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거짓말? …누리과정 놓고 박 대통령-박원순 시장 논쟁

박근혜 대통령-박원순 서울시장. 한겨레 자료사진

 

"박 시장, 말 바꿨다"는 박 대통령 발언 인용 <조선> 보도에

서울시 "교육청 누리과정 편성안 찬성한 적 없다" 정면 반박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지난해 시도교육청이 누리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에 찬성해놓고 왜 말을 바꾸느냐"고 비판했다는 <조선일보> 보도(4일치)에 서울시가 강력히 반발했다. 박 대통령 쪽이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는 취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4일 <한겨레>에 "지난해 어디서도 누리예산을 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포함하는 방안에 찬성한 적이 없다"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나에게 '왜 말을 바꾸느냐'고 말한 기억도 없다. 그렇게 말할 리가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는 누리과정 예산(어린이집)을 전액 또는 일부라도 편성한 교육청에만 목적예비비 3000억원을 지출하는 안건이 긴급상정돼 통과됐다.

<조선일보>는 청와대 쪽 주장을 토대로 당시 박 시장이 "시도지사와 교육감협의회라도 열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박 대통령이 "지난해 시도지사-교육감 협의회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누리예산을 포함하는 방안에 (박 시장이) 찬성하지 않았느냐"며 면전에서 비판하자 박 시장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4일 보도자료를 내어 "(박 대통령이 언급했다는) 시도지사-교육감협의회란 단체가 없으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누리예산을 포함시키는 방안에 (박 시장이) 찬성한 바도 없다" 고 밝혔다. 또, "(대통령 발언 뒤 박 시장이) 교육재정 여건에 대한 이견이 있으니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논의의 장이 필요하고, 대통령께서 관련 당사자 전체 회의를 소집해 종합적이고 근본적 대안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누리예산 편성권은 시교육청이 갖고 있어 서울시가 관여할 권한이 없지만, 국무회의 참석이 가능한 유일한 자치단체장으로서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 시도지사 17명이 참여하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 누리과정 예산 관련 안건이 논의된 적도 없다. 지난해 10월 열린 협의회 안건은 정관 일부 개정안, 지방공기업 평가원 출연금 방안 등이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은 박 대통령의 측근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맡고 있다.

당시 국무회의에서 박 시장이 '소통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반대 의견을 내자, 한 참석자가 '왜 국무회의를 국회 상임위처럼 하려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서울시장은 국무회의에서 의결권은 없지만 발언권은 있다.

 

한겨레신문

등록 :2016-02-04 11:31

수정 :2016-02-04 15:32

임인택 원낙연 기자 imit@hani.co.kr

 

[관련 영상] '진박 어벤저스', 권력자 레임덕을 막아라 /더 정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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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아마추어리즘', 외신과 '진실게임'

靑 고위관계자 "사드 검토"…중국 "대가 치러야 할 것"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한반도 사드 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9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한반도까지를 탐지 거리로 하는 종말단계요격용(TBR·Terminal-based Radar)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문화일보>를 통해 밝혔다. 청와대는 이 보도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TBR은 사드의 핵심 장비인 조기경보레이더의 한 종류로, 유효탐지거리가 600킬로미터(㎞)다. 즉 중국을 제외하고 한반도만 커버하도록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효탐지거리는 조정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탐지 거리를 조절한다고 해서 사드 도입과 관련해 중국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의 본질을 비켜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와대가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도입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현지시간) 이르면 다음 주에 한미가 사드 도입 관련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한국과 사드 문제를 협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르면 다음주 중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미국 전현직 고위 관리들을 인용, 한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사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이같은 외신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가 입장을 밝힌 것은, 사실상 사드 도입이 결정 단계에 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한다. 국방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우리 안보와 국방에 도움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방부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와 정면 배치되는 해명이다. 외신과 '진실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설명과 달리 사드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정황은 충분하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위협 등을 감안해 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사드 배치 문제를 직접 거론했었다. 이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5일 "(사드 배치를)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 검토" 발언을 내놓았다. ⓒ청와대

