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해산', '비상계엄'과 필리버스터 중단

 

 

이틀간 더불어민주당과 필리버스터를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소란이 있었다.

급작스럽게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는데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및 비난에 대해 정체 모를 자들이 대거 등장하여 비난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시작하면서 페이스북은 물론 대부분의 SNS가 작은 소란을 겪은 것이다.

공격하는 자들이 들고 나온 논리의 끝에는 김종인 이하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한 더민주비대위 집행부의 의견이 덧붙여져 있었다.

'선서구획정이 안되면 국회를 해산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것이 새누리의 전략'이라는, 매우 황당하고 불순한 논거를 퍼뜨려 댔다.

 

그들의 행동은 마치 '댓글부대'를 연상하게 할 만큼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었고, 무차별적이며, 무지에 기인한 것이었다.

 

국회해산이나 비상계엄 선포의 법률적, 정치적, 사회적 가능성을 따져 볼 것도 없이 이 단순하고도 명확한 사실에 광분하는 자들을 지켜보면서 회생의 기약이 없는 자유와 민주의 혼수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국회해산을 최초로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2월 22일이다. 새누리당의 홍철호 의원이 보수언론에 흘리기 시작한 것을 일베에서 확대 재생산했고 이것을 더민주에서 '필리버스터 중단'의 한 이유로 인용했으며, 부화뇌동하는 무지한 자들에 의해서 기정사실로써 '중단 비난 여론'에 대한 공격의 무기로 사용된 것이다. (관련기사 : "홍철호, 내일까지 선거구 획정 못하면 국회 해산해야")

 

알만한 식자들은 이미 다 알고 있겠지만, 여당에서 극단적인 실력행사의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필리버스터 정국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여론, 특히 기존 지지층 이외의 이른바 '부동층'의 호감이 필리버스터를 통해 더민주와 야당으로 향하기 시작한 그 순간이 여당에게는 얼마나 큰 부담과 위협요인으로 작용했을지는 필리버스터가 진행중인 국회 안이나 밖에서 여당과 소위 보수인사들이 보여준 언행을 통해 잘 드러나 있다.

 

국회해산과 비상계엄 선포, 전혀 불가능한 말은 아니다.

하지만 국회를 일방적으로 해산하고 계엄을 선포하는 것은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엄청난 국민적 저항을 일으킬 수 있는, '정권의 생명을 건 모험'인 것이다.

그것이 두려워서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고 유린하는 것이다.

 

 

더민주가 필리버스터 과정을 통해서 밝힌 바와 같이 모든 것을 감시할 수 있고 제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영구집권'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테러방지법의 문제라면, 여당의 으름장에 백기투항하는 것은 결국 '영구집권' 계획에 동의한다는 것이나 무엇이 다른가. (관련기사 : "이러려고 그렇게 싸워 댔나?")

'죽어도 더민주를 추종해야만 할' 소위 '골수'는 비록 극소수이지만 여전히 더민주를 지지하고 성원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선거지형상, 그리고 지금까지의 선례가 말해주듯이 선거의 승패 를 좌우하는 열쇠는 이른바 '부동층'이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움직이기 시작한 부동층의 호감이 실망으로 바뀌면서 4월 선거에서의 승패는 대략 예상할 수 있는 수준으로 회귀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단적인 예로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언론에서 더민주와 야당의 기사가 자취를 감추었다.

'국회해산을 피하기 위해 영구집권의 무기를 승인한다'는 놀라운 발상에 침을 뱉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Posted by 망중한담

선거 위해 '필리버스터' 접은 더민주

당 안팎 "총선 승리 집착" 비판…시민단체 "진짜 정치 포기 말라"

중단 주도 김종인 리더십 도마에…여야, 2일 테러방지법 등 처리

 

 

더불어민주당은 1일 테러방지법 제정안 처리를 막기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2일 중단한다고 밝혔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지난달 23일 시작된 지 8일 만에 막을 내린다.

