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앵커 침몰설, 특종인가 음모인가

김지영 감독의 주장 확산... 언론 검증은 어디에?

세월호 침몰 의혹에 대한 '마지막 퍼즐'을 맞추었다는 한 팟캐스트 방송 이후 인터넷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내용은 언론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제대로 검증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15일 금요일 밤 9시, <한겨레 TV>에서 방영하는 시사탐사쇼 '김어준의 파파이스 81회'가 인터넷에 공개됐다. 이 방송에 정기 출연하는 김지영 다큐멘터리 감독은 지난 1년 반 동안 세월호 참사 원인을 밝히기 위한 탐사취재를 진행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해수부가 공개한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항적 조작설, 세월호의 지그재그 항해, 앵커(닻) 미스터리(세월호 사진과 영상에서 앵커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현상), 선원이 탈출할 때 갖고 나온 의문의 물체 등에 관한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방송은 이제껏 파헤친 의혹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는 자리였다.

 

'마지막 퍼즐' 맞춰지나?

 세월호의 항적을 살펴볼 수 있는 세 개의 항적 기록. 김지영 감독이 조작된 것이라 확신하는 정부(해수부) 기록, '지그재그' 운항 과정을 담고 있는 해군 기록, 그리고 둘라에이스호 선장의 좌표 기록. ⓒ <파파이스> 캡처 관련사진보기

 

결론의 초점은 '사고 당시 세월호의 진짜 항적은 무엇인가'다.

침몰 원인을 밝힐 기초 자료인 항적기록은 '해수부 AIS 기록', '해군 레이더 기록', 그리고 사고 당시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던 '둘라에이스호의 레이더 기록'이 있는데 셋이 모두 다르다. 이중에서 김 감독은 둘라에이스호의 기록을 가장 신뢰할 만한 것으로 본다. 둘라에이스호 문예식 선장이 직접 현장을 보면서 해도에 좌표를 기록했고, 정부 기록의 잘못된 선수 방향을 증명하는 실제 촬영 영상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군 레이더 기록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전문가들과 각종 AIS와 레이더 영상을 분석한 끝에 "세월호가 급변침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좌우로 방향을 바꿨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해군의 기록은 (둘라에이스호와 항적의 좌표는 다르지만) 세월호가 '지그재그'로 항해한 흔적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단서를 토대로 김 감독은 하나의 실험을 벌인다. '항해 과정(지그재그)'에 신빙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해군 레이더 기록과 '항해 좌표(위치)'에 신빙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둘라에이스호 기록을 통합하기로 한 것이다. 해군의 항적을 문 선장의 좌표 쪽으로 옮겨보았다.

그러자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세월호가 정부와 해군이 밝힌 항적과 달리 인근 섬인 병풍도에 바짝 붙어 운항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화물기사 생존자 최은수씨가 "세월호가 섬을 받아버리는 줄 알았다"고 증언한 것과 같다. 더 놀라운 내용도 있다. 이 '새 항적'을 해당 위치의 해저 지형도 위에 얹어보면, 세월호가 급격히 방향을 트는 이상 움직임(지그재그)을 보인 장소와 바다 밑 산이 솟아있는 장소(수심이 낮은 곳)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해군 항적을 둘라에이스호 좌표로 옮긴 '새 항적'을 해저 지형도 위에 얹어보면, 세월호가 급격히 각도를 튼 장소와 바다 밑 산 지역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처럼 보인다. ⓒ <파파이스> 캡처 관련사진보기

 

김 감독은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해서 충격적인 가설을 제시한다.

'세월호가 앵커를 내린 채 병풍도 가까이서 운항했고, 앵커가 해산에 닿을 때마다 이상 움직임을 보였으며, 이 과정에서 결국 급변침이 일어나 침몰했다'는 것. 이른바 '앵커 침몰설'이다. 그는 또 사고 당시 해경과 선원이 조타실에서 들고 나온 미상의 물체는 음향을 이용해 해심을 측정하는 '에코사운더' 기록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기록지가 '앵커를 내릴 때' 사용하는 물건이므로, 앵커 침몰설을 정황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김 감독의 가설이 사실이라면, '도대체 왜 세월호가 앵커를 내리고 운항했는가?'라는 의문과 함께 '고의 침몰설'까지 제기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 사건의 폭발력을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현재 세월호 앵커는 선체에서 제거된 상태이며, 해수부는 인양 때문에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논란을 둘러싼 두 반응, '흥분'과 '침묵'

