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일대로 꼬인 공영방송 문제, 정치로 푼다

여소야대 국회, KBS·MBC 지배구조 개선 손 댄다… 해직 언론인 구제 특별법도 논의될까

 

지난 4·13 총선 결과 '여소야대' 지형이 형성되면서 그동안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일 때 난제로 여겨졌던 미디어 관련 쟁점 법안들이 제20대 국회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과 제작 자율성 확보는 지난 대선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했던 공약임에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몇 차례의 개정안 발의가 있었지만 19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계류돼 왔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KBS 이사 정원을 기존 11명에서 15명으로 늘리면서 국회 여야 교섭단체가 각각 6명씩 추천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노동조합 등 사내 구성원의 추천을 받아 3명을 추천하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선 KBS 이사의 자격요건 중 전문성과 대표성을 구체화하고 당원 경력 및 대통령 후보 자문이나 인수위 경험자를 배제하도록 결격사유도 강화했다. 

 

이와 함께 최 의원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 정원을 기존 9명에서 11명으로 증원하고 국회 여야 교섭단체가 이들을 각각 4명씩, MBC 노조 등 사내구성원이 이사 3명을 추천하도록 하는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도 내놨다. 현재 KBS 이사회는 여야 7대 4, 방문진 이사회는 여야 6대 3 구성이다. 

 

최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현 정부의 방송장악으로 방송의 독립성과 저널리즘 기능이 크게 훼손되고 방송이 정권의 홍보 도구화했다"며 "정권의 비호를 받는 낙하산 경영진이 방송을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하고 남용하는 현상이 지속됐고, 이에 대한 언론인들과 시민들의 저항이 분출했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현행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은 방송의 독립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나 명문화된 규정에 불과하다"며 "이에 방송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 등 임원 임명에 대한 규정을 개정하는 한편, 편성위원회의 구성·운영 방식을 법률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MBC 녹취록' 청문회 열릴 듯

 

그러나 두 법안 모두 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공전을 거듭해 왔다. 지난해 11월18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 야당 측 간사인 우상호 의원은 "우리가 야당에 유리한 방송을 만들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정부 여당의 주도권은 늘 있는 건데, 최소한 지금보다는 더욱더 제도적으로 공정성이 보장되는 제도 한두 개만 도입해 준다면 오히려 이제는 정치권력으로부터 아예 공적재원 심의를 분리해 주겠다는데 이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박민식(새누리당) 소위원장은 "야당 위원들이 주장하는 지배구조 문제와 편성위원회 문제를 수신료 현실화의 선행조건으로 하는 논리적인 인과관계에 대해 상당히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법안심사소위에서 계속 심사하도록 하겠다"고 심의를 종결했다.

 

지난 2012년 10월30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모두 이번 총선 공약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확보,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 등 공영방송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더민주는 언론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확보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해직 등 징계 언론인의 명예회복과 최근 'MBC 녹취록' 파문과 같은 언론 탄압 관련 진상규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공정한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공영방송의 자율성이 위축되고 언론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어 공영방송 사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사장 후보 이사회에 추천 △대통령 선거 등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자는 후보 추천 금지 △사장 선임 시 이사회의 의결방식에 특별다수제 도입(이사진 3분의 2 이상의 찬성) △'보도국장 임명동의제' 도입 등을 약속했다. 

 

정의당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보장과 공정보도 확립 방안으로 "이사 선임에 있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정치권의 분할 독식을 방지하고 시청자와 국민, 전문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것"이라며 "이사회는 사장 등 임원 선임 시 특별의결정족수제를 도입해 이른바 '낙하산' 임명을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또 "정치권력과 자본권력 등 내·외부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취재 및 제작 자율성 보장을 위해 방송법상 노사 동수가 참여하는 편성위원회 구성 및 운영을 의무화해, 위반 시 엄중히 제재하고 인허가에 대폭 반영하겠다"고 공약했다.

