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경국전 (朝鮮經國典)

조선경국전 (朝鮮經國典)

조선경국전은 상하 2권의 필사본이다. 조선왕조의 헌법(憲法)이라 할 수 있는 책으로서 개국 초 정도전(鄭道傳)이 지었으며 '경국전(經國典)'이라고도 한다. '삼봉집(三峯集 권 7, 8'에도 수록되어 있다.

예(禮)란 고정된 것이 아니고 항상 변하는 것이다.

혼인 청첩장에 돌아가신 부모님의 이름을 쓰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살아 계시던 돌아 가셨던 부모님은 변함없는 부모님일 뿐이다. 살아있는 청첩인만 따로 밝히면 된다.

태묘(太廟)

주나라의 시조 격인 주공(周公) 단(旦)과 그 아들을 모신 사당. 이 사당이 노나라에 있었기 때문에 공자는 주나라의 적통인물로서 자처했다.

자문지 왈(子聞之 曰) 시예야(是禮也)

공자가 듣고 말하기를 "이것(묻는 것)이 바로 禮다."

禮란 묻는 과정 속에 있는 것이다. 예는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며, 禮가 사람을 구속할 수는 없다. 禮는 동적 과정(dynamic process)인 것이다.

좌묘우사(左廟右社)

왕이 앉은 자리 왼쪽에 종묘를 두고 오른 족에 사직을 둔다.

사직단을 사직공원이라고 부르는 것은 로마의 성베드로 사원을 베드로 공원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일본식민지 하의 '조선얼 말살정책'이 남아 있는 예다.

종묘사직이란 곧 국가를 말한다. 정도전이 설계하고 만들었다.

종묘(宗廟) 조상숭배 : 수직적(vertical)

사직(社稷) 국토숭배 : 수평적(horizontal)

사(社)=(示:신)+(土:땅)=땅의 신

민간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으뜸 가는 신은 땅의 신이었다. 땅은 생명의 근원이다. 우주생명이 곧 하느님이다. 사직단을 우리민족 최고 의 성전이다.

사직(社稷)이 최고의 신전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나라를 '종묘사직'이라고 부른 것이다. 유교국가의 국교(國敎)를 말한다면 사직 이상이 없다. 오늘날 사직의 존엄성이 훼손된 것은 통탄할 일이다.

조선경국전 <1/4>

맹자(孟子)는 종교의 최고 신도 인간이 갈아 치울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변치(變置)의 논리는 백성(민)은 갈아 치울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맹자(孟子) 진심(盡心) 下

孟子曰民爲貴(맹자왈민위귀) 맹자가 이르기를 백성은 귀중하고

社稷次之(사직차지) 사직은 그 다음 가고

君爲輕(군위경) 제후(왕)는 대단치 않다.

是故(시고) 그렇기 때문에

得乎丘民(득호구민) 밭일 하는 백성들의 마음에 들게 되면

而爲天子(이위천자) 천자가 되고

得乎天子爲諸侯(득호천자위제후) 천자의 마음에 들면 제후가 되고

得乎諸侯爲大夫(득호제후위대부) 제후의 마음에 들면 대부가 된다

諸侯危社稷(제후위사직) 제후가 사직을 위태롭게 하면

則變置(즉변치) 갈아 치우고

犧牲旣成(희생기성) 희생의 제물이 살찌게 마련되고

盛旣潔(자성기결) 제물로 괴어 놓은 곡식이 깨끗하게 마련되고

祭祀以時(제사이시) 제사를 제 때에 지내는데

然而旱乾水溢(연이한건수일) 그래도 한발과 수해가 나면

則變置社稷(즉변치사직) 사직을 갈아 치운다

유교적 합리주의 (儒敎的 合理主義 Confucian rationalism)

유교적 합리주의는 모든 종교적 권위 조차도 불복하는 민본사상이다.

유교는 통치자들이 종교를 빙자하여 백성을 기만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儒敎는 윤리며, 교육이며, 상식의 합의일 뿐이다.

제도적 종교에 구애 받지 않고도 인간은 얼마든지 종교생활을 할 수 있다. 유교는 종교가 아닌 것이 아니라 모든 종교를 뛰어 넘는 상식의 종교다.

한국인의 극단적 종교성향에도 불구하고 종교갈등이나 종교전쟁이 없는 것은 유교적 합리주의의 상식적 전제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칼맑스 : 계급 없는 사회 (class-less society)

정도전 : 종교 없는 사회 (religionless society)

儒敎的 合理主義는 과거가 아니라 인류의 영원한 과제상황(perennial theme)이다.

然所謂得其心者(연소위득기심자)

그렇다면 백성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非以私意苟且爲之也(비이사의구차위지야)

사사로운 뜻을 가지고서 구차하게 백성의 마음을 얻으려 하지 말라는 것이니

非以違道于譽而致之也(비이위도우예이치지야)

도를 어기면서까지 명예를 구하는 그런 치사한 짓을 하지 말라 (명신 익(益)이 순(舜) 임금에게 간언한 내용으로써, 서경(書經)에 나온다.)

亦曰仁而已矣(역왈인이이의)

인이란 무엇인가

人君以天地生物之心爲心(인군이천지생물지심위심)

천지가 모든 만물을 생하는 것으로써 내 마음으로 삼고

行不忍人之政(행불인인지정)

사람이기 때문에 차마 어찌할 수 없는 마음으로 정치를 한다

 

통치자의 인(忍)한 마음은 천지의 생물지심과 같은 것이다.

