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일대로 꼬인 공영방송 문제, 정치로 푼다

여소야대 국회, KBS·MBC 지배구조 개선 손 댄다… 해직 언론인 구제 특별법도 논의될까

 

지난 4·13 총선 결과 '여소야대' 지형이 형성되면서 그동안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일 때 난제로 여겨졌던 미디어 관련 쟁점 법안들이 제20대 국회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과 제작 자율성 확보는 지난 대선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했던 공약임에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몇 차례의 개정안 발의가 있었지만 19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계류돼 왔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KBS 이사 정원을 기존 11명에서 15명으로 늘리면서 국회 여야 교섭단체가 각각 6명씩 추천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노동조합 등 사내 구성원의 추천을 받아 3명을 추천하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선 KBS 이사의 자격요건 중 전문성과 대표성을 구체화하고 당원 경력 및 대통령 후보 자문이나 인수위 경험자를 배제하도록 결격사유도 강화했다. 

 

이와 함께 최 의원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 정원을 기존 9명에서 11명으로 증원하고 국회 여야 교섭단체가 이들을 각각 4명씩, MBC 노조 등 사내구성원이 이사 3명을 추천하도록 하는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도 내놨다. 현재 KBS 이사회는 여야 7대 4, 방문진 이사회는 여야 6대 3 구성이다. 

 

최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현 정부의 방송장악으로 방송의 독립성과 저널리즘 기능이 크게 훼손되고 방송이 정권의 홍보 도구화했다"며 "정권의 비호를 받는 낙하산 경영진이 방송을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하고 남용하는 현상이 지속됐고, 이에 대한 언론인들과 시민들의 저항이 분출했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현행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은 방송의 독립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나 명문화된 규정에 불과하다"며 "이에 방송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 등 임원 임명에 대한 규정을 개정하는 한편, 편성위원회의 구성·운영 방식을 법률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MBC 녹취록' 청문회 열릴 듯

 

그러나 두 법안 모두 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공전을 거듭해 왔다. 지난해 11월18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 야당 측 간사인 우상호 의원은 "우리가 야당에 유리한 방송을 만들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정부 여당의 주도권은 늘 있는 건데, 최소한 지금보다는 더욱더 제도적으로 공정성이 보장되는 제도 한두 개만 도입해 준다면 오히려 이제는 정치권력으로부터 아예 공적재원 심의를 분리해 주겠다는데 이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박민식(새누리당) 소위원장은 "야당 위원들이 주장하는 지배구조 문제와 편성위원회 문제를 수신료 현실화의 선행조건으로 하는 논리적인 인과관계에 대해 상당히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법안심사소위에서 계속 심사하도록 하겠다"고 심의를 종결했다.

 

지난 2012년 10월30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모두 이번 총선 공약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확보,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 등 공영방송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더민주는 언론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확보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해직 등 징계 언론인의 명예회복과 최근 'MBC 녹취록' 파문과 같은 언론 탄압 관련 진상규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공정한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공영방송의 자율성이 위축되고 언론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어 공영방송 사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사장 후보 이사회에 추천 △대통령 선거 등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자는 후보 추천 금지 △사장 선임 시 이사회의 의결방식에 특별다수제 도입(이사진 3분의 2 이상의 찬성) △'보도국장 임명동의제' 도입 등을 약속했다. 

 

정의당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보장과 공정보도 확립 방안으로 "이사 선임에 있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정치권의 분할 독식을 방지하고 시청자와 국민, 전문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것"이라며 "이사회는 사장 등 임원 선임 시 특별의결정족수제를 도입해 이른바 '낙하산' 임명을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또 "정치권력과 자본권력 등 내·외부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취재 및 제작 자율성 보장을 위해 방송법상 노사 동수가 참여하는 편성위원회 구성 및 운영을 의무화해, 위반 시 엄중히 제재하고 인허가에 대폭 반영하겠다"고 공약했다.

 

종편 편법적 특혜 폐지, 방통심의위 정권편향 심의 개선될까

 

