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이미 망했다

"이념논쟁 안 된다"며 필리버스터 중단… 울림 없는 정권심판 구호, 감동없는 야권연대 제안

 

"이러다가 선거 망치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필리버스터 중단 여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열렸던 지난달 29일 저녁, 김종인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했다는 말이다. "이념 논쟁으로는 우리당에 좋을 게 없다"면서 "경제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납작 엎드렸고 다음날 이 원내대표의 눈물의 연설을 끝으로 필리버스터는 종료됐다. 결국 3월2일, 테러방지법은 새누리당 의원들만 참석해 과반을 넘겨 통과됐다.

 

오래 전부터 더불어민주당은 정당이라기 보다는 야당 국회의원들의 친목 모임 같은 성격이 강했다.

공동의 정책적 목표나 의제를 내세우지도 못했고 당의 색깔도 모호했고 무엇보다도 집권 의지가 부족했다. 대선이 2년도 안 남았는데 아직까지 눈에 띄는 대권 주자도 없다. 굳이 다수당이 되거나 정권을 잡아 여당이 되는 데 힘을 쏟기 보다는 각자 다음 선거에서 살아남아 의원 자리를 지키려는 정치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 더불어민주당이었다.

 

2004년 이후 두 차례 총선과 두 차례 대선의 누적된 패배의 경험, 이명박근혜 정권 8년 동안 집권 여당이 계속해서 죽을 쒔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40% 안팎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전의를 상실하고 의원들이 저마다 각자도생의 길에 들어선 지 오래다. 김광진·은수미 의원 등이 쓰러지기 직전까지 필리버스터를 하는 와중에 같은 당의 상당수 의원들이 뒤에서 팔짱만 끼고 있었다는 것도 불편한 진실이다.

 

"필리버스터도 좋지만 발목 잡는 야당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는 박영선 의원의 말이 오히려 상당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속내를 반영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표 떨어지는 소리는 그만하자'는 이야기다. 보수 성향 언론에서 숱하게 지적했듯이 테러방지법은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논의된 바 있고 192시간의 필리버스터가 시작되기 전에는 딱히 쟁점이 되지도 않았다. 애초에 절박한 정책적 목표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대위 운영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무현의 FTA(자유무역협정) 이명박의 FTA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더불어민주당은 아직까지 제대로 답을 한 적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에 영입한 김현종씨는 한미 FTA 협상에서 한국 쪽 대표로 나서서 "미국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죽도록 싸웠다(fighting like hell)"고 떠들고 다녔던 사람이다. 김현종과 김현종의 후임으로 통상본부장을 맡았고 지금은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나선 김종훈이 과연 다른가?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정부의 노동악법에 반대하고 있지만 10년 전 2006년에 통과된 비정규직 보호법은 노무현 정부와 당시 열린우리당의 작품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양극화와 내수 침체의 원인인 비정규직법에 제대로 반성한 적이 있었나? 새누리당이 비정규직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 기간제 사용기한을 늘려야 한다고 억지를 부릴 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 나쁜 법을 더 나쁘게 만들지 않는 수준에서 적당히 싸우는 시늉만 했다.

 

노무현이나 이명박·박근혜나 다를 게 없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신 차리자, 한 순간에 훅 간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는 새누리당과 차별화를 하려면 노무현의 공과 과를 구분하고 노무현의 실패를 극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 순간에 훅 간 뒤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건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다. 새누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새누리당만큼의 색깔도 없기 때문에 계속 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러다 선거 망치면 책임질 거냐"는 김종인 대표의 리더십은 강력한 만큼 매우 위험하다. 테러방지법 반대를 이념 논쟁으로 치부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공허한 구호에 그쳤던 경제 민주화 프레임을 다시 끌어내 냉소적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이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경제가 엉망인 건 사실이지만 경제 실패를 심판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을 찍어야 할 만큼 김종인 대표가 특별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김종인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짰던 사람이다. 박 대통령이 김종인의 공약 때문에 당선됐나?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프레임은 야당의 의제를 선점해 물타기하는 성격이었다고 보는 게 맞다. 공약은 정말 좋았는데 박 대통령이 배신을 했나? 지나치게 선언적이라 구호 이상의 큰 의미는 없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버림받은 공약을 들고 왔으니 국민들이 지지할 것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큰 일이다.

 

모호한 구호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어정쩡한 포지션에 있다.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는 여전히 북풍이 장사가 된다. 민주당을 '빨갱이당'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더불어민주당을 찍지 않는다. 한국 정치 지형에서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 40%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에 가깝다. 수도권과 호남의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을 최대 30%라 보면 나머지 40%의 중도 무당파층이 선거의 변수가 된다.

