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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31 미디어에 속지 않고 제대로 읽고 소화하는 법

'너 빨갱이지?' 대답하지 말고 질문을 던져야 이긴다

물타기 만능수법 '빨갱이'…질문하는 위치에 서야 미디어에 속지 않는다

뉴스과잉시대입니다. 뉴스는 넘쳐나지만 이를 소화할 방법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미디어오늘이 넘쳐나는 뉴스에 체하지 않고 뉴스를 꼭꼭 씹어 소화시킬 수 있도록 뉴스 읽는 방법에 대한 연재를 시작합니다.

뉴스 파파라치는 전체 6부, 총 24회로 구성됩니다. 4부 `How to read 뉴스 중급편`에서 소개할 3개의 글에서는 컨텍스트를 통해 뉴스를 읽는 방법에 대해 소개합니다.

해방 이후 70여 년 간 한국사회에서 미디어가 가장 많이 제기한 질문이라면 단연 "너 빨갱이지?"를 꼽을 수 있다. 미디어가 수없이 많은 인물에게 '너 빨갱이지?'라고 물은 이유는 컨텍스트의 마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처럼 보이는 텍스트라 해도 그 텍스트가 던져지는 시점과 맥락에 따라 그 텍스트를 다른 의미를 만들어낸다. 컨텍스트를 통해 이슈를 '물타기'하는 미디어의 수법에는 '문제제기한 저놈이 나쁜 놈' '모든 것을 정쟁으로 만들어라' '불리하면 갈라쳐라' 등이다. '너 빨갱이지?'라는 질문은 이 모든 수법의 총집합체라 할 수 있다.

"문제제기한 저 놈이 빨갱이"

'너 빨갱이지?'의 매커니즘은 간단하다. 누군가의 폭로나 문제제기가 널리 알려지지 않게 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과거나 그 사람과 연관된 인물을 뒤져서 '빨간' 경력을 찾아낸다.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통합진보당이 주 타겟이다.

청소년들이 기자회견이나 집회를 할 때마다 언론은 자꾸 배후를 찾는다. 지난해 10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청소년과 청년들의 반대가 거세게 일었다. 반대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 여고생이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며 "사회구조와 모순을 바꿀 수 있는 것은 프롤레타리아 레볼루션 뿐"이라고 말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당시 정부와 보수언론은 기존의 검정교과서가 좌편향 됐고 따라서 국정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들이 주장하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말하는 여고생이 나타나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다니, 무척 반가웠을 것이다.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를 공격하면서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이들을 빨갱이로 몰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인터넷매체 데일리안은 11월 5일 '프롤레타리아 레볼루션 여고생 배후엔 전교조?'라는 기사를 썼다. 해당 발언을 한 "여고생이 재학 중인 학교의 역사담당 교사가 전교조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 전부다. 그러면서 기사에는 "전교조는 그동안 '불법단체', '이적성' 논란에 휘말려온 바 있다"는 내용을 붙였다.

▲ TV조선 갈무리

해당 발언을 한 여고생의 역사담당 교사가 전교조 출신이라는 것은 자체는 팩트일 것이다. 중요한 건 이 팩트가 나온 맥락이다.

이 기사의 의도는 전교조 선생에게 공부했으니 제자도 빨갱이임에 틀림없다는 것일까, 아니면 전교조 밑에서 공부하면 저런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외치는 빨갱이가 나온다는 것일까. 나아가 역사담당 교사라는 팩트만으로 '배후'라는 표현까지 써도 되는 것일까.

2008년 촛불집회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언론은 정부의 교육정책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러 나온 청소년들의 배후를 찾았다.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청소년들에게 유언비어를 뿌려 꼬드기는 세력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 그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면 요 며칠의 어처구니없는 '광우병 드라마'를 막 뒤에서 감독하고 연출하는 사람들의 정체도 드러나게 될 것이다."(2008년 5월 7일자 '조선일보' 사설)

이러한 배후론은 '청소년이 저런 정치적인 사고 표현을 할리 없어' '청소년은 그럴 능력이 안 돼'라는 사회적인 편견을 강화시키는 동시에 그런 편견에 기대는 물타기 수법이다.

방사능이 위험하다고 말해도 빨갱이로 찍히기 일쑤다. 지난 2011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는 여론이 일어났다. 몇몇 언론은 색깔론으로 맞섰다.

조선일보는 4월 7일 10면 기사에서 "방사능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절반 이상이 광우병 때 단체"라고 보도했다. 이어 같은 날 기사 '좌파 단체·매체들 방사능 비 공포 근거없이 부풀려'에서 "방사능 비'에 대한 공포가 과장된 것은 일부 좌파 단체들의 근거 없는 주장이 영향을 미쳤다"며 "(이런 주장을 한) 공동행동 49개 단체 중 28개는 3년 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소속됐던 단체들인 한국진보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으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저놈이 빨갱이인지 아닌지 밝혀내자"

언론은 자식 잃은 아버지에게도 색깔론을 들이댄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유가족 중 한 명인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단식을 벌였다. 언론은 제일 먼저 김씨가 금속노조 조합원인 것을 문제 삼았다.

