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총선 민의는 일하지 않는 양당체제, 3당체제로 만들어준 것"... 정권심판론 외면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새누리당의 참패로 끝난 4·13총선 결과를 놓고 "(일하지 않는) 양당체제에서 3당체제를 민의가 만들어준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개최한 45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국회가 양당체제로 되어 있는데 서로 밀고 당기고 이러면서 되는 것도 없고, 정말 무슨 식물국회라고 보도에도 봤지만 그런 식으로 쭉 가다 보니까 국민들 입장에서는 변화와 개혁이 있어야 되겠다 하는 그런 생각들을 하신 것 같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3당 체제에서는 뭔가 협력도 하고 또 견제할 건 하더라도 뭔가 되어야 되는 일은 이루어 내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뭔가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민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또 경제활성화에도 국회 차원에서도 뭔가 실질적으로 좀 힘이 돼주고, 그런 쪽으로 변화를 국민들이 바라신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귀결된 총선 결과를 '일하지 않는 여야 양당체제에 대한 심판'이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여소야대 상황 보다 '여권 내'에서 불협화음이 더 힘들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여소야대다. 이렇게 국민이 만들어준 틀 속에서 하는 게 낫지, 더 어려운 것은 내부에서 계속 막 이리 간다고 그러면 저리 가야 된다고 그러고, 국민들 혼란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이런 게 큰 문제"라고 했다.

개각 등 인적쇄신 가능성을 놓고는 "지금 경제적으로 이게 할 일도 많고 무엇보다도 북한이 5차 핵실험에다 SLBM 수중 사출에 여러 가지 안보가 시시각각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 지금 변화해 가지고 그렇게 할 여유가 없다"면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 이걸 내각을 바꾼다 하는 것은 생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인적쇄신 여론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총선 전 줄기차게 '여당 물갈이론, 야당 심판론'을 제기했을 때와 근본인식이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3당 대표하고 만나는 것을 정례화하는 문제도 긍정적으로 검토를 하겠다"면서 "사안에 따라서 여·야·정이 협의체를 만들어서 집중적으로 연구를 하고 그래서 정부하고도 계속 소통을 해가면서 일을 풀어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을 한다"고 했지만, 총선민의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실제 국정운영 방식이나 대국회 관계 등에 근본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향신문

입력 : 2016.04.26 16:30:00

수정 : 2016.04.26 16:36:01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Posted by 망중한담

유승민 '출마' 일성…"정의를 지키기 위해 정든 집 떠난다"

'무소속 연대' 시사…"동지들과 돌아와 보수 개혁할 것"

유승민 의원이 23일 오후 11시 탈당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유승민(3선대구 동을) 의원은 23일 새누리당 당적을 버리고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대구 동구 안심동 지역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저는 헌법에 의지한 채 저의 정든 집을 잠시 떠나려 한다""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탈당의 명분으로는 당의 자신에 대한 '정치 보복', 측근들에 대한 '공천 학살' 등을 내세웠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정체성 위반' 등의 사유로 유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를 후보자 등록 직전까지 미루고, 측근 의원들을 컷오프(공천배제)한 것을 거론한 것이다.

유 의원은 "당의 결정은 '정의', '민주주의', '상식과 원칙' 등이 아니다"라며 "정의가 무너진 데 대해 분노한다"고 말했다.

특히 논란이 됐던 지난해 4월 원내대표 재임 당시 원내교섭단체 연설과 관련, "몇 번을 읽어봐도 당의 정강정책에 어긋난 내용은 없었다"며 "오히려 당의 정강정책은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추구하는 저의 노선과 가치가 옳았다고 말해주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결국 정체성 시비는 개혁의 뜻을 저와 함께 한 죄밖에 없는 의원들을 쫓아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다시 헌법 1조 2항이 인용됐다.

유 의원은 "우리 헌법 1조 2항은 국민 권력을 천명하고 있다"며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헌법 조항에 의존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는 뜻을 덧붙였다.

유 의원은 출마의 변으로 "권력이 저를 버려도 저는 국민만 보고 나아가겠다"며 "제가 두려운 것은 오로지 국민뿐이고, 믿는 것은 국민의 정의로운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컷오프된 동료 의원들에 대해서는 "억울하게 경선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동지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이어 "이분들을 우리당을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개혁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분들"이라며 "이분들과 당으로 돌아와서 보수를 개혁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유승민 탈당 회견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대구 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저의 고민은 길고 깊었습니다.