 

물론 노무현과 이명박·박근혜는 다르다. 노무현 시절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것들이 급속도로 후퇴하고 있다는 걸 누구나 안다. 그러나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의 복원 조차도 지금 더불어민주당에게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데 있다. 역풍이 우려된다며 지레 겁을 집어먹고 필리버스터를 접는 게 더불어민주당의 초라한 '가오'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과연 다른가? 새정치를 하겠다며 들어와 박차고 나간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과연 다른가?

 

집권 초반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던 박근혜 정부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리며 통합진보당을 강제 해산했을 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불똥이라도 튈까봐 멀찌감치 물러나 있었다. 왼쪽의 축이 무너지면서 한국 정치 지형은 오른쪽으로 크게 쏠렸고 더불어민주당도 균형을 잃고 새누리당 2중대로 전락했다. 결국 개헌 의석 저지까지 거론되는 암울한 상황에서 선택한 게 새누리당에서 팽 당하고 건너온 김종인이다.

 

이념 논쟁이라며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킨 김종인 대표가 내놓은 카드는 야권 통합이었다. 안철수를 압박하면서 국민의당의 분열을 노리는 노회한 선택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지리멸렬한 야당에 야권 연대가 만능의 해법이 아니라는 건 지난 2012년 19대 총선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이명박 정권 말기, 지금처럼 새누리당이 죽을 쑤고 있었고 정부 심판론이 선거 구호였으나 새누리당을 떠난 민심은 당시 민주통합당을 선택하지 않았다.

 

지난 총선에서는 야권 연대를 했는데도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고 몇 달 뒤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그나마 연대를 한 덕분에 수도권을 지켰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상당수 유권자들이 정권 심판 보다는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투표를 포기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투표율은 54.3%에 그쳤고 특히 20대 후반 투표율은 37.9% 밖에 안 됐다. 선거인 수 비율은 30대가 20.4%, 40대가 21.9%였으나 실제 투표자 수 비율은 60대 이상이 26.1%로 가장 높았다.

 

▲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인 수와 투표자 수 비율. ⓒ선거관리위원회 자료.

 

 

4년 전과 비교하면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은 훨씬 열악하다.

당장 야권 연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야권 연대는 표의 분산을 막을 수 있을 뿐 정치 냉소와 혐오를 뒤집을 수 없다.

정책 연대 없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연대는 아무런 감동이 없고 설령 국민의당의 연대가 성사되더라도 오히려 환멸을 더할 가능성이 크다. 그토록 외치던 새 정치는 온 데 간 데 없고 집안 싸움만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갈아치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서 80년대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김종인의 영입은 리더십 부재의 더불어민주당 상황에서는 필수불가결의 선택이었지만 열패감에 찌든 야당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권 심판이 필요하다는 데 상당수 유권자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 정권 심판의 주체로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김종인 대표가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권 심판이라는 동어 반복 외의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장 이번 총선은 선거 연대를 하든 하지 않든 야권의 참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멀리 내다본다면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건 지더라도 잘 지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한 야당을 복원하고 정책 정당으로서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 김종인 리더십으로 집안 단속을 하고 그나마 바닥의 표를 긁어모을 수는 있겠지만 지금처럼 적당히 보수 양당 구조에 안주하면서 의석수 계산이나 하고 있다면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정당이 될 가능성은 요원하다.

 

지상파와 종편의 든든한 지원 사격을 받으며 40%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새누리당과는 완전히 다른 프레임을 짜야 한다.

장기적으로 정의당과 노동당, 녹색당 등이 왼쪽에서 확실한 진보 진영의 의제를 구축하고 더불어민주당도 좀 더 왼쪽으로 옮겨오면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견인하고 중도 무당파층을 흡수해 자연스럽게 새누리당을 보수가 아닌 극우 기득권 집단으로 가두는 전략이 필요할 때다.

 

선거 연대가 아니라 정책 연대가 절실하고 그러려면 건강한 진보 정당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최악과 차악 중에 고르는 선거가 아니라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이라도 선택하고 조금씩 바꿔나가면서 승리의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새누리당의 논리와 문법으로 치르는 이번 선거는 이미 망했다. 더불어민주당에게는 김종인 이외의 대안이 없고 다만 또 한 번의 처절한 패배를 겪고 교훈을 얻기를 바랄 뿐이다.