여야는 2일 본회의를 열고 테러방지법 안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선거구 획정)을 처리키로 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 중단을 놓고 야권 일각과 시민사회가 반발하면서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더민주 이언주 원내 대변인은 이날 심야 의원총회 결과 브리핑에서 "4·13 국회의원 총선거 승리를 위해 무제한 토론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하지만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의 예정된 필리버스터는 2일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 3당의 필리버스터는 2일 0시 현재 발언 중인 정의당 정진후 의원에 이어 심상정 대표,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를 끝으로 종료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총선 준비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동안 필리버스터를 지지해준 분들께 감사하지만 지지자들만으로 선거를 치를 순 없다"며 필리버스터 중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필리버스터 중단 선언 직후 당 안팎에서는 "총선 승리에만 집착해 '민주주의 명분'을 포기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더민주 의총에서 필리버스터 중단을 둘러싼 격론이 벌어지면서 김 대표 리더십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정의당"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이 조금도 수정되지 않고 양당 합의로 통과되면 안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시민사회단체'죽은 정치의 위협에 진짜 정치를 포기하지 말라'는 성명서를 내고 "더민주는 정권과 국가정보원의 공포와 겁박에 굴복해 야당 역할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초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 필리버스터 중단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지만 당 안팎의 반발에 막혀 '선 의총, 후 기자회견'으로 입장을 변경했다.

여야는 2일 필리버스터가 끝나는 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안과 선거법 개정안 처리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더민주는 테러방지법 수정안 제출 등 역풍 차단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치 상황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여야는 공천 심사와 인적 쇄신 작업에 착수하는 등 총선 전열 정비에 나섰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북한인권법과 민생법안도 순조롭게 처리해서 새누리당이 진짜 민생 정당임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더민주는 "이번 총선은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집중 비판하는 프레임으로 승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입력 : 2016.03.01 23:00:44

수정 : 2016.03.01 23:59:04

구혜영·박순봉 기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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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중한담

민주화가 평화, 평화가 경제다

한반도에서 곧 전쟁이라도 터질 듯이 오싹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일차적 원인은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제4차 핵실험을 하는가 하면 '광명성 4호'라는 인공위성(미국과 한국은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주장)을 쏘아올린 데 있다.

그런데 거기 대응하는 박근혜 정권과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움직임은 1950년대의 '냉전 시대'가 되살아난 듯한 살기를 풍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사회에서는 주요한 선거철만 되면 '북풍'이라는 용어가 활개를 치곤했다.

주로 집권세력이 북한의 도발이나 전쟁 위협 따위를 빌미로 대중의 공포심을 일으킴으로써 야당은 '안보'에 태만하거나 무능하고 권력을 잡고 있는 세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싸울 수 있음을 과시하는 수단이 바로 '북풍'이었다. 북풍은 '효과'를 거두는 경우도 있었지만, 역풍을 일으킨 적도 적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익히 알고 있을 박근혜 정권은 왜 지금 초대형 쓰나미 처럼 공포 분위기를 자아내는 '북풍'을 일으키기에 '다 걸기(올인)'를 하다시피 하고 있을까?

여러 언론이나 SNS에는 박근혜 정권이 오는 4월 13일의 20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어 개헌을 통한 영구집권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북풍'을 일으키는 선풍기를 마구 돌리고 있다는 요지의 글들이 많이 오르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해 가장 날카롭게 핵심을 파고든 이재봉(원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글('박 대통령 대북강경책과 영구집권의 꿈', <한겨레> 2월 19일자)을 먼저 보는 것이 좋겠다.

"(···)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독선과 불통 그리고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어도 무모하고 모순투성이인 초강경 대북강경책을 그냥 밀어붙이겠느냐는 것이다.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4월 총선에서 압승해 영구집권의 길을 닦기 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북한 붕괴와 흡수통일을 통한 '통일 대박'의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하다.

 

▲ 한미연합사 독수리연습 자료사진. 이치열 기자 truth710@

 
 

총선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핵실험과 위성 발사를 구실로 '테러방지법'을 밀어붙이는 것도 수상하다. (···) 3월엔 사상 최대 규모로 미국과 합동군사훈련을 벌이겠다고 한다. 김정은의 목을 베는 작전까지 포함한다고 공개한 터다. 북한을 자극해 도발을 유도하는 걸까. 북한의 도발을 구실로 공안정국을 조성해 반대 세력을 무력화하고 저항 세력을 탄압하는 것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형적 수법이다. 이 과정에서 보수 세력은 '애국'을 앞세우며 북한에 대한 원한이나 김정은에 대한 적개심으로 똘똘 뭉치게 되고, 진보세력은 '종북 몰이'에 몸을 사리며 더 분열되기 마련이다."

박근혜가 이런 목적으로 '북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해도, 그 '소재'나 '작전'을 보면 너무나 많은 허점이 드러나고, 민족공동체의 화합과 재결합을 항구적으로 파탄에 빠뜨릴 가능성이 뚜렷이 보인다.