"순수한 사람 아냐"라는 제목을 달은 기사도 등장했다. 이들 논리대로라면 금속노조 조합원은 딸이 죽어도 진상규명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

언론의 김영오씨 '나쁜 놈' 만들기는 이어졌는데, 조선일보는 2014년 8월 25일 김씨가 10년 전 이혼 후 양육비도 제대로 안 보냈고 스포츠로 국궁을 즐겼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 국궁을 즐길 돈은 있으면서 양육비도 안 낸 나쁜 아빠가 이제 와서 딸의 죽음에 단식을 하니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겠냐는 인상을 풍긴다.

▲ 2014년 8월 25일자 조선일보

'문제제기한 저 놈이 나쁜 놈' 법칙은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정쟁으로 만들어라' 법칙으로 옮겨간다. 일단 '너 빨갱이지?'라는 질문을 받게 된 사람은 내가 왜 빨갱이가 아닌지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 사람의 문제제기는 사라지고 정쟁 혹은 새로운 논란이 생겨난다.

언론이 '아빠의 자격'을 묻자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자신의 통장 내역까지 공개했다. 국궁이 비싼 스포츠가 아니라는 해명도 해야 했다.

빨갱이로 낙인찍힌 단체나 개인들은 언론에 정정 보도를 요청하거나 법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경우 언론의 의도대로 초점은 이 사람이 빨갱이인지 아닌지에 찍힌다. 처음 이들이 제기한 문제제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논란만 남는다.

"왜 재 편 들어? 너도 빨갱이야"

'너 빨갱이지?'라는 질문은 '갈라치기'에도 유용하다. 대답을 강요하는 질문의 무서움을 알기에 이 질문을 받는 이들은 '아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2013년 통합진보당 내란음모사태가 터지고 2014년 통합진보당이 해산당하기까지, 언론은 거듭 다른 정치집단들에게 통합진보당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계속 통합진보당과 자신들은 무관하다고 항변해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야권 정치인들은 "애국가를 거부하는 세력과 연대할 수 없다"는 식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날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새정치민주연합은 헌법재판소의 오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나 민주주의의 기초인 정당의 자유가 훼손된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다소 애매한 논평을 내놨다. "통합진보당에 결코 찬동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통합진보당의 해산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선택에 맡겼어야 했다고 믿는다"고도 했다. 정당 해산이라는 초유사태에는 반대해야지만 통합진보당과 엮이는 것을 피하고 싶은 심정이 읽히는 논평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타기는 너무 쉽다. 통합진보당과의 연관성만 어떻게든 찾아내면 된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순수한 시민'과 '운동권' '빨갱이'로 구별짓기하는 것도 대표적인 '갈라치기' 사례다. 노동자들이나 시민들이 모여 진행하는 집회에 가면 항상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다소 폭력적인 행동을 하려는 이들을 말리려는 다수의 순수한 시민들이다. 이들이 폭력적인 행동을 말리는 근거는 '그런 행동은 우리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언론이 집회시위의 폭력성을 부각시켜 여론을 호도하니, 그들에게 먹잇감을 주지 말자는 뜻이다.

이는 바꿔 말하자면 미디어가 보도하는 힘, 권력을 통해 시민들이 '자기검열'을 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검열은 순수한 시민과 빨갱이를 구별 짓기 하는, '갈라치기' 전략을 통해 형성됐다.

답이 아니라 질문하는 위치에 서라

'너 빨갱이지?'라는 질문은 한국사회에서 매우 고전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문제는 이 질문에 한 번 걸리면 빠져나올 수 있는 답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나는 아니다"라고 외쳐도 이 질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순간의 위기를 넘긴다 해도 끝없이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애국가를 거부하는 세력과 연대 안 한다"고 선언해도 언론은 끊임없이 야당과 시민단체에 통합진보당과 관련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1996년 한총련 소속 운동권 대학생들이 학교를 점거했다 경찰과 충돌한 사건이 있었다. 학생들도 수없이 많이 다쳤지만, 의경 수백여명이 중경상을 입고 의경 한 명이 사망했다는 점이 큰 충격을 줬다. 여론이 학생운동에 등을 들린 사건 중 하나였다. 당시 유력 대선 주자였던 김대중 총재는 한총련 사태에 대해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폭력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자 여당과 언론은 "좋은 생각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가? 폭력은 나쁘고 미군 철수 등 한총련의 주장은 옳다는 뜻인가?"고 몰아갔다. 김 총재는 한총련 해체까지 주장했지만 언론은 '보수층을 껴안기 위한 노림수'라고 몰아붙였다.