 

미디어오늘 [뉴스분석]

2016년 03월 07일 월요일

이정환 기자 black@mediatoday.co.kr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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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에 야수적 충동이 일었나?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야당은 지난달 23일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시작했다. 필리버스터는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의 연설을 끝으로 중단됐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뜻이다.

이후 김 대표는 '야권 통합'을 제의했다.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사진)은 4일 공개한 팟캐스트 <이대근의 단언컨대> 제107회 '야당에 야수적 충동이 일었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와 당을 둘러싼 쟁점들을 분석했다.

 

 

☞ '이대근의 단언컨대' 팟캐스트 듣기

 

■ 김종인 대표가 제기한 논쟁점

 

ⓛ 필리버스터는 역풍을 부르는 이념 문제인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통해 저지하려는 테러방지법 관련 대립 상황을 '이념문제'라고 규정하고 필리버스터를 강제 중단시켰다. 이념문제라는 건 실제 삶과는 무관한 공허한 주장을 둘러싼 갈등이라는 뜻이다.

테러방지법은 민생, 즉 먹고 사는 일과 직접 관련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념논쟁, 즉 추상적인 가치 논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시민의 일상을 감시하는 기본적 시민권 문제로서 중요한 쟁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념문제라고 김 대표가 주장하는 배경에는 테러방지법이 선거 의제가 되지 않도록 빨리 탈출하자는 전략적 판단이다. 이 때문에 필리버스터 계속 하면 '선거 역풍'이 분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역풍을 순풍으로 만드는 것이 정치다'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 말은 다 옳다. 시민 감시라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IS 테러, 북한의 4차 핵실험, 장거리 로켓발사 등 시점상 여권이 테러방지법 제정을 강행할 수 있는 분위기이다. 게다가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상정함으로써 통과 날짜만 남겨둔 상황이다. 필리버스터를 해봤자 통과 날짜만 며칠 미루는 효과에 불과하다. 게다가 야당이 재촉했던 선거구 획정안 통과도 필리버스터로 지연될 수밖에 없다. 여권이 공세를 펼 명분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필리버스터는 뜻하지 않게 시민과 지지층의 열정에 불을 댕겼다.

야당에 냉소적이었던 이들을 다시 결집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다시 불러 모은다면 야당에 대한 비관주의를 떨쳐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참 타오르는 불을 갑자기 끄기보다 며칠 더 불을 지펴 지지층을 다시 일으켜 세운 뒤 의원들이 일치단결해 필리버스터를 종결하며 총선 승리해 개정하겠다고 선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김 대표의 '지금 당장', 이 원내대표의 '조금 더'는 일장일단이 있다.

그런데 김종인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이겨본 적이 있는 성공 모델을 갖고 있다. 반면 이종걸 원대대표는 그게 없다. 그는 야당의 실패 모델을 상징한다. 게다가 필리버스터 이후 다음 의제를 던지고 당의 운명을 책임질 사람이 누군인지도 분명하다. 당연히 김 대표 뜻이 관철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다음 카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야권통합론 제안이다. 상당히 먹히고 있다. 한마디로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으니 눈 딱 감고 제1막을 내리기로 한 것이다. 김 대표가 계속 성공적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타오르는 장작불에 찬물을 끼얹어 끌 수 있는 과감한 결단력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이 독단적 결정은 당 안팎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 타당성 여부를 떠나 기존 야당에 이렇게 잘 나가는 국면에서 단칼에 접고 철수하는 리더십이 없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② 야당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정책 전환은 타당한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 정부의 합의는 바꿀 수 없고, 햇볕정책은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김종인 대표는 이렇게 더불어민주당의 기존 입장을 당내 공론화 과정 없이 독단으로 전면 부정했다.

더민주의 상처라고 할 수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 논란의 대상이 되는 대기업 사장도 영입했다.

더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 대북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위안부 합의' 재검토, 햇볕정책 고수로 표현해왔다. 당연히 외교안보 문제로 대치선이 형성된다. 그런데 김대표는 이를 일거에 무너뜨렸다. 물론 한일정부간 합의를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야당 입장에서도 햇볕정책 수정론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김 대표는 그런 점에서 현실주의적 접근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말 한 마디로 기존 입장을 수정함으로써 '당신이 뭔데 전통 야당의 정체성을 함부로 무너뜨리느냐'는 일부 반발을 불사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김 대표의 이런 과감한 주장이 전략적인 것이라면 3가지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외교안보 문제를 부각해 봤자 총선에 별 실익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판단이 들 때 할 수 있는 방법은 집권세력과의 정책적 차이를 없애거나 무시함으로서 대치 전선을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다.