파업에 참가한 기자와 PD를 '직접적인 증거'도 없이 해고했다는 MBC '백종문 녹취록' 사건과 법원의 해고무효 판결 후에도 아직 복직하지 못하고 있는 해직 언론인 문제 등도 차기 국회에선 전향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국회 상임위가 청문회를 실시해 당사자와 관계자, 참고인을 출석시켜 진상을 규명하고 청문회 결과를 바탕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법·제도를 개선하겠다"며 "공정보도를 주장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표적 해고된 언론인들과 부당전보 피해자들의 원상회복과 피해보상을 위해 '언론탄압 피해언론인 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6월9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공영방송 사수 및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총파업 중간보고 공동총회'에서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언론개혁시민연대 출신으로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추혜선 정의당 언론개혁단장은 "백종문 녹취록과 해직 언론인 복직 문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20대 국회가 풀어야 할 사안이 많다"며 "향후 상임위가 구성되면 이 가운데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를 설정하고 논의할 텐데 지금부터 야권이 소통 라인을 구성하고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민주와 정의당은 또 현재의 종편 규제를 지상파와 동일한 수준으로 정상화하자고 주장했다. 더민주는 지상파 및 보도전문·종합편성채널의 소유 지분 및 1인 소유 지분 한도를 축소해 자본권력으로부터 방송 독립과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에 따른 종합편성채널 규제 정상화를 약속했다. 

 

정의당은 "종편에 의한 여론장악이 심각하나 각종 특혜와 봐주기를 통해 재허가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경쟁 구도인 지상파 및 기타 PP(채널 사업자)에 비해 편법적인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여론 독과점 방지를 위해 종편 관련 재허가 요건(미디어렙 포함)을 강화하고 의무전송 특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렙의 경우 지난해 MBN 영업일지 파문으로 불거진 1사 1렙에서 사실상의 직접영업을 규제하기 위해 보도전문채널까지 포함해 공·민영 미디어렙 체제가 재정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새누리당 법안 처리 지연, 본회의 상정 방해는 관건 

 

아울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정치심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20대 국회 출범 이후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관련 개정안 추진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민주와 정의당 모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구성 개편과 심의 방식에 대한 개선을 공약했고, 정의당은 명목상 '민간독립기구'인 방통심의위의 완전한 독립성 확보와 함께 제작·편성 자율성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 기구에 의한 검열을 종국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9명의 방통심의위 위원 구성도 대통령 추천 3명을 포함해 여야 6대 3 선임으로 정권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19대 국회 미방위에 소속된 20여 명의 의원 중 연임에 성공한 의원 수는 9명에 그쳤고 새누리당 의원은 3명만 살아남았다. 반면 미방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우상호 더민주 의원등 야당 의원 4명은 연임에 성공해 이들이 20대 국회에서도 미방위에서 활동할 경우 야당의 정책 추진력은 더 커질 수 있다. 

 

게다가 더민주에선 박영선·신경민·박광온·노웅래 의원 등 기존 MBC 출신 현역 의원들이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고, MBC 기자 출신의 김성수·최명길 당선자와 방문진 야당 이사였던 권미혁 당선자를 배출하게 됐다는 점도 논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다. 이중 김성수·최명길·추혜선 당선자가 미방위를 상임위로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이 미방위 다수가 된다고 해도 쟁점 법안 처리를 야당의 뜻대로 모두 밀어붙일 수 있는 건 아니다. 상임위를 통과하더라도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본회의 상정조차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방위 구성에서도 야당 쪽은 전문성과 경력을 가진 의원들이 많지만 새누리당은 관련 경험을 가진 의원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쟁점 법안에 대한 협의 기간 자체가 길어질 수 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설령 야당 공통 공약이라 하더라도 새누리당이 공약을 안 냈다는 것은 야당이 낸 공약에 반대하거나 적극 추진할 의사가 없다는 뜻이어서 이를 고려하면 처리가 힘들거나 지연될 수도 있다"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같은 경우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진 개편 시기가 대선 이후까지 갈 수 있으므로 새누리당이 충분히 지연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디어오늘

2016년 04월 23일 토요일

강성원·김도연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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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앵커 침몰설, 특종인가 음모인가

김지영 감독의 주장 확산... 언론 검증은 어디에?

세월호 침몰 의혹에 대한 '마지막 퍼즐'을 맞추었다는 한 팟캐스트 방송 이후 인터넷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내용은 언론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제대로 검증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15일 금요일 밤 9시, <한겨레 TV>에서 방영하는 시사탐사쇼 '김어준의 파파이스 81회'가 인터넷에 공개됐다. 이 방송에 정기 출연하는 김지영 다큐멘터리 감독은 지난 1년 반 동안 세월호 참사 원인을 밝히기 위한 탐사취재를 진행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해수부가 공개한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항적 조작설, 세월호의 지그재그 항해, 앵커(닻) 미스터리(세월호 사진과 영상에서 앵커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현상), 선원이 탈출할 때 갖고 나온 의문의 물체 등에 관한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방송은 이제껏 파헤친 의혹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는 자리였다.

 

'마지막 퍼즐' 맞춰지나?