'권력자'의 아마추어리즘, 쩔쩔매는 정부

사드 '군불 떼기'는 현 정부의 외교 안보 분야 아마추어리즘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확하게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아마추어리즘이다. 최근 '5자회담론'을 제기했다가 미국, 중국으로부터 무시당한 것과 비슷한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신년 기자회견장에 선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본인의 입으로 "사드 배치 문제는 ()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뉘앙스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박 대통령의 답변이 끝나지 않았는데, "다음 질문 받겠다"고 넘기려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를 제지하며 굳이 사드 이야기를 꺼냈다. "검토"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이어진 "중국 역할론" 관련 질문에 "(북핵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중국"이라며 "중국은 여태까지 (북핵 불용의) 확실한 의지를 공언한 대로 지금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사드가 중국 압박용이라는 뉘앙스를 짙게 풍긴 것이다.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14일자 <중앙일보>에 "(사드 발언 등은) 회견 준비 과정에서 사전에 조율된 내용"이라며 "중국이 대북한 제재에 적극 참여하라는 메시지"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북한용이 아니라 중국용이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이는 중대한 문제다. 그간 국내에서 이뤄진 사드 도입 논의 자체의 틀을 허물 수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중국을 '압박 대상'으로 설정한 순간부터 한국 정부는 사드 도입 논란이 일 때마다 쩔쩔매고 있다. '권력자'의 외교적 문제 발언이 정부의 대응 체계를 헝클어버린 셈이다.

국방부가 이날 "미국의 협의 요청이 없었다"고 진화를 시도한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이미 박 대통령의 '사드 검토' 발언으로 정부가 오랜 기간 유지해 온 '3NO' 입장('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었다)이 자동 폐기됐기 때문이다. 마땅한 해명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인데 '상황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니 철 지난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방부 입장이 청와대의 입장"이라며 공식 입장 하나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미국의 요청 여부는 2조 원에 달하는 사드 배치 비용 분담 문제와 관련돼 있는 게 아니라면, '전략적 모호성' 측면에서도 이제 중요하지 않은 말이 됐다.

▲ 미군의 사드 발사 실험 장면 ⓒ록히드마틴

김종대 "中 '대가 치를 준비 하라'국가 간에 나올 수 없는 용어"

현재 중국의 반응은 심상치 않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이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이례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의 '사드 검토' 발언이 나온 후인 지난 27일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한국은 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을 압박해선 안 된다"며 "한국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중·한 간 신뢰가 엄중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고, 한국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무역 보복 등을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의 설명대로 '역대 최상'이라던 한중 관계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단장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환구시보>를 통해 나온 반응은) 불쾌감 정도가 아니라 저는 그렇게 중국 입장이 강하게 나온 것을 처음 봤다"며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라, 국가 간에서는 나올 수 없는 용어"라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사실 지금 중국에 외교적인 협력을 구하는 입장에서 어떤 군사적인 조치를 우리가 거론하면서 중국을 압박을 하겠다, 이것은 참 한국으로서 무모한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프레시안

2016.01.29 17:05:20

박세열 기자

 

독자가 프레시안을 지키는 힘입니다

"저 같이 시간을 많이 내기 힘든 직장인이 하기 좋은 게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거나 후원하는 거잖아요. 언론 문제에 항상 관심이 많았어요. 대한민국의 여러 문제 중 하나가 바른 언론이 없다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프레시안을 후원하게 됐어요."

2013년 6월, 관점이 있는 뉴스 <프레시안>이 언론 협동조합이 됐습니다. <프레시안>의 기사에 만족하셨다면,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도전에 주목 바랍니다.

조합원 / 후원회원 가입화면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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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중국은 유승민이 아니다"