이처럼 답을 하는 위치에 서 있는 한 '너 빨갱이지?'라는 질문을 피할 방도가 없다. 물타기를 피하려면 답이 아니라 질문하는 위치에 서야한다. '빨갱이지?'라는 질문이 통하지 않았던 순간을 살펴보면 위치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 정부여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자 반대세력은 '왜 북한식 교과서를 만드냐'고 대응했다. 정부여당이 자주 사용하던 '너 빨갱이지'라는 질문을 역으로 정부여당에게 던진 셈이다. 사진=이치열 기자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의 최대 쟁점은 그해 3월에 발생한 천안함 사건이었다. 정부여당은 작정한 듯 선거에 천안함 사건을 활용했다.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라는 조사결과는 선거직전인 5월 발표됐고 이명박 정부는 5월 말 대책기구를 설립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급기야 5월 24일 용산전쟁기념관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정부여당은 한반도의 긴장을 극대화시켰고 선거는 여당의 승리로 끝날 것처럼 보였다.

야당은 정부여당의 '전쟁불사론'에 "전쟁이냐 평화냐" 프레임으로 대응했다. 한명숙과 유시민, 송영길 후보는 5월 28일 기자회견에서 "지금 한반도는 전쟁이냐 평화냐, 공멸이냐 공생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이명박 정권의 선거용 전쟁놀음을 반드시 심판하고, 한반도를 전쟁의 위기로부터 구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질문은 정부여당이 먼저 시작했다. "북한이 우리 장병들을 저렇게 희생시켰는데 가만 놔둬야하냐"는 질문이었다. 야당은 이에 대답하는 대신 또 다른 질문으로 맞섰다. "그럼 지금 전쟁하자는 거냐?" 아래는 2010년 지방선거 날 누군가 투표장에서 할머니들끼리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며 SNS에 올라온 내용이다.

할머니1 : 투표해야 되는데, 누굴 뽑아야하는거야?

할머니2 : 1번만 찍어. 2번 찍으면 큰일 나. 전쟁나.

할머니1 :  왜 2번은 안 되는 겨?

할머니2 : 2번은 전부 빨갱이여.

할머니3 : 그럼 2번 뽑아야겠네.

할머니1,2 : 왜?

할머니3 : 빨갱이를 뽑으면 빨갱이들끼리 전쟁은 안 할 겨 아녀.

이 이야기가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된 이유는 그만큼 대중들이 정부여당의 '전쟁불사'론을 믿지도 않았고 공감하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천안함 사건이 불러온 북풍 속에서도 2010년 지방 선거는 야당의 승리로 끝났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절 색깔론에 휘말린 적이 있다. 장인이 좌익 빨치산 활동을 했다는 경력이 문제가 된 것이다. 언론과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까지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노무현 후보는 2002년 4월 17일 연설에서 "장인이 좌익 활동하다 돌아가셨다. 저는 그 사실을 알고도 결혼했고 아들딸 잘 키우고 잘 살고 있다"며 "뭐가 잘못됐다는 거냐. 이런 아내를 버려야하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장인이 좌익이라던데 너도 좌익 아냐?"라는 질문에 "그럼 아내를 버려야 하냐"라는 질문으로 맞대응한 셈이다.

미디어가 휘두르는 '컨텍스트의 마법'에 속지 않으려면 뉴스 소비자 역시 질문을 던지는 위치에 서야 한다. 미디어는 뉴스 소비자들에게 계속 질문을 던진다. "이 사람 전교조랑 친한데. 빨갱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미디어가 던지는 질문에 답하지 말고 미디어에 다시 질문하자.  "그래서? 이 사람이 전교조랑 친한 거랑 이 사건이 무슨 상관인데?" 질문하는 뉴스 소비자만이 미디어에 속지 않는다.

1. 기레기와 찌라시 전성시대

(1) 사람들은 왜 뉴스 대신 찌라시와 음모론을 믿나

(2) 진영언론과 객관성 : 조선일보와 한겨레, 둘 중 뭘 읽어야 할까

(3) 기레기를 위한 변명 : 낚시 기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4) 뉴스가 할 말, 드라마와 영화가 대신하다 : 미생과 송곳

2. 뉴스란 무엇인가

(5) 뉴스가치의 판단 기준 : 대중은 어떤 사건에 분노하나

(6) 실전예제, 안철수와 이석기의 우연한 인연은 뉴스가치가 있을까

(7) 뉴스가치도 조작된다 : 신참 여경들이 병아리가 된 이유

(8) 같은 뉴스 다른 판단 : SBS는 왜 문창극 친일발언을 보도하지 못했나

3. How to read 뉴스, 초급편 : 텍스트 읽기

(9) 뉴스를 읽는 두 가지 키워드 : 의제설정과 프레임

(10) 뉴스 읽기의 기본 : 원인과 결과 그리고 전제조건을 보라

(11) 언론의 권력, 보도하지 않는 힘 : 언론이 숨기는 것

4. How to read 뉴스, 중급편 : 컨텍스트 읽기

(12) 행간 속에 숨겨진 의도 : 대선개입은 왜 대선불복에 먹혔을까
(13) 뉴스의 흥행법칙 : 편견에 기대고 편견을 강화하라

미디어오늘

2016년 01월 31일 일요일

조윤호 기자 ssain@mediatoday.co.kr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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