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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13 우리는 배신의 정치 앞에 절망하고 있다.

정치에 뛰어든 인권 변호사, "언제까지 배신만 당할 건가"

서울서 출마 선언 앞둔 권영국 변호사

"인권유린, 국고탕진 권력자 응징하러 국회 간다"

"정치가 문제라면 정치의 길로 가야겠습니다. 들판을 가로질러 호랑이굴로 가겠습니다."

권영국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SNS를 통해 '정치의 길'로 나서겠다고 했다. 고개가 갸우뚱했다. 저명한 인권변호사가 굳이 정치에 뛰어들다니. 까닭이 궁금해졌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시민혁명당추진위 사무실에서 권 변호사를 만났다.

정치 '선언' 이후 창당을 위한 행보가 급물살을 탔다. '시민들에 의한 정치혁명'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시민혁명당(가칭) 추진위원회가 지난해 12월20일 출범했다.

권 변호사는 시민혁명당 추진위원장이다. 현재는 창당 발기인 모집에 열중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출마 선언을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 노동인권변호사로만 14년을 살아왔다. 정치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불평등이 고착화하고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붕괴되고 있다. 이에 맞서 여러 대중투쟁이 전개돼 왔지만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밀어붙이는 자본정치권력에 대응하는 대중의 투쟁 동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이다. 정치가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노동·인권 변호사인 권영국 시민혁명당(가칭) 추진위원장이 1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구체적인 계기가 된 사건이 있나.

"2014년 11월 쌍용차 해고자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다. 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하고 예민한 쟁점이 정리해고 문제인데 대법원은 원심을 무참하게 깨고 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극심한 무력감을 느꼈다. 한편으로 우리 사회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는 것은 정치이고, 여기에 개입하지 않고서는 운동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주변부만 맴돌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직접 핵심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기존 정당에 들어가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더 쉽고 효율적이지 않나.

"여러 진보 정당에서 입당 제안을 해왔지만, 기존 정당 구조 하에서는 큰 변화를 줄 수 없다고 본다. 내가 진보 정당에 들어간다고 해도 정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기존 정치권은 평범하고 시시한 사람들을 주체로 세우려 하지 않는다. 주권자로서의 주인 의식을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새 판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 주변 반응은 어떤가. 뜯어 말리지는 않던가.

"지난 1년 동안 고민했다. '좋은 이미지와 명예를 갖고 있는데 왜 굳이 정치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이미지와 명예가 무슨 의미가 있나.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희망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래를 포기하고 있다. 희망이 없는 상태가 고스란히 내게 전달되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행복이 비어 있는 사회에 산다는 것은 내 이미지나 명예보다 훨씬 중요하고 심각한 일이다. 제대로 (정치에) 뛰어 보지 않고 나중에 허공에다 한탄만 하면 무슨 소용인가."

- 시민혁명당 추진위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직접 민주주의'를 강조한 바 있다.

"이탈리아 '오성운동(MoVimento 5 Stelle)', 스페인 '포데모스(Podemos)' 등 유럽의 정당은 온라인을 통해 광범위한 의사 수렴 구조를 만들었다. 실제 현실 정치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를 하면서 느꼈던 것은 '기간제 4년 연장'과 같이 직접적으로 삶과 맞닿은 기사에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린다는 사실이다. 삶의 질 개선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있지만, 이미 조직화한 대중의 지지만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정당에는 그러한 요구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

- 유럽에서 앞서 설명한 정당과 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우리와 다른 선거구제를 갖고 있다는 데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승자가 독식하는 소선거구제다.

"지금의 선거제 하에서는 온라인 정당과 같은 정치 운동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당 지지도에 맞게 의석 배분이 이뤄지지 않아 의사 수렴 구조가 왜곡돼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선거구 문제를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선거가 정치 참여의 전부라고 인식돼 있는데, 대중의 참여를 통해 정책•인물 등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정치 동력과 추진력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경험은 분명 선거구제 자체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이탈리아 희극인 출신 정치인 베페 그릴로는 '오성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2009년 직접 민주주의 확대, 반부패와 반유럽연합을 기치로 내걸고 오성운동을 창당했다. 오성운동은 제1야당으로 성장했다.