미국도 중국 압박으로 얻을 것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2일 외교•안보 분야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6자회담의 실효성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당일 오후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며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의를 일축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당장 유엔 안보리 제재도 접점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5자회담 이야기를 꺼내면 중국은 5자회담이 곧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제의가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안보리 결의안은 중국의 협조가 없어서 효과가 미미한 상황인데, 이 와중에 북한을 뺀 5자 끼리 모여서 따로 이야기를 하자고 하면 중국은 한-미-일이 문제를 풀려는 것이 아니라 대북 압박을 강화하려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중국이 안보리 제재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고려해볼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온 것도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중국이 대북제제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게 만들기 위해서 박 대통령이 사드로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 전 장관은 "그렇다고 본다"면서도 "그런데 중국은 그런 식으로 압박한다고 끌려올 나라가 아니다. 중국은 유승민(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지만, 미국의 의도대로 중국이 강한 대북제재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이 대북제제에 동참하도록 압박을 하든 회유를 하든 해야하는데, 현재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서 중국이 미국이나 한국의 압박 때문에 북한에 대한 소극적인 제재 방침을 철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인터뷰는 지난 26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이재호 기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2일 외교안보 분야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6자회담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5자회담을 시도하는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이게 정말 창의적인 방법인지는 의문입니다.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은 이미 이전에도 있었던 것 아닌가요?

정세현 : 박 대통령이 언급한 5자회담은 결국 북한에 대한 압박 전략인데, 이건 창의적인 방식이 아닙니다. 이미 부시 정부 때부터 북한을 포위하고 압박하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2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은 북한에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이 있다면서 북한을 압박했습니다. 이에 북한은 2003년 초 북미 양자 회담을 타진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회담 장소가 중국 수도 베이징이라서 북-중-미 3자 회담의 형식이 됐습니다.

사실상의 양자회담이었던 3자회담에서 미국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중국도 빠지고 미국하고만 이야기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북한은 미국을 회담장 밖으로 따로 불러내서 "우리 핵무기 가지고 있어, 어쩔래"라는 식으로 겁을 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에 미국은 '북한과 단둘이 회담하면 안되겠다, 북한이 협박•공갈을 밥 먹듯이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다자회담을 통해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가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구상을 하게 됩니다.

이에 부시 정부는 4월로 넘어오면서 5자회담을 구상합니다. 물론 이 5자회담은 러시아를 제외하고 남-북-미-중-일 이렇게 5개국이 참여하는 회담 형태였습니다만, 나머지 국가들이 북한을 압박해 들어간다는 것을 기본 컨셉으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남한 정부에도 북한의 참여를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제가 당시 10차 남북 장관급 회담 수석대표로 평양에 가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였던 제임스 켈리가 찾아와서 북한에게 다자회담 이야기를 확실하게 입력시켜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후 4월 말에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저는 북측 수석대표인 김령성 당시 내각 책임참사에게 미국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런데 김령성이 "중국이 완전 미국 편"이라면서 회담 나가봐야 별로 소용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중국 만큼 평양 편드는 곳이 어디 있냐, 당신들이 그런 말 하면 안된다. 정 그렇다면 러시아까지 넣는 건 어떻겠냐"라고 제안했습니다. 동북아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러시아가 빠질 수 있느냐는 논리였습니다. 그리고 그해 7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11차 장관급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다자회담에서 논의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게 됐습니다. 당시 저는 미-일-중-러 등 국제사회가 모두 다자회담을 지지하고 있고 이해당사자가 모두 참여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조속히 다자회담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집중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8월 북쪽에서 러시아까지 참여하는 6자회담에 나오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부시 정부는 회담에 북한이 나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처음부터 북한을 5대 1로 포위해야 한다는 발상이었습니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이야기한 것이 바로 이 지점과 일맥상통합니다. 북한을 뺀 5자끼리 똘돌 뭉치자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 구상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우리는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희망하고 있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책임있게 행동해야 하니까 이러한 제안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착각입니다. 북핵 문제는 관련 당사국들의 이해가 모두 다릅니다. 한 목소리를 낼 수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북한이 핵 카드를 가지고 받아내려는 반대급부에 대한 전망을 주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북한은 설사 자기를 뺀 나머지 다섯 나라가 똘똘 뭉쳐서 압박해온다고 할지라도 반대급부인 '당근'이 보이지 않으면 회담에 나오지 않습니다. 당사자인 북한이 회담에 나오지 않으면 나머지 다섯 나라가 만나서 자기들끼리 고함 질러봐야 소용없는 일입니다.