 세월호의 항적을 살펴볼 수 있는 세 개의 항적 기록. 김지영 감독이 조작된 것이라 확신하는 정부(해수부) 기록, '지그재그' 운항 과정을 담고 있는 해군 기록, 그리고 둘라에이스호 선장의 좌표 기록. ⓒ <파파이스> 캡처 관련사진보기

 

결론의 초점은 '사고 당시 세월호의 진짜 항적은 무엇인가'다.

침몰 원인을 밝힐 기초 자료인 항적기록은 '해수부 AIS 기록', '해군 레이더 기록', 그리고 사고 당시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던 '둘라에이스호의 레이더 기록'이 있는데 셋이 모두 다르다. 이중에서 김 감독은 둘라에이스호의 기록을 가장 신뢰할 만한 것으로 본다. 둘라에이스호 문예식 선장이 직접 현장을 보면서 해도에 좌표를 기록했고, 정부 기록의 잘못된 선수 방향을 증명하는 실제 촬영 영상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군 레이더 기록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전문가들과 각종 AIS와 레이더 영상을 분석한 끝에 "세월호가 급변침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좌우로 방향을 바꿨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해군의 기록은 (둘라에이스호와 항적의 좌표는 다르지만) 세월호가 '지그재그'로 항해한 흔적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단서를 토대로 김 감독은 하나의 실험을 벌인다. '항해 과정(지그재그)'에 신빙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해군 레이더 기록과 '항해 좌표(위치)'에 신빙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둘라에이스호 기록을 통합하기로 한 것이다. 해군의 항적을 문 선장의 좌표 쪽으로 옮겨보았다.

그러자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세월호가 정부와 해군이 밝힌 항적과 달리 인근 섬인 병풍도에 바짝 붙어 운항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화물기사 생존자 최은수씨가 "세월호가 섬을 받아버리는 줄 알았다"고 증언한 것과 같다. 더 놀라운 내용도 있다. 이 '새 항적'을 해당 위치의 해저 지형도 위에 얹어보면, 세월호가 급격히 방향을 트는 이상 움직임(지그재그)을 보인 장소와 바다 밑 산이 솟아있는 장소(수심이 낮은 곳)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해군 항적을 둘라에이스호 좌표로 옮긴 '새 항적'을 해저 지형도 위에 얹어보면, 세월호가 급격히 각도를 튼 장소와 바다 밑 산 지역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처럼 보인다. ⓒ <파파이스> 캡처 관련사진보기

 

김 감독은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해서 충격적인 가설을 제시한다.

'세월호가 앵커를 내린 채 병풍도 가까이서 운항했고, 앵커가 해산에 닿을 때마다 이상 움직임을 보였으며, 이 과정에서 결국 급변침이 일어나 침몰했다'는 것. 이른바 '앵커 침몰설'이다. 그는 또 사고 당시 해경과 선원이 조타실에서 들고 나온 미상의 물체는 음향을 이용해 해심을 측정하는 '에코사운더' 기록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기록지가 '앵커를 내릴 때' 사용하는 물건이므로, 앵커 침몰설을 정황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김 감독의 가설이 사실이라면, '도대체 왜 세월호가 앵커를 내리고 운항했는가?'라는 의문과 함께 '고의 침몰설'까지 제기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 사건의 폭발력을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현재 세월호 앵커는 선체에서 제거된 상태이며, 해수부는 인양 때문에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논란을 둘러싼 두 반응, '흥분'과 '침묵'

 

김지영 감독의 주장은 예상되는 파장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만큼, 제3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 그가 여러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장기 취재를 벌인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이 선호하는 정보만 취사 선택하는 '확증 편향'에 빠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내용이 방송된 이후 한국 언론이 보인 반응을 보면, 그의 분석이 사실인지 아닌지 제대로 검증할 기회가 마련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방송 이후 인터넷은 대중의 관심으로 들끓었다. 유튜브에 올린 <파파이스> 81회는 지난 20여 일 동안 조회 수 68만을 넘겼고, 댓글도 1500개가 넘게 달렸다(평소 조회 수가 20만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3배 이상 올라간 셈이다). 방송 직후 네이버에 게재된 <한겨레> 기사 '세월호, 병풍도에 바짝 붙어 운항한 이유는?' 역시 댓글이 2200여 개나 달린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 소셜 미디어, 블로그 등에서도 앵커 침몰설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며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김 감독을 옹호하는 측은 가장 '합리적인 추론'이라는 주장을, 비판하는 측은 '황당한 소설'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양상이다. 특히 그의 가설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앵커를 단시간에 내렸다 올리기는 불가능하지 않나', '앵커로 배를 침몰시키는 게 가능한가', '항적도가 단순 오류일 가능성은 없나"와 같은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반응은 기이할 정도로 조용하다. 김 감독의 주장을 소개하거나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방송 이후 하루 이틀 동안 "정부가 세월호 희생자 6명에게 28억 6천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수십 개 쏟아졌을 뿐이다. 이른바 '제도권 언론'에서 김 감독의 주장을 다룬 곳은 <한겨레>와 <미디어오늘>밖에 없다. 의혹에 대한 정부 입장 역시 <미디어오늘>이 전한 합동참모본부의 "해군 레이더 항적은 정확하다"는 짤막한 반론이 전부다.

