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테러방지법 처리 강행은 '사이버 망명'을 가속화시킬 게 분명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박근혜 정권은 집요하다. 한 번 과녁을 정했다 하면 끈질기게 화살을 쏘아댄다.

이번에는 사이버테러방지법이 목표인 모양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사이버테러방지법의 국회 처리를 촉구하자, 국가정보원과 새누리당이 일사불란하게 여론몰이에 나섰다.

국정원은 어제 긴급 국가사이버안전대책회의를 열어 "북한이 정부 주요 인사 수십 명의 스마트폰을 공격해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 음성통화 내용을 절취했으며, 추가 공격 등 2차 피해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가 법안을 직권상정하라고 압박했다. 총선을 5주 앞두고,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법안을 기어코 통과시키려는 의도가 뭔가. 위기감을 조성해서 도대체 무엇을 얻으려는 건가.

 

국회에 계류 중인 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안은 국가정보원 산하에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설치해 공공·민간부문 사이버테러 관련 업무를 총괄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민간부문에는 통신사, 인터넷포털, 쇼핑몰 등 '주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모두 포함된다. 사이버테러의 범주 또한 모호해서 사소한 바이러스 유포나 해킹사고만 발생해도 국정원이 조사에 나설 수 있다.

최악의 독소조항으로 거론되는 부분은 '취약점 보고 의무'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은 인터넷망·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국정원에 보고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국정원이 취약점을 파악하면, 인터넷망이나 소셜미디어 관련 소프트웨어를 뚫고 상시적으로 온라인을 감시할 수 있다. 사이버테러방지법은 이미 국회를 통과한 테러방지법과 쌍둥이 법안이지만,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인권침해를 불러일으킬 우려는 훨씬 크다고 본다.

 

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 이후를 상상해보자.

사이버사찰이 전면화·상시화하면서 국정원은 조지 오웰 소설 <1984>의 '빅 브러더'에 등극할 것이다. 네이버·다음카카오 등이 사실상 국정원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평범한 시민들은 댓글 한 개 달고 검색 한 번 할 때마다 불안에 떨게 될 수 있다.

 

국정원은 지난 대선 때 인터넷 댓글 사건으로 사이버 여론조작을 자행하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 공개했으며, 간첩 사건 증거를 조작한 곳이다. 신뢰할 만한 기관이라 해도 권력이 집중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하물며 '권력의 하수인'을 자청하며 불법적 행위를 일삼아온 국정원이 민간 정보통신망을 장악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고삐 풀린 괴물의 탄생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집권세력이 테러방지법에 이어 사이버테러방지법까지 밀어붙이는 까닭을 짐작 못할 바 아니다.

1차적으로는 4·13 총선 때문이라고 본다. 지금은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의 낙승이 예상되지만, 야권연대가 이뤄질 경우 판세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경제정책 실패가 이슈로 부상하면 여당은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북한'과 '테러'에 시선을 고정시킴으로써 보수층 이탈을 막고 중도층까지 잡으려는 전략일 터다. 여기에 총선을 넘어 대선까지 내다보는 장기적 포석도 섞여 있을 것이다. 사이버공간에서 정권 비판 여론에 재갈을 물림으로써 재집권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의심된다.

 

그러나 국민은 보라는 것만 보는 바보들이 아니다.

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 이후 외국계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의 인기가 폭증했다. 사이버테러방지법 처리 강행은 '사이버 망명'을 가속화시킬 게 분명하다. 이 같은 흐름을 단순히 '공포'나 '불안'의 징후로만 해석한다면 오판이다. 국민은 자신의 머릿속을 검열하려는 권력에 '저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반민주적이며 시대착오적인 악법을 만들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

입력 : 2016.03.08 20:31:52

수정 : 2016.03.08 20:34:21

 

 

 

 

 

Posted by 망중한담

여적죄 이어 소요죄… 죽은 법조항 되살리려다 번번이 역풍

박근혜 정부 3년 실패사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3년 동안 국민들은 자주 '낯선' 법조항과 맞닥뜨렸다. 으레 '○○년 만에 첫 적용'이라는 문구가 뒤따랐다. 짧게는 22년, 길게는 60년 동안 법전 안에 묻혀 있던 조항들이 정부•여당을 통해 줄줄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때마다 정국은 출렁였다. 사회는 보수•진보, 여야로 분열하고 다른 이슈들은 이에 묻히는 현상이 반복됐다. 사실 판단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거나, 적용을 주장했다가 여론의 역풍에 철회하는 '실패'도 쌓여갔다. 박근혜 정부의 무리한 국정운영 방식과 '통(박 대통령)바라기' 여당의 단면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지난 17~18일 이틀간의 세 장면은 법조항을 활용하는 여권 자세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경찰이 18일 제1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의 혐의에 '소요죄'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한 것은 다시 한번 '묵은 법조항 꺼내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형법 115조에 규정된 소요죄는 1986년 '5•3 인천사태' 이후 29년간 적용된 적이 없다. 다중이 모여 폭행•협박 또는 손괴 행위를 한 경우 처벌하는 조항인데, 전두환 정권 이후 집회 주최자에게 적용한 예를 찾을 수 없다. 검찰 기소와 법원 판단에 따라 '무리한 법 적용' 여부가 판가름난다.

전날인 17일에는 새누리당이 대통령 '긴급재정명령권' 검토 주장을 하루 만에 철회했다.

헌법 76조 1항의 '긴급재정명령권'은 대통령이 국회 소집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판단할 때 발동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5법' 등의 직권상정을 거부하자 이를 '카드'로 꺼냈다가, 논란이 일자 바로 다음날 "언론사가 너무 크게 쓴 것"이라며 발을 뺐다. 이는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실시할 때 발동된 것이 마지막이다. 22년 전이다.

같은 날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다.

이는 자주 사용되는 법조항이지만 현 정부 들어 새롭게 활용된 예로 꼽힌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했는데, 외국 언론인이 우리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첫 사례다.

이 역시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한국 정부의 '완패'로 기록됐다.

2013~2014년 통합진보당 사태 때는 사문화된 공안 관련 법조항들이 줄줄이 불려나왔다.

통합진보당의 이른바 '지하혁명조직(RO)' 사건 수사를 계기로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 1960년 2공화국 헌법에서 관련 조항이 신설된 후 처음 적용된 사례다.

지난해 말 헌재 결정으로 결국 통합진보당은 해산됐다.

앞서 2013년 검찰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여적죄' 적용을 주장했다.

형법 90조 '적국과 합세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규정이다. 절대적 법정형으로 사형을 규정한 유일한 범죄로,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한 차례도 쓰인 적이 없다.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왔고, 검찰 기소에선 빠졌다.

검찰이 이 전 의원에 적용한 내란음모 혐의(형법 90조) 역시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이후 처음이었다. 대법원은 내란선동 혐의는 인정했지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위험은 없었다고 판단해 내란음모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경향신문

입력 : 2015-12-25 22:08:38

수정 : 2015-12-25 23:17:42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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