불인(不忍)이란 차마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을 말한다.

조선경국전 <2/4>

맹자가 성선(性善)을 입증하기 위하여 유자입정(孺子入井:어린이가 아무 생각없이 엉금엉금 우물로 기어 가고 있다)을 보기로 들었다.

 

孟子曰 人皆有不忍人之心(맹자왈 인개유불인인지심)

맹자가 이르기를 인간들에게는 차마 어찌하지 못할 마음을 가지고 있다

皆有惻隱之心(개유출척측은지심)

누구나 깜짝 놀라는 측은지심을 내는데

非所以內交於孺子之父母也(비소이내교어유자지부모야)

그런 측은지심이 나는 것은 그 아이의 부모와 교분을 맺기 위한 것도 아니고

非所以要譽於鄕黨朋友也(비소이요예어향당붕우야)

향당(동네사람들)과 교분을 맺어 명예를 얻기 위한 것도 아니고

非惡耳聲而然也(비오이성이연야)

잔인하다는 명성이 듣기 싫어서도 아니고 (인간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우러 나오는 것이다

 

程子曰(정자왈)

정자가 이르기를

滿腔子是惻隱之心(만강자시측은지심)

인간의 창자에는 가득 찬 것이 측은지심이다

使天下四境之人(사천하사경지인)

천하 사경의 모든 사람들이

皆悅而仰之若父母(개열이앙지약부모)

자기 부모를 믿고 따르듯이 우러러 보고 기뻐할 것이다

則長享安富尊榮之樂(칙장향안부존영지락)

그렇게 되면, 안부존영지락은 길이길이 누리게 될 것이요

而無危亡覆墜之患矣(이무위망복추지환의)

거꾸러지고 넘어지는 그러한 걱정이 없게 될 것이다

 

守仁以仁(수인이인) 不亦宜乎(불역의호)

인을 인으로써 지킨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恭惟(공유) 主上殿下(주상전하)

우리의 주상전하께서는

順天應人(순천응인)

하늘의 뜻에 따르고 백성들의 요구에 응하여

驟正寶位(취정보위)

그 보위를 빨리 바르게 할 수 있었다

 

순천응인(順天應人)

조선왕조의 혁명이 무력적 전복이 아니라 합법적 절차에 의한 순리적 과정이었음을 상징하는 중요한 구문

공민왕(恭愍王 1351~1374 재위)

고려 제31대 왕으로써 개혁에 힘썼으나 집권 말기에는 실정을 거듭하였고 퇴폐적인 삶을 살다가 불행하게 살해되었다.

노국대장공주(魯國大長公主 미상~1365)

몽골여자. 본명은 보탑실리. 1365년(공민왕 14년)에 출산 중 사망했다. 노국대장공주가 죽고 난 후 실의에 빠진 공민왕은 귀족의 아들들로 구성된 김홍경, 홍윤 등과 변태적이고 난삽한 음행을 일삼았다.

익비 한씨는 공민왕의 협박에 의해 홍륜, 한안에게 강간 당하여 아기를 낳았다. 익비의 아이를 자기 자식인 것 처럼 꾸미기 위해 그들을 해하려 하자 내시 최만생, 홍윤 일당이 침전에 만취 상태로 잠들어 있는 공민왕을 살해한다.

공민왕의 사당이 조선왕조의 종묘 안에 모셔져 있는 것은 조선왕조의 개창이 고려왕조의 선양에 의한 것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1393년 공민왕의 부인 정비(定妃) 안씨가 이성계 옹립의 전교를 내렸다.

위화도회군(威化島回軍 1388)

이성계가 명나라를 치러 갔던 10만 대군을 철수 시킨 사건. 이로서 고려왕조 멸망의 대세가 결정되었다.

위화도 회군의 4대 명분

명나라에 대항하는 것은 외교적 오판 농번기 왜구의 침입을 유도 전염병

위화도 회군으로 죽음의 전쟁터로 끌려 나갔던 10만명의 청년과 그 가족들은 환호하였고 이성계는 크게 민심을 얻었다.

이성계의 혁명 성공은 고령왕조의 실정에 항거한 농민군사의 지지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농민봉기이기도 했다.

정비 안씨(定妃 安氏)

죽성군 안극인의 딸. 공민왕이 강간시키려 했지만 자살로 위협하여 몸을 지켰다. 이성계에게 선양의 전교를 내렸으며 조선왕조 개창 후에도 살아 남았다.

조선왕조의 혁명은 방벌(放伐)이 아닌 선양(禪讓)이었다.

정도전, 조준, 남은 등 50여 명의 대소신료들이 공양왕으로부터 옥새를 받아 내어 이성계의 집으로 찾아가 보위에 오를 것을 간청한다. 이성계는 세번을 고사한 후에 이 청을 받아 들인다.

도평의사사(都評議使司)

고려왕조의 최고 정무기관. 이성계의 추대를 인준했다.

선양 → 추대 → 인준

이렇게 하여 조선왕조는 세계 혁명의 역사상 유래가 없는 지식인 집단에 의한 조직적이고 합리적인 무혈혁명으로 추진되었으며, 1392년 7월 17일, 개성 수정궁에서 이성계가 옥좌에 앉음으로써 개창되었다.