 

종편 편법적 특혜 폐지, 방통심의위 정권편향 심의 개선될까

 

파업에 참가한 기자와 PD를 '직접적인 증거'도 없이 해고했다는 MBC '백종문 녹취록' 사건과 법원의 해고무효 판결 후에도 아직 복직하지 못하고 있는 해직 언론인 문제 등도 차기 국회에선 전향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국회 상임위가 청문회를 실시해 당사자와 관계자, 참고인을 출석시켜 진상을 규명하고 청문회 결과를 바탕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법·제도를 개선하겠다"며 "공정보도를 주장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표적 해고된 언론인들과 부당전보 피해자들의 원상회복과 피해보상을 위해 '언론탄압 피해언론인 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6월9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공영방송 사수 및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총파업 중간보고 공동총회'에서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언론개혁시민연대 출신으로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추혜선 정의당 언론개혁단장은 "백종문 녹취록과 해직 언론인 복직 문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20대 국회가 풀어야 할 사안이 많다"며 "향후 상임위가 구성되면 이 가운데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를 설정하고 논의할 텐데 지금부터 야권이 소통 라인을 구성하고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민주와 정의당은 또 현재의 종편 규제를 지상파와 동일한 수준으로 정상화하자고 주장했다. 더민주는 지상파 및 보도전문·종합편성채널의 소유 지분 및 1인 소유 지분 한도를 축소해 자본권력으로부터 방송 독립과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에 따른 종합편성채널 규제 정상화를 약속했다. 

 

정의당은 "종편에 의한 여론장악이 심각하나 각종 특혜와 봐주기를 통해 재허가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경쟁 구도인 지상파 및 기타 PP(채널 사업자)에 비해 편법적인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여론 독과점 방지를 위해 종편 관련 재허가 요건(미디어렙 포함)을 강화하고 의무전송 특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렙의 경우 지난해 MBN 영업일지 파문으로 불거진 1사 1렙에서 사실상의 직접영업을 규제하기 위해 보도전문채널까지 포함해 공·민영 미디어렙 체제가 재정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새누리당 법안 처리 지연, 본회의 상정 방해는 관건 

 

아울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정치심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20대 국회 출범 이후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관련 개정안 추진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민주와 정의당 모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구성 개편과 심의 방식에 대한 개선을 공약했고, 정의당은 명목상 '민간독립기구'인 방통심의위의 완전한 독립성 확보와 함께 제작·편성 자율성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 기구에 의한 검열을 종국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9명의 방통심의위 위원 구성도 대통령 추천 3명을 포함해 여야 6대 3 선임으로 정권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19대 국회 미방위에 소속된 20여 명의 의원 중 연임에 성공한 의원 수는 9명에 그쳤고 새누리당 의원은 3명만 살아남았다. 반면 미방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우상호 더민주 의원등 야당 의원 4명은 연임에 성공해 이들이 20대 국회에서도 미방위에서 활동할 경우 야당의 정책 추진력은 더 커질 수 있다. 

 

게다가 더민주에선 박영선·신경민·박광온·노웅래 의원 등 기존 MBC 출신 현역 의원들이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고, MBC 기자 출신의 김성수·최명길 당선자와 방문진 야당 이사였던 권미혁 당선자를 배출하게 됐다는 점도 논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다. 이중 김성수·최명길·추혜선 당선자가 미방위를 상임위로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이 미방위 다수가 된다고 해도 쟁점 법안 처리를 야당의 뜻대로 모두 밀어붙일 수 있는 건 아니다. 상임위를 통과하더라도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본회의 상정조차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방위 구성에서도 야당 쪽은 전문성과 경력을 가진 의원들이 많지만 새누리당은 관련 경험을 가진 의원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쟁점 법안에 대한 협의 기간 자체가 길어질 수 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설령 야당 공통 공약이라 하더라도 새누리당이 공약을 안 냈다는 것은 야당이 낸 공약에 반대하거나 적극 추진할 의사가 없다는 뜻이어서 이를 고려하면 처리가 힘들거나 지연될 수도 있다"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같은 경우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진 개편 시기가 대선 이후까지 갈 수 있으므로 새누리당이 충분히 지연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디어오늘

2016년 04월 23일 토요일

강성원·김도연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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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다수의 의지가 정의롭고 옳다는 말은 정당할까?

과연 민심이 하늘의 뜻, 말하자면 의(義)롭고 순리(順理)적인 것일까?

민심은 항상 선(善)하고 옳은 것일까?

 

대중은 앵무새와 선동에 의해 길들여진다.

 

파울 괴벨스 ( Paul Joseph Goebbels )

 

대중의 관심과 의지를 조종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는 고대사회부터 중국이나 로마, 이집트 등 절대 왕정이 시대를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존재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지능적이고 대담하게 진화했다.

현대의 민심의 조작과 선동에 있어서는 '일반 대중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원시적이다. 지식인들이 반대해도 무시하고 모든 문제를 단순하게 축소시키고 단순한 언어와 이미지로 끊임없이 반복하면 여론을 움직일 수 있다'는 나치 독일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트럼프의 교훈

 

이미지출처 : 한국일보

 

미국 공화당의 경선 후보 '트럼프의 돌풍'이 화제다. 트럼프는 선거전략 면에서도 주목할만 하지만 그의 공약이나 정치적 구호를 관찰해 보면 바로 '앵무새와 선동'이 얼마나 '민심'을 바꿀 수 있는지가 드러난다. 우리에게는 결코 낯설지 않은 '내가 한다니깐요'와 '남 탓'으로 일으키는 돌풍이다.

