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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지성 - 시사

개성공단폐쇄 “이해할 수 없는 조치”

정부, 개성공단 전면 중단…한반도 평화 '안전핀' 뽑나

 

북한 로켓 발사에 강력한 대북제재 조처

박 대통령 전격 결정…통일부 점심때까지 몰라

입주기업 대체 터 언급, 공단 폐쇄 가능성 시사

박근혜 정부가 10일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가동의 '전면 중단' 결정을 내렸다.

2004년 개성공단에서 생산 활동이 시작된 이래 2013년에 이어 두번째 '전면 중단'이다. 남쪽이 '전면 중단' 조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 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대체 터 확보'까지 내걸어 '전면 중단'을 넘어 공단 '폐쇄'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박근혜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주한미군 배치 논의 시작 결정으로 동북아 정세에 회오리 바람을 일으킨 데, 이어 개성공단 전면 중단까지 결정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할 최소한의 '안전판'마저 제거하려 한다는 비판과 우려가 제기된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5시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우리와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차단하기 위해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개성공단 가동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고심 끝에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 장관은 "북한의 도발로 우리 국민의 안위와 한반도 평화, 기업의 경영 활동이 모두 위협받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개성공단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에는 설연휴에 따른 조업 중단으로 평소보다 훨씬 적은 적은 184명의 남쪽 인력이 체류하고 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은 청와대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10일) 오전 청와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결정됐다"고 전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다음날인 1월7일 청와대 결정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된 데 이어, 북한의 (7일) 로켓 발사 이후 개성공단 전면 중단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최종 결정으로 이뤄진 것이다. 개성공단 주무 부처인 통일부의 여러 당국자들은 이날 점심 때까지도 개성공단 전면 중단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통일부 장·차관의 언론사 편집국장·논설위원 설명회도 갑작스레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1월13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 관련) 추가 조치를 할 필요가 있는지는 북한에 달려있다"며 개성공단을 대북 제재 수단으로 활용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개성공단은 대북 제재 수단이 아니"라던 정부의 공식 방침이 뒤집힌 것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가 아닌 '전면 중단'이라면서도, 재가동의 시점과 조건에 대해선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 조건과 관련해 "지금은 재가동 문제를 거론할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가 개성공단 재가동의 전제 조건임을 내비친 셈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 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대체 터 확보까지 내걸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입주 기업 중 원하는 곳이 있으면 대체 부지를 찾아준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남쪽에 오히려 불리한 '자해적 조처'라는 지적이 많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국제법상 일반적인 제재에 정상적 경제활동이나 무역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개성공단은 제재 대상이 될 수 없다. 북한보다 우리 중소기업의 피해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북한을 제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 기업을 제재하는 것이어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개성공단 입주기업뿐 아니라 이 기업들에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기업들도 큰 피해를 입는 등 부정적 파급 효과가 클 전망이다.

무엇보다 남북관계가 과거 냉전시대로 돌아가게 됨에 따라 국가 신용도에 끼칠 부정적 영향도 우려된다.

김연철 교수는 "개성공단은 한반도 정세의 바로미터로 역할해왔다. 그 부분이 다시 닫히고 냉전시대로 완전히 돌아가게 됐다. 앞으로 안보리스크는 지금까지와는 패턴이 많이 달라질 것이고 국가리스크는 더욱 커지게 됐다"고 짚었다.

한겨레신문

등록 :2016-02-10 17:02

수정 :2016-02-10 17:29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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