조선왕조 성립은 권력의지를 가진 개인의 혁명이 아니라 사회개혁의 시대적 요구를 실현한 사상가 그룹에 의한 집단적 혁명인 것이다.

 

恭惟主上殿下(공유주상전하) 順天應人(순천응인) 驟正寶位(취정보위)

우리의 주상전하께서는 순천응인 했으니 그 보위를 빨리 바르게 할 수 있었다

知仁爲心德之全(지인위심덕지전)

인이 심덕의 온전함이 되는 걸 알고

愛乃仁之所發(애내인지소발)

모든 백성을 사랑한다함은 인을 아낀다는 것에서 출발한다(愛 = 사랑한다<X> 아낀다<O>)

 

於是正其心以體乎仁(어시정기심이체호인)

이와 같이 몸으로써 그 마음을 바르게 함이 인이다

推其愛以及於人(추기애이급어인) 仁之體立而仁之用行矣(인지체립이인지용행의)

그 아끼는 마음을 백성에게 미치게 하면 인의 본체가 서고 인의 쓰임이 행하여졌다

嗚呼(오호) 保位其位(보위기위) 以延千萬世之傳(이연천만세지전)

不信歟(거불신여)

오! 그 위를 유지하여 천만세에 뻗혀 전하여질 것을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으리오

조선경국전 <3/4>

체(體) : 본체적 측면

용(用) : 기능적 측면

조선왕조의 500년 장수(longevity)는 단순히 행운의 결과는 아니다. 그 내면에 장수를 가능하게 한 합리적 질서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조선왕조의 패러다임은 500년 동안 그 나름대로 잘 유지되어왔다. 그러나 그 패러다임이 지난 19세기말부터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하여 지금 우리는 끊임없이 변해가는 변혁의 시기에 들어서 있다.

우리는 이러한 대변혁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감사해야 한다.

정도전이 고민했던 그와 같은 혁명의 기운이 지금 우리사회에도 똑같이 있다고 생각할 적에, 앞으로 어떠한 사상을 가지고 또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우리의 미래를 우리 스스로가 개척해 나갈 것인가는 우리의 몫이다. 우리의 위대한 과업을 위해서 과거 이러한 분들의 생각을 우리가 한번 더듬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정도전이 구체적으로 불교를 어떻게 비판했는가? 정도전이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불씨잡변'이라는 위대한 논술을 살펴 보기로 한다.

정도전의 불교비판은 단순한 종교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고려라고 하는 썩은 체제를 유지했던 모든 부패세력의 근원으로서의 불교적 사유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버리지 않으면 조선왕조가 성립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도전의 불교비판은 단순한 비판이 아니다.

조선경국전 <4/4>

Posted by 망중한담

정보위(正寶位)는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의 '총론'에 해당한다.

말하자면 오늘날의 헌법 전문과 유사한 것으로써 건국의 정당성과 통치철학을 담고 있다.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은 유가와 법가의 철학을 창조적으로 결합한 조선통치질서의 모범(憲法)이다.

학생들이 강의를 듣지 않고도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정의로움의 결여'로 나타난다.

교육은 '이용'이 아니라 '실천'이다.

중앙대학교 첫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준 모티브는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중앙대학교 강의가 진행되는 중에 동양고전의 정수를 뽑아 중앙대훈(中央大訓)을 정해서 학생들에게 주었다.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하늘이 명하는 것이 나의 본래 모습이요,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 나의 본래 모습을 따르는 것이 나의 길이요,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 나의 길을 닦는 것이 나의 배움이다....

강의에 임하면 학생들이 이 중앙대훈을 읽게 하고 나서 '노자' 강의를 시작했다.

중앙대학교에서의 강의를 통해 한국의 젊은이들의 위대한 힘을 발견했다.

한국의 젊은이는 어린 것 같고 버릇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순수하고 편견에 사로잡혀 있지 않으며 다양한 문화를 개방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정치혁명에 이어 우리사회는 앞으로 교육혁명이 일어 나야만 한다.

이런 강의를 하고 있는 것도 우리 사회에 희망을 주고, 우리 자신의 숨어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런 것을 통해서 우리의 젊은 싹들이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삼봉 정도전을 공부하는 소이연(所以然)이 되는 것이다.(所以然 : 까닭이라는 의미로써 신유학에서 많이 사용되는 말)

삼봉은 정보위에서 주역을 인용하되 본래의 순서인 生→位→仁을 바꾸어서 位→生→仁으로 하였다.

易曰 聖人之大寶曰位, 天地之大德曰生, 何以守位曰仁

'주역'에 이르기를 성인의 큰 보배는 위(位)요, 천지의 큰 덕은 생(生)이다. 무엇으로써 그 위를 지킬 것인가? 인(仁)이라 하였다

天子享天下之奉, 諸侯享境內之奉, 皆富貴之至也

천자는 천하사람의 받듦을 향유하고, 제후는 (자신이 지배하는)국경 내의 사람들의 받듦을 향유하니, 이 모두가 부귀의 지극함이다.

賢能效其智, 豪傑效其力

현능한 자들이 그 지혜를 바치고, 호걸들은 그 힘을 바치며,

民庶奔走, 各服其役, 惟人君之命是從焉

일반 서민들은 분주히 살며, 그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하게 복무하며 오직 인군의 명령에만 따를 뿐이다.