인간은 쉬운 것, 편한 것, 단 것에 무장해제되고 만다.

쉬운 것, 편한 것, 단 것을 좋아하며 자위(自慰 스스로 위안을 삼음)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내가 다 해 줄께"와 "테러 때문에, 외국인 때문에, 반대파 때문에, 진실하지 못한 자들 때문에"가 "같이 노력하자"와 "현실을 직시하고 각성하자" 보다 더 큰 지지와 열광을 이끌어 내는 민심 조작과 선동의 마술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관련 글 ▶한국일보)

 

현대사회의 민심은 언론이 만든다.

 

 

현대인은 대부분의 사회정보를 언론을 통해 얻는다. 그만큼 언론이 현대인의 판단기준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언론이, 그것도 담합의 형태로, 알릴 것에 침묵하고 사실을 왜곡하고 결론을 일정한 방향으로 몰고 간다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원시적인' 일반 대중의 의지는 속절없이 조작되고 선동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언론이라는 '권위'와 선동이라는 '달콤함'의 옷을 입고 '자위'하며 스스로의 의지가 발가벗겨진 채로 환호하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로 민심을 알 수 있는가

 

 

선거철이 되면서 거의 매일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진다. 이른바 '민심'을 조사했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종종 목도된다. 서로 다른 조사기관에서 실시한 같은 타이틀의 여론조사 결과가 차이가 나거나 심지어는 아예 상반되는 결과까지 나오는 경우다.

같은 주제에 대한 '민심'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단순하고 명료한 것이었다.

(관련 글 ▶여론 조작 저널리즘 ▶뉴스1 '여론조작 조사')

 

질문에 따라서 답이 달라진다.

설문조사는 통상 '객관식', 말하자면 질문에 대해 맞거나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예문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 함정이 있는 것이다.

 

천심이 떠난 민심

 

더 이상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시대, '원시적인 일반대중'의 시대다.

달콤함과 편안함을 탐닉하며 의지를 발가벗은 원시인들에게 '의지'란 불편하고 힘들고 쓴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지 오웰의 통찰은 현실이었다.

순천응인(順天應人)을 역설한 맹자가 울고 오웰은 웃는 천심배반(天心背反)의 시대다.

맹자(孟子)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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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앵커 침몰설, 특종인가 음모인가

김지영 감독의 주장 확산... 언론 검증은 어디에?

세월호 침몰 의혹에 대한 '마지막 퍼즐'을 맞추었다는 한 팟캐스트 방송 이후 인터넷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내용은 언론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제대로 검증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15일 금요일 밤 9시, <한겨레 TV>에서 방영하는 시사탐사쇼 '김어준의 파파이스 81회'가 인터넷에 공개됐다. 이 방송에 정기 출연하는 김지영 다큐멘터리 감독은 지난 1년 반 동안 세월호 참사 원인을 밝히기 위한 탐사취재를 진행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해수부가 공개한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항적 조작설, 세월호의 지그재그 항해, 앵커(닻) 미스터리(세월호 사진과 영상에서 앵커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현상), 선원이 탈출할 때 갖고 나온 의문의 물체 등에 관한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방송은 이제껏 파헤친 의혹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는 자리였다.

 

'마지막 퍼즐' 맞춰지나?

 세월호의 항적을 살펴볼 수 있는 세 개의 항적 기록. 김지영 감독이 조작된 것이라 확신하는 정부(해수부) 기록, '지그재그' 운항 과정을 담고 있는 해군 기록, 그리고 둘라에이스호 선장의 좌표 기록. ⓒ <파파이스> 캡처 관련사진보기

 

결론의 초점은 '사고 당시 세월호의 진짜 항적은 무엇인가'다.