저 개인의 생사에 대한 미련은 오래 전에 접었습니다.

그 어떤 원망도 버렸습니다.

마지막까지 제가 고민했던 건, 저의 오래된 질문,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였습니다.

공천에 대하여 당이 보여준 모습,

이건 정의가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상식과 원칙이 아닙니다.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입니다.

정의가 짓밟힌 데 대해 저는 분노합니다.

2000년 2월 입당하던 날부터 오늘까지, 당은 저의 집이었습니다.

이 나라의 유일한 보수당을 사랑했기에, 저는 어느 위치에 있든 당을 위해 제 온몸을 던졌습니다.

그만큼 당을 사랑했기에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에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는 2011년 전당대회의 출마선언, 작년 4월의 국회 대표연설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몇 번을 읽어봐도 당의 정강정책에 어긋난 내용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당의 정강정책은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추구하는 저의 노선과 가치가 옳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결국 정체성 시비는 개혁의 뜻을 저와 함께한 죄밖에 없는 의원들을 쫓아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습니다.

공천을 주도한 그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애당초 없었고, 진박, 비박이라는 편가르기만 있었을 뿐입니다.

국민 앞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권력'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2항입니다.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원칙이 지켜지고 정의가 살아있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입니다.

오늘 저는 헌법에 의지한 채, 저의 정든 집을 잠시 떠납니다.

그리고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습니다.

권력이 저를 버려도, 저는 국민만 보고 나아가겠습니다.

제가 두려운 것은 오로지 국민뿐이고, 제가 믿는 것도 국민의 정의로운 마음뿐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이 길을 용감하게 가겠습니다.

어떤 고난이 닥쳐와도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보수의 적자, 대구의 아들답게 정정당당하게 가겠습니다.

국민의 선택으로 반드시 승리해서 정치에 대한 저의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저의 시작이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나아가는 새로운 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와 뜻을 같이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경선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동지들을 생각하면 제 가슴이 미어집니다.

이 분들은 우리 당을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개혁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오신 분들입니다.

제가 이 동지들과 함께 당으로 돌아와서 보수개혁의 꿈을 꼭 이룰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CBS노컷뉴스

2016-03-23 23:19

유동근 기자 dkyoo@cbs.co.kr

Posted by 망중한담

4월 총선, 박근혜와 유승민의 전쟁

박근혜, 유승민에게 이기고 국민에게 진다!

 

작년 한 해 대통령이 두려워한 사람은 누구?

설 연휴가 지나고 총선이 이제 두 달 앞으로 바짝 다가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를 야권의 분열, 격전지에서 여야의 승패, 새누리당의 180석 혹은 200석 획득 여부 등에 맞추고 있습니다.

저는 조금 다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의 싸움이 저에게는 가장 흥미진진하고 또 한국정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 '주간뷰'를 시작할 때부터 말씀드렸듯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문재인이 대표로 당선된 이후 야권의 분열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을 수 있는 몇 번의 찬스가 있었지만, 문 대표는 그 기회들을 놓치거나 일부러 잡지 않았습니다. 야권의 분열이 어차피 불가피한 것이라면, 공천을 적당히 계파별로 나눠먹는 것보다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훨씬 나아보입니다.

야권의 분열이 새누리당에게 큰 승리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야권이 분열했다고 해도 영호남에서는 여야의 성적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호남에서 새누리당은 많아야 2석, 야권도 영남에서 잘해야 3~4석이 늘어날 뿐입니다. 그나마 서로 상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호남에서는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경합할 것입니다. 그런데 국민의당이 몇 석을 얻든지 여당 의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호남 다당제는 지역에서 건전한 경쟁이 벌어진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 효과가 있습니다.

문제는 충청과 수도권입니다.