以其得乎位也, 非大寶而何

이것은 위를 얻었기 때문이니, 큰 보배가 아니고 무엇이랴

<位(position) = 大寶(great treasure)>

민주주의도 位가 없는 질서가 아니라 位가 正名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민주란 모든 조직의 형태를 규정하는 말이 아니라 인권의 기본을 보장하는 추상적 장치인 것이다. 비민주적인 조직들이 각자 효율성 있게 운영될 데에 그 사회의 민주적 원리는 순조롭게 작동될 수 있다.

정보위란 그 位를 바르게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天地之於萬物, 一於生育而已

천자가 만물을 대하는 것은 그 생육에 있어 한결같을 뿐이다.

蓋其一原之氣, 周流無間, 而萬物之生, 皆受是氣以生

만물의 근원인 기가 끊임없이 주류(순환)하며, 만물이 태어나는 것도 모두 이 기를 받아 생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氣라는 것은 만물을 생성하는 방향으로 운행되어야 한다.

유교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까닭을 도덕적 본성(moral nature)으로 본다.

洪纖高下, 各形其形, 各性其性

어느 것은 굵고, 어느 것은 가늘며, 어느 것은 높고, 어느 것은 낮으니, 모두 제각기 다른 형태를 지니고, 제각기 다른 저마다의 본성을 갖는다.

故曰天地以生物爲心, 所謂生物之心, 卽天地之大德也

그러므로 말하기를 천지는 만물을 생하는 것으로써 마음을 삼는다 하였으며, 이 만물을 생하는 마음이 곧 천지의 큰 덕이라는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마음이 있다는 것이며, 天地는 生하므로 (천지에도) 마음이 있을 것이며 그 天地의 마음은 모든 것을 生하는 마음일 것이라는 생각)

 

人君之位, 尊則尊矣, 貴則貴矣

人君(지배자)의 지위라는 것은 높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높은 것이요, 귀하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귀한 것이다.

然天下至廣也, 萬民至衆也

그러나 아무리 인군의 지위가 존귀하다고 해도 天下 처럼 넓은 것은 없고, 백성은 너무도 많다.

一有不得其心, 則蓋有大可慮者存焉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참으로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정도전은 주려(周廬)라는 문헌에 입각하여 재상의 지위를 확보하고 왕권을 제약하려 했다. 오늘날의 입헌군주제(constitutional monarchy)에 상응하는 발상이었다)

下民至弱也, 不可以力劫之也; 至愚也, 不可以智欺之也

천하의 지극히 많은 백성은 지극히 약하게 보이지만 힘으로 겁줄 수 없는 것이요, 지극히 어리석게 보이지만 지혜로써도 그들을 속일 수 없는 것이다.

得其心則服之, 不得其心則去之

마음을 얻으면 그들은 복종하지만, 마음을 얻지 못하면 그들의 마음은 곧 떠나 버린다.

去就之間, 不容毫髮焉

(백성의 마음이) 떠나고 붙는 것이 터럭 만큼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 역사에서 맹자(孟子)는 지배자들에게 경원 시 된 책이었다. 그래서 외롭게 파묻혀 있었고 주석도 거의 없었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이 四書로 된 것은 12세기 朱子의 사서집주(四書集注) 이후의 사건이다. 四書는 중국 고전의 형태가 아니다.

• 孔子 : 심미적 : 예술가 • 孟子 : 사회적 : 혁명가

맹자는 이른바 성선설(性善說)을 통해 민의 본성은 선한 것이라 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군주는 민의를 따라야 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확립했다.

정도전은 '맹자'를 통하여 (사회혁명의) 의식화가 되었다.

중국 제선왕(齊宣王 재위 B.C 319~B.C 301)이 맹자에게 탕과 주 시해 사건에 대해 질문하자 맹자가 답변한다.

 

적인자(賊仁者) 위지적(謂之賊)

적의자(賊義者) 위지잔(謂之 謂之殘)

잔적지인(殘賊之人) 위지일부(謂之一夫)

문주일부주시(聞誅一夫紂矣) 미문살군야(未聞弑君也)

 

仁을 해치는 자를 도둑놈이라고 하고

義를 해치는 자를 잔학한 놈이라 하며

이 도둑놈과 잔학한 놈을 일컬어 일개 필부라 한다.

일개 필부인 주를 죽였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임금을 죽였다는 소리는 아직 듣지 못했다

仁과 義를 해치는 자는 왕이 아니라 일개 필부에 지나지 않으므로 시해가 아니라는 의미로써 맹자의 사상이 드러나 있다.

정도전은 25세 때 영주 봉화에서 시묘살이를 하면서 맹자를 탐독했는데, 그 과정에서 심중에 혁명사상이 자리 잡았던 것이다.

서양사상은 기본적으로 증오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진정한 혁명적 사상이 부족하다. 또한 진정하게 과격한 사상도 부족하다.

모든 래디칼리즘 (radicalism 급진주의)은 동양사상에 내재한다.