무엇보다도 먼저, 박근혜가 지난 16일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읽은 '국정에 관한 국회연설'에서 그런 문제들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북풍 의혹 같은 각종 음모론'은 '바로 북한이 바라는 일'이라며,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핵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60년이 넘도록 미국이 주도해온 정치·외교·경제·군사·문화적 봉쇄정치에 막혀 지내온 북한이 국제적으로 강한 비판을 받으면서도 '자구책'으로 핵개발을 강행해온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1993년 핵무기확산방지조약(NPT)에서 탈퇴한 북한은 국방위원장 김정일이 지배하던 때인 2006년 10월 9일 처음으로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아버지의 귄력을 세습한 김정은은 '봉쇄'를 풀지 않은 채 북한을 가장 적대하는 미국과 그 동맹국인 대한민국을 향해 '핵개발'을 가장 강력한 대항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박근혜가 국민은 물론 온 세계를 향해 공언했듯이, 한국은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해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해 나갈 수' 있을까? 전쟁 말고는 그렇게 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북한의 40배나 되는 경제력, 10배나 강한 국방력을 가졌다고 해서 전면전을 일으킬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떤 측에서 선제공격을 하든 간에, 남과 북 사이의 국지적 전투는 걷잡을 수 없는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군이 전쟁에 개입한다면 북한이 수도권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장사정포를 마구 쏘아대고, 최악의 경우 10개를 보유했다고 알려져 있는 핵탄두들을 발사한다면 남한 지역 전체가 '석기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한반도3면의 바다를 누비고 있는 미국의 이지스함에서 북한 땅에 핵무기를 쏘아대면 북한은 영원히 회복될 수 없는 '동토(凍土)'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1945년 8월 미군이 일본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터뜨린 원자폭탄이 빚어낸 참극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이 일어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갈수록 거세지는 '북풍'을 타고 새누리당 원내대표 원유철은 지난 15일 국회 연설에서 "북한의 공포와 파멸의 핵과 미사일에 맞서 이제 우리도 자위권 차원의 평화와 핵과 미사일로 대응하는 것을 포함해 생존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무지하고 무모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 '군사적 종주국'인 미국은 물론이고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미국과 맞서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절대로 동의할 리 없는 일일 뿐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깨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면 일본과 동남아 여러 나라들에 번질 '도미노 현상'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그런데도 집권당 원내대표의 노골적인 '핵무장' 주장에 대해 박근혜는 단 한마디 비판도 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 17일 한반도 상공에서 '준전시'나 다름없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세계 최강의 전투기라는 F-22 4대를 일본 오키나와에서 발진시켜 오산 상공에서 저공비행을 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 1월에는 전술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를 보낸 바 있다. 2월 13~15일에는 핵추진 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호가 동해안에서 한국 해군과 연습을 한 뒤 부산항에서 언론에 공개됐다. 오는 3월 7일부터 4월 30일까지 벌어질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최첨단 전력'이 참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 무렵은 총선 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뒤 투표가 실시되는 시기이기도 한다. 북한 정권이 공포에 질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남한의 국민들도 실전이나 다름없는 '전쟁 연습'을 텔레비전 중계로 보며 소름이 오싹 끼치게 되리라.

박근혜 정권은 광풍으로 변해 가는 '북풍 몰이' 과정에서 아주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의 한국 배치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이 문제에 관해 아리송한 태도로 일관하더니 최근에는 노골적으로 미국과 본격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라 안팎의 전문가들은 사드가 단순히 북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데도 박근혜를 비롯한 고위관리들과 새누리당 간부들은 북한이 쏠 수도 있는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최대의 수출국인 중국이 항의하는 데 대해 설득력 있는 해명도 하지 못하는 채.

오늘날 한국사회를 먹구름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주범은 박근혜 정권과 오바마 행정부가 합작하고 있는 광풍에 가까운 '북풍'이다.

이것을 빨리 소멸시키지 않는다면 정치도 경제도 바른 길로 들어설 수 없다. 해결책은 하나뿐이라고 믿는다. 주권자들이 4월 총선을 통해 극우보수세력을 응징하는 한편 야권 연대로 민주주의를 되살릴 수 있는 정치세력에 승리를 안겨주어야 한다.
특히 박근혜 정권이 3년 동안 자초한 심각한 경제위기를 '안보위기'를 구실로 은폐하려는 기도를 냉철하게 심판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민주화는 평화와 동의어이다. 민주적 체제가 굳건하게 서지 않는 한 평화는 있을 수 없다. 평화는 경제민주화의 필수적 요소이다. 생산적 경제는 한국사회의 평화, 나아가서 남과 북 사이의 평화 없이는 확립될 수 없다.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 진영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정권교체를 한다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미국이 북한과의 '정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바꾸고 장기간의 '봉쇄'를 해제하도록 정치·외교적 노력을 하는 것이다.