▲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외교안보분야 업무보고를 받았다. ⓒ청와대

프레시안 : 그런데 박 대통령이 이 구상을 현실화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박 대통령의 5자회담 발언이 있던 그 날 오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정세현 : 중국이 한-미-일과 함께 북한에 대해 강하게 압박해 들어가지 않을 것이고,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이미 지난 14일 황준국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베이징에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만났을 때 들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입에서 5자회담 이야기가 나오게 하고 있으니, 보고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당장 유엔 안보리 제재도 접점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5자회담 이야기를 꺼내면 중국은 5자회담이 곧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제의가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이 제재에 비협조적이고 소극적으로 나오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 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안보리 제재를 통해 북한에 크게 한 방 먹여야 한다는 것이 한-미-일의 입장인데, 중국이 협조하지 않아서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런 와중에 북한을 뺀 5자끼리 모여서 따로 이야기를 하자고 하니, 중국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은(한-미-일) 문제를 풀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압박하려는 핑계를 잡으려는 것 아니냐, 그러면 안보리 제제에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국이 안보리에 소극적인 대응을 하도록 만들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지난 13일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때 밝혔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발언이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고 봅니다. 북핵 제재 국면은 실질적으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고, 미국이 북핵을 핑계로 중국을 압박하는 전초전의 일환입니다. 여기에서 한국이 미국 쪽에 서서 처음에는 중국에 호소하는 것처럼 말하더니, 나중에는 동참하지 않으면 사드를 배치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그랬더니 중국이 "신중한 처리"를 언급하지 않았습니까? 이 말은 '조심해라, 어디서 공갈을 치냐' 라는 속뜻이 담겨 있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또 5자회담 이야기하니까 중국이 보기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남한은 협조하기 곤란한 '멘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이런 식의 발언이 중국에 대한 압박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정세현 :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유승민'이 아닙니다. 그런식으로 압박하고 겁준다고 끌려 올 나라가 아닙니다. 만약에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박 대통령이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직접 중국을 방문했지만, 가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을 압박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닙니까?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를 만들어서 별도의 경제 질서를 구축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이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해서 돈을 번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지금 당장 중국 물품에 대한 금수조치를 할 수도 없는 것 아닙니까? 미국이 중국을 압박해서 미국 의도대로 대북제재를 강하게 성사시킬 수 있는 레버리지가 없는 상황인 겁니다.

다만 케리 장관이 '안되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노력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만나서 직접 만나서 이야기했다' 라는 정도의 기록은 남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은 아시아 문제에서 자기들이 미국보다 중심축에 서야 한다면서 굴기(堀起•우뚝 일어섬)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남중국해, 양안 관계 등에서 각을 세우면서 기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세컨더리 보이콧'도 거론되고 있다고 하던데, 그럼 중국은 여기에 어떻게 반응할까요? 중국이 북한과 가장 교류가 많은 국가인데, 이걸 받을 수 있겠습니까? 이런 와중에 케리 장관이 중국에 가서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 27일(현지시각) 존 케리(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 외교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전략적 인내'에 편승한 결과…

프레시안 : 향후 일정을 좀 살펴보면 북한은 오는 5월 초 36년 만에 제7차 당 대회를 엽니다. 그래서 당 대회를 앞두고 김일성이나 김정일 생일에 한 번 더 이른바 군사적 '도발'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정세현 : 장거리 미사일을 쏘든지 아니면 핵실험을 한 번 더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북한이 시험용 '수소탄'이라고 했는데, 이제 작동 원리를 확인했으니까 시험용이 아닌 진짜 수소 폭탄 실험을 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북한이 이런 식의 군사적 행태를 보이면 한반도 정세는 더욱 악화되고 사드 도입 논의도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사드가 아직 개발 중이라 곧바로 들어오기 어렵고, 또 돈 문제가 나오면 국내 여론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장거리 로켓이든 핵실험이든 뭐라도 하게 된다면, 한미일 간 군사 공조 문제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정세현 : 북핵 문제가 파탄으로 치달으면 한국 정부는 갈 데가 없으니까 한미일 군사 공조 쪽으로 줄을 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당장 중국발 경제적 타격이 오겠죠.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만의 북핵 문제 해결 구상이 있었어야 합니다.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고 관련 국가들을 중재해서 빨리 회담을 열어서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했어야 합니다. 만약 이렇게 했다면 중국도 우리 편이 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미국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에 편승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핵 문제가 '꽃놀이패' 입니다. 해결되면 골치 아픈 일이 하나 줄어들어서 좋고, 해결이 안 되더라도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중국을 견제하는 구실이 되기 때문에 좋은 측면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다릅니다. 북핵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이 뼈아프게 느낄 제재를 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뼈아프다는 것, 이건 고생스러움을 어느 정도 체감해봤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북한은 워낙 어려운 시절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뼈아픈 것을 느끼는 정도가 다릅니다.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이 4개나 살아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 내부 경제는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북한 입장에서 여기에 제재가 하나 더 추가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이 있겠습니까?