 

然所謂得其心者 非以私意苟且而爲之也 非以違道干譽而致之也 亦曰仁而已矣

人君以天地生物之心爲心 行不忍人之政

그러나 이른바 백성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사사로운 의도로써 구차스럽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요, 도에 어긋나게 사람들의 칭찬을 구하여 이르게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얻는 방법은 오직 인仁일 뿐이다. 군주는 반드시 천지생물지심으로 그 마음을 삼아야 하고, 사람이기에 차마 해치지 못하는 인내의 정치를 행하여야 한다.

使天下四境之人 皆悅而仰之若父母 則長享安富尊榮之樂 而無危亡覆墜之患矣

守位以仁 不亦宜乎

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기쁘게 하여 임금을 우러러 보기를 친부모처럼 한다면 그러한 임금은 편안한 부유함과 고귀한 번영의 즐거움을 오래 누리게 될 것이며 위태롭게 망하거나 전복되어 추락하는 우환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仁으로써 그 位를 지킴이 마땅치 아니한가.

 

恭惟 主上殿下 順天應人 驟正寶位

삼가 생각컨대 주상전하께서는 하늘을 따르고 사람에 응하여 신속히 보위를 바르게 하셨으니

知仁爲心德之全 愛乃仁之所發

仁하심이 심덕의 온전함이 되고 어여삐 여기심은 仁이 발한 것임을 알겠노라.

於是正其心以體乎仁 推其愛以及於人 仁之體立而仁之用行矣

이에 그 마음을 바르게 하여 仁을 체득하고, 어여삐 여기심을 미루어 온 백성들에게 미쳤으니, 인의 體가 섰고 인의 用이 행하여지는구나.

嗚呼 保有其位 以延千萬世之傳 不信歟

오호라 그 位를 보지하여 천만세로 뻗쳐 전하여지리라는 것을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으리오.

 

재상은 왕을 보좌하여 방국을 균하게 한다(均防國). 삼봉의 가슴을 사로잡은, 국가질서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바로 이 均이었으며, 그것은 바로 평등주의적 이상(egalitarian ideal)이었다.

 

 

정보위(正寶位)

易曰 聖人之大寶曰位 天地之大德曰生 何以守位曰仁

'주역'에 이르기를 성인의 큰 보배는 위(位)요, 천지의 큰 덕은 생(生)이다. 무엇으로써 그 위를 지킬 것인가? 인(仁)이라 하였다

天子享天下之奉 諸侯享境內之奉 皆富貴之至也

천자는 천하사람의 받듦을 향유하고, 제후는 (자신이 지배하는)국경 내의 사람들의 받듦을 향유하니, 이 모두가 부귀의 지극함이다.

賢能效其智 豪傑效其力

현능한 자들이 그 지혜를 바치고, 호걸들은 그 힘을 바치며,

民庶奔走 各服其役 惟人君之命是從焉

일반 서민들은 분주히 살며, 그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하게 복무하며 오직 인군의 명령에만 따를 뿐이다.

以其得乎位也 非大寶而何

이것은 위를 얻었기 때문이니 큰 보배가 아니고 무엇이랴.

 

天地之於萬物 一於生育而已

천자가 만물을 대하는 것은 그 생육에 있어 한결같을 뿐이다.

蓋其一原之氣 周流無間 而萬物之生 皆受是氣以生

만물의 근원인 기가 끊임없이 주류(순환)하며, 만물이 태어나는 것도 모두 이 기를 받아 생성되는 것이다.

洪纖高下 各形其形 各性其性

어느 것은 굵고, 어느 것은 가늘며, 어느 것은 높고, 어느 것은 낮으니, 모두 제각기 다른 형태를 지니고 제각각 다른 저마다의 본성을 갖는다.

故曰天地以生物爲心 所謂生物之心 卽天地之大德也

그러므로 말하기를 천지는 만물을 생하는 것으로써 마음을 삼는다 하였으며, 이 만물을 생하는 마음이 곧 천지의 큰 덕이라는 것이다.

 

人君之位 尊則尊矣 貴則貴矣

人君(지배자)의 지위라는 것은 높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높은 것이요 귀하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귀한 것이다.

然天下至廣也 萬民至衆也

그러나 아무리 인군의 지위가 존귀하다고 해도 天下 처럼 넓은 것은 없고, 백성은 지극히 많다.

一有不得其心 則蓋有大可慮者存焉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참으로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정도전은 주려(周廬)라는 문헌에 입각하여 재상의 지위를 확보하고 왕권을 제약하려 했다. 오늘날의 입헌군주제(constitutional monarchy)에 상응하는 발상이었다)

下民至弱也 不可以力劫之也 至愚也 不可以智欺之也

천하의 지극히 많은 백성은 지극히 약하게 보이지만 힘으로 겁줄 수 없는 것이요, 지극히 어리석게 보이지만 지혜로써도 그들을 속일 수 없는 것이다.

得其心則服之 不得其心則去之

마음을 얻으면 그들은 복종하지만, 마음을 얻지 못하면 그들의 마음은 곧 떠나 버린다.

去就之間 不容毫髮焉

(백성의 마음이) 떠나고 붙는 것이 터럭 만큼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然所謂得其心者 非以私意苟且而爲之也 非以違道干譽而致之也 亦曰仁而已矣

人君以天地生物之心爲心 行不忍人之政

그러나 이른바 백성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사사로운 의도로써 구차스럽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요, 도에 어긋나게 사람들의 칭찬을 구하여 이르게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얻는 방법은 오직 인仁일 뿐이다. 군주는 반드시 천지생물지심으로 그 마음을 삼아야 하고, 사람이기에 차마 해치지 못하는 인내의 정치를 행하여야 한다.