 네이버에서 제목에 '세월호'를 포함한 기사를 시간순으로 검색한 결과 화면. 김지영 감독의 주장을 소개한 <한겨레> 기사 이후로 정부가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 곽영신 관련사진보기

 

간간이 개인들의 반론만 눈에 띈다. <세월호를 기록하다>를 쓴 오준호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앵커가 배를 붙잡는 힘인 파주력이 닻줄 길이에 비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닻줄 길이는 300미터보다 훨씬 길어야 했을 것"이라며 "김지영 감독이 말하는 것처럼 해저 지형도에 맞춰 배가 걸린다는 건 이상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뉴스타파> 최기훈 기자 역시 페이스북에서 "세월호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는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면서도 "이번 파파이스를 보고 든 생각은 자신들이 세운 가설에 부합하는 사실만 취합해서 논리를 만들었다는 것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지고 더군다나 가정이나 추론을 은근슬쩍 사실인양 끼워 넣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쏟아지는 관심, 보도 안 하나 못 하나

 

한국 언론은 이처럼 대중의 관심이 쏟아지는 의혹 제기에 대해 왜 이렇게 침묵하고 있는 걸까?

우선 보수언론의 경우에는 정권에 부담이 되는 세월호 보도에 대해 한결같이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온 것을 지적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표한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 관련 신문방송 보도 모니터 보고서'를 봐도, 청문회가 진행된 3일간 <한겨레>, <경향>, <JTBC> 정도만 청문회 내용과 해경의 위증, 희생자 가족의 분노 등에 대해 보도했을 뿐 조중동과 지상파 3사, <TV조선>, <채널A> 등은 세월호 의인 김동수 씨의 자해 사건만을 부각하거나 침묵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벌어진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는 보수언론이 가설이 섞인 의혹을 다루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선박이 앵커를 내리고 있는 모습 ⓒ <파파이스> 캡처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다른 언론은 어떨까?

한 미디어전문지 기자는 "기자들이 '확실한 한 방'이라고 여길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적극적으로 취재에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대형 참사의 경우 워낙 진상 규명이 힘든데다 언론 환경도 장기간 관심을 이어가며 취재 시간을 투입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전했다. 한 일간지 기자 역시 "각 출입처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출입처 외 다른 사안은 신경쓰기 힘들다"며 "매일 기사를 쏟아내야 하는 기자들이 한 가지 사안에만 깊이 몰두하기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 부처에 출입한 다른 일간지 기자는 "우선 '고의 침몰'이라는 주장에 명분이 마땅치 않아 해당 사안을 파고들 가치를 판단할 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면서 "김 감독이 다루는 내용이 전문적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결론에 동의하기 위해선 문제를 파고든 과정이나 설명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현실적으로 김 감독이 쏟은 시간만큼 취재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오늘날 한국의 기성 언론은 잘 드러나지 않는 실체적 진실을 끈질기게 파고드는 탐사보도를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KBS 지종익 기자는 <탐사보도와 저널리즘>에서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 등 탐사보도 언론인을 인터뷰 한 후, 기성 언론이 '이윤 동기', '정파성', '정치권력과의 파트너십', '출입처 관행', '한정된 인력', '재정 문제' 등으로 장기적인 탐사보도를 수행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 언론에서 김지영 감독처럼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에 대해 오랫동안 파고드는 언론인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한겨레21> 정은주 기자 정도가 사고 이후 정부의 조작과 은폐, 구조 지휘 실패 등을 지속적으로 탐사보도해 온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김 감독 역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이끈 '프로젝트 부'를 통해 충분한 자금과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랜 탐사취재가 가능했다. 구조적으로 이런 취재를 하기 어려운 기성 언론이 세월호 참사 원인을 장기간 추적하면서 김 감독의 주장을 제대로 뒷받침하거나 반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시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김지영 감독은 방송에서 "이제까지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텐션>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올 가을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추가로 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다양한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나름대로의 추가 검증을 통해 더 탄탄한 설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만 하다.

