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거품 무너지면서 중도주의 제3노선 존재감 실종
당내 계파 공천 갈등도 관건
국민의당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
신당 창당 컨벤션 효과로 인해 주목을 받고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정체성 논란을 겪으면서 호남 지지층이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식 창당(2일)을 하루 앞두고 있지만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는 현역의원 20석을 채우지 못하면서 지지율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 주중 집계결과를 보면 국민의당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12월 3주차에서 안철수 신당은 16.5%를 기록했다. 당시 안철수 의원이 탈당한 직후였고 언론은 안철수 의원과 신당의 파급력에 주목했다. 관심이 쏠리면서 안철수 의원 지지율도 진보층에서 7.5%, 중도층에서 2.9%, 보수층에서 2.3% 올라 14.2%를 기록해 박원순 서울시장을 앞섰다.
12월 4주차 집계에서도 새누리당 38.2%, 새정치연합 25.7%에 이어 안철수 신당은 16.3%를 기록해 신당 창당에 대한 기대감으로 컨벤션 효과가 이어졌다. 특히 호남 전라 지역에서 30.7%로 1위를 차지했고 40대와 무직, 중도층에서 20% 이상 지지율을 보여 강세를 나타냈다.
1월 1주차에서도 안철수 신당은 18.2%를 기록했다. 당시 김한길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면서 현역 의원들이 대거 합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리고 1월 2주차에서 21.4%를 기록해 정점을 찍었다. 더불어민주당과과의 지지율 격차는 불과 0.5%p로 나타났다.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1월 3주차로 접어들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상진 창준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17.0%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는 8.0%p로 벌어졌다. 그리고 지난주 1월 4주차 지지율 조사 결과에서는 3.9%p 하락폭을 보이면서 13.2%로 주저앉았다.
지지율 하락 요인 정체성 논란 그리고 당내 계파 문제
리얼미터는 국민의당이 천정배, 박주선 의원과 통합하면서 외연 확대에 주력했지만 오히려 안철수 의원의 거명효과가 사라지면서 지지율 하락의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부산시 창당 과정에서 당위원장 선임을 놓고 갈등하는 모습이 SNS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고, '한상진 꺾고 안철수계 조용히 있으라 하고' 등 내용의 문자를 주고 받아 당내 계파 갈등을 드러낸 김관영 의원의 문자 파동이 터지면서 지지율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상진 위원장이 4.19 단체를 찾아 사과하고, 김관영 의원이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사퇴했지만 두 가지 문제가 안철수 신당의 약점인 정체성 문제와 당내 계파 문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지지율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지지율 하락 추이는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비슷했다.
1월 1주차 '올해 총선에서 어느 당을 지지할 것인가'를 묻는 정당 지지도에서 안철수 신당은 21%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보다 2%p 앞섰다. 안철수 신당이 국민의당 당명을 발표하고 권노갑 의원이 탈당한 둘째주 들어서는 2%p 빠져 19%를 기록했다. 그런데 3주차에서는 6%p가 빠져나가 13%를 기록했다. 4주차에서는 1%p가 추가로 빠지면서 12%를 기록했다.
국민의당의 하락세는 호남지지층의 이탈에 따른 부정여론의 확산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2월 17일~18일 이틀 동안 미디어오늘이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와 정기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새누리당 35.7%, 새정치민주연합 25.2%, 정의당 4.8%, 안철수 신당 20.1%를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안철수 신당이 새정치보다 5.1% 뒤진 결과였지만 호남 지역만 떼놓고 봤을 때 새정치는 17.5%, 안철수 신당은 36.2%를 기록했다. 반문재인 정서를 감안하더라도 2배 가량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이 높은 것은 컨벤션 효과에 더해 호남 지역에서 기대치가 남다름을 보여준 것이다. 야권지지층만으로 대상으로 했을 때 격차는 더 벌어졌다. 새정치는 호남에서 19.5%를 기록했고 안철수 신당은 무려 41.6%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 달 후(1월14일~15일)에 조사한 결과에서 호남 지역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이 23.1%, 국민의당이 33.6%로 격차가 줄어들었다.
지지율 반등 기회 공천권 갈등 해결이 핵심
문제는 당내 갈등 양상이 커져 지지율이 추가로 떨어지거나 고착화될 요인이 많은 반면, 반등할 기회는 적다는 점이다.
호남 지지층이 급속히 이탈하자 국민의당이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와 통합에 합의했지만 향후 '분열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천 의원이 국민의당과 통합하기 전 지난해 12월 "혁신의 대상이 어느 날 갑자기 혁신의 주체로 둔갑하는 마술쇼로 호남 정치가 희화화되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것을 두고 봤을 때 호남 현역의원 물갈이 문제가 현역 의원 공천권 문제와 정면 충돌하면서 갈등이 확산될 수 있다.
