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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지성 - 정의/인권

정부, 해외 언론에 두 번 연속 망신

박근혜 정부 비판한 '더네이션' 논쟁 2라운드

한국 정부의 반박, 팀 셔록의 재반박

 

팀 셔록 더네이션 기자

 

미국 주간지 '더 네이션(The Nation)'에서 한국 정부와 취재 기자간 논쟁이 재연됐다.

더 네이션의 지난달 박근혜 정권 비판 기사에 대해 한국 정부 반론문이 8일 더 네이션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김기환 뉴욕총영사 명의의 반론문은 "기사에 몇가지 부정확한 부분이 있다"며 "이것이 한국 정부 이미지를 손상시킬 것이 우려된다"는 말로 시작한다.(▶ 더네이션에 실린 정부 반론문과 재반론문 원문 보기)

한국 정부는 네 가지 오류를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성과를 중시하고 시간외 업무 제한 등으로 한국에만 있는 연공서열에 의한 임금체계를 개혁함으로써 청년 일자리를 늘리고 정규직·비정규직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개혁은 "사용자로 하여금 단기간 계약 갱신을 제한하고 비정규직을 2년 이상 장기 고용토록 하는 것"으로, "비정규직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노조의 비판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기업이 퇴직 연령 60세 법률 규정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경우 노사간 협의 절차를 분명히 한 것일 뿐"이라며 기업이 노조와 상의 없이 노동 조건을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는 주장도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네이션은 해당 기사 필자인 팀 셔록 기자의 재반론문도 게재했다.

셔록 기자는 "내가 1983년부터 글을 써온 더 네이션을 한국 총영사관이 읽고 있다는 사실에 으쓱해진다(flattered)"라며 "하지만 한국 정부로부터 얘기를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고 밝혔다.

1985년 한국 한 잡지에 워싱턴특파원 자격으로 쓴 글에 전두환 정권이 잡지사에 자신을 자르라고 위협했다는 것이다. 셔록은 "자르지 않으면 잡지사를 폐간하겠다고 위협해 해고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분명 시대는 변했지만 지난달 기사는 박근혜 정권이 전두환과 아버지 박정희의 권위주의적인 관행을 부활시키고 있는 징후를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때 한국 정부가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 해산을 위해 무력을 썼던 점, 한상균 민주노초 위원장을 소요죄로 기소하려 했던 것 등을 사례로 들었다.

또 "김 총영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비판을 민주화를 위해 싸운 '한국 국민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박근혜 정권의 행동 자체가 1970~80년대 박정희, 전두환의 야만적인 통치에 맞서 인권을 위해 싸운 용감한 영혼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셔록 기자는 "김 총영사도 잘 알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1961년 아버지의 군사 쿠데타와 1970년대 유신체제를 옹호한다"며 "독재자인 아버지가 너무 오래 권좌에 있었다는 교과서 기술을 공개적으로 비판한다는 것도 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 '정치화'라는 것은 이처럼 보기 나름"이라고 했다.

지난달 1일 셔록 기자가 더 네이션에 보도한 '독재자의 딸이 노동자를 탄압하다'라는 제목의 기사. /더네이션(www.thenation.com)

 

셔록 기자는 '노동개혁'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 방식의 시장 유연화"이라고 빗댔다. 이어 "이는 사용자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 권리 특히 나이 많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한국의 모든 노동력이 비정규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한상균 위원장 기소와 노조 사무실 습격을 철회하고, 거리에 나온 시민과 노동자 요구에 귀 기울이면 민주주의에 진지하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며 "해외 언론에 달려와 어리석게 항의하는 것이 미국 언론에 실린 한국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 그 자체보다 한국 이미지를 더 손상시킬 것"이라고 글을 맺었다.

더 네이션은 지난달 1일 '남한에서 독재자 딸이 노동자를 탄압하다'(In South Korea, a Dictator's Daughter Cracks Down on Labor)라는 제목의 셔록 기자 기사를 게재했다. 한국 정부는 뉴욕총영사관을 통해 더 네이션 편집장 로언 캐리에게 수 차례 전화해 기사가 부정확하다며 만나자고 제의했다. 캐리 편집장은 '반론이 있으면 글로 써서 보내면 실어줄 용의가 있다'며 면담을 거부했다.

경향신문

입력 : 2016.01.10 12:00:12

수정 : 2016.01.10 19:36:18

워싱턴|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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