한 '외로운' 다큐멘터리 감독의 유례없는 장기 탐사취재는 '희대의 특종'으로 기억될까, '고약한 음모론'으로 남게 될까? 김 감독의 가설이 옳으면 옳은 대로 그르면 그른 대로, 그 내용을 면밀히 검증하거나 검증되도록 도와야 할 책무는 상당수 언론에 있다. 그러나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언론이 그 책임을 미루면서 그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가늠할 기회는 자꾸 늦어지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세월호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고립된 채 외면당하고 있거나, 엉성한 모양으로 완성을 기다리고 있거나, 거짓으로 둔갑해 날개치고 있다. 모든 시민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오마이뉴스

16.02.04 11:10

최종 업데이트 16.02.04 11:58l

글: 곽영신(sampong6)

편집: 이준호(junolee)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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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언론이 나쁜 정치를 만든다

정치불신과 진영논리 만드는 언론 자정시켜야

한 사람이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 채 길가에 버려져 있었다. 지나던 행인이 이 사람을 발견하고 여기저기 살피더니 "국회의원인데 이미 숨이 끊어졌군" 하며 그냥 지나치려 했다. 행인의 말에 놀라 의식을 되찾은 국회의원은 행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나 아직 죽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행인은 "요즘 국회의원의 말을 누가 믿나"면서 그 자리를 떠났다. 정치인들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담은 씁쓸한 우스갯소리다.

20대 국회의 선량들을 뽑는 총선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180석을 넘을 확률이 80%라는 전망이 발표된 가운데, 약체 야당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었던 야당 지지자들은 그 마저도 더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으로 사분오열되어 있는 현실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이 가져올 가장 큰 위험은, 극도의 정치 불신과 불투명한 전망 속에서 정치적 무관심이 확산되고 장기화될 뿐 아니라 그 폐해가 고스란히 유권자에게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선거는 민주적인 권리행사의 소중한 기회이며 민주주의체제를 유지하는 중요한 정치수단이다.

물론 선거만으로 민주주의 체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 공표된 후보자들의 공약이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폐기되는 일을 숱하게 보아왔고, 급기야는 정치인들의 불통과 독단으로 심화되어 왔음을 우리는 경험했다. 유권자를 기만하고 배신하는 이러한 정치행태에 대해 감시와 저항이 제대로 표출되었다면 오늘의 정치가 이처럼 국민을 외면하는 관성화된 독재로 퇴락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 국회 본관. ⓒ 연합뉴스

어찌되었든 또 한 번 기회가 주어진 정치심판의 시점에서 건강한 민주주의 정치풍토를 만들어내는 첫걸음은 유권자들 스스로 선거에 적극적 관심을 보이고 참여하는 것이리라. 국민이 정치를 무시하면 국민 또한 정치로부터 무시당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 하더라도 최선이 아니면 차선, 차선이 아니면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주어진 여건에서 우리가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길이다. 혹자는 선택을 포기하는 것도 중요한 정치적 의사표명의 하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예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것과 기권을 하더라도 투표장에 나와 투표인명부에 서명하고 기권표를 행사하는 것은 의미가 사뭇 다르다. 후자는 이 천박한 정치상황을 유권자가 주시하고 있음을 정치인들에게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정치인들의 나쁜 습속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무관심이 만들어준 결과다. 정치권 인사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병역비리,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인사청탁, 논문표절 등 추한 정치인들의 행렬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이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부족했고 선거를 통해 이를 심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러한 정치현실은 국민으로 하여금 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하고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져 마침내 정치를 더러운 자들끼리의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어 왔다. 국민의 무서운 감시의 눈이 있다면 '하는 척'이라도 했을 정치인들이 이제는 아예 국민의 눈을 외면하고 유체이탈의 궤변을 늘어놓으며 안하무인의 뻔뻔스런 작태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배경에는 극도로 기울어진 언론지형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선거 때마다 언론은 제대로 된 후보자 정보로 참과 거짓을 가려 대중에게 알리기보다는 "모두가 나쁘다"는 식의 양비론으로 선거를 진흙탕 싸움으로 몰아갔다.

그런 언론보도는 정치불신과 함께 정치적 무관심을 조성함으로써 선거가 끈끈하게 짜여진 진영에 의해 결판나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대중과 정치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이 건강하고 객관적인 여론 형성자로서의 지위를 팽개친 채 정파와 이념에 갇힌 패거리 진영의 한 축으로 기능해 왔던 것이다.