둘째, 그렇게 함으로써 민생 혹은 경제 문제에 집중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백화점식 공약을 내는 것 보다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이 있는 정당이라는 것을 부각하기 위해 다른 정책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경제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면 박근혜 정권의 경제 실패를 부각시키고 대안 야당의 이미지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정책을 전환하느라 토론한 시간이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③ "지지자만 보고는 총선 못 이긴다"

말인즉 옳다, 집토끼만으로 선거를 이길 수 없다. 산토끼를 잡아야 한다. 필리버스터 중단, 외교 안보 정책 수정도 산토끼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집토끼가 집을 나갔다. 야당은 분열되어 있고, 호남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집토끼 잃은 상태에서 산토끼 좇다가 게도 구럭도 더 놓칠 수 있는 상황이다.

 

중도화, 보수화로 확장한다는 것은 확장의 주체가 있을 때 성립되는 논리다.

주체 없는 확장은 자칫 방황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최소한 주체를 바로 세우는 작업과 중도 확장이 병행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우선 시간이 없다. 더민주가 지지층을 결집시킬 역량이 있는지도 의문이고, 그게 있다고 해도 시간 여유가 없다. 물론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잠재적 야권 지지층의 가슴에 불을 댕겼다. 그러나 테러방지법 통과가 기정사실이 된 마당에 그건 한시적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승리를 전제로 한 게임이라는 사실을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김종인 대표가 필리버스터 끝나자마자 야권 통합이라는 화두를 던졌을 것이다.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확장을 꽤하는 것으로 보인다. 매우 어렵고 정교하고 세련된 접근을 요구하는 고난도 과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2월26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 김종인이 바꾼 더민주당

 

ⓛ 어쨌든 과감한 돌파

김종인 대표는 독선적으로 당을 운영하고, 우경화로 가면서도 누구 눈치 안보고 과감하게 돌진한다. 과거 당대표가 이랬다면 당은 격렬한 노선 논쟁, 파벌 싸움에 빨려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김대표도 아무 신경 쓰지 않고, 당내 인사들도 너무 조용히 침묵하고 있다.

② 정교하지 않은 김종인의 변화 논리

김종인 대표가 불쑥 불쑥 한마디 던지듯 하는 방식으로 당 노선과 정책을 바꾸기 때문에 논리가 정교하지 않고 투박하다. 얼마든지 반박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말 많고 드센 의원들이 가만히 따르고 있다.

③ 새로운 리더십

더민주당에서는 목격할 수 없는 리더십이 등장했다. 어떤 지도부가 등장해도 기어코 수렁에 빠뜨리는 당이 이번에는 새 지도부에 너무도 고분고분하고 이런저런 불만에도 불구하고 잘 따른다. 180도 변모했다.

김 대표는 문재인 체제 때 완성한 시스템 공천, 당 혁신을 무효화할 권한을 거머쥐었다. 시스템 공천은 특히 문재인 리더십 부재가 낳은 산물이다. 지도력에 대한 신뢰가 없는 조건에서 시스템이 지도자를 대신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로봇 공천이나 마찬가지다. 권한이 없는 로봇에게 공천권을 주고 책임도 로봇에게 물어야 할 판이었다. 이는 야당에 지도자의 권위를 인정하고 따르는 최소한의 정치적 윤리가 실종된 결과였다. 현재 김대표의 리더십이 좋은 결과를 낼지 판단은 이르다. 그러나 리더십이 당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 더민주당, 왜 이렇게 변했나

 

ⓛ 권력의 힘을 맛 보다

지금 야당에 절박한 것은 단 한번의 승리다. 그런데 현실은 승리와 반대 방향으로 내달렸다. 정신 차리고 보니 선거는 코앞인데, 승리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필리버스터를 10일까지 계속하는 것이 나은 판단일 수 있다. 그러나 필리버스터 중단의 옳고 그름을 떠나 지지층의 열기가 끓어오르는 절정의 순간에 불을 꺼버리는 결정을 기존 야당은 절대 할 수 없다. 의원들을 일일이 설득하지도 않고도 원내대표 한 명의 기를 꺾어버리는 것으로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인물이 없다. 그런데 의원들은 이런 부당한 일, 절차를 무시한 월권에도 저지르고 보는 권력의 기세에 완전히 눌려 버렸다. 권력의 자신감과 저돌성, 과감성에 자신도 모르게 완전히 복종하고 있다. 권력의 맛을 제대로 보고 있다.