그래서 국민의당은 창당대회를 대전에서 열었습니다. 하지만 충청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여전히 10%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정운찬 전 총리에 대한 합류 요청에는 아직 답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국민의당에는 충청권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습니다. 충청에서 국민의당 바람이 일어나리라고 보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결국 수도권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지역구에서는 어느 한 편으로 야권 표의 쏠림 현상이 일어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중앙당이 나서지 않더라도 개별 후보자 간 단일화는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입니다. 국민의당이 중앙으로 확장한다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간의 3파전이 유의미한 지역구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모로 보더라도 새누리당의 싹쓸이는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이 어느 한 정당에게 국회를 좌지우지하게 할 만큼 표를 몰아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선거 전 마지막 여론조사 공표일이 가까울수록, 새누리당의 완승이 점쳐질수록 견제 심리는 강화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분열이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가져다 줄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180석을 넘어서 국회를 장악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힘들어질 것입니다. 새누리당 내부가 분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규모는 제법 커서 정부 법안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입니다. 180석을 얻는다 해도 30석만 반발하면 청와대는 국정을 장악할 수 없습니다. 단 한 명만 이탈해도 사실상 선진화법을 무력화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규모는 30명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총선이 지나면 바로 대선 일정이 시작됩니다. 차기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시점부터 역산해보면 박근혜 정부는 사실상의 임기를 1년 남짓 밖에 남기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설령 야당이 폭삭 망한다 해도 여당 안의 야당이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사실 작년에는 그 쪽이 역할을 더 잘했습니다.

작년 한 해, 박근혜 대통령이 두려웠던 사람이 문재인, 안철수였을까요, 유승민, 정의화였을까요? 저의 총선 관전 포인트는 여기에 있습니다.

유승민을 과연 살려둘 것인가?

여론조사만 보면 유승민 의원이 이재만 동구청장을 여유있게 앞서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김무성 대표가 강조한대로 상향식 공천만으로 후보자를 결정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김무성 대표는 공천관리위원장을 자기 뜻대로 임명하지 못했습니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 김무성 대표 등 비박계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친박계는 이한구 의원을 내세웠습니다. 서청원, 이인제 최고위원과 원유철 원내대표는 강경했습니다. 그러자 김무성 대표는 한 발 물러났습니다. 작년 유승민 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때도 그랬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최고위원들의 일괄 사퇴로 인한 지도부 붕괴 압박 카드가 통했을 것입니다. 김무성 대표의 정치인생은 거기서 끝입니다.

이한구 위원장은 내정 이후 "부적격자, 저성과자, 비인기자를 잘라내겠다", "상향식으로만 하면 조폭도 후보가 될 수 있다"며 현역의원에 대한 사전심사를 강조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은 유승민에게 모아졌습니다.

추석 연휴가 끝난 11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CBS 인터뷰가 소개됐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면서 언론들은 제목을 "유승민, 저성과자 아니다"로 뽑았지만 저의 해석은 조금 다릅니다.

저라면 "유승민, 무조건 된다고 할 수 없다", "유승민이 뭐 대단한가"로 정하겠습니다. 그 편이 사실에도 부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먼저 이한구 위원장이 어떤 현역의원들을 심사해서 탈락시킬 수 있다고 했는지부터 살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 여당에서는 일부 예를 들어서 양반집 도련님처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정당이기 때문에 야당과 꼭 대립해야 할 때도 있거든요. 요새 개혁 과제 같은 거. 추진할 때 보면 일을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하는 사람도 있고 이게 또 뒤에 앉아서 전혀 다른 일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야당편인지 우리편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고."

누가 들어도 유승민입니다. 그래서 인터뷰 진행자는 유승민 의원을 직접 거명해서 물었습니다.

◇ 김현정 : 원내대표 시절에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그래서 대통령 뒷다리를 잡았던 사람으로 얘기들 하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 같은 분, 그런 분이 결국 이 범주에 들어가게 되는 것인가. 어떻게 생각을 하세요.

◆ 이한구 : 지금 저는 당헌 당규에 따라서 거기서 정한 기준 내에서 일을 해야 돼요. 제가 그냥 아무나 붙들고 잘라라 마라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 김현정 : 그 기준에 따르면 유승민 의원은 어떤 기준에 들어간다고 생각하세요?

◆ 이한구 : 아니에요. 그리고 유승민 의원은 뭐 대단하다고 유승민 의원에게만 하는지 모르겠네요.

◇ 김현정 : 왜 이 질문은 드리느냐 하면, 시중에서 저성과자를 걸러내는 게 결국 유승민 컷오프 되는 것 아니냐 이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 이한구 : 그러니까 그것도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서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판단해서 언론에서 보도를 해야죠.

◇ 김현정 : 말이 안 되는 얘기군요.