국민의당 창당 관련 기사
http://www.ajunews.com/view/20160202145155093
http://news.tf.co.kr/read/ptoday/1623882.htm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표의 백의종군 선언 이후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국보위 참여 전력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이 5.18 묘역을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하면서 진정국면에 들어갔고 특히 영입한 인재를 내세워 적절히 활용하는 모습도 지지율 상승에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카드로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 초대 당 대표로 전면에 나서는 방안을 선택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딜레마는 안철수 의원이 전면에 나설 때 지지율은 오를 수 있지만 사당화라는 비판 여론이 일면서 자칫 조그마한 실수도 안철수 의원의 책임 확산으로 번지고 신당 지지율에도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지지율 살펴보니
과거에도 비슷한 전례가 있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의 경우다.
유한킴벌리 대표이사이면서 20년 동안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로 활약했던 문 대표는 지난 2007년 대선을 불과 수개월 앞두고 정치권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당시 여권의 상황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항할 유력한 후보를 내놓지 못해 지리멸렬한 상황을 보이고 있었고 문국현 대표는 시민사회진영과 정치권을 아우를 수 있는 후보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낮은 인지도가 문제였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정책을 '시멘트' 경제로 비난하며 자신이 미래의 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후보임을 강조했지만 좀처럼 지지율은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문 대표는 지난 2007년 8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난 뒤 이명박 후보와 여권을 싸그리 비난하면서 독자 출마를 예고했다. 그해 9월 대선 주자 강연회에서 문 대표는 이명박 후보를 향해 "경부 운하를 밀어붙이는 사람들은 사회적, 문화적 파괴행위에 대한 계산을 전혀 하지 못하고 물질만능적이고 경제적인 것 밖에 안 보이는 사람들로 나치나 비슷한 수준"이라고 혹독히 비난했다. 여권에 대해서는 "(나는) 민심을 보고 출마했으며 민심을 잃어버린 양당(여야)은 부패당이거나 염치가 없는당으로 국민이 좋아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9월 독자 창당 선언 뒤 10월 실제 창당해 단독 후보로 출마를 결정했고 출마 초기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지만 결국 유권자는 그를 대안세력으로 보지 않았다.
지지율(리얼미터 정례조사)로 보면 문 대표는 9월 첫째주 여권 후보 지지도 조사에 포함돼 2.8%를 기록했다. 여권 후보 순위로 보면 7위였다. 9월 둘째주 조사에선 3.1%를 기록해 6위로 올라섰고, 셋째주 조사에선 4.5%로 지지도가 올라갔다. 그리고 10월 첫째주 문 대표는 8.1%를 기록하면서 정동영 후보에 이어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10월 둘째주 조사에서도 8.7%, 셋째 조사에 11.8%로 올라서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정동영 후보가 경선에서 여권 후보로 뽑히고 난 뒤 문국현 대표가 단일화 협상 대상자로 되면서 주목을 받은 탓이다.
하지만 11월 첫째주 문국현 후보는 4.7%로 내려앉았다. 10월 말 문 대표는 창조한국당을 창당했지만 정당지지율에서도 한나라당 47.7%, 대통합민주신당 11.7%, 민주노동당 5.7%, 민주당 4.9%에 이어 창조한국당 1.2% 지지율을 보였다.
지지층·지지기반 안정화시키지 못하면 지지율 거품
문 대표는 대선에서 5.8%를 득표했다. 지지기반이 전무하고 인지도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을 고려하면 문 대표의 득표율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새로운 정치의 실험과 대안세력으로 인정을 받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문 대표는 2008년 총선에서 이재오 의원과 맞서 12%p 득표차로 당선되면서 파란을 일으켰고 비례의원 2석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후 18석의 자유선진당과 연대해 공동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지만 실패해 해산에 이르게 됐고 문 대표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이 상실돼 정치권에서 문 대표의 정치 실험은 끝을 맺었다.
문 대표의 경우 조직과 지지 기반이 확실히 자리매김하지 않을 경우 정당 조직으로서 생명을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민의당도 안철수 의원이 구심점이 될수록 지지율은 올라갈 수 있지만 지지층을 안정화시키고 지지기반의 벽을 세우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문국현 대표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 보다 '우클릭' 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 위험성도 안고 있다.
국민의당은 여야 쟁점 법안 중 파견근로자보호법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지만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국민의당은 테러컨트롤 타워를 국무총리실 등에 두자면서도 국정원 직원의 파견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이 '재벌특혜법'으로 반대하고 있는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 일명 원샷법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도주의 제3노선이 선거를 멀찌감치 앞두고 여야 양당 구도 속에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소구력을 가질 수 있지만 당장 유권자의 표로 결정되는 선거 국면 앞에선 중도의 틈새가 확장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있다.
문국현 대표 역시 대선을 불과 수개월 앞두고 자신의 가치를 유권자의 머릿속에 심기 위해 노력했지만 수포로 돌아간 것처럼 국민의당도 '새정치'를 실현시키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영입 인물 면면에서도 큰 감동을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소한 호남지역에서 현역 의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 새정치를 내건 국민의당의 차별성이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약한 강도의 보수층이 국민의당을 기대했다 복원돼 돌아가고 지지층 중 가장 큰 축인 호남이 강단있는 모습을 보여준 더민주당에 주목하면서 국민의당이 설자리가 없어진 모양새"라며 "안철수 의원이 중간 틈새를 공략하는 포지셔닝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이도 저도 아닌 입장에 따라 존재감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총선까지 반전의 카드를 보이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2016년 02월 02일 화요일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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