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동하는 지성 - 정의/인권

‘악법’과 ‘독소조항’. 끈질기게 폐지를 반대했던 이유

여적죄 이어 소요죄… 죽은 법조항 되살리려다 번번이 역풍

박근혜 정부 3년 실패사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3년 동안 국민들은 자주 '낯선' 법조항과 맞닥뜨렸다. 으레 '○○년 만에 첫 적용'이라는 문구가 뒤따랐다. 짧게는 22년, 길게는 60년 동안 법전 안에 묻혀 있던 조항들이 정부•여당을 통해 줄줄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때마다 정국은 출렁였다. 사회는 보수•진보, 여야로 분열하고 다른 이슈들은 이에 묻히는 현상이 반복됐다. 사실 판단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거나, 적용을 주장했다가 여론의 역풍에 철회하는 '실패'도 쌓여갔다. 박근혜 정부의 무리한 국정운영 방식과 '통(박 대통령)바라기' 여당의 단면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지난 17~18일 이틀간의 세 장면은 법조항을 활용하는 여권 자세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경찰이 18일 제1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의 혐의에 '소요죄'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한 것은 다시 한번 '묵은 법조항 꺼내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형법 115조에 규정된 소요죄는 1986년 '5•3 인천사태' 이후 29년간 적용된 적이 없다. 다중이 모여 폭행•협박 또는 손괴 행위를 한 경우 처벌하는 조항인데, 전두환 정권 이후 집회 주최자에게 적용한 예를 찾을 수 없다. 검찰 기소와 법원 판단에 따라 '무리한 법 적용' 여부가 판가름난다.

전날인 17일에는 새누리당이 대통령 '긴급재정명령권' 검토 주장을 하루 만에 철회했다.

헌법 76조 1항의 '긴급재정명령권'은 대통령이 국회 소집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판단할 때 발동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5법' 등의 직권상정을 거부하자 이를 '카드'로 꺼냈다가, 논란이 일자 바로 다음날 "언론사가 너무 크게 쓴 것"이라며 발을 뺐다. 이는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실시할 때 발동된 것이 마지막이다. 22년 전이다.

같은 날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다.

이는 자주 사용되는 법조항이지만 현 정부 들어 새롭게 활용된 예로 꼽힌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했는데, 외국 언론인이 우리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첫 사례다.

이 역시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한국 정부의 '완패'로 기록됐다.

2013~2014년 통합진보당 사태 때는 사문화된 공안 관련 법조항들이 줄줄이 불려나왔다.

통합진보당의 이른바 '지하혁명조직(RO)' 사건 수사를 계기로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 1960년 2공화국 헌법에서 관련 조항이 신설된 후 처음 적용된 사례다.

지난해 말 헌재 결정으로 결국 통합진보당은 해산됐다.

앞서 2013년 검찰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여적죄' 적용을 주장했다.

형법 90조 '적국과 합세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규정이다. 절대적 법정형으로 사형을 규정한 유일한 범죄로,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한 차례도 쓰인 적이 없다.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왔고, 검찰 기소에선 빠졌다.

검찰이 이 전 의원에 적용한 내란음모 혐의(형법 90조) 역시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이후 처음이었다. 대법원은 내란선동 혐의는 인정했지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위험은 없었다고 판단해 내란음모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경향신문

입력 : 2015-12-25 22:08:38

수정 : 2015-12-25 23:17:42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 wcs_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