 

미디어오늘 [김종철 칼럼]

2016년 02월 20일 토요일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media@mediatoday.co.kr

 

 

Posted by 망중한담

2016 총선, 새누리당 200석이 허황되지 않은 이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선대위원장과 부위원장들이 방송사 출구 조사 결과 한나라당이 압승한 것으로 발표되자 밝은 표정으로 선거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윗쪽 사진). 9일 오후 서울 당산동 통합민주당사에서 총선 출구조사결과를 손학규 대표등이 지켜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김태형 기자 khan@hani.co.kr

[성한용의 정치막전막후 52]

야당에 난리가 났습니다. 비주류는 탈당을 무기로 문재인 대표 퇴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대표 퇴진과 탈당을 연계하는 것일까요? 탈당했다가 문재인 대표가 퇴진하면 다시 돌아오려는 것일까요? 그렇게 야권통합과 정권교체를 갈망한다면 탈당이 아니라 아예 정치를 그만두거나 불출마 선언이라도 해야 하는 아닐까요?

지경에 이르도록 사태를 수습하지 못한 문재인 대표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탈당하겠다는 비주류를 향해 나갈테면 나가라고 맞대응하는 것이 과연 당대표가 취할 태도일까요? 문재인 대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누구의 조언을 듣고 있는 것일까요?

정치는 상대적입니다. 야당이 무너져내리는 동안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자기 다리를 꼬집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새누리당입니다.

새누리당에서 2016 4·13 국회의원 선거 목표 의석을 180석에서 200석으로 상향조정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고 제가 얼마전 기사를 썼습니다. 분이 근거에 대해 궁금해 했습니다.

목표 상향조정 기류는 새누리당 사람에게 들었습니다. 새누리당 실무 당직자들 중에 고참들이 있습니다. 당 공채 출신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입니다. '처음에는 여당에서 따뜻하게 지내다가 10년간 야당을 하면서 길거리로 쫓겨나 굶어죽을 뻔했다' 사람들입니다. '내가 국회의원을 못해도 정권을 빼앗기면 절대로 된다' 교훈을 체득한 사람들입니다.

바로 이들이 김무성 대표를 탄탄하게 떠받치고 있습니다. 최근 김무성 대표가 "야권은 분열하고 있다. 우리 여권이 분열하지 않고 단결된 상태로 가면 선거는 무조건 이긴다"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이들의 분석과 전망을 근거로 것입니다. 무시무시하지 않습니까?

야당에서 국회의원 선거를 지휘해본 경험자 한 사람도 내년 선거를 '여당 압승, 야당 몰락'으로 예상했습니다.

아니 걱정했습니다. 여러가지 변수와 민심의 흐름이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와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2008 49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2007 1219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에게 500만표 차이로 참패했습니다.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이인제 후보는 겨우 16만표(0.68%) 얻었습니다. 일패도지(一敗塗地)였습니다.

2007 대선결과에 좌절한 야당지지자 투표 포기

2008총선 서울 지역구 48개중 한나라당이 40석

여당 압승, 야당 참패한 민심흐름과 매우 흡사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4.9 총선을 58일 앞둔 11일 국회에서 통합선언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양당 통합은 지난 2003년 9월20일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던 새천년민주당 내 신당파가 `국민참여통합신당'으로 국회에 교섭단체를 등록하면서 옛 민주당이 공식 분당된 뒤 꼭 4년5개월만이다. 연합뉴스

충격에 휩싸인 야권은 2008년 4·9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합당에 나섰습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합쳐 통합민주당(대표 손학규)이 만들어졌습니다.

4·9 선거는 의석이 가장 많은 통합민주당이 기호 1, 두번째로 많은 한나라당이 기호 2번이었습니다. 그러나 선거 결과 통합민주당은 겨우 81석으로 주저앉았습니다. 참패였습니다.

반면에 '돌아온 여당' 한나라당은 지역구 131, 비례대표 22석으로 무려 153석을 차지했습니다. 기억이 나시죠? 당시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도 마치 선거에서 것처럼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이유는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의 성공 때문이었습니다. 친박연대(대표 서청원) 지역구 6, 비례대표 8석으로 모두 14석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무소속 당선자 25 가운데 12명이 친박무소속연대였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당시 친박무소속연대의 중심인물이었습니다.