미국에 편승했으니 북한 압박을 위한 중국의 협조도 얻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하든, 장거리 미사일을 쏘든 간에 중국은 북한의 제재 수위를 높이는데 쉽게 협조하지는 않을 겁니다. 가장 최근 결의안인 지난 2013년 2094호 채택 때도 결의안에는 찬성했지만 뒤로는 북한 왕래나 교류협력을 허용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쥐고 있는 카드는 전무하다고 봐야 합니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에 곡조도 모르고 편승한 결과입니다.

▲ 지난 6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프레시안 : 그런데 이번에 외교•안보 업무보고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있었습니다. 통일부가 북핵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겠다고 보고한 부분인데요. 이명박 정부 이후 북핵 문제는 외교부 내 한반도평화교섭본부가 전담했었기 때문에 통일부 내 북핵 TF를 만드는 것이 다소 어색해 보이기도 합니다.

정세현 : 이명박 정부 이후 북핵 문제가 미국 정책을 따라갔는데, 사실 북핵 문제는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우리만의 국가 정책을 가지고 있어야 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겉으로는 비핵화를 이야기하지만, 사실 본심은 비핵화보다는 비확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냉정하게 따져서 미국은 비확산 수준에서 북핵 문제가 마무리되어도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닙니다. 우리는 비핵화가 필요합니다. 북한이 주장하는대로 핵 무기를 탑재한 미국 항공모함이 우리 해안 가까이 진출하지 않는 이른바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달성 해서라도 북한의 핵은 없애야 합니다. 그러려면 미국의 군산 복합체를 도와주는 '전략적 인내'에 곡조 모르고 따라서는 안됐던 겁니다. 북한이 또 핵실험을 해서 미국이 "이제 비핵화는 틀렸다"라고 하면 어떻게 할겁니까? 이것도 순순히 따를 겁니까?

미국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북핵 문제 해결의 목표는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통일부가 뒤늦게라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TF를 두기로 했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이를 계기로 부처 간 협조까지 염두에 두는 TF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외교부와 국방부 등 다른 부처도 함께 북핵 문제 해결에 힘을 모으는 기구로 키워나가는 방향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북한을 아는 사람이어야 핵 문제만 보는 사람들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또 북핵 회담에서도 상대가 북한이기 때문에 북한을 다뤄본 사람들이, 현장의 경험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관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의장이 통일부 장관이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큰 대상이자 근원이 북한이기 때문에 북한을 가장 잘 아는 통일부 장관이 의장을 맡은 겁니다. 통일부 장관이 특별히 정권에 잘 보여서 의장 시킨게 아닙니다.

역대 정부에도 유사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김영삼 정부 때는 현재의 NSC와 유사한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가 있었는데 그 때도 의장은 통일부 장관이었습니다. 만약 북한이 아니라 중동이나 다른 지역에서 제기되는 위협이었다면 외교부 장관이 의장을 했을 겁니다.

프레시안 : 일부에서는 북핵 문제는 6자회담 틀에서, 정전협정 문제는 남-북-미-중 4자의 틀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도 있습니다.

정세현 : 이론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2+2, 즉 남북회담과 미북 회담을 동시에 병행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남북회담을 통해 미북 간에 접점을 찾게 해주고, 여기서 접점을 만들면 6자회담에 가기 전에 4자회담을 열어서 한반도 전쟁 종료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평화협정에 대한 이야기를 별도로 끝낸 후에 6자회담을 넘어가는 구상입니다.