 

김지영 감독의 주장은 예상되는 파장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만큼, 제3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 그가 여러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장기 취재를 벌인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이 선호하는 정보만 취사 선택하는 '확증 편향'에 빠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내용이 방송된 이후 한국 언론이 보인 반응을 보면, 그의 분석이 사실인지 아닌지 제대로 검증할 기회가 마련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방송 이후 인터넷은 대중의 관심으로 들끓었다. 유튜브에 올린 <파파이스> 81회는 지난 20여 일 동안 조회 수 68만을 넘겼고, 댓글도 1500개가 넘게 달렸다(평소 조회 수가 20만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3배 이상 올라간 셈이다). 방송 직후 네이버에 게재된 <한겨레> 기사 '세월호, 병풍도에 바짝 붙어 운항한 이유는?' 역시 댓글이 2200여 개나 달린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 소셜 미디어, 블로그 등에서도 앵커 침몰설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며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김 감독을 옹호하는 측은 가장 '합리적인 추론'이라는 주장을, 비판하는 측은 '황당한 소설'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양상이다. 특히 그의 가설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앵커를 단시간에 내렸다 올리기는 불가능하지 않나', '앵커로 배를 침몰시키는 게 가능한가', '항적도가 단순 오류일 가능성은 없나"와 같은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반응은 기이할 정도로 조용하다. 김 감독의 주장을 소개하거나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방송 이후 하루 이틀 동안 "정부가 세월호 희생자 6명에게 28억 6천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수십 개 쏟아졌을 뿐이다. 이른바 '제도권 언론'에서 김 감독의 주장을 다룬 곳은 <한겨레>와 <미디어오늘>밖에 없다. 의혹에 대한 정부 입장 역시 <미디어오늘>이 전한 합동참모본부의 "해군 레이더 항적은 정확하다"는 짤막한 반론이 전부다.

 네이버에서 제목에 '세월호'를 포함한 기사를 시간순으로 검색한 결과 화면. 김지영 감독의 주장을 소개한 <한겨레> 기사 이후로 정부가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 곽영신 관련사진보기

 

간간이 개인들의 반론만 눈에 띈다. <세월호를 기록하다>를 쓴 오준호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앵커가 배를 붙잡는 힘인 파주력이 닻줄 길이에 비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닻줄 길이는 300미터보다 훨씬 길어야 했을 것"이라며 "김지영 감독이 말하는 것처럼 해저 지형도에 맞춰 배가 걸린다는 건 이상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뉴스타파> 최기훈 기자 역시 페이스북에서 "세월호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는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면서도 "이번 파파이스를 보고 든 생각은 자신들이 세운 가설에 부합하는 사실만 취합해서 논리를 만들었다는 것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지고 더군다나 가정이나 추론을 은근슬쩍 사실인양 끼워 넣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쏟아지는 관심, 보도 안 하나 못 하나

 

한국 언론은 이처럼 대중의 관심이 쏟아지는 의혹 제기에 대해 왜 이렇게 침묵하고 있는 걸까?

우선 보수언론의 경우에는 정권에 부담이 되는 세월호 보도에 대해 한결같이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온 것을 지적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표한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 관련 신문방송 보도 모니터 보고서'를 봐도, 청문회가 진행된 3일간 <한겨레>, <경향>, <JTBC> 정도만 청문회 내용과 해경의 위증, 희생자 가족의 분노 등에 대해 보도했을 뿐 조중동과 지상파 3사, <TV조선>, <채널A> 등은 세월호 의인 김동수 씨의 자해 사건만을 부각하거나 침묵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벌어진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는 보수언론이 가설이 섞인 의혹을 다루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선박이 앵커를 내리고 있는 모습 ⓒ <파파이스> 캡처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다른 언론은 어떨까?