<2008년 선거 결과>

한나라당 153(지역 131+비례대표 22)

통합민주당 81(66+15)

민주노동당 5(2+3)

자유선진당 18(14+4)

친박연대 14(6+8)

창조한국당 3(1+2)

무소속 25(친박무소속연대 12)

숫자로만 얘기하니까 감이 떨어지지요? 당시 서울의 지역구는 48개였습니다. 한나라당이 40, 통합민주당이 7, 창조한국당이 1개를 차지했습니다. 통합민주당 당선자는 추미애 최규식 이미경 박영선 전병헌 김희철 김성순 7명뿐이었습니다. 손학규 김덕규 김근태 유인태 신기남 정동영 거물들이 모두 나가 떨어졌습니다. 서울의 48 선거구 1·2 득표자 명단과 득표수, 득표율을 찬찬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서울 선거구별 1·2위 득표수 및 득표율>

종로구 손학규() 31,530(44.76) 박진() 34,113(48.43)

중구 정범구() 14,146(27.60) 나경원() 23,609(46.07)

용산구 성장현() 24,077(29.39) 진영() 47,533(58.03)

성동갑 최재천() 28,794(44.17) 진수희() 33,455(51.32)

성동을 임종석() 26,718(46.67) 김동성() 29,533(51.58)

광진갑 임동순() 22,123(35.77) 권택기() 33,255(53.77)

광진을 추미애() 34,854(51.29) 박명환() 24,914(36.66)

동대문갑 김희선() 24,014(32.86) 장광근() 39,127(53.54)

동대문을 민병두() 27,187(41.07) 홍준표() 37,618(56.83)

중랑갑 유정현() 27,419(40.51) 이상수() 21,101(31.17)

중랑을 김덕규() 27,870(35.56) 진성호() 30,983(39.54)

성북갑 손봉숙() 30,736(36.80) 정태근() 46,260(55.39)

성북을 김효재() 38,322(47.25) 신계륜() 23,577(29.07)

강북갑 오영식() 25,378(44.61) 정양석() 27,429(48.21)

강북을 최규식() 26,391(43.50) 이수희() 22,949(37.83)

도봉갑 김근태() 31,335(46.16) 신지호() 32,613(48.04)

도봉을 유인태() 32,777(45.94) 김선동() 37,228(52.18)

노원갑 정봉주() 26,251(37.62) 현경병() 29,010(41.58)

노원을 우원식() 38,104(44.09) 권영진() 43,150(49.93)

노원병 홍정욱() 34,554(43.10) 노회찬() 32,111(40.05)

은평갑 이미경() 33,638(45.82) 안병용() 26,993(36.77)

은평을 이재오() 38,164(40.81) 문국현() 48,656(52.02)

서대문갑 우상호() 28,185(43.49) 이성헌() 33,463(51.64)

서대문을 김영호() 20,056(32.08) 정두언() 36,931(59.07)

마포갑 노웅래() 28,523(45.38) 강승규() 30,203(48.05)

마포을 정청래() 30,050(37.88) 강용석() 36,447(45.94)

양천갑 이제학() 25,654(26.82) 원희룡() 49,847(52.11)

양천을 김낙순() 35,606(47.17) 김용태() 38,092(50.47)

강서갑 신기남() 41,833(41.28) 구상찬() 50,244(49.58)

강서을 노현송() 35,918(37.40) 김성태() 45,284(47.15)

구로갑 이인영() 38,878(45.40) 이범래() 39,804(46.48)

구로을 박영선() 34,783(47.30) 고경화() 29,542(40.18)

금천구 이목희() 37,378(43.55) 안형환() 37,720(43.95)

영등포갑 김영주() 34,163(42.52) 전여옥() 35,151(43.75)

영등포을 이경숙() 26,603(39.73) 권영세() 38,537(57.56)

동작갑 전병헌() 38,014(44.86) 권기균() 36,891(43.54)

동작을 정동영() 36,251(41.50) 정몽준() 47,521(54.41)

관악갑 유기홍() 45,368(44.03) 김성식() 48,133(46.72)

관악을 김희철() 43,235(46.50) 김철수() 38,618(41.53)

서초갑 박찬선() 14,796(22.80) 이혜훈() 48,682(75.01)

서초을 고승덕() 48,224(60.26) 조남호() 15,670(19.58)