그런데 돌파구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야당이 지금 이 국면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정책 기능이 원활하게 발휘되는 곳이라면 대정부 질문을 통해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데 이런 움직임은 없어 보입니다.

사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전문가 그룹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바꿔야 하는데, 야당에서 이러한 부분의 문제제기를 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파괴력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정책 정당으로서의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이런 부분에서 능력 발휘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야당이 좀 더 분발해야 합니다.

 

프레시안 [정세현의 정세토크]

이재호 기자

2016.01.27 15: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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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보도

한국일보

뉴시스

헤럴드경제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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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반대를 "기득권 세력의 저항" 규정…총선 코앞 편가르기

ㆍ더 강경해진 박 대통령 왜

ㆍ한국노총 '협의 거부' 비판 노동계 파업에 강력 대응

ㆍ의도적 정국 경색 유도해 총선서 보수층 결집 의도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대대적인 '얼음 정국'을 예고했다.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 아들딸들 장래를 외면하고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정치권의 일부 기득권 세력과 노동계의 일부 기득권 세력의 개혁 저항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이 계기다. 노동구조 개편과 누리과정에 대한 비판은 '기득권의 저항'으로 규정한 뒤 "흔들리지 않겠다"고 했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3개월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다.

박 대통령은 노사정위를 탈퇴한 한국노총에 대해 "본인들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면서 거리로 나서고 있다"며 "다시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개인 이기주의와 집단 이기주의, 거리로 나오는 집회 문화에서 탈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계가 예고한 대규모 총파업 결의대회에 대해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선동적 방법" "불법집회와 선동"이라고 한 뒤 "강력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와 노동계가 충돌하고 대대적 사법처리가 이뤄지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대응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충분한 노사 협의를 위해 작년 12월부터 끊임없이 한국노총에 공식·비공식 협의를 요청했다"며 "그러나 한국노총은 무기한 협의를 하자는 주장을 할 뿐 협의 자체를 계속 거부해왔다"고 비판했다. 노사정위로 복귀하라는 '설득'을 접고, 힘으로 밀어붙이기 위한 명분 쌓기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또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저 개인 이익을, 이득을 위해서 임하지 않았다", "원칙을 지키는 정부의 단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았다'는 발언 이면에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현안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날은 노동계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야권 출신 시·도교육감들을 겨냥했지만, 향후 정부 정책 반대론에 대한 억압과 밀어붙이기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실제 박 대통령은 새해 들어 반대 세력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해왔다. 지난 5일 새해 첫 국무회의 때는 "남은 임기 동안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낼 것"이라고 했고, 13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도 "욕을 먹어도, 매일 잠을 자지 못해도,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으면 어떤 비난과 성토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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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얼음정국' 주도를 놓고 여러 해석이 제기된다.

우선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국 경색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반대 세력=국정 발목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공고히 하고, 그 결과로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뜻이 있다는 것이다. 여권 내에선 야권과 협상에 매달려 불만족스러운 법안을 통과시키느니 차라리 다음 총선에서 판을 바꿔 입맛에 맞는 입법을 하는 것이 낫다는 말도 있다. '임기 내에 할 수 있는 것은 다해야 한다'는 집권 4년차 조급증 때문에 강경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군부대가 인접한 경기북부 접경지역은 안보적 특수성이 있고 치안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의 신설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입력 : 2016.01.25 22:22:50

수정 : 2016.01.25 22:30:29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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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재벌 꼭두각시 대통령의 마지막 동아줄은…

박근혜 대통령의 본질

 

인지 부조화의 대통령

지난 주 대통령의 신년 담화(13일)에 이어, 1월 14일, 18일, 20일 세 번에 걸쳐 '2016년 대통령 업무 보고'가 있었습니다.