② 승리에 대한 욕구의 분출

야당 판에서는 결코 있어 본 적이 없는 것, 즉 야수적 충동과 권력 의지가 살아난 것일까? 승리를 목표로 삼고,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철저한 목적 지향적 행동을 야당은 해 본지 꽤 오래됐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김종인 대표로부터 모욕을 당하고도 아무 말도 못하는 이 야당의 상황은 기존 야당에는 아무도 못했던 일, 즉 승리라는 사건을 그가 혹시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이 기대가 남아 있는 한 김 대표의 권력은 계속 커질 것이다. 그만큼 야당 전체의 운명이 김 대표의 일거수일투족, 그의 역량에 좌우됨으로써 불가예측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 이제야 야당은 선거의 출발선에 섰다

 

ⓛ 굴욕은 여당에서 흔한 일

김종인 대표에게 야당 인사들이 굴욕을 당하는 사태는 승리에 신물이 난 새누리당에서는 흔한 일이다. 새누리당이 정당으로서 가진 최고 장점은 승리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중도 노선 전환도 그런 자세가 낳은 결과였다. 바로 그 때문에 승리를 거머쥐고 그 승리는 새로운 승리를 낳았다. 최근 김무성 대표 굴욕 사건도 바로 그 승리의 관점에서 따라 처리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경쟁 상대 계파의 수장인 당대표가 40명 공천 살생부설을 흘린 결정적 실수가 드러났으면 친박세력이 그것을 약점 잡아서 당대표를 궁지에 몰거나 사퇴압박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사과하는 것으로 적당히 타협했다. 총선을 앞두고 계파 싸움이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자세는 기존 야당에선 절대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 강윤중 기자

 

② 승부가 시작됐다

이종걸 원내대표와 김무성 대표의 굴욕과 인내, 양 당 내의 침묵은 이제 양당이 승부하겠다는 자세를 갖췄다는 뜻이다.

승리한 야당이 무엇을 하려는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따질 분위기가 아니다. 지금 야당은 그런 것은 '이긴 다음 보자', 이렇게 나갈 태세다. 야권 지지층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번 이겨봤으면 하는 열망에 불편함과 불만을 참고 있다. 진짜 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경향신문 [이대근의 단언컨대]

입력 : 2016.03.04 20:04:34

정리 : 정희완 기자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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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우롱한 죄

신뢰를 저버리고 악용한 죄

불의에 협력한 죄

 

 

18대와 19대 총선, 그리고 18대 대선을 거치면서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준 지리멸렬은 이미 행동과 기개가 있던 예전 정통 야당의 모습이 아니었다.

숱한 내분과 외홍이 있었지만 상징적으로 세월호 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무능과 안이함은 국민들에게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회의를 심어 주었다.

문재인이 대표로 선출되고 난 이후에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른바 동교동계와 김한길 안철수 파의 반대와 방해를 차단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보내면서 또 많은 신뢰를 잃었다.

50년을 한결같이 더불어민주당의 뿌리와 줄기와 잎과 열매를 애정으로 지켜왔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추락을 가슴 아파하며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하여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했다.

최근 일년 간은 하루 평균 여섯시간 이상의 공을 들여 이 땅에 참된 민주가 회복되고 불의한 무리들의 발호가 종지되기를 염원했고 행동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 일방 중단이라는 또 한번의 허무맹랑한 작태를 보면서 오랜 시간 쌓여있던 회의가 결단으로 바뀐다.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더 이상 희망없는 것에 쓸 수는 없다.

즐거움을 추구하고 긍정의 신호를 날리며 개인 삶의 윤택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훨씬 더 가치로울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있어서도 신뢰라는 것은 사회생활, 인간관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무슨 일이라도 시작은 임의데로 할 수 있지만 끝내는 것은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회의 법칙 중 하나다. 시작된 일의 진행 과정에서 여러 관계가 생겨나고 얽히게 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대중의 관념적 지지를 근간으로 하는 정당과 정치인에게 있어서야 더 말할 필요 조차 없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천박한 교만은 극에 달했다.

'필리버스터'라는, 일반인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제도를 실행하겠다고 했고 이 과정을 통해 대부분의 기존 지지자는 물론 비지지자들까지도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갖는 반전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러나 필리버스터가 시작된지 5일째 되는 날부터 정부와 여당의 관계자라는 루트를 통해 소위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필리버스터 출구전략 고심 중'이라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틀 만에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으로 필리버스터 중단을 선언했다.

시작과 끝의 과정에서 지지자의 신뢰에 부합하는 의견수렴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민중언론과 대중이 '필리버스터 지속'을 요구하고 었었다.

 

'선거전략'이 이유였다.