강남갑 김성욱() 17,251(18.34) 이종구() 61,047(64.90)

강남을 최영록() 17,231(18.71) 공성진() 57,721(62.69)

송파갑 정직() 23,006(35.77) 박영아() 39,626(61.61)

송파을 장복심() 22,421(35.55) 유일호() 39,089(61.98)

송파병 김성순() 40,623(46.96) 이계경() 38,397(44.39)

강동갑 송기정() 23,854(28.82) 김충환() 49,437(59.73)

강동을 심재권() 30,147(39.44) 윤석용() 41,652(54.50)

2008 4·9 야당 참패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2007 대통령 선거 결과에 좌절한 야권 지지층이 대거 투표를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2008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역대 최저인 46.1%였습니다.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 하락세>

12/1985 2.12/84.6%

13/1988 4.26/75.8%

14/1992 3.24/71.9%

15/1996 4.11/63.9%

16/2000 4.13/57.2%

17/2004 4.15/60.6%

18/2008 4.9/46.1%

19/2012 4.11/54.2%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당 창당 계획을 발표한 뒤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의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자 이제 2016년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신당창당으로 야당 지지층이 외연을 확장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철수 신당에는 지금 호남 출신 탈당자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습니다.

안철수 신당에 호남 출신 탈당자들 대거 몰려
야권의 외연확장보다 야권 분열 마이너스 효과
유권자들 정치환멸 확산땐 투표율 하락 못막아

좀더 두고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이대로 가면 안철수 신당의 출현이 '야권 전체의 외연 확장'이라는 플러스 효과보다는 '야권 분열'이라는 마이너스 효과가 훨씬 더 클 것 같습니다.

여기에 야권 분열로 인한 유권자들의 환멸감이 확산되면 투표율이 2008년처럼 뚝 떨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새누리당에는 친박세력과 과거 자유선진당 세력이 모두 들어와 있습니다. 2008년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서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친박무소속연대를 합치면 '153+18+14+12=197'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간단한 산수입니다. 내년 선거 결과 새누리당 200석은 새누리당의 희망사항이 아니라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새누리당이 180석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김무성 대표의 공언대로 국회선진화법은 무력화됩니다.

대통령이 지시하는대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행정부 독주', '제2의 유신' 시대가 도래하게 됩니다.

새누리당 안에 대통령에 반기를 드는 세력이 형성될 있을까요? 지금 분위기로는 불가능할 같습니다. 국회에서 대통령의 독주를 저지할 있는 수단을 잃어버린 야당은 장외로 나서 전면투쟁을 벌일 것입니다.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이 200석을 차지하면 어떻게 될까요? 힘이 생기면 써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정치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개헌을 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면 실제로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야당 국회의원들 중에도 내각책임제나 분권형 대통령제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개헌이 과연 될까요?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변수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까지 개헌을 하더라도 권력구조는 미국처럼 4 중임 대통령제여야 한다고 여러차례 밝혔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이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이름으로 권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회로 이동시키려 경우 극구 반대할 이유가 있을까요? 최근 청와대가 실무적으로 개헌 가능성과 타당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여권 사람들의 증언입니다.

20 국회에서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세력, 그리고 야당 일부 의원들이 동조할 경우 실제로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봐야 같습니다.

새누리 180석 이상 얻을땐 국회선진화법 무력화

행정부 독주와 이에 맞선 야당 장외투쟁 예상

개헌으로 분권형 대통령제 가면 보수 영구집권

그러나 개헌은 국민투표를 거쳐야 이뤄집니다. 따라서 두 가지 변수가 더 있습니다.

첫째, 국민들이 갖고 있는 정치혐오증입니다.

한국사회 기득권 세력이 퍼뜨린 반정치주의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국회에 대해 극도의 불신을 갖고 있습니다. 국회가 지금보다 많은 권력을 갖는 것을 국민들이 찬성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둘째, 경제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하는 것으로 보면 장기불황을 피하기 힘들 같습니다. 경제가 곤두박질을 치는데 과연 권력구조 개편을 있을까요?

어쨌든 분권형 대통령제로 권력구조가 바뀌면 우리나라 정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현재의 정치지형을 살펴보면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권이 이길 가능성은 없습니다. 여권은 어떤 경우에도 분열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일본처럼 보수 기득권 세력의 영구집권 시스템이 들어서는 것입니다.

끔찍하지요?

 

한겨레신문

등록 :2015-12-27 10:51수정 :2015-12-27 10:52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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