한 미디어전문지 기자는 "기자들이 '확실한 한 방'이라고 여길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적극적으로 취재에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대형 참사의 경우 워낙 진상 규명이 힘든데다 언론 환경도 장기간 관심을 이어가며 취재 시간을 투입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전했다. 한 일간지 기자 역시 "각 출입처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출입처 외 다른 사안은 신경쓰기 힘들다"며 "매일 기사를 쏟아내야 하는 기자들이 한 가지 사안에만 깊이 몰두하기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 부처에 출입한 다른 일간지 기자는 "우선 '고의 침몰'이라는 주장에 명분이 마땅치 않아 해당 사안을 파고들 가치를 판단할 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면서 "김 감독이 다루는 내용이 전문적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결론에 동의하기 위해선 문제를 파고든 과정이나 설명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현실적으로 김 감독이 쏟은 시간만큼 취재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오늘날 한국의 기성 언론은 잘 드러나지 않는 실체적 진실을 끈질기게 파고드는 탐사보도를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KBS 지종익 기자는 <탐사보도와 저널리즘>에서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 등 탐사보도 언론인을 인터뷰 한 후, 기성 언론이 '이윤 동기', '정파성', '정치권력과의 파트너십', '출입처 관행', '한정된 인력', '재정 문제' 등으로 장기적인 탐사보도를 수행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 언론에서 김지영 감독처럼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에 대해 오랫동안 파고드는 언론인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한겨레21> 정은주 기자 정도가 사고 이후 정부의 조작과 은폐, 구조 지휘 실패 등을 지속적으로 탐사보도해 온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김 감독 역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이끈 '프로젝트 부'를 통해 충분한 자금과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랜 탐사취재가 가능했다. 구조적으로 이런 취재를 하기 어려운 기성 언론이 세월호 참사 원인을 장기간 추적하면서 김 감독의 주장을 제대로 뒷받침하거나 반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시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김지영 감독은 방송에서 "이제까지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텐션>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올 가을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추가로 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다양한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나름대로의 추가 검증을 통해 더 탄탄한 설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만 하다.

한 '외로운' 다큐멘터리 감독의 유례없는 장기 탐사취재는 '희대의 특종'으로 기억될까, '고약한 음모론'으로 남게 될까? 김 감독의 가설이 옳으면 옳은 대로 그르면 그른 대로, 그 내용을 면밀히 검증하거나 검증되도록 도와야 할 책무는 상당수 언론에 있다. 그러나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언론이 그 책임을 미루면서 그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가늠할 기회는 자꾸 늦어지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세월호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고립된 채 외면당하고 있거나, 엉성한 모양으로 완성을 기다리고 있거나, 거짓으로 둔갑해 날개치고 있다. 모든 시민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오마이뉴스

16.02.04 11:10

최종 업데이트 16.02.04 11:58l

글: 곽영신(sampong6)

편집: 이준호(junolee)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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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조위 실패한다면, '중립성' 덫 때문"

이호중 세월호 특조위 비상임위원

 

제1차 세월호 청문회 이호중 위원 정리발언 영상

세월호 참사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사고 경위와 해경 등 정부의 구조활동은 참사 당시부터 계속 비난을 받았고 '음모론'에 휩싸여 있다.

세월호 진실,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명제를 넘어 생명권과도 직접 맞닿아 있는 이 진실은 무엇일까? 세월호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유가족과 시민사회의 거센 요구가 있었고 정부와 새누리당은 마지 못해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하고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신설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특별법 제정 직후 대통령령(시행령)을 제정하여 특조위의 권한과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피조사기관인 해수부 직원들까지 특조위에 강제 편입시킴으로써 특조위의 활동을 무력화 시키는 조치를 단행했다.

그런 와중에도 야당추천위원들로만 제1차 청문회가 개최되었고, 참사 당시 해경의 구조활동은 대부분 허위 아니면 조작이었다는 사실을 밝혀 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세월호 진실은 무엇일까?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세월호 운항궤적, 즉 항적도 조차도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을 '김어준의 파파이스'가 밝혀냈다.

과연 세월호 음모론은 루머에 불과한 것일까? 정부의 조치와 발표들 중 상당 부분이 왜 곡, 조작, 은폐되었다는 사실이 계속 밝혀지고 있으므로 음모론은 더 이상 루머가 아닌 것이다. 이 것이 국정원과 청와대에 대한 청문조사를 해야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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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한 달 뒤...내게도 재앙이 왔다"

'대체 세월호 특조위는 뭐하나' 싶었던 차였다. 지난해 12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개최한 사흘간의 청문회는 서서히 잊혀가던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를 마련했다. '별것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전망과 달리, 특조위는 적잖은 성과를 남겼다. (☞관련기사 : "세월호 청문회 다음 타깃은 청와대, 국정원")