'이념 프레임'을 문제 삼았다.

'경제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그 졸렬한 주장을 들어 준다고는 하더라도 그들은 지지자들과 대중을 '결정하면 따르는' 종속적 관계 쯤으로 보고 있었음은 자명하다.

 

 

지난 십년간 그들은 정면돌파를 버리고 '우회통과'를 표방했다.

계속 우회해 왔다.

비비케이 사건 의혹, 사자방 비리, 방위사업비리, 국정원 대선개입, 군사이버사령부 선거개입, 18대 대선 개표부정 의혹, 세월호 관련 의혹, 정윤회 문건, 성완종 리스트, 국정원 해킹 사건, 그리고 국회법 개정안, 테러방지법 등등 열거하기도 벅찰 만큼 숱한 국가적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행동을 보여준 적이 없다. 언제나 '우회통과' 아니면 '용두사미'였다.

 

'경제 민주화'로 치장한 김종인의 존재감이 필요했을 것이다.

국정원을 건드리는 것이 불안했을 것이다.

 

'어항 속의 물고기'에 대한 저들의 오만한 자세는 극도의 졸렬함에 기인한다.

어항 속의 물고기를 통해 언제나 2등 자리는 유지해 왔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천박한 명예와 권력을 유지하는데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항속 물고기는 그들에게 잡힌 것이 아니다.

'자발적인 포획'은 언제나 자발적으로 어항을 떠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때인 것이다.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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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반대가 이념논쟁이라고? 밥그릇을 걷어찼다

"버티면 주저 앉는다" 여당에 학습효과 심어줘… 이념 대신 경제? 경제는 자신 있나?

 

군대를 다녀 온 사람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철조망 통과'라는 훈련과목이 있다. 적의 방어선 중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방어선인 '철조망'을 통과하여 작전을 수행하는 방법이다.

철조망 통과의 방법은 세가지가 있다. 폭파 후 통과 밑으로 통과 우회 통과가 바로 그것이다.

적의 동태와 아군의 공격의지, 그리고 공격력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이 택한 방법은 '우회통과' 뿐이었다. 눈 앞의 철조망을 우회하면 또 철조망이 나왔고, 그것을 우회하면 또 다른 철조망이 나왔다.

우회하다가 지리멸렬이 된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인 것이다.

그들은 '환골탈태'를 약속하며 당명을 바꾸고 비대위를 만들고 외부인사를 위원장으로 영입히여 막강한 권력을 쥐어 주고 있다. 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새 인물'이 또 우회통과를 '막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새 지지자는 물론, 기존 지지층을 '닭 쫒던 개'로 만드는 작태가 또 벌어지고 있다. 전략도 전술도 작전도 없는 더불어민주당, 희망을 볼 수가 없다.   <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무제한 토론을 통한 법안 지연(필리버스터)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과 함께 야권의 패배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47년만에 재현된 필리버스터는 테러방지법안을 막기 위한 고육책에서 나왔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전격 제안했고, 비례대표 의원을 중심으로 필리버스터에 나서면서 불이 붙었다.

모처럼 무기력한 야당의 모습을 탈피해 다수당의 일방통행을 의회 정치를 통해 저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시민들에게도 교과서에서 봤을 만한 필리버스터가 재현되면서 관심을 불러모았다. 민주주의를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리버스터 현장인 국회 본회의장엔 학생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결국 더불어민주당은 선거구 미획정에 대한 비판 여론을 넘지 못했다. 향후 총선에서 유불리를 계산한 결과 안보프레임은 보수와 진보의 결집을 가져올 뿐 표 확장력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략 분석에 손을 들었다.

필리버스터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야권 지지층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여론조사에선 필리버스터를 끌고갈 동력으로 볼만한 여론의 지지가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리얼미터가 야당의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에 대한 국민여론을 전국 성인 5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필리버스터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42.6%, 반대한다는 의견은 46.1%로 나왔다. 오차범위 내에서 반대 의견이 조금 높아 팽팽한 것으로 보이지만 인터넷에서 보였던 반응과는 다른 결과였다.

필리버스터는 정당 지지도와 국정수행 지지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필리버스터 이전인 지난달 19일과 22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42.1% 더민주당 24.3%, 국민의당 13.9%, 정의당 5.4%, 박근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잘함 43.6%, 잘못함 48.6% 나왔다. 필리버스터 이후인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2월 4주차를 종합집계한 결과에서는 새누리당 43.5%, 더민주당 26.7%, 국민의당 12.1% 정의당 4.7%, 박근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잘함 46.1%, 잘못함 48.2%로 나왔다. 더민주당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의 지지도도 동반 상승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장시간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경우 결코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배경이다.