이탈리아 희극인 출신 정치인 베페 그릴로'오성운동'을 주도했다. 그는 2009년 직접 민주주의 확대, 반부패와 반유럽연합 등을 기치로 내걸고 오성운동을 창당했다. 오성운동은 2013년 제1야당으로 성장했다. 그릴로는 자신의 저서 '진실을 말하는 광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전투에서 싸웠다는 것은 꽤 멋진 경험이다. 지든 이기든 시도해 봤다는 감각만큼은 시간이 지나도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곁을 스치는 쓰레기 같은 현실을 그냥 쳐다보기만 하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만큼 치욕스러운 삶은 없다." 권 변호사의 생각과 묘하게 통한다.

- 정치를 운동의 일환으로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정치하고 운동은 다르지 않다. 중대한 사건이 터지면 수만 명이 광장으로 나오고 정치에 변화를 요구한다. 하지만 변화는 요원하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600만여 명의 시민이 서명 운동에 동참했다. 여당은 요지부동이었다. 야당은 여당에 끌려다니거나 여당에 협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상당수 국민이 입법 청원을 했을 때, 국회 심의를 의무화하는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정치라는 영역과 시민 영역을 연결시킬 수 있는 무대를 국회에서 만들어내고자 한다."

- 출마할 지역은 정했나.

"발기인 모집 등 내부 조직 확대가 시급해 시점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왕 정치하기로 한 거 서울 중심에서 (출마)해야 하지 않을까. 가진 것 없는 사람이 대범하게라도 선언해야지.(웃음) 순차적으로 창당 요건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할 것이다. 우리가 많은 인원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기에 '시민 후보'(시민을 후보로 내는) 전술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 권영국 시민혁명당(가칭) 추진위원장. (사진=김도연 기자)

시민혁명당 추진위원 명단에는 순대국집을 운영하거나 인쇄기획사를 운영하는 인사들이 있다. 대학 강사, 방송작가, 작곡가도 눈에 띈다. 일상에서 정치와 직접 민주주의 필요성을 겪은 이들이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헌국 예수살기 촛불교회 목사 등 저명 인사들도 추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유명세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권 변호사 생각이다.

- 많은 사회 운동가들이 '호랑이 굴'로 들어갔지만 호랑이를 잡은 경우는 못 본 것 같다.

"꼭 잡아야지. 내가 만들고 싶은 사회는 두 가지다. 돈과 지위로 공정한 룰을 파괴하고 인권을 유린한 자가 처벌되는 사회.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고를 탕진한 권력자가 반드시 응징되는 사회. 법은 가진자와 권력자 앞에서 무력하다. 재벌이 법 위에 군림하고 있지 않나. 부당한 권력에 대한 처벌과 응징이 가능할 때 퇴보하는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

- 야권 연대 가능성은 있나.

"지금은 우리 영향력이 미미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 파이를 늘리는 방식으로 영역을 넓히는 작업이 이뤄지면 자연스레 야권 연대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 뜻에 공감하는 정당, 정치단체들도 함께 해야 할 것이고. 일단 조직된 지지 기반 중심의 활동을 넘어 영역을 넓히는 데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노력이 이어진다면 미래 지향적인 방향으로 같이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시민혁명당의 정치는 성공할까.

"될 거냐고 묻는다면, 된다고 대답하고 싶다. 시시하고 평범한 사람이 정치의 주인이 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결코 기득권이 교체되지 않는다. 우리는 배신의 정치 앞에 절망하고 있다. 시민혁명당을 지지하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권력으로서의 정치가 아니라 헌신적으로 일하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실천할 것이다. 또 이념에 따른 이합집산이 아니라 희망버스와 같은 사회연대 전략을 (현실 정치에서) 구현하고 싶다. '권영국'이라는 사람을 보지 마시고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지향하는 바가 맞으면 지지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언제까지 정치로부터 배신만 당할 수는 없다."

▲ 권영국 시민혁명당(가칭) 추진위원장. (사진=김도연 기자)

 

미디어오늘

입력 : 2016-01-11 17:08:49

노출 : 2016.01.12 16:20:53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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