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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지성 - 시사

‘언론공작’ mbc에서 YTN으로, KBS까지..

백종문 녹취록 제보자 "KBS와도 기사 담합" 폭로

폴리뷰 전 기자 "KBS 전 심의실장과 지속적으로 기사 논의"…당사자 "사실 확인 중"

 

MBC에서 시작된 녹취록 파문이 YTN에 이어 KBS로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 본부장 성재호)는 지난 19일 MBC 녹취록 제보자인 소훈영 전 폴리뷰 기자가 폭로한 KBS 간부와의 문자 메시지를 노보를 통해 공개했다. 해당 메시지를 통해 소 전 기자와 KBS 간부가 지속적으로 기사 내용을 논의한 흔적이 드러났다.

새노조에 따르면 해당 문자메시지는 황 모 KBS인재개발원장이 심의실장을 맡고 있던 2013년 10월 경부터 지난해 1월까지 소 전 기자와 주고받은 것이다.

새노조가 공개한 문자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당시 심의실장이었던 황 모 원장은 소 전 기자에게 KBS와 관련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특히 보도를 부탁한 내용 중에는 노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담겨있는 경우가 다수였고, 폴리뷰는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

▲ KBS 로고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다음은 2014년 3월26일 황모 원장이 소 전 기자에게 보낸 메시지다.

"[기사검토]방송법 개정안 노사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 민영 종편을 제외한 공영방송에는 여야합의가 된 것 같은데 여당이 정말 미친 것 같습니다. 방송법에 의한 편성규약으로 만들어진 공방위에서도 노조가 전횡을 일삼고 있는데..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영방송은 그야말로 노영방송으로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ㅜㅜ"(2014년 3월 26일 오후 6시 49분)

다음날인 2014년 3월27일 폴리뷰는 "민주당, 민간방송사에도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의무화 주장"이라는 기사에서 "안그래도 노조가 전횡을 일삼고 있는데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영방송은 그야말로 노영방송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며 문자 메시지 내용과 거의 유사한 멘트를 언급했다. 해당 멘트는 익명으로 처리됐다.

"[보도협조]KBS논객 이OO PD의 글을 송부하였사오니 널리 보도해주시길 바랍니다. 황 OO 드림"

이 문자 메시지는 2014년 5월23일 오전11시46분에 황 모 원장이 소 전 기자에게 보낸 것이다. 폴리뷰는 같은 날 오후 4시29분 "KBS 이OO PD 양대 노조 '선거파업' 참담하다"는 기사에서 해당 글을 인용했다. 해당 기사에서는 이 모 PD가 "2012년 사장 퇴진을 외치며 명분도 없는 생뚱맞은 장기 파업을 끌고 간 언론노조가 이번에도 '선거파업'을 주도하려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새노조가 공개한 문자메시지에서는 황 모 원장이 기사화를 검토해달라며 사내 게시판의 글을 소 전 기자에게 보내거나 심의실 내부 논의 결과를 알려주는 모습도 드러났다.

"<열린채널> 관련기사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내용에 대하여는 심의실에서 KBS본부노조에 정정보도를 요청하였고, 홍보실에 방송심의규정을 보내 기자들의 문의에 답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습니다. 황 OO 배상."(2013년 10월 27일 오후 7시 5분)

"열린채널 기사 잘 보았습니다. 심의실에서는 OOO PD에게 경고를 주어 재발방지를 촉구하였습니다. 황 OO 배상."(2013년 11월 1일 오후 2시 9분)

"최근 KBS 길환영 사장 퇴진과 관련, 사내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메일로 송부하였습니다. 확인하시고 널리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황 OO 드림."(2014년 5월 18일 오후 5시 10분)

"[보도요청]사내게시판에 올라온 글-방송에 복귀해야 하는 이유-를 송부하였사오니 확인바랍니다. 황 OO 드림."(2014년 5월 28일 오전 8시 18분)

소훈영 전 폴리뷰 기자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 공개한 황 모 원장과의 문자 메시지 내용. 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노보 185호.