특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면 여당의 '폭격'이 시작되고 안보이슈가 경제이슈를 삼키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필리버스터 중단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금융추적과 감청과 관련해 '국가 안보'라는 말을 넣어 시행 근거를 분명히 하자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은 물론 야당의 독소조항 제거 주장에 대해 한글자도 고칠 수 없다고 버텼다. 더불어민주당이 더 이상 필리버스터를 끌고 갈 경우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이유다.

그럼에도 모든 경우의 수를 정치공학적으로 풀면서 백기 투항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야성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 경제 실패 프레임이 주효하기 위해선 여당에 맞선 대안 정당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인데도 정치공학적 전략만 앞세우면서 유권자의 마음을 돌려세우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 지난달 24일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필리버스터 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새누리당이 버티는 한 임기회기까지 필리버스터를 지속하더라도 테러방지법은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 자체도 패배주의에 근거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100시간 넘게 테러방지법의 부당성을 주장한 내용을 반영하지 않고서는 필리버스터 중단 명분을 찾기 어려운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결국 버티는 청와대와 여당에 맞서 협상의 여지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재단하고 백기투항을 한 꼴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선거법 처리가 안된 상태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꿈쩍 안하고 선거 차질에 대한 책임을 묻는 역풍이 불거라는데 이해 안되는 바는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저쪽도 선거를 치루는 상황에서 피차 곤란하다. 더 중요한 것은 협상의 여지를 만들어 돌파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해서 임시국회가 끝날 때까지 부당성을 알리고 여론에 호소하고 독소조항을 제거시키는 게 필리버스터의 시작 취지"였다며 "중단 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안의 무게로 봤을 때 맞지 않다. 청와대와 여당에게도 '버티면 주저 앉는다'라는 학습 효과를 줬다. 이번엔 단호한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한 안보프레임을 경제 실패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더민주당 지도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경제 프레임이 보편적 관심사이고 박근혜 정부가 실패한 것도 맞다. 그런데 경제에 실패한 것을 가지고 대안으로서 야당이 프레임을 짜고 주도적으로 펼쳐왔느냐라고 물으면 그런 실력이 없었다. 경제 실패 프레임에 끼워맞춰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킨 것은 오히려 집토끼를 잃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테러방지법을 안보프레임으로 몰아세운 것은 새누리당의 주장일 뿐 적극 인권의 문제로 돌려세워 '이념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여론을 바꾸는 책임이 야권에 있었다는 반론도 만만치않다.

테러방지법 처리 문제를 이념전쟁으로 보는 더민주당 지도부의 인식에도 비판이 예상된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통화에서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주는 문제인데 이념 논쟁으로 본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이념전쟁으로 이겨본 적이 없다는 지도부의 인식이 문제이고 김종인 대표의 보수성이 드러난 문제다.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느냐'라는 유신시대와 새누리당 시각의 맥락에서 개성공단 폐쇄 문제, 대북 발언 등 우클릭 행보를 보인 김 대표를 봤을 때 테러방지법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당장 야권 지지층이 실망해 식어버린 여론을 어떤 의제로 회복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 실패 프레임이 작동하려면 이에 대한 여론의 동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필리버스터 중단 역풍이라는 딜레마를 빠진 것이다. '국회 서기관 손가락만 아픈 꼴이다', '자기 밥그릇을 걷어찬 것이다', '보수언론들의 선거쇼라는 비난을 인정한 것이다'라는 야권 지지층의 비아냥도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안보 문제에 대해서 보수적 시각이 짙었던 20~30대가 더민주당의 지지세력이 되고 '열광'했던 것을 상기하면 '이념전쟁'은 불리하다며 필리버스터를 중단한 지도부의 결정이 젊은 지지세력 결집을 분산시킨 요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올만하다.

김태환씨(41)는 "필리버스터로 법안 지연을 막겠다는 목적보다는 필리버스터를 통해 야권의 정권교체가능성을 보면서 희망을 가졌다. 이런 식으로 중단해버리면 과거로의 회귀를 무능한 야당이 만들었다는 비판과 실망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진아씨(38)는 "필리버스터를 보면서 정치에서 희망을 가졌던 감정이 오랜만이었다. 아름다운 퇴각까지 기대하진 않았지만 정치공학적인 유불리만 따져 중단을 결정한 것은 더민주당이 필리버스터라는 과실을 따먹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뉴스분석]

2016년 03월 01일 화요일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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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의 목적은 테러방지법, 달라진 것은 없다.