참사 당시 구조 관계자들의 무책임한 태도는 청문회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과거 "잠수사 500명 투입" 발언에 대해 "잠수 세력이 아닌 동원 세력"이라며 말 바꾸기 한 장면은 이번 청문회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김 전 청장의 발언에 모두가 가슴을 치던 그 순간, 질의를 하던 이호중 특조위원은 "이런 사람이 해양경찰청 전 직원을 챙기는 청장 자리에 있었다는 게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부끄럽다"며 질책해 피해자 가족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 위원은 그 외에도, 꼼꼼하면서도 '사이다'처럼 속을 뻥 뚫는 시원스러운 질의로 여러 번 갈채를 받았다.(☞관련기사 : 전 해경청장, '잠수사 500명 투입' 거짓말 발각)

이 위원은 서강대 법학대학원 교수를 겸직하는 비상임위원이다. 한 발은 특조위에, 또 한 발은 바깥에 두고 있는, 말하자면 '중간자' 같은 위치에 있다. 내외부의 시선으로 특조위를 두루 바라보는 그에게, 특조위 '심폐소생술'을 위한 의견을 부탁했다. 다음은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연구실에서 만나 이 위원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세월호 특조위 비상임위원인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세월호 특조위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이호중 : 계속 인권 운동 쪽에 몸담고 있었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안전 문제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었다. 마침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안전을 강조했다. 그런데 정부가 말하는 안전이라는 건 대체로 치안 내지는 공안의 의미에서의 안전, 억압적인 국가 권력을 강화해나가는 안전 이데올로기였다. 안전이라는 것은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주제로 한 책을 쓰려고 준비했다. 그게 2014년 2~3월의 즈음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해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인권시민 단체 사이에 공동 기구를 만들어 대응하자는 움직임이 있어서 국민대책회의가 결성됐고, 거기서 같이 일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유가족들을 만나게 됐다. 아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 건 아니지만, 광화문 농성장을 함께 지키면서 같이 비닐 덮고 자기도 했다.

유가족 추천으로 들어가게 됐는데, 사실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기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다른 활동에 대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고, 해양 전문가도 아니고, 법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진상 조사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유가족분들이 나에게 기대한 게 있다면, 시민 사회 진영과 특조위 간 다리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받아들였다.

▲여당 특조위원들의 빈자리. ⓒ연합뉴스)

"여당 특조위원들, 방해하러 온 사람들 같았다"

프레시안 : 비상임위원이다. 주로 어떤 일을 하나.

이호중 : 비상임위원은 겸직이다 보니, 실제 특조위 업무는 상임위원 중심으로 돌아간다. 회의에서는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이 똑같은 권한을 갖고 진행된다. 회의 참여 외엔 큰 역할이 주어져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물론 회의가 아닌 때에도 여러 논의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인 일이다. 저 같은 경우, 좀 더 많은 일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지만 그게 어려운 구조다.

비상임위원에게 좀 더 많은 역할을 부여할 수도 있다. 굵직한 일들은 상임위원이 맡고, 세세한 부분은 비상임위원이 챙기면서 조사 과정에 더 깊숙이 개입할 수도 있다. 그건 위원회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다르다. 세월호 특조위 같은 경우는 비상임위원에게 역할을 주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여당 특조위원들 때문이다.

초반에, 여당 추천 비상임위원들이 "직접 사건 조사에 관여하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조사와 같은 정부 책임 문제와 관련 직접 개입하기 위한 의도가 보였다. 그럴 순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형평성을 맞추다 보니, 자연히 다른 비상임위원들에게도 역할과 권한이 줄어들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합의제 기구 구성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 세월호 특조위의 경우 과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등과 비교하면 근본적인 정치적 환경이 다르다. 박근혜 정권은 워낙 특별법부터 거부감을 갖고 있었고, 그렇다면 여당 추천 인사의 역할이란 뻔했다. 유가족 추천으로 들어간 내 역할마저 줄어든 것은 아쉽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프레시안 : 회의 분위기가 궁금하다. 여당 특조위원들의 태도는 어땠나.

이호중 : 여당 특조위원들도 말로는 "진상 규명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는 했다. 그런데 민감한 몇 개 쟁점에 대해서 보이는 반응만 놓고 보면, 거의 방해하러 온 것 같은 태도였다.

초반 예산 작업이 봄에 진행됐는데, 여당 특조위원들이 들고나온 논리는 "예산을 펑펑 쓰는 기관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기획재정부가 예산 절감 이야기를 하면 맞서서 예산의 필요성을 피력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예산 절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재부 공무원과 같은 행태를 보였다. 서서히 '특조위원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직원 구성 논의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행령 제정 작업 때, "인원을 처음에는 90명으로 맞추자"고 했다. 정부 시행령 안과 똑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청와대나 다른 정치적 사안과 결부되는 일부 쟁점에서는 아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뭔가 이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청와대나 다른 컨트롤타워가 있는 것 같았다. 해수부 문건 등이 공개되면서 느낌이 사실로 굳어졌다.