전체 제목은 "내수-수출 균형을 통한 경제 활성화 방안"(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 "창조 경제, 문화 융성 양날개로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겠습니다"(미래창조부 등 6개 부처), "일자리, 늘리겠습니다, 국민 행복, 더하겠습니다"(교육부 등 사회 부처)입니다. (☞바로 가기 : 2016 부처 업무 보고)

먼저 대통령의 신년 담화 및 기자 회견부터 볼까요? 보통 새해의 메시지라면 희망부터 시작해야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중의 위기'로 시작했습니다. "안보와 경제는 국가를 지탱하는 두 축인데 지금 우리는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위기를 맞는 비상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겁니다. 안보는 4차 북핵 실험 때문에, 경제는 국회 때문에 위기를 맞았다는 거지요.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안보를 튼튼히 했다는 자화자찬, 국제기구에서 경제 정책이 1위로 평가 받았다는 자랑이 무색합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국제기구에서는 그런 평가를 하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죠)

대통령과 정부는 안보와 경제 모두 잘 하고 있는데 그 파트너인 북한과 국회 때문에 위기를 맞았다는 거지요.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파트너가 등장합니다.

안보 위기를 해결하려면 중국이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 최상의 파트너"로서 북한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중국이 앞장 서야 한다는 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일갈했듯이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박대통령에게 봉사한다고 생각해야 나올 수 있는 발언"입니다. (☞관련 기사 : "박근혜 위안부 합의, MB도 이렇게는 안 했다")

미국이 중국 포위 전략의 첫 걸음으로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을 종용했다는 건 상식입니다. 그렇게 해 놓고 중국이 나서서 북한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니, 이 얼마나 기막힌 생각일까요? 국회가 "경제 활성화 2법", "노동 개혁 5법"을 통과시켜서 '선제적 구조 조정'을 하게 되면 우리 경제가 정말 위기에 빠지게 될 거라는 얘긴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교수들은 박 대통령의 대한민국을 '혼용무도'라는 말로 요약했지만 여기에 '적반하장'도 추가해야 합니다.

정치권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시도조차 못해 놓고 이제 와서 무효화를 주장하고 정치적 공격의 빌미로 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회 역시 정치적 이유로 '7법'을 가로막고 있으니 국민들이 나서서 "국회의 기능을 바로잡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대통령은 재계가 주도하는 국민 서명에도 앞장섰습니다. 가히 미국의 꼭두각시, 재벌의 꼭두각시입니다.

건설이라는 마지막 동아줄

1월 14일 경제 부처의 대통령 업무 보고는 "수출 총력 지원" "내수 회복세 유지" "주거 안정 강화와 민간 투자 활성화", "가계, 기업 부채 등 리스크를 철저하게 관리"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금년 수출이 2.1% 증가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작년 수출이 –7.5%로 전망되는데 갑자기 플러스로 전환한다는 게 얼마나 근거가 없는지는 지난 번 편지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기획재정부의 "수출 총력 지원""한중 FTA의 적극적 활용", "신시장 개척과 무역 금융 지원", 그리고 내수 기업의 수출 기업화 세제 지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FTA가 수출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한-EU FTA와 한미 FTA가 발효된 지 각각 5년, 3년 지났지만 이들 지역의 수출은 오히려 감소했죠. 이 두 FTA가 동시에 발효되면 장기적으로(약 10년 동안) GDP가 7.75%나 증가할 거라는 대외경제연구원(KIEP)의 예측을 지금도 믿고 있는 걸까요?

한편 "내수 회복세 유지"는 재정 지출 확대, 코리아 그랜드 세일 등 소비 여건 개선, 규제 개혁에 의한 민간 투자 활성화, 대내외 위험 요인의 선제적 관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정부는 1분기에 작년 대비 8조 원을 더 많이 집행할 예정입니다. 또 공공 기관 투자 및 연기금 대체 투자로 16조 원을 추가로 지출할 예정입니다.

과거에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서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지출했습니다만 금년엔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1분기에 집중시키겠다는 겁니다. 그만큼 내수가 급격하게 위축되는 걸 두려워하는 거죠.

두 번째로 민간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 정부는 2월에 또 한 번,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하고 대규모 할인 행사를 정례화하는 한편(11월), 외국인 관광객을 더 유치하겠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조삼모사의 정책입니다. 내구재의 소비세 인하 같은 정책은 단지 미래의 소비를 앞당길 뿐입니다. 그 뒤에 오는 '소비 절벽'을 막기 위해 계속 미래 소비를 끌어 오는 정책이 언제까지 가능할까요?