使天下四境之人 皆悅而仰之若父母 則長享安富尊榮之樂 而無危亡覆墜之患矣

守位以仁 不亦宜乎

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기쁘게 하여 임금을 우러러 보기를 친부모처럼 한다면 그러한 임금은 편안한 부유함과 고귀한 번영의 즐거움을 오래 누리게 될 것이며 위태롭게 망하거나 전복되어 추락하는 우환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인仁으로써 그 위位를 지킴이 또한 마땅치 아니한가

 

恭惟 主上殿下 順天應人 驟正寶位

삼가 생각컨대 주상전하께서는 하늘을 따르고 사람에 응하여 신속히 보위를 바르게 하셨으니

知仁爲心德之全 愛乃仁之所發

인仁하심이 심덕의 온전함이 되고 어여삐 여기심이 인仁이 발한 것임을 알겠노라.

於是正其心以體乎仁 推其愛以及於人 仁之體立而仁之用行矣

이에 그 마음을 바르게 하여 인仁을 체득하고, 어여삐 여기심을 미루어 온 백성들에게 미쳤으니, 인의 체體가 섰고 인의 용用이 행하여지는구나.

嗚呼 保有其位 以延千萬世之傳 不信歟

오호라 그 위位를 보지하여 천만세로 뻗쳐 전하여지리라는 것을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으리오.

 

삼봉 정도전

 

Posted by 망중한담

삼봉집(三峰集) 4권 '가난(家難)'

대학지도(大學之道) 재명명덕(在明明德) 재신민(在新民) 재지어지선(在止於至善)

대학(큰 배움)의 길은 밝은 덕을 밝히는데 있고 백성을 새롭게 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와 민족, 인류가 지극한 선함에 이르게 하는데 있다.

정도전의 조선건국 구상은 위성지학(僞聖之學 전 백성을 성인으로 만듦)이었다.

최불암 (1940년)

중앙대학교, 한양대학교 졸업. 드라마 <수양대군>으로 데뷔. <수사반장>, <전원일기>를 통해 국민배우로 자리 잡음.

'최불암 시리즈'는 매우 수준 높은 해학이며 유머다.

최불암 :

지난주, 답전보의 바람만 불어도 도망가는 자(望風先走 망풍선주 : 적의 풍진(風塵)만 보아도 먼저 달아나), 그리고 자기의 부족함을 모르는 자(不量其力之不足而好大言 불량기력지부족이호대언 : 그 힘의 부족한 것을 헤아리지 않고 큰소리를 좋아하고)에 대한 반성을 깊이 했습니다.

살아있는 대중의 삶 속에서 검증을 받지 않은 지식은 참된 지식이 아니다.

<1/4>

정도전의 글 가운데는 <맹자>에서 인용된 부분이 많이 있다.

呼寒啼飢(호한제기)

춥다고 소리 치고 배고프다고 울고

黎民不肌不寒(여민불기불한), 然而不王者(연이불왕자), 未之有也(미지유야)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고 춥지 아니 한데, 왕 노릇 하지 못한 자가 있지 않았다.

정도전에게 세 아들, 진(津), 유(游), 영(泳)이 있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이들 중 두 아들 游와 泳은 이방원의 기습군에 참살되었다. 그러나 큰 아들 진(津)은 함경남도 안변의 석왕사(이태조가 창건)로 가는 중이었으므로 목숨을 건졌으며 진(津)의 아들 래(來)가 경기도 평택에서 은거하여 그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루어 살고 있다.

정도전(鄭道傳) 自嘲(자조) - 三峯(삼봉)의 절명시(絶命詩)

操存省察兩加功 (조존성찰양가공)

스스로 가꾸고 성찰하며 두 왕조에 공을 다해 살면서

不負聖賢黃券中 (불부성현황권중)

책 속 성현의 말씀 저버리지 않았네

三十年來勤苦業 (삼십년내근고업)

삼십 년 긴 세월 고난 속에 쌓아 온 업적

松亭一醉竟成空 (송정일취경성공)

송정(남은의 집) 한 잔 술에 그만 허사가 되었네

삼봉집(三峰集) 4권 '가난(家難)'

정도전 유배 시절에 가난에 찌든 부인으로부터 받은 원망의 편지와 그에 대한 삼봉의 답장

自予得罪(자여득죄) 竄逐南荒(천축남황) 毁謗蜂起(훼방봉기) 口舌張(구설주장) 禍且不測(화차불측) 室家惶(실가장황) 使謂予曰(사위여왈)

내가 죄를 얻고 나서 이곳 남쪽의 황량한 나주에 귀양 온 이후, 벌집 쑤신 듯 나쁜 소리가 들리고, 구설이 난무하고, 그 화 또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집안이 창황망조이므로 부인이 사람을 보내어 말한다.

卿於平日(경어평일) 讀書孜孜(독서자자) 朝饔暮飱(조옹모손) 卿不知得知(경부지득지) 室如懸磬(실여현경) 斛石無資(곡석무자) 幼穉盈堂(유치잉당) 呼寒啼飢(호한제기)

경께서 평소에 그렇게 많이 독서를 하시고, 아침에 밥을 먹는지 저녁에 죽을 먹는지 알지도 못하고, 집은 현경과 같고(아주 가난함을 뜻함), 쌀뒤주 에는 한 톨의 곡식도 없고, 집안 가득한 어린 아이들은 춥다고 소리치고 배고프다고 울어댄다.

