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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지성 - 시사/정치

국론분열과 혼이 비정상

박 대통령, 문제 제기를 '정쟁'으로 몰아…또 '두 국민 전략'

 

有口無言

일방적인 정책집행, 밀실운영, 일 저지르고 나들이, 반대 여론엔 '안보'로 편가르기, 상황 바뀌면 나몰라..

 

 

박 대통령이 이날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서 제11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 참석차 몽골로 출국하기 위해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을 둘러싼 논란에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정부가 밀실·깜깜이·졸속 추진으로 국민 불안과 불신을 키워 왔음에도 "정쟁이 나면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과 정부 결정에 '토를 달지 말라'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행태를 재확인시켰다.

 

 

우려 키우고 "우려하는 게 이상"

 

박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10여개 후보지를 대상으로 정밀 검토 및 비교 평가를 실시한 결과 성주가 최적의 후보지라는 판단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사드 레이더는 마을보다 400m 높은 곳에 위치하고, 5도 각도 위로 발사되기 때문에 지상 약 700m 위로 전자파가 지나간다"며 "그 아래 지역은 오히려 우려한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우려할 필요가 없는 안전한 지역"이라고 했다.

 

 

 

 

하지만 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정부다.

국방부는 어떤 기준으로 후보지가 선정됐는지 일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한국민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이 사드 포대 요격범위를 벗어난다는 점도 논란거리지만, 국방부는 수도권 방어를 애초부터 제외했는지도 함구하고 있다. 자세한 정보 제한으로 사드가 효과적 무기인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박 대통령은 "어떤 곳은 레이더와 동일 고도의 가까운 곳에 인구밀집지역이 있어 안전 문제가 제기됐다"고 소개했다. 이를 두고 결국 성주가 인구밀집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최적지'가 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면서 경북 성주에 배치하는 사드의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 개념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정지윤 기자

 

 

밀실 결정하고 "논쟁 멈춰라"

 

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며 "지금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라고 밝혔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불필요한 논쟁"일 수 없다는 반론도 많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경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는 국익 측면에서 군사적 실효성,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 경제적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할 문제"라고 했다.

게다가 정부는 밀실·깜깜이식 논의 진행과 전격적인 발표로 논쟁을 키웠다.

국민적 공론화 과정이나 해당 지역 주민들에 대한 설득 작업도 생략했다. 국방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안사항'이라며 모든 것을 밀실에서 결정했다. 심지어 현재 경북 성주의 호크 포대를 사드 포대로 전환하려면 추가적인 성토작업이 예상되는데도 국방부는 "전혀 문제 없다. 자세한 사항은 군사보안"이라며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

 

 

"정쟁 나면 대한민국 없을 것"

 

박 대통령은 "이해당사자 간에 충돌과 반목으로 정쟁이 나서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잃어버린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정치권이나 해당 지역 여론을 '이해당사자'라는 식으로 묶고, 정쟁으로 몰아붙인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을 고립시키던 것처럼 전체 국민과 해당 지역 주민을 갈라쳐 압박하는 '두 국민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드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고, 사드 배치가 동북아 긴장을 격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이 같은 문제제기를 정쟁으로 보는 인식 자체가 독재적 발상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정쟁=멸망'이란 등식은 박 대통령이 자주 써온 공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에도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무서운 것은 내부의 분열과 무관심"이라며 '베트남 패망론'을 언급했다.

 

결국 박 대통령이 유신 시절 '국민총화'를 강조하면서 여전히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식, '나를 따르라' 식 국정운영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

입력 : 2016.07.14 23:21:01 수정 : 2016.07.14 23:51:23

김진우·박성진 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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