침몰 원인을 밝힐 기초 자료인 항적기록은 '해수부 AIS 기록', '해군 레이더 기록', 그리고 사고 당시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던 '둘라에이스호의 레이더 기록'이 있는데 셋이 모두 다르다. 이중에서 김 감독은 둘라에이스호의 기록을 가장 신뢰할 만한 것으로 본다. 둘라에이스호 문예식 선장이 직접 현장을 보면서 해도에 좌표를 기록했고, 정부 기록의 잘못된 선수 방향을 증명하는 실제 촬영 영상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군 레이더 기록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전문가들과 각종 AIS와 레이더 영상을 분석한 끝에 "세월호가 급변침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좌우로 방향을 바꿨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해군의 기록은 (둘라에이스호와 항적의 좌표는 다르지만) 세월호가 '지그재그'로 항해한 흔적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단서를 토대로 김 감독은 하나의 실험을 벌인다. '항해 과정(지그재그)'에 신빙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해군 레이더 기록과 '항해 좌표(위치)'에 신빙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둘라에이스호 기록을 통합하기로 한 것이다. 해군의 항적을 문 선장의 좌표 쪽으로 옮겨보았다.

그러자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세월호가 정부와 해군이 밝힌 항적과 달리 인근 섬인 병풍도에 바짝 붙어 운항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화물기사 생존자 최은수씨가 "세월호가 섬을 받아버리는 줄 알았다"고 증언한 것과 같다. 더 놀라운 내용도 있다. 이 '새 항적'을 해당 위치의 해저 지형도 위에 얹어보면, 세월호가 급격히 방향을 트는 이상 움직임(지그재그)을 보인 장소와 바다 밑 산이 솟아있는 장소(수심이 낮은 곳)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해군 항적을 둘라에이스호 좌표로 옮긴 '새 항적'을 해저 지형도 위에 얹어보면, 세월호가 급격히 각도를 튼 장소와 바다 밑 산 지역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처럼 보인다. ⓒ <파파이스> 캡처 관련사진보기

 

김 감독은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해서 충격적인 가설을 제시한다.

'세월호가 앵커를 내린 채 병풍도 가까이서 운항했고, 앵커가 해산에 닿을 때마다 이상 움직임을 보였으며, 이 과정에서 결국 급변침이 일어나 침몰했다'는 것. 이른바 '앵커 침몰설'이다. 그는 또 사고 당시 해경과 선원이 조타실에서 들고 나온 미상의 물체는 음향을 이용해 해심을 측정하는 '에코사운더' 기록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기록지가 '앵커를 내릴 때' 사용하는 물건이므로, 앵커 침몰설을 정황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김 감독의 가설이 사실이라면, '도대체 왜 세월호가 앵커를 내리고 운항했는가?'라는 의문과 함께 '고의 침몰설'까지 제기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 사건의 폭발력을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현재 세월호 앵커는 선체에서 제거된 상태이며, 해수부는 인양 때문에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논란을 둘러싼 두 반응, '흥분'과 '침묵'

 

김지영 감독의 주장은 예상되는 파장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만큼, 제3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 그가 여러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장기 취재를 벌인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이 선호하는 정보만 취사 선택하는 '확증 편향'에 빠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내용이 방송된 이후 한국 언론이 보인 반응을 보면, 그의 분석이 사실인지 아닌지 제대로 검증할 기회가 마련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방송 이후 인터넷은 대중의 관심으로 들끓었다. 유튜브에 올린 <파파이스> 81회는 지난 20여 일 동안 조회 수 68만을 넘겼고, 댓글도 1500개가 넘게 달렸다(평소 조회 수가 20만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3배 이상 올라간 셈이다). 방송 직후 네이버에 게재된 <한겨레> 기사 '세월호, 병풍도에 바짝 붙어 운항한 이유는?' 역시 댓글이 2200여 개나 달린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 소셜 미디어, 블로그 등에서도 앵커 침몰설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며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김 감독을 옹호하는 측은 가장 '합리적인 추론'이라는 주장을, 비판하는 측은 '황당한 소설'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양상이다. 특히 그의 가설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앵커를 단시간에 내렸다 올리기는 불가능하지 않나', '앵커로 배를 침몰시키는 게 가능한가', '항적도가 단순 오류일 가능성은 없나"와 같은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반응은 기이할 정도로 조용하다. 김 감독의 주장을 소개하거나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방송 이후 하루 이틀 동안 "정부가 세월호 희생자 6명에게 28억 6천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수십 개 쏟아졌을 뿐이다. 이른바 '제도권 언론'에서 김 감독의 주장을 다룬 곳은 <한겨레>와 <미디어오늘>밖에 없다. 의혹에 대한 정부 입장 역시 <미디어오늘>이 전한 합동참모본부의 "해군 레이더 항적은 정확하다"는 짤막한 반론이 전부다.

