한 번영의 즐거움을 오래 누리게 될 것이며 위태롭게 망하거나 전복되어 추락하는 우환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仁으로써 그 位를 지킴이 마땅치 아니한가.
恭惟 主上殿下 順天應人 驟正寶位
삼가 생각컨대 주상전하께서는 하늘을 따르고 사람에 응하여 신속히 보위를 바르게 하셨으니
知仁爲心德之全 愛乃仁之所發
仁하심이 심덕의 온전함이 되고 어여삐 여기심은 仁이 발한 것임을 알겠노라.
於是正其心以體乎仁 推其愛以及於人 仁之體立而仁之用行矣
이에 그 마음을 바르게 하여 仁을 체득하고, 어여삐 여기심을 미루어 온 백성들에게 미쳤으니, 인의 體가 섰고 인의 用이 행하여지는구나.
嗚呼 保有其位 以延千萬世之傳 詎不信歟
오호라 그 位를 보지하여 천만세로 뻗쳐 전하여지리라는 것을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으리오.
재상은 왕을 보좌하여 방국을 균하게 한다(均防國). 삼봉의 가슴을 사로잡은, 국가질서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바로 이 均이었으며, 그것은 바로 평등주의적 이상(egalitarian ideal)이었다.
정보위(正寶位) 易曰 聖人之大寶曰位 天地之大德曰生 何以守位曰仁 '주역'에 이르기를 성인의 큰 보배는 위(位)요, 천지의 큰 덕은 생(生)이다. 무엇으로써 그 위를 지킬 것인가? 인(仁)이라 하였다 天子享天下之奉 諸侯享境內之奉 皆富貴之至也 천자는 천하사람의 받듦을 향유하고, 제후는 (자신이 지배하는)국경 내의 사람들의 받듦을 향유하니, 이 모두가 부귀의 지극함이다. 賢能效其智 豪傑效其力 현능한 자들이 그 지혜를 바치고, 호걸들은 그 힘을 바치며, 民庶奔走 各服其役 惟人君之命是從焉 일반 서민들은 분주히 살며, 그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하게 복무하며 오직 인군의 명령에만 따를 뿐이다. 以其得乎位也 非大寶而何 이것은 위를 얻었기 때문이니 큰 보배가 아니고 무엇이랴.
天地之於萬物 一於生育而已 천자가 만물을 대하는 것은 그 생육에 있어 한결같을 뿐이다. 蓋其一原之氣 周流無間 而萬物之生 皆受是氣以生 만물의 근원인 기가 끊임없이 주류(순환)하며, 만물이 태어나는 것도 모두 이 기를 받아 생성되는 것이다. 洪纖高下 各形其形 各性其性 어느 것은 굵고, 어느 것은 가늘며, 어느 것은 높고, 어느 것은 낮으니, 모두 제각기 다른 형태를 지니고 제각각 다른 저마다의 본성을 갖는다. 故曰天地以生物爲心 所謂生物之心 卽天地之大德也 그러므로 말하기를 천지는 만물을 생하는 것으로써 마음을 삼는다 하였으며, 이 만물을 생하는 마음이 곧 천지의 큰 덕이라는 것이다.
人君之位 尊則尊矣 貴則貴矣 人君(지배자)의 지위라는 것은 높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높은 것이요 귀하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귀한 것이다. 然天下至廣也 萬民至衆也 그러나 아무리 인군의 지위가 존귀하다고 해도 天下 처럼 넓은 것은 없고, 백성은 지극히 많다. 一有不得其心 則蓋有大可慮者存焉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참으로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정도전은 주려(周廬)라는 문헌에 입각하여 재상의 지위를 확보하고 왕권을 제약하려 했다. 오늘날의 입헌군주제(constitutional monarchy)에 상응하는 발상이었다) 下民至弱也 不可以力劫之也 至愚也 不可以智欺之也 천하의 지극히 많은 백성은 지극히 약하게 보이지만 힘으로 겁줄 수 없는 것이요, 지극히 어리석게 보이지만 지혜로써도 그들을 속일 수 없는 것이다. 得其心則服之 不得其心則去之 마음을 얻으면 그들은 복종하지만, 마음을 얻지 못하면 그들의 마음은 곧 떠나 버린다. 去就之間 不容毫髮焉 (백성의 마음이) 떠나고 붙는 것이 터럭 만큼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然所謂得其心者 非以私意苟且而爲之也 非以違道干譽而致之也 亦曰仁而已矣 人君以天地生物之心爲心 行不忍人之政 그러나 이른바 백성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사사로운 의도로써 구차스럽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요, 도에 어긋나게 사람들의 칭찬을 구하여 이르게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얻는 방법은 오직 인仁일 뿐이다. 군주는 반드시 천지생물지심으로 그 마음을 삼아야 하고, 사람이기에 차마 해치지 못하는 인내의 정치를 행하여야 한다. 使天下四境之人 皆悅而仰之若父母 則長享安富尊榮之樂 而無危亡覆墜之患矣 守位以仁 不亦宜乎 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기쁘게 하여 임금을 우러러 보기를 친부모처럼 한다면 그러한 임금은 편안한 부유함과 고귀한 번영의 즐거움을 오래 누리게 될 것이며 위태롭게 망하거나 전복되어 추락하는 우환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인仁으로써 그 위位를 지킴이 또한 마땅치 아니한가
恭惟 主上殿下 順天應人 驟正寶位 삼가 생각컨대 주상전하께서는 하늘을 따르고 사람에 응하여 신속히 보위를 바르게 하셨으니 知仁爲心德之全 愛乃仁之所發 인仁하심이 심덕의 온전함이 되고 어여삐 여기심이 인仁이 발한 것임을 알겠노라. 於是正其心以體乎仁 推其愛以及於人 仁之體立而仁之用行矣 이에 그 마음을 바르게 하여 인仁을 체득하고, 어여삐 여기심을 미루어 온 백성들에게 미쳤으니, 인의 체體가 섰고 인의 용用이 행하여지는구나. 嗚呼 保有其位 以延千萬世之傳 詎不信歟 오호라 그 위位를 보지하여 천만세로 뻗쳐 전하여지리라는 것을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으리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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