◆ 이한구 : 유승민 의원이 보통 사람들 판단에 저성과자입니까? 어떻게 생각을 하세요?

◇ 김현정 : 저성과자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훨씬 많지 않나요.

◆ 이한구 : 글쎄, 그런 걸 거기다가 연결을 시켜요. 유승민 의원은 무조건 된다? 그것은 제가 얘기를 못 해요. 그건 또 제가 얘기를 못해요. 그러나 그건 위원회에서 결정을 하는 거니까 제가 함부로 뭐라고 못 하는데, 최소한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저성과자냐. 내가 알기로는 아니거든요."

이한구 위원장은 유승민에 대해 먼저 말하지 않았습니다. 저성과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말은 진행자 입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한구 위원장의 속내는 "유승민 의원은 뭐 대단하다고 유승민 의원에게만 하는지 모르겠네요"에 있습니다.

적어도 마지막 문단을 보면, 이한구 위원장은 유승민을 저성과자로 보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한 듯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답변에서 그 반대를 읽었습니다. 접속부사만 하나 넣어서 제가 이해한 대로 마지막 문단의 문장의 순서를 바꿔볼까요?

"제가 함부로 뭐라고 못 하는데, 최소한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저성과자냐. 내가 알기로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유승민 의원은 무조건 된다? 그것은 제가 얘기를 못 해요. 그건 또 제가 얘기를 못해요. 그러나 그건 위원회에서 결정을 하는 거니까."

이렇게 순서를 바꾸면 이한구 위원장이 하고 싶은 말이 잘 드러납니다. 이 위원장은 여기서 '그것은 제가 얘기를 못해요'를 두 번이나 반복합니다. 다시 말해 '나는 유승민이 저성과자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유승민이 공천을 받느냐? 그것은 나는 얘기 못한다. 위원회에서 결정하니까'라는 뜻입니다.

유승민을 살려두려면, 친박이 그렇게까지 해서 이한구를 고집했을까요? 유승민을 살려줘서 이한구 위원장이 청와대로부터 들을 말은 간단합니다.

"유승민 공천하라고 시킨 줄 아세요? 그 분이 관심 있는 지역구는 단 한 곳입니다."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이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예비 후보 등록을 알리며 소개한 자신의 선거용 명함. ⓒ유승민 의원 페이스북

유승민은 선거의 여왕을 잠재울까

설마 그렇게까지 무리하겠느냐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작년에 유승민 원내대표를 밀어낼 때는 어땠습니까? 사실상 여당이 쪼개질 판이었습니다. 게다가 우리 대통령께서는 본인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아주 잘 기억합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3년 만에 '그년'이라는 말을 대통령에게 들었습니다.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최경환 부총리가 '진박 마케팅'을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유승민을 살려둔다면 우리 대통령께서 과연 참으실 수 있을까요?

문제는 유승민을 밀어 냈을 때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꼭 유리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수도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너무한다는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빈대 잡다가 초가삼간 태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포기할까요?

저는 개성공단 폐쇄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대통령은 아마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은 아마도 이렇게 말씀하시겠지요.

"대구 공천이 서울하고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지역구에서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말일 뿐입니다."

어떤 영화들을 보면, 상대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자기 몸을 해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겁을 주려고 옷을 훌렁훌렁 벗기도 합니다. 분노를 확실하게 표출하고, 정말로 복수만을 원하는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나 외교를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진보든 보수든 민심을 살피고 상식을 갖춘 세력이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국민에게 좋습니다. 정치를 분에 못 이겨서 상대를 이길 수만 있으면 좋다는 권력게임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합니다. 정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외교가 상대 국가가 있는 게임이듯이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게임입니다.

민주주의가 가장 먼저 발전한 곳은 해양 상업국가 고대 그리스였습니다. 거기서는 배를 국가에, 선장을 정치인에, 물을 국민에 비유했습니다. 선장은 자기 마음대로 배를 몰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좋은 선장은 물길을 잘 보는 사람입니다. 배를 어디로 몰지 결정하는 사람은 정치인이지만 그 배를 뒤집어엎을 수 있는 사람들은 국민입니다.

그래서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에게 이기고 국민에게 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총선 직후부터 지체된 레임덕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것이 그저 국정 혼란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야당이 제 역할을 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프레시안 뷰

2016.02.11 18:14:01

이관후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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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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