 네이버에서 제목에 '세월호'를 포함한 기사를 시간순으로 검색한 결과 화면. 김지영 감독의 주장을 소개한 <한겨레> 기사 이후로 정부가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 곽영신 관련사진보기

 

간간이 개인들의 반론만 눈에 띈다. <세월호를 기록하다>를 쓴 오준호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앵커가 배를 붙잡는 힘인 파주력이 닻줄 길이에 비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닻줄 길이는 300미터보다 훨씬 길어야 했을 것"이라며 "김지영 감독이 말하는 것처럼 해저 지형도에 맞춰 배가 걸린다는 건 이상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뉴스타파> 최기훈 기자 역시 페이스북에서 "세월호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는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면서도 "이번 파파이스를 보고 든 생각은 자신들이 세운 가설에 부합하는 사실만 취합해서 논리를 만들었다는 것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지고 더군다나 가정이나 추론을 은근슬쩍 사실인양 끼워 넣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쏟아지는 관심, 보도 안 하나 못 하나

 

한국 언론은 이처럼 대중의 관심이 쏟아지는 의혹 제기에 대해 왜 이렇게 침묵하고 있는 걸까?

우선 보수언론의 경우에는 정권에 부담이 되는 세월호 보도에 대해 한결같이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온 것을 지적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표한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 관련 신문방송 보도 모니터 보고서'를 봐도, 청문회가 진행된 3일간 <한겨레>, <경향>, <JTBC> 정도만 청문회 내용과 해경의 위증, 희생자 가족의 분노 등에 대해 보도했을 뿐 조중동과 지상파 3사, <TV조선>, <채널A> 등은 세월호 의인 김동수 씨의 자해 사건만을 부각하거나 침묵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벌어진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는 보수언론이 가설이 섞인 의혹을 다루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선박이 앵커를 내리고 있는 모습 ⓒ <파파이스> 캡처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다른 언론은 어떨까?

한 미디어전문지 기자는 "기자들이 '확실한 한 방'이라고 여길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적극적으로 취재에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대형 참사의 경우 워낙 진상 규명이 힘든데다 언론 환경도 장기간 관심을 이어가며 취재 시간을 투입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전했다. 한 일간지 기자 역시 "각 출입처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출입처 외 다른 사안은 신경쓰기 힘들다"며 "매일 기사를 쏟아내야 하는 기자들이 한 가지 사안에만 깊이 몰두하기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 부처에 출입한 다른 일간지 기자는 "우선 '고의 침몰'이라는 주장에 명분이 마땅치 않아 해당 사안을 파고들 가치를 판단할 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면서 "김 감독이 다루는 내용이 전문적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결론에 동의하기 위해선 문제를 파고든 과정이나 설명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현실적으로 김 감독이 쏟은 시간만큼 취재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오늘날 한국의 기성 언론은 잘 드러나지 않는 실체적 진실을 끈질기게 파고드는 탐사보도를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KBS 지종익 기자는 <탐사보도와 저널리즘>에서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 등 탐사보도 언론인을 인터뷰 한 후, 기성 언론이 '이윤 동기', '정파성', '정치권력과의 파트너십', '출입처 관행', '한정된 인력', '재정 문제' 등으로 장기적인 탐사보도를 수행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 언론에서 김지영 감독처럼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에 대해 오랫동안 파고드는 언론인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한겨레21> 정은주 기자 정도가 사고 이후 정부의 조작과 은폐, 구조 지휘 실패 등을 지속적으로 탐사보도해 온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김 감독 역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이끈 '프로젝트 부'를 통해 충분한 자금과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랜 탐사취재가 가능했다. 구조적으로 이런 취재를 하기 어려운 기성 언론이 세월호 참사 원인을 장기간 추적하면서 김 감독의 주장을 제대로 뒷받침하거나 반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시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김지영 감독은 방송에서 "이제까지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텐션>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올 가을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추가로 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다양한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나름대로의 추가 검증을 통해 더 탄탄한 설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만 하다.

한 '외로운' 다큐멘터리 감독의 유례없는 장기 탐사취재는 '희대의 특종'으로 기억될까, '고약한 음모론'으로 남게 될까? 김 감독의 가설이 옳으면 옳은 대로 그르면 그른 대로, 그 내용을 면밀히 검증하거나 검증되도록 도와야 할 책무는 상당수 언론에 있다. 그러나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언론이 그 책임을 미루면서 그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가늠할 기회는 자꾸 늦어지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세월호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고립된 채 외면당하고 있거나, 엉성한 모양으로 완성을 기다리고 있거나, 거짓으로 둔갑해 날개치고 있다. 모든 시민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오마이뉴스

16.02.04 11:10

최종 업데이트 16.02.04 11:58l

글: 곽영신(sampong6)

편집: 이준호(junolee)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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