▲세월호 특조위 전원회의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팀장급 파견 공무원, 민간 조사관 통제"

프레시안 : 특조위원뿐 아니라 실무진 구성에서도 파견 공무원 문제로 논란이 있었다.

이호중 : 해양수산부나 해양경찰청 등에서 직원을 파견 받는 일이 시행령 작업 중에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최소한 참사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처에서는 파견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 부처 자체가 조사 대상이 되는 기관인데, 배제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정부가 돌아가는 시스템에 대해 정확히는 모른다. 해수부나 해경이 참사 당시 어떤 식으로 보고하고 업무를 했는지를 알려면, 파견 공무원 도움이 필요하긴 했다. 그래서 최소한의 인력을 받기로 한 거다. 그런데 그런 내부 논의가 무색하게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시행령을 내서 파견 공무원을 무더기로 보냈다.

저는 안전사회소위원회 소속인데, 우리 소위 안에서도 파견 직원이 있다. 해경의 재난 구조 시스템 과제를 담당하는 일을 하는데, 조금 우려된다. 해경의 재난 구조 시스템 문제를 제대로 성찰하려는 의지가 정말 있는 건지 의심스러운 대목이 있다. 다른 파견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민간 조사관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파견 공무원들의 행태는 과거 위원회 때와 비슷한 것 같다. <프레시안> 앞선 인터뷰에서도 언급한 대로다.(☞관련기사 : "'내부자들', 세월호 특위에 들어와 있다", "MB때 협조공문 보내면 '불가' 한 줄 답장") 적당히 시간 채우다가 돌아가겠다는 태도가 눈에 보인다.

프레시안 : 파견 공무원들과 실무적으로 손발을 맞추는 민간 조사관들의 경우 더욱 곤혹스러울 것 같다.

이호중 : 그렇다. 겉도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파견 공무원들을 배제하고 일을 할 수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민간 조사관이 팀장이나 과장급이면 상황이 좀 낫지만, 반대 경우는 업무 소통이 잘 안 된다. 팀장이나 과장급 직위의 파견 공무원들이 아래 조사관들을 통제한다. 안전사회소위 같은 경우 종합대책을 이야기하려면, 국민안전처에 대해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경계한다. 함께 일을 하기 힘든 구조다.

 

"안전 대책 만드는 데 정부 자문위원 위촉...보고서 걱정스럽다"

프레시안 : 조사 과정에서뿐 아니라, 향후 활동 기간이 끝난 뒤 보고서 작성 때도 문제가 될 수 있겠다.

이호중 : 세월호 특별법에 진상 규명뿐 아니라 안전사회 종합대책을 권고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권고지만, 이행 여부를 국회에 보고를 해야 한다. 굉장한 의미가 있는 기능이다. 권고 가운데 최상급에 해당한다. 이런 기능을 잘 활용하려면 우리 소위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안전 대책이라는 것은 기업들의 돈벌이를 위해 규제 완화를 하고 안전 감독 업무도 민영화시키는 시스템이다. 말로만 안전을 외칠 게 아니라, 실제 일상 생활, 작업장에서의 안전을 과연 담보할 수 있는가를 비판이 있어야 하고, 시민사회에서의 비판적 논의를 수렴해야 한다. 그게 특조위 역할이다.

그리고 나아가 제안해야 한다. 산업재해 관련 작업중지권 문제,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문제, 지역사회 알권리 문제 등등 할 이야기가 많다. 안전소위만 놓고 본다면, 향후 그런 내용을 종합보고서에 생명력 있게 담아내는 게 관건이다.

현재 안전사회과 직원 10명 정도다. 이 인력으로 안전 사회 대책을 다 만들기는 힘들다. 그래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전문위원으로 위촉해서 직원들과 협업하는 식의 전문위원 시스템을 만들었다. 민간 조사관들은 시민사회 쪽 전문가를 데려오는데, 파견 공무원들은 정부 자문위원들을 데리고 온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올 보고서가 어떤 수준일지 우려스럽다.