予主中饋(여주중궤) 取俱隨時(취구수시) 爲卿篤學(위경독학) 立身揚名(입신양명) 爲妻子仰賴(위처자앙뢰) 作門戶之榮光(작중호지광영)

그런대도 나는 살림을 꾸려가면서 수시로 어떻게 변통했다. 경께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시고 입신양명하시어, 처자들이 믿고 따를 수 있고, 우러러 볼 수 있고 우리 가문의 영광이 될 뿐이라 했는데

竟觸憲網(경촉헌망) 名辱跡削(명욕적삭) 身竄炎方(신서염방) 呼吸瘴毒(호흡장독)

결국엔 법망에 저촉되어 이름은 더럽혀지고 모든 것이 박탈되어 몸은 이 덥고도 더운 남방에 갇히어 장독(毒)이나 들어 마시고

兄弟顚(형제전복) 家門蕩柝(가문탕탁) 爲世戮笑(위세륙소) 至於此極(지어차극) 賢人君子(현인군자) 固如是乎(고여시호)

형제는 흩어지고 가문은 쪼개지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당신은 현인군자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작 요것입니까?

<2/4>

우리나라 사람들은 결혼을 하면 반이 이혼을 한다고 합니다. 빌어먹을 나라가 되어가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주례 안 섭니다. 섰다가 절반이 이혼하면 학자의 체면도 안 섭니다.

100% 이혼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남자도 나쁜 놈이 있고, 여자도 이상한 여자가 있습니다.

다만 이 남자가 저 남자보다 낫다, 이 여자가 저 여자보다 낫다는 믿음은 개똥입니다. 인간의 깊이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그 내면을 보아야 하는 것인데 인간에 대한 이해가 이렇게 천박해서는 나라가 망합니다.

결혼은 하면 자녀를 셋은 두어야 합니다.

둘이 만나서 애를 하나만 낳으면 나라가 망합니다. 인구가 반으로 줄어듭니다. 급격하게 국력이 약해집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합니다. 자녀를 셋을 두어, 둘은 반드시 이공계, 하나만 문과로 보내도록 해야 합니다. 자녀를 이공계로 보내야 합니다. 문과는 머리 나쁜 놈이 해도 됩니다. 기초과학부터 공부해야 됩니다. 철학자는 많으면 안 됩니다. 철학자가 많으면 말만 많아집니다.

국민 개개인이 깨어야 하고 나라 전체의 모습을 염려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모두가 한의대, 의대 법대에 간다고 하면 대학의 나머지 모든 과가 망합니다.

제대로 된 과학자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물리학, 화학, 수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을 단단히 해 나가지 않으면 이 나라는 망합니다.

予以書復(여이서복) 子言誠然(자언성연) 我有朋友(아유붕우) 情逾弟昆(정투제곤) 見我之敗(견아지패) 散如浮雲(산여부운)

내가 여기에 답장을 쓰기를, 그래 당신 말이 옳소. 나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 우정이 형제의 정보다 가까웠는데 내가 패한 것을 보더니 하루아침에 뜬구름처럼 흩어졌소.

彼不我憂(피불아우) 以勢非恩(이세비은) 夫婦之道(부부지도) 一醮終身(일초종신)

그들은 나를 위해 근심해주지 않았소. 그들과 나와의 관계는 세력으로 맺은 것이지 은혜로 맺은 것이 아니오. 그러나 부부의 도(道)란 한번 초례를 올리면 육신이 끝날 때 까지 다하는 것이오. (초례 醮禮 술잔을 주고 받는 예 = 혼례)

子之責我(자지책아) 愛非惡焉(애비오언) 且婦事夫(차부사부) 猶臣事君(유신사군) 此理無妄(차리무망) 同得乎天(동득호천)

당신이 이렇게 책망하는 것은 미워서가 아니고 나를 사랑해서 일 것이오. 부인이 남편을 섬긴다는 것은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과 같소. 이 두 이치에는 망녕됨이 없소. 다같이 하늘의 동일한 이치인 것이오.

子憂其家(자우기가) 我憂其國(아우기국) 豈有他哉(기유타재) 各盡其職而已矣(각진기직이이의)

당신이 집안을 걱정하는 것이나 내가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나 무슨 다름이 있겠소. 모두 자기가 맡은 직분을 다할 뿐인 것이오.

若夫成敗利鈍(약부성패리둔) 榮辱得失(영욕득실) 天也(천야) 非人也(비인야) 其何恤乎(기하휼호)

그 성패와 이둔(利鈍)과 영욕과 득실에 있어서는 하늘이 정한 것이지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니 그 무엇을 근심하리오

맹자에,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라, 항상된 재산이 없으면 항상된 마음도 없는 것이니 국가가 백성을 가난하게 하고 법망을 깔아 백성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罔民 백성을 그물질한다)

또한 선비란 무항산(無恒産)이더라도 유항심(有恒心)인 자를 일컫는 것이니, 즉 재산이 없어도 한결 같은 마음을 갖는 것이 선비라는 것입니다.