그들이 원하는 건 '국리민복'이 아니라 '선거'였나

 

 

필리버스터 중단 주장이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있기는 하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필리버스터 중단파'들의 주장은 아래와 같다.

 

첫째, 시간은 여당편이기 때문이다. 야당으로선 오는 10일 2월 임시국회 회기 끝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 다음 대안이 없다.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106조2의 7항과 8항을 보면 다음과 같다.

⑦무제한 토론을 실시하는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할 의원이 더 이상 없거나 제6항에 따라 무제한 토론의 종결동의가 가결되는 경우 의장은 무제한 토론의 종결 선포 후 해당 안건을 지체 없이 표결하여야 한다.

⑧무제한 토론을 실시하는 중에 해당 회기가 종료되는 때에는 무제한 토론은 종결 선포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하여야 한다.

3월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수 있지만 3월 11일 임시국회가 열리면 지체없이 표결을 하게 되니까 새누당이 국회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른바 테러방지법을 통과 될 수밖에 없다.

 

둘째, 이대로 갈 경우 국회가 사라지는 비상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4.13 총선이 일정상 치러지지 못하게 되면 국회가 기능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19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5월 31일인데 이 때까지 20대 국회의원을 선출하지 못하면 국회의 기능이 정지되기 때문이다.

1987년 개정된 제6공화국 헌법에서는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권력불균형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온 국회해산권이 전면 삭제되었다. 따라서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은 없다. 그렇지만 국회가 존재하지 않는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임시입법기구를 만들 수 도 있고 비상한 상황이 빚어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의원 일부가 국회 해산을 주장하기도 했다.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2일 언론인터뷰에서 "내일 본회의에서도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이는 초비상사태로 볼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국회를 해산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셋째, 일종의 독박론이다.

국회가 선거구 획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올 1월 1일부터 선거구가 무효가 된 무법 위헌 상태가 60일이 지났다. 선거구가 무효가 된 건 새누리당이 선거구획정안에 테러방지법을 연계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몽니로 선거구가 획정되지 못했는데 야당의 필리버스터로 선거구 획정안이 처리가 늦어지게 되면 그 책임을 야당이 떠 안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더민주 심야 의원총회와 비대위 회의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언론의 보도에서 여당 편향적인 기울어진 운동장인 상황에서 야당이 책임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넷째, 4.13 총선이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심판론이 이슈가 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갈 경우 이념논쟁으로 흐를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더민주 심야비대위 회의가 열렸는데 김종인 대표와가 "여기서 더 하면 선거가 이념 논쟁으로 간다. 경제 실정을 이야기할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이 원내대표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념 논쟁으로 끌고가면 우리 당에 좋을 게 없다. 경제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고도 말했고, 다른 비대위원들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 cbs노컷뉴스 기사 인용)

 

 

이와 같은 필리버스터 중단 이유에 대해 지적한다.

 

첫째, 중단 이유로 주장되는 사실들을 필리버스터 시작 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나?

국회의원이 아닌 일반 시민이라도 국회법이나 정치에 약간의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다. 몰랐다면 무능이요, 알았다면 국민 기만이다.

 

둘째, 중앙일보 자체 투표에서 나타난 바와 유권자의 85%가 필리버스터를 지지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는 경우, 이 지지 여론이 어느 정도나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합리적 판단은 있는 것인가? 있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선거일정을 이유로 삼는 '구태', 야당다움을 포기한 비열함에 등을 보일 지지자를 먼저 생각해야만 한다.

 

셋째, 이른바 '이념논쟁' 프레임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비판한다. 이념논쟁이 무엇인가? 이념이야말로 정권과 정당의 정체성이다.

새누리당과 그 지지층은 끊임없이 야당과 그 지지세력을 궤멸시키기 위한 논리를 개발하고 펼치는데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 일사불란함에 비해 야당은 끊임없는 내분과 배신, 자기모순 속에서 자멸하고 말았다.

'이념논쟁'은 '정체성논쟁'이다.

피해갈 일이 아니라 극복해야할 과제인 것이다.

특히 오늘은 3.1독립만세운동 기념일이다.

일제와 친일 매국역적들에 항거하여 국민들이 들고 일어난 역사적 '이념의 날'이다. 이념논쟁이란 북한에 대한 논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제에 대한 논거, 인본주의와 세계주의를 같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김종인 비대위원장, 그리고 부화뇌동하는 이종걸 이하 모든 필리버스터 반대론자들에 대하여 심심한 유감을 표하며, 지지의 가치에 대해 회의(懷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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