우리가 안전 대책을 제안하면, 정부와 한국경영자총연합회 같은 단체의 저항을 막고 싸워나가야 할 거다. 그런데 보고서를 쓸 때부터 이미 내부에서 내용을 손질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이걸 어떻게 막을지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특조위 '실패' 평가 받는다면, 이유는 '중립성' 덫"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특조위가 안팎으로 압박을 많이 받는 상황이다. 그러나 진상 규명, 안전 사회 대책 마련 등의 과제를 풀어가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호중 : 특조위 내에는 중립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덫'이 있다. 독립적인 행정기관으로서 중립을 지키고, 상임위원은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다. 그런데 중립성을 지킨다며 정부 의견도 반영하고 기업 의견도 반영한다면, 대책다운 대책이 만들어질 수 없다.

특별법을 만들고, 특조위를 만든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윤보다 생명'인 사회를 만들자는 것 아닌가.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찾기 위해선 대척점과의 싸움이 불가피하다. 진상규명소위는 진실을 은폐하려는 정치권력과의 싸움을, 안전사회소위는 자본과의 싸움을 이어나가야 한다.

정부 등 의견을 듣고 절충하면 당장은 비판을 모면할 수는 있다. 그러나 특별법을 만든 대의를 저버리게 된다. 정부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 꼴이 되는 셈이다. 이것은 특조위의 위상을 축소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특조위가 향후 실패했다는 역사적인 평을 받는다면, 가장 큰 원인은 중립성이라는 잘못된 테제에 갇혀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당 특조위원들이 사사건건 방해활동을 한다. 그래서 위원회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저는 이게 특조위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어차피 특조위는 정치적 합의체다. 여당 특조위원들의 꼭두각시 역할, 훼방은 '상수'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위원들은 우리 사회에 어떤 의제를 던져 특조위 권위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세월호 특조위 주최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는 김석균 전 해경청장. ⓒ프레시안(최형락)

"세월호 수입부터 출항, 청와대국정원 관련 청문회 추가 개최해야"

프레시안 : 청문회 이야기를 해보자. 이호중 위원 질의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이호중 : 개인적으로는 불만족스러웠다. 조사한 내용이 없었고, 시간도 부족했다. 처음 9월 말, 10월 초 청문회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심지어 감사원 자료와 수사 재판 기록도 다 들어오지 않았었다. 처음엔 피해자들이 나와서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하는 식으로 청문회를 꾸리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굳이 '청문회' 이름을 걸고 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그나마 해경 등 구조 관련 지휘부의 책임을 묻는 일은 할 수 있고, 의미도 있겠다 싶었다. 기소도 안 되면서 사회적 지탄도 받지 않았던 이들이 많았다.

저는 안전사회소위니까 사실은 매뉴얼이나 훈련에 관한 문제를 질의하려 했다. 그런데 다른 질의를 듣던 도중 좀 더 문제제기하면 좋을 것 같은 부분들이 보였다. 참사 초기 구조 인력 문제나, 대통령이 진도에 방문하던 날 구조 작업이 안 됐던 문제 등을 추궁했다. 그래서 정작 제가 원래 준비한 질문은 하지 못했다.

시간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두 번 정도 더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선 세월호가 일본에서 수입되면서 실제 운항되고 참사 발생할 때까지 점검 상태를 살펴야 한다. 직접적인 원인을 밝히기는 쉽지 않더라도 구조적인 침몰 원인을 드러내고, 그와 관련해 관피아의 문제, 규제 완화의 문제 등에 대해 사회에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청와대와 국정원 관련 조사를 했으면 한다. 물론 조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시민사회의 엄청난 뒷받침이 있지 않고서야 어렵다. 하지만 그 부분은 그간 많은 의혹 제기가 있었던 부분이다. 반드시 규명돼야 하는데, 그나마 방법이 있다면 청문회를 활용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 특조위의 후반기 역할이 무엇인가.

이호중 :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정부 예산이 6월말이면 끝난다. 그간 제기된 의혹을 모두 다룰 수 없다. 지금까지 신청 받은 조사들도 만족할 만한 결과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특조위의 역사적인 역할이 무엇인지, 최소한 무엇에 매진할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적어도, 저는 특조위 활동이 밑거름이 되어 제2, 제3의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조위가 밝힌 부분은 어느 정도 까지고, 밝히지 못한 부분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제안 정도는 내놓아야 한다. 물론 이것은 특조위만 고민할 게 아니라 유가족, 시민 사회 진영이 함께 보조를 맞춰줘야 할 일이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2016.01.22 07:14:21

서어리 기자

 

<세월호,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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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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