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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지성 - 시사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야바위 공화국’

일자리 70만개 창출?...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제조업 일자리 감소 반영안돼 서비스법 효과 추정 어려워

'야바위'란

1. 속임수로 돈을 따는 중국 노름의 하나. 2. 협잡의 수단으로 그럴듯하게 꾸미는 일(국어사전)을 말한다. 없는 것을 있다고 하거나 원래의 것을 눈속임으로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협잡 수단을 말한다.

본말전도(本末傳導), 침소봉대(針小棒大), 적반하장(賊反荷杖), 가롱성진(假弄成眞), 감언이설(甘言利說) 등이 총동원된다.        <편집자 주>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서비스업 개혁이 향후 노동생산성, 고용 및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추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지난해 4월 내놓은 '서비스업 개혁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라는 보고서에 나오는 주요 내용이다.

서비스산업 발전의 효과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 朴대통령의 '일자리 70만개 창출' 근거는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 보고서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를 압박하기 위해 인용 했다. 바로 '일자리 70만개 창출론'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서비스법을 가리켜 "이 법이 통과되면 일자리 70만개를 만들 수 있다"며 "청년들은 이 법이 통과될 때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신년 대국민담화에서도 "최대 69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무려 1474일째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KDI 보고서에는 우리나라 서비스업이 '미국 수준으로 발전했을 때'를 전제로 2030년까지 69만1700개의 일자리가 증가한다고 적고 있다. 독일 수준일 때 늘어나는 일자리는 15만4300개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한다는 가정 하에 수치를 추정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 중에서도 가장 수치가 높은 것을 사례로 들었다.

이 때문에 '70만개 일자리 창출'이 실제 도달할 수 있는 수치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도 "현재 추진 중인 서비스업 개혁이 이러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라고 못 박았다.

◇ '70만개'에는 '제조업→서비스업 이직'도 포함

더구나 이 '70만개'라는 숫자에는 순수하게 새로 생기는 일자리만 포함된 게 아니다.

선진국에 비해 낮은 서비스업 비중을 늘릴 경우 서비스업 자체 일자리는 늘수 있지만 반대급부로 비중이 줄어드는 제조업 분야 일자리는 줄어들게 된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즉, 제조업에서 줄어들 일자리까지 고려하면 70만개 일자리는 사실상 불가능한 숫자가 된다.

KDI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서비스업 생산성 향상 등으로 노동 공급이 비서비스업으로부터 서비스업으로 이동함에 따라 전체 취업자 수의 상승폭은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KDI 측도 순증하는 전체 일자리는 70만개가 될수 없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KDI 관계자는 "서비스업 비중은 커지고 제조업을 줄어드니까 산술적으로 전체 취업자 수 증가폭은 70만명에는 못 미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30년까지 인구가 크게 늘지 않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자체에도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다만 "제조업에서 70만 개가 사라지고 서비스업에서 70만 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전체 일자리 숫자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 與는 '35만개'...입법조사처 "근거 미흡"

박 대통령에 앞서 여당에서는 서비스법을 통해 새로 생길 일자리가 35만개라는 주장을 폈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등은 번갈아 가며 "법 통과시 2020년까지 일자리 35만개가 생긴다"고 했다. 이런 주장은 지난해 9월까지 계속됐다.

일자리 35만개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2012년 12월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는 전체적으로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자료를 분석한 입법조사처는 "추정의 결과가 타당한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교육 서비스), "경제효과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밀한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의료 서비스, 콘텐츠 산업), "해외투자가 증가하는 비율에 정비례해 법률서비스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할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법률 서비스) 등 전 분야에 걸쳐 문제를 제기했다.

여권에선 서비스법이 시급하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지만, 아직 일자리 창출 등 효과에 대한 설득력 있는 검증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서비스 분야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서비스법에 대해 야당은 의료민영화를 위한 수순 밟기라며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근거없는 일자리 창출 수치로 여론을 호도할 게 아니라 진짜 이 법을 추진하는 의도에 대해 명확하게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2016-02-10 04:00

정영철 기자 stee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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