진영문화는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이기고 지는 것 외에 어떤 가치도 발붙일 틈이 없는 진영문화는 과거 오랜 군부독재정권하에서 파생됐다. 진영문화는 민주정부 10년 동안 약화되는 듯 했다가 군부독재의 상징인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집권하면서 매우 깊이 뿌리내렸다. 아무런 가치 기준도 없이 진박, 친박, 중박, 비박, 탈박 등의 해괴한 말들이 횡행하는 것은 바로 이런 천박한 진영문화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진영문화는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적을 제압하기 위해 온갖 기만술과 선전술, 파괴 공작 등이 동원된다는 점에서 정의와 진실,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민주주의 문화와 동거할 수 없다.

선거정국에서 언론의 불편부당과 균형보도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하지만 언론이 지키고 경계해야 할 원칙들은 이 외에도 많다. 후보자들이 현재 하고 있는 말과 선전에만 의존하지 않고 후보자들의 과거 행적을 알려주는 것 또한 언론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그래야 그들이 하는 말의 진정성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고 했다"는 식으로 후보자의 말을 경마 중계하듯 보도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그 말의 진위를 따지는 것도 언론이 해야 할 일이다. 특히 언론은 정치 불신을 야기하는 후보자들 간의 네거티브 캠페인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동시에 유권자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선심성 공약에 대해서도 재원확보의 가능성, 정책의 타당성 등을 철저히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1월14일 총선 90일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시민단체 및 언론현업단체 등 총 28개 단체가 참여한 '2016총선보도감시연대'(총감연)가 출범했다.

지금 이들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는 오늘의 퇴락한 언론현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단순한 보도감시를 넘어 편향보도에 대한 행동지침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총감연은 발족 기자회견문에서 "언론이 전달하는 정보는 유권자들이 지지후보자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전제하고 "국민은 언론에 올바른 정보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총감연은 언론에 대한 모니터 결과를 언론사에 배포하고 공개할 뿐 아니라 극심한 편향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제소함으로써 언론사와 해당 언론인에게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더 공정한 언론, 더 성숙한 선거, 더 나은 민주주의를 다짐한 총감연의 활동이 기대된다.

 

미디어오늘

입력 : 2016-01-18 09:28:13

노출 : 2016.01.18 10:36:05

이완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media@mediatoday.co.kr

이완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의 다른기사 보기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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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때 그 '기레기',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세월호 청문회 관련 언론보도 진단

세월호 대참사 당시 우리 언론은 한 번 죽었다.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실에 기반한 정확한 보도, 공정한 보도, 심층적인 보도다.

하지만 익히 알려진 전원 구조 오보를 비롯해 총력 구조 오보, 대통령 방문 조작 보도, 유병언 집중 보도 등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지 못한 보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기자들은 '기레기'라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다.

물론 그 오염된 기사들 사이에도 세월호 대참사의 진실을 알리려는 일부 언론 그리고 분투하는 기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홍수같이 쏟아내는 선정적이거나 왜곡된 보도들 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오죽하면 유가족과 시민들이 항의하여 '공영방송' KBS 사장을 물러나게 했을까. 그러나 이후 언론은 달라졌을까? KBS 사장의 퇴진은 KBS를 비롯해 여타 언론들의 각성을 불러일으켰을까?

구조 실패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단초 드러낸 청문회

세월호 대참사의 진실을 드러내고자 진행된 특별조사위원회의 청문회가 12월 14일부터 3일 간 열렸다. 대개의 청문회가 그렇듯이 증인은 자신이 불리해질 것을 염려해 진실에 입을 다물었고, 특조위원들은 진실의 문을 열려 애썼다. 절대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는 없었다고 할 정도 무능한 상황 대처, 부정확한 상황 전파, 아귀가 맞지 않은 '대통령 지시' 관련 사항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의혹 등 일부 새로운 진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 15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청문회를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세월호와 같이 어떤 이유든 배가 침몰해가는 상황에서 배를 일으켜 세울 수 없다면 승객들의 구조가 최우선이다. 그리고 구조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정보는 선장을 비롯해 선원들이 지니고 있다. 따라서 지휘는 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 세월호와 교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 정보에 따라 승객, 승선원의 안전한 구출을 지시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해경 지휘부는 퇴선 여부를 묻는 선장의 교신 시도에 선장이 알아서 하라는 단 한 번의 지시 이외에 선장이나 선원을 통해 배의 사정을 묻고 선내 진입이나 퇴선 방송 지시를 한 바 없다.