여기(삼봉집)에 나와 있는 천(天이라 함은 절망과 희망이 엇갈려 있다. 하늘에 대한 그의 소망은 결국 혁명까지 치닫고 만다.

<3/4>

이런 것이 바로 우리 역사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 역사입니다.

이것이 바로 조선왕조 5백년을 계획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삼봉의 사상들이..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

1394년(태조 3) 3월에 판삼사사(判三司事) 정도전(鄭道傳)이 왕에게 지어 바친 상하 2권의 사찬 법전.

이 조선경국전의 정보위(正寶位) 사상을 이해하여야만 유교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유교의 한국적 적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조선왕조는 공자가 꿈에 그렸던 인류 역사상 가장 유교적인 국가입니다.

인류 역사상 장구한 5백년의 왕조를 유지한 조선의 국가 철학은 바로 조선경국전의 정보위 사상에서 나온 것입니다.

<4/4>

삼봉집(三峰集) 4권 '가난(家難)'

정도전 유배 시절에 가난에 찌든 부인으로부터 받은 원망의 편지와 그에 대한 삼봉의 답장

自予得罪(자여득죄) 竄逐南荒(천축남황) 毁謗蜂起(훼방봉기) 口舌張(구설주장) 禍且不測(화차불측) 室家惶(실가장황) 使謂予曰(사위여왈)

내가 죄를 얻고 나서 이곳 남쪽의 황량한 나주에 귀양 온 이후, 벌집 쑤신 듯 나쁜 소리가 들리고, 구설이 난무하고, 그 화 또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집안이 창황망조이므로 부인이 사람을 보내어 말한다.

卿於平日(경어평일) 讀書孜孜(독서자자) 朝饔暮飱(조옹모손) 卿不知得知(경부지득지) 室如懸磬(실여현경) 斛石無資(곡석무자) 幼穉盈堂(유치잉당) 呼寒啼飢(호한제기)

경께서 평소에 그렇게 많이 독서를 하시고, 아침에 밥을 먹는지 저녁에 죽을 먹는지 알지도 못하고, 집은 현경과 같고(아주 가난함을 뜻함), 쌀뒤주 에는 한 톨의 곡식도 없고, 집안 가득한 어린 아이들은 춥다고 소리치고 배고프다고 울어댄다.

予主中饋(여주중궤) 取俱隨時(취구수시) 爲卿篤學(위경독학) 立身揚名(입신양명) 爲妻子仰賴(위처자앙뢰) 作門戶之榮光(작중호지광영)

그런대도 나는 살림을 꾸려가면서 수시로 어떻게 변통했다. 경께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시고 입신양명하시어, 처자들이 믿고 따를 수 있고, 우러러 볼 수 있고 우리 가문의 영광이 될 뿐이라 했는데

竟觸憲網(경촉헌망) 名辱跡削(명욕적삭) 身竄炎方(신서염방) 呼吸瘴毒(호흡장독)

결국엔 법망에 저촉되어 이름은 더럽혀지고 모든 것이 박탈되어 몸은 이 덥고도 더운 남방에 갇히어 장독(毒)이나 들어 마시고

兄弟顚(형제전복) 家門蕩柝(가문탕탁) 爲世戮笑(위세륙소) 至於此極(지어차극) 賢人君子(현인군자) 固如是乎(고여시호)

형제는 흩어지고 가문은 쪼개지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당신은 현인군자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작 요것입니까?

予以書復(여이서복) 子言誠然(자언성연) 我有朋友(아유붕우) 情逾弟昆(정투제곤) 見我之敗(견아지패) 散如浮雲(산여부운)

내가 여기에 답장을 쓰기를 그래, 당신 말이 옳소. 나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 우정이 형제의 정의보다 가까웠는데, 내가 패한 것을 보더니 하루아침에 뜬구름처럼 흩어졌소.

彼不我憂(피불아우) 以勢非恩(이세비은) 夫婦之道(부부지도) 一醮終身(일초종신)

그들은 나를 위해 근심해주지 않았소. 그들과 나와의 관계는 세력으로 맺은 것이지 은혜로 맺은 것이 아니오. 그러나 부부의 도(道)란 한번 초례를 올리면 육신이 끝날 때까지 다하는 것이오. (초례 醮禮 술잔을 주고받는 혼례)

子之責我(자지책아) 愛非惡焉(애비오언) 且婦事夫(차부사부) 猶臣事君(유신사군) 此理無妄(차리무망) 同得乎天(동득호천)

당신이 이렇게 책망하는 것은 미워서가 아니고 나를 사랑해서 일 것이오. 부인이 남편을 섬긴다는 것은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과 같소. 이 두 이치에는 망녕됨이 없소. 다같이 하늘의 동일한 이치인 것이오.

子憂其家(자우기가) 我憂其國(아우기국) 豈有他哉(기유타재) 各盡其職而已矣(각진기직이이의)

당신이 집안을 걱정하는 것이나 내가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나 무슨 다름이 있겠소. 모두 자기가 맡은 직분을 다할 뿐인 것이오.

若夫成敗利鈍(약부성패리둔) 榮辱得失(영욕득실) 天也(천야) 非人也(비인야) 其何恤乎(기하휼호)

그 성패와 이둔(利鈍)과 영욕과 득실에 있어서는 하늘이 정한 것이지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니 그 무엇을 근심하겠소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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