 

황 모 원장은 2013년 심의실장 재직 이전인 2011년 공영방송노조 초대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2014년 황 모 원장은 제4대 공영노조위원장으로 다시 선출됐다. 공영노조는 보직이 없는 1직급 이상 고위직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

소 전 기자는 황 모 원장을 통해 KBS공영노조를 도왔다고도 밝혔다.

황 모 원장을 통해 2013년 중반 즈음에 KBS공영노조 사무실에서 소 전 기자는 KBS 사내게시판인 코비스(KOBIS)에 직접 접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소 전 기자는 코비스에서 현상윤 전 KBS PD(현 국민TV 이사장)와 관련된 자료를 찾았다.

그 무렵 현상윤 전 PD와 KBS공영노조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KBS공영노조는 2013년 6월22일 현 전 PD가 제작했던 'TV비평 시청자데스크'에 대해 '정치PD가 벌인 자학 프로그램 정치 쇼'라는 비판 성명을 냈다. 해당 성명에서 공영노조는 현 전 PD에 대해 "그동안 극단적인 정치적 편향성을 보여 왔고, 그의 회사생활 대부분은 노동조합을 빌미로 한 정치적인 활동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현 전 PD는 2013년 8월13일 경 KBS공영노조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소 전 기자는 20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현 전 PD로부터 공영노조가 소송을 당한 이후 대응하는데 도움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동향 파악을 위해 공영노조 사무실에서 직접 사내 게시판에 접속해 현 전 PD 관련 게시물을 찾아보게 됐다. 주로 어떤 글을 올렸는지 정도를 파악하려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 'TV비평' 현상윤 PD, KBS공영노조 고소>

황 모 원장과 폴리뷰 간 긴밀한 관계가 이뤄진 것은 황 모 원장의 요청에 의해서였다고 알려졌다.

만남이 이뤄졌던 시기는 2012년 말에서 2013년 초 즈음이었으며 당시 황 모 원장과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또 다른 인터넷 매체 편집장인 서 아무개 등이 함께 만남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후 폴리뷰에서는 황 모 원장을 옹호하는 내용의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황 모 원장이 심의실장으로 재직 중이던 당시 소 전 기자는 새노조가 황 모 원장에 비판을 쏟아내자 2013년 9월13일 "황 모 심의실장이 무너지면 KBS 무너지는 것"이라는 기사를 통해 "황 실장이 그간 KBS 내 좌편향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사의 공정보도를 촉구하면서 언론노조 측으로부터 '불편한 존재'로 지속적인 견제 대상이 돼 왔다"고 보도했다.

또한 황 모 원장이 심의실장으로 재직 중 '추적60분'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편이 불방 파문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심의실장이었던 황 모 원장은 해당 프로그램에 피의자 친척 등의 인터뷰가 많고 출연한 표창원 전 교수가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방송 불가를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새노조는 황 모 심의실장에 대해 사퇴를 요구했다.

소 전 기자"당시 폴리뷰 이외의 보수 언론 중에서는 심의 논란을 다룬 기사가 거의 없다. 폴리뷰만 집중적으로 (심의실장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를 내보냈다는 것 자체가 정황 증거"라고 밝혔다.

이번 폭로는 MBC와 YTN, KBS까지 주요 방송사 간부들이 극우 성향 인터넷 매체를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줄 '아군'으로 활용한 정황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2년 총파업 당시 노동조합과의 갈등을 빚었던 각 방송사 간부들은 '반노조'의 목소리를 낼 극우 매체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 전 기자는 YTN 간부로부터 외부에서 쉽게 알기 어려운 노조 관련 정보를 전달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 기사 : MBC 경영진, "월급도 없다"는 폴리뷰와 손 잡은 건...>

새노조 측"폴리뷰라는 매체를 통해 노조나 기자협회, PD협회 등 회사에 비판을 제기하고 감시하려는 이들에 대해 (황 모 원장이)원하는 목소리를 내는 데 도움을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황 모 원장은 20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아직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 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2016년 02월 21일 일요일

차현아 기자 chach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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