세월호 선수 즉 조타실 쪽에서 작업복을 입은 해경들이 선원들을 구하면서 선장이 어디 있는지, 배의 사정은 어떤지 묻지도 않았다는 상황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구조된 선원이 자신의 전화를 두 번이나 썼는데도 그들이 선원인지 승객인지 확인도 하지 않았고 썼는지 조차 모른다는 주장하는 이해할 수 없는 해경 함정 123 정장도 있다.

세월호에서 선원 한 사람과 뭔가 '검은 물체'를 가지고 나와 탈출하는 물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해경 한 사람은 처음에는 그런 사실을 부정하고, 관련 영상을 보여주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고, 휴식을 취하고 와서는 적극적으로 자기 모자였다고 주장했다. 의혹은 가시지 않는다.

제대로 상황 파악도, 상황 보고도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배의 기울기가 60~70도라고 알려진 지 40여분이 지난 시각, 해경 상황실장이 청와대 인사와 전화를 하면서 30도쯤 기울어졌다고 말하는 어이없는 상황도 있었음이 밝혀졌다. 해경청장은 청와대와 교신에서 지시 받은 바도 없을 뿐 아니라, 그가 대통령과 통화 이전 이미 전국의 특공대를 파견했지만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둔갑했다는 의혹도 있다.

청문회를 통해 전체적인 진실이 다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구조 실패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단초들이 드러났다고는 할 수 있다.

청문회를 통해 거듭 확인할 수 있었던 진실된 언론과 왜곡된 언론

청문회장에는 각 방송사에서 나온 카메라와 상황마다 번쩍번쩍 터지는 사진기가 있었다. 하지만 청문회와 관련된 언론의 보도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방송의 경우 첫째 날 세월호 당시 많은 인명을 구한 의인 김동수 씨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해경 지휘부에 항의하여 자해를 시도한 것은 보도하였지만, JTBC를 제외하고는 둘째 날 셋째 날 관련 보도는 없었다. 조선, 중앙, 동아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언론의 눈에는 세월호의 진실보다는 자해가 보도할 가치가 더 있는 것이었다.

언론은 또다시 세월호의 진실에 눈을 감았다. 아니 다시 죽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이미 예상됐다고 할 수 있다. 대참사 이후 '기레기'라는 오명으로 불리었음에도 이들 소위 주류 언론들은 반성하지 않았다. 언론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600만 명이 서명하고 난산 끝에 여야가 합의하여 구성한 특조위가 해수부의 방해로 출범 후 조사관도 뽑지 못한 상태로 7개월 이상을 허비하고, 사업비가 대다수 깎인 인건비 중심의 예산만을 배정받고, 진상규명 국장이 아직도 임명되지 않은 사실 등은 외면했다.

반면 특조위를 세금도둑이라는 비난하는 여당 국회의원의 어이없는 발언은 대서특필했다. 모법을 위반한 정부 시행령에 대해서도 정부 편을 들었다.

2014년 4월 16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일과 시간의 대통령의 행적을 '사생활'이라고 주장하며 사퇴를 선언한 여당 추천 특조위 위원들의 청문회 불참에 대해 반쪽 청문회라는 별명도 붙여 주었다.

그런 언론이 청문회 생중계는 물론 청문회에서 드러난 진실에 귀를 기울이리라 예상할 수는 없다.

그럼 우리는 진실에 접근할 길이 없을까? 생중계를 했던 인터넷 언론, 핵심을 잘 전달한 또 다른 주류 언론 등 진실한 언론은 있었다. 청문회 관련 보도를 보며 우리는 또다시 진실된 언론과 왜곡된 언론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미디어오늘이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콘텐츠 제휴를 시작했습니다.

이 칼럼은 민언련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

 

미디어오늘

입력 : 2015-12-23 11:30:45

노출 : 2015.12.26 17:20:21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media@mediatoday.co.kr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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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던 김정은 애인, 나타나도 정정보도는 없다

 

"포르노 보다 처형" 오보 인정은 커녕 어뷰징 계속… 확인 어려운 데다 오보 밝혀져도 책임질 필요 없어

 

국내 언론이 공개 처형당했다고 보도한 현송월 북한 모란봉 악단 단장이 멀쩡하게 살아있음이 확인되고 있는데도 언론은 아무런 후속보도를 않고 있다.

지난 12일 모란봉 악단이 중국 공연을 취소하면서 현송월 단장이 또 한번 언론의 어뷰징 대상이 됐다. 언론에 따르면 현송월 단장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옛 애인으로 알려져 있다. 21일 오후, 포털사이트 검색결과 최근 1개월간 현송월 단장과 관련된 기사는 다음 653건, 네이버 699건에 이른다.