실제의 문제는 지난번에 보여 드렸듯이 가계 부채 증가율(10.4%)이 소득 증가율(4.3%)의 두 배를 훨씬 넘어섰다는 데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소비를 늘린다면 그건 제 정신이 아니겠죠.

언제나 그렇듯이 정부의 투자 정책은 규제 완화입니다. 대통령은 신년 담화에서 서비스 산업 규제 완화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 강조하고 또 강조했죠(FTA의 경제적 효과가 그렇듯, 정부가 발표하는 투자의 경제적 효과도 믿을 만한 수치가 못 됩니다). 듣는 사람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였죠.

하지만 의료, 전기 등의 규제 완화는 곧 민영화를 의미합니다. 잠깐 인수 합병 등 재벌들의 투자가 증가할지 모르지만 의료비 인상, 전기료 인상, 나아가서 세월호와 같은 사고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결국 수출과 민간 소비, 어느 쪽에서도 경제의 활로를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정부는 또 다시 건설 투자에 매달렸습니다.

수서발 KTX 개통, 서울-세종고속도로 연내 착공, 인천공항 3단계 확충으로 토목 건설을 증가시키고(정부는 SOC 예산을 10% 늘렸습니다), 민간 임대 사업(뉴스테이)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서 주택 건설도 늘리겠다는 거죠.

이번에는 도심 내 상업 시설의 재건축, 토지 임대형/협동 조합형 뉴스테이도 새롭게 도입됐습니다. 서울 등 지방자치체에서 도입한 사회적 경제형 임대 주택 정책까지 망라한 겁니다. 불행하게도 이 정부가 주도하면 수익형 임대 주택으로 바뀔 게 뻔합니다.

가계 부채 대책으로는 우선 "빚은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고, 처음부터 나누어 갚는 원칙"을 여신가이드라인으로 삼겠다고 합니다. "빚내서 집 사고, 빚내서 전세금 올려주라"고 할 때가 바로 엊그제인데 이젠 가계 부채로 인한 위기가 겁나는 거겠죠.

하지만 가계 부채 대책에도 부동산 경기 정책은 숨어 있습니다.

이른바 "내 집 연금 3종 세트"(주택 담보 대출의 주택 연금 전환, 보금 자리론과 연계된 주택 연금, 저소득층 우대 주택연금)라는 신상품이 바로 그렇습니다. 한 마디로 부채를 연금으로 대체하는 겁니다.

사실상 주택을 은행에 미리 팔고, 앞으로 받을 이자에서 월세를 뺀 금액을 연금으로 받으면 된다는 거죠(제가 집값의 폭락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으로 집을 사들이고, 원하는 경우 국민연금 수익률에 해당하는 월세를 내고 그 집에 계속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는데, 내용상 동일합니다). 빚을 갚기 위해 주택을 한꺼번에 내다 팔아서 집값이 폭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이기도 합니다.

더 획기적인 정책은 전세금 투자풀 제도입니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받은 전세 보증금을 모아서 "수익성 있는 임대형 주택 등에 운용하고 그 수익으로 월세를 충당하는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겁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가히 천재적입니다.

결국 정부의 경제 정책은 또 한 번 건설 경기에 올인했습니다.

국민의 실질 소득을 늘리는 정책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6쪽의 '가계 소득 증대 세제 보완'이 유일한데 내용은 없습니다). 생태 투자 등 미래의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오직 서비스 산업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만 제시되어 있을 뿐입니다. 복지도 증가시켜서 소비를 늘려야 합니다만 대통령은 오히려 자신의 대선 공약인 보육료(누리 과정 예산)마저 못 주겠다고 선언했죠.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위기 대책인 "상시 선제적 구조 조정"을 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대통령은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건 곧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미국의 전략이요, 재벌의 단기 이익일 뿐입니다. 꼭두각시 대통령은 이제 국민까지 나서라고 얘기합니다. 바로 파시즘이죠. 바로 그런 광기가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프레시안

2016.01.22 09:56:48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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