 

조선일보는 "'미녀 3대장' 현송월이 이끄는 '모란봉악단' 선발 기준은?…165cm+50kg 기준 맞춰야'", "'모란봉악단' 현송월, 중국 공연서 샤넬 가방 들고 인터뷰… 김정은 '옛 애인'의 당당함", "현송월 건재 과시, 김정은 애지중지했던 애인… 실제 미모 보니" 등의 기사로 어뷰징을 하고 있다. 21일 현재까지 조선닷컴 바이라인의 기사는 39건이다.

 

▲ 지난 2013년 8월 29일 조선일보 6면 기사

 

조선일보는 현송월 단장이 공개 처형당했다고 단독보도한 매체다.

 

조선일보는 지난 2013년 8월 29일 6면 기사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연인으로 알려진 가수 현송월을 비롯해 북한 유명 예술인 10여명이 김정은의 지시를 어기고 음란물을 제작 판매한 혐의로 지난 20일 공개 총살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현송월과 은하수 관현악단장 문경진 등은 김정은의 '성 녹화물을 보지 말 것에 대하여'란 지시를 어긴 혐의로 체포됐으며 3일 만에 처형됐다. 조선일보는 "공개 처형은 주요 예술 단원과 사형수 가족이 지켜보는 데서 기관총으로 진행됐다"며 "사형수 가족은 모두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 것으로 안다"는 대북 '소식통'의 발언도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단독 보도 이후 현송월 단장 처형과 관련한 기사가 쏟아졌다.

'김정은, 전 여친 등 10여명 음란물 찍었다고 총살'(MBN), '김정은 옛 애인 현송월, 음란물 제작 혐의로 처형… 가족들은 정치범수용소행'(이투데이), '김정은 전 애인 포르노 직접 찍다가 공개총살'(한국일보), '이게 정말 김정은 옛 애인 '현송월 음란물' 맞아?'(동아일보) 등이다.

국정원이 현송월 단장의 죽음을 확인해줬다는 보도도 나왔다.

문화일보는 2013년 12월 10일 3면 기사에서 "여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현송월을 포함한 북한 예술인 10여명이 지난 8월 기관총으로 공개 처형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들에 대한 처형은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난 공개 처형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 지난 2013년 12월 10일 문화일보 3면 기사

 

하지만 조선일보의 단독보도와 '국정원이 확인했다'는 문화일보 보도는 1년도 되지 않아 오보임이 밝혀졌다.

지난해 5월 현송월 단장이 조선중앙TV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당시 현송월 단장은 제 9차 전국예술인대회에 나타나 "우리 군대와 인민을 위하여 예술창작 창조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 올리겠다"고 연설했다.

당시에도 조선일보는 정정보도는커녕 조선닷컴 바이라인으로 "총살됐다던 '김정은 애인' 현송월, 군복 차림 등장…생존 확인", "음란물 제작 '총살설' 북 현송월 생존… TV에 나와", "음란물 제작 '총살설', 북 현송월 생존", "북, 모란봉악단 부각… 김정은, 부인 여동생과 공연 관람" 등의 어뷰징 기사를 내보냈다. 문화일보는 아무런 후속 보도도 하지 않았다.

현송월 처형 보도와 이후 언론의 태도는 국내 언론이 북한 관련 뉴스를 어떻게 다루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언론들은 북한 관련 오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소식통'으로 서술되는 익명의 취재원에 확인할 수 없는 내용에다 나중에 오보로 밝혀져도 책임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보를 내고도 정정보도는커녕 아무런 언급도 없이 '현송월 미모 보니' 라는 기사를 내보낼 수 있는 까닭이다.

▲ 지난 2013년 8월 현송월 처형과 관련된 국내 언론보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 성명서에는 매주 한국 언론을 비난하는 내용이 실린다.

통일부를 출입하는 한 언론사 기자는 "이런 상황은 남북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보를 생산하고 있는 언론사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기자에 따르면 실제 종합편성채널 같은 경우 잦은 오보 때문에 아직도 통일부에 출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기자는 "현실적으로 규제는 불가능하고 언론사들이 자체적으로 정화를 하는 수밖에 없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과거 남북한 언론인들이 합의한 내용을 참고할 것을 권했다. 지난 2008년 남북 언론인들은 "일부 세력의 민족대결 책동을 비호하고 동족 사이에 불신과 대결을 조장하는 편파 보도, 모략 보도, 왜곡 중상책동을 철저히 배격"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미디어오늘

입력 : 2015-12-21 21:19:36

노출 : 2015.12.22 10:48:10

이하늬 기자 hanee@mediatoday.